- 197화 -
단숨에 덮쳐온 한서의 입술이 준성을 집어삼켰다. 알약을 품은 혀가 입 안을 꽉 채울 듯이 밀고 들어와, 잘게 떨고 있는 붉은 살과 마구잡이로 비벼졌다. 두 개의 혀가 비벼질 때마다 그 사이에 끼인 작고 딱딱한 알갱이가 부드러운 살을 꾹꾹 눌러댔다.
“읏, 흐응…!”
뜨거운 키스 사이에서 신음과 함께 벌써 녹기 시작한 알약이 서로의 타액에 스며들었다.
준성은 절대 달콤하다 할 수 없는 그 쓰디쓴 타액을 잘도 삼켜 먹었다. 새하얀 붕대 속에 숨겨진 목울대가 크게 움직거리고, 그때마다 따끔한 쓰라림이 느껴졌다. 맨정신일 때도 뭔가를 먹거나 물을 마실 때마다 따끔거리긴 했지만, 지금처럼 목의 잇자국이 데일 듯 화끈거리긴 처음이다.
한 손으로 준성의 턱을 받쳐 들어서 약이 섞인 타액이 되도록 그의 목구멍을 넘어가게끔 유도한 한서는 그의 목구멍 앞까지 혀를 꾹 밀어 넣었다. 이제 아주 작은 알갱이 정도밖에 남지 않은 알약이 그의 혀에 밀려 들어가, 신음하느라 열려 있는 목구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목울대가 또 한 번 크게 움직이며 알갱이를 무리 없이 삼켜내었다.
한서의 손이 움직인 건 그때부터였다.
“읍, 읏-!”
준성은 자신의 가슴팍에 느껴지는 차가운 느낌에 눈을 번쩍 떴다. 한서가 꺼내 들었던 젖은 수건이 가슴을 살포시 매만지고 있다.
‘차가워…!’
그야말로 눈뿐만 아니라 정신까지 번쩍 들 정도로 차가웠다. 젖어 있는 수건을 일부러 차갑게 보관하고 있었던 데다가 몸에는 열이 펄펄 끓고 있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가슴에 닿은 냉기에 몸을 떨며 웅크리려 들자, 한서가 쌉싸름한 입술을 핥아주며 달랬다.
“몸에 힘 빼. 긴장 풀어.”
몸이 긴장하고 웅크리려 들면 자연스레 어깨의 상처에 무리가 간다. 이제 막 진통제를 먹었기에 약발이 돌기 전까지는 최대한 몸을 안정시켜주는 게 중요했다.
준성은 말 잘 듣는 어린아이처럼, 한서의 말대로 몸에서 힘을 쭉 뺐다. 일부러 무시하고 있던 어깨의 통증이 그나마 완화되는 느낌이 들었다.
칭찬해주듯이 입술에 가벼운 키스를 남기던 한서가 다시금 멈췄던 손을 움직였다. 가슴골을 닦아주던 젖은 수건이 천천히 움직여, 준성의 왼쪽 가슴을 덮었다. 그 상태로 마사지하듯이 둥글게 원을 그리며 움직인다.
“으응….”
수건이 둥글게 움직일 때마다 말랑한 유두 또한 연달아 비벼졌다. 수건의 냉기 탓도 있겠지만, 꾹 누르며 비벼대는 한서의 손아귀 때문에 작은 돌기가 금세 딱딱해졌다.
가슴을 덮은 채 애무하던 수건이 오른쪽 가슴을 향해 이동했다. 그러자 공기 중에 노출된 왼쪽 가슴에 알싸한 냉기가 스쳤다. 꼿꼿이 선 유두가 준성의 가느다란 신음만큼이나 바르르 떨고 있다.
“조금 만져주니까 딱딱해져서는.”
한서가 엷게 웃으며 놀리듯 말했다. 드러난 유두를 보고 말하는 건지, 아니면 덮을 것 하나 없이 노출된 제 성기를 두고 말하는 건지 모르겠다.
“존나 야해.”
본성을 참듯이 낮게 으르렁댄 한서가 준성의 드러난 왼쪽 가슴으로 입술을 내렸다.
“아…!”
준성의 딱딱한 유두가 연한 빛의 유륜과 함께 한서의 입 안에 너끈히 삼켜졌다. 쪽 빨아들여서는 혀끝으로 유두 끝을 희롱하니, 준성의 몸 전체가 움찔거리며 떨었다.
“으, 흐윽!”
이전에 유두를 애무 당했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분명 머리끝까지 오른 열과 통증이 가시지 않은 어깨 때문에 신경이 분산되어있음에도, 차갑게 바짝 서버린 유두가 유린당하는 느낌만은 비정상적으로 생생했다.
수건으로 그러했던 것처럼 유두를 빙글빙글 돌리는 느낌, 유륜까지 통째로 뽑아버릴 것처럼 강하게 빨아당기는 느낌, 그리고 혀로 정신없이 빠르게 치대는 느낌까지.
뭐 하나 생생하지 않은 것이 없고, 죄다 자극적이다. 그새 어깨의 통증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까지 인식하지 못할 만큼.
“아, 흣, 으응…!”
모든 신경이 점차 왼쪽 가슴에 집중되었다. 거침없이 농락당하는 유두에서 퍼져 나간 쾌감이 어느덧 머리와 발끝까지 닿았다.
그러는 사이, 준성의 오른쪽 가슴 역시 차가운 수건으로 인해 완전히 말끔해졌다. 피 한 방울 남지 않고 깨끗해진 오른쪽 가슴에도 여지없이 한서의 입술이 닿았다. 그의 입술이 떨어져 나간 준성의 왼쪽 가슴은 온통 새빨갰고, 마구 치대진 유두는 언제든 톡 터질 것만 같았다.
“어깨, 아직 아파?”
준성의 열에 의해 그새 미지근해진 수건을 아무렇게나 바닥에 내던진 한서가 붕대 감긴 어깨를 힐끗 올려다보며 물었다. 헐떡이던 준성은 자신의 오른쪽 유두를 혀끝으로 살살 핥는 한서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안 아파…. 이제 괜찮아.”
그렇게 대답했지만 사실은 어깨가 빠질 것처럼 지끈거렸다. 그나마 괜찮은 척 참을 수 있는 건, 슬슬 효과가 돌기 시작한 진통제와 한서의 애무 덕분이었다.
눈을 가늘게 뜬 한서가 돌연 준성의 가슴을 콱 깨물었다.
“악!”
불시에 가해진 가슴의 통증에 준성이 짧게 소리를 내며 눈을 크게 떴다. 준성의 가슴에 얼굴을 박고 있던 한서가 고개를 들자, 유두를 중심으로 둥글게 잇자국이 새겨져 있다. 피가 나진 않더라도 최소한 피멍이 들 정도로 세게 물린 게 분명했다.
“거짓말하면 개새끼가 물어요, 안 물어요?”
웬 존댓말까지 곁들이며 타박하는 눈을 보고 있자니, 차마 딴지를 걸 수가 없었다. 애초에 아프지 않다고 거짓말한 것도 사실이라 반박할 수가 없다.
“대답 안 하지.”
“물…어요.”
한서는 준성의 어물거리는 대답을 듣고 나서야 딱딱하던 표정을 풀었다.
‘아직 제정신이 아닌 건 분명하군.’
평소의 강준성이었다면 맞받아치거나 더한 도발을 했을 텐데.
준성의 어리숙하게 풀려있는 눈을 바라보던 한서가 다시금 가슴팍으로 고개를 내렸다.
한서는 혀끝으로 자신이 새긴 잇자국을 쓸었다. 쓰라림과 간지러움이 공존하는 느낌에 준성이 작게 신음했다.
‘망할 진통제.’
한서는 자신이 먹인 진통제의 효과가 언제쯤부터 제대로 도는지 가늠하고 있었다. 대충 알기는 알지만, 바지 속에서 이미 터질 것처럼 부풀어 있는 성기 때문에 마음이 급했다.
하지만 마음과 달리, 겉으로는 절대 급하게 굴지 않았다.
당장 준성의 몸 상태와 정신은 반쯤 망가져 있는 상태였다. 이럴 때 강하게 몰아붙여 봐야 제대로 밀어낼 힘과 정신도 없는 준성으로서는 뭐가 뭔지도 모르고 그저 다 받아주려 들지도 모른다. 나쁘지 않지만, 그 후폭풍으로 인해 다시는 ‘원래의 강준성’으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아득한 불안감만은 무시할 수 없었다.
차갑고 깨끗한 새 수건을 든 한서가 그 어느 때보다 부드러운 손길로 준성의 몸을 꼼꼼히 닦아주었다. 헐떡이는 가슴 아래의 고운 뼈대를 쓸어주고, 숨 쉴 때마다 깊이 꺼져 들어가는 명치를 닦았다. 그러고선 처음 만났을 때보다 어째 더 들어간 것 같은 얄팍한 뱃가죽을 매만졌다.
“아…. 그만….”
신음하던 준성이 손을 뻗어 한서의 어깨를 밀었다. 그때까지도 준성의 유두를 혀끝으로 감싸서 장난치듯 핥아주고 있던 한서가 고개를 들어 눈을 맞췄다.
“왜?”
“내가… 할래….”
준성의 손이 수건을 쥔 한서의 손목을 붙잡았다. 한서는 준성의 손을 따라 시선을 내리다가 이내 눈꼬리를 휘었다.
조금만 더 내려가면 한서가 쥔 수건이 준성의 딱딱한 성기와 닿게 된다. 직접적으로 만질 생각이 없다 하더라도 지금처럼 누운 채로 비스듬히 세우고 있는 이상, 아랫배를 닦아주던 한서의 손등에 필연적으로 성기가 닿을 수밖에 없다.
한서는 준성의 만류를 무시한 채, 이미 말간 액체 몇 방울이 떨어져 있는 아랫배를 닦아주기 시작했다.
“으, 읏-!”
아랫배를 닦아줄 때마다 차가운 수건이 성기의 뿌리 부분을 건드리고, 손등이 기둥을 자극하듯 건드렸다. 자연스럽게 흔들리던 성기 끝이 방울져 있던 액을 긴 끈에 매달아 똑똑 떨어뜨렸다.
어깨의 통증과 가슴의 물린 자리는 이미 충분히 둔해졌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유두라든지 성기라든지, 아니, 그냥 도한서가 만지는 곳은 모두 예민해져 감각이 튀었다. 지금처럼 그저 닦아주다가 건드리는 것뿐임에도 하체 전부가 움찔거리고, 뱃가죽이 경련했다.
“흐음.”
유두처럼 바짝 서서는 연신 꺼덕이는 준성의 성기를 바라보던 한서가 또다시 미지근해진 수건을 들어 보였다. 그의 손등에 떨어져 있던 끈적한 액이 느릿하게 흘러내려, 핏줄 돋은 그의 손목을 가로질렀다.
미지근한 수건을 또다시 버리듯 대충 던져놓은 한서가 새것을 손에 들었다. 그러고선 이제 다 닦은 건가, 하고 안심과 아쉬움을 동시에 느끼고 있던 준성의 몸을 한쪽 팔로 들어 안았다.
“자세 좀 바꾸자.”
“으응…?”
한서는 준성을 안은 채로 백허그하듯 매트에 앉았다. 한서의 품에 등을 기대게 된 준성은 두 팔과 함께 몸이 와락 감싸진 것을 보며 의아한 얼굴을 했다.
한 팔로도 충분히 휘감기다 못해 옴짝달싹 못 하게 된 준성을 보며 한서가 피식 웃었다.
“열 좀 한번 식혀줄게.”
그렇게 말한 한서의 손이 준성의 두 다리 사이로 향했다. 뒤이어 그의 손이 잡고 있던 차가운 수건이 준성의 뜨거운 성기를 단숨에 휘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