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0화 -
“아앗! 아…! 흣, 으, 아아-!”
이때까지는 장난이었다고 말하는 것처럼 일말의 배려도 없는 추삽질이 이어졌다.
붉게 달아오른 엉덩이를 한서의 위쪽 허벅지가 손바닥처럼 거칠게 때려대고 자그마한 구멍이 쉴 새 없이 혹사당했다.
빠르고 강렬하게 쓸린 내벽이 갈수록 불이 붙은 것처럼 뜨겁고 간지러워졌다. 속을 긁어주듯이 파고든 버거운 성기는 전립선을 사정없이 찌르며 지독한 쾌감을 퍼뜨렸고, 그도 모자라 깊은 곳의 벽을 쳐올리며 아릿한 둔통과 함께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눈앞이 번쩍거리며 시야가 흔들리는 동안 수도 없이 매달렸다. 제발, 이라든지 그만, 이라든지 그런 단어를 두서없이 몇 번이나 내뱉었는지 모른다.
이전에 섹스했을 때보다 훨씬 가중된 쾌감은 준성의 머릿속을 가히 엉망으로 만들기 충분했다.
이대로 계속 박히다가는 정말 미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준성이 가까스로 손을 들어 한서의 팔을 붙잡았다. 돌처럼 단단한 팔을 굳게 움켜쥘 악력조차 남지 않은 마른 손이 자꾸만 미끄러졌다. 그때마다 겨우겨우 세운 손톱이 한서의 팔에 기다란 자국을 남겼다.
한서가 자신의 팔에 새겨지는 붉은 자국을 보며 입꼬리를 길게 올려 웃었다. 자신의 하얀 피부에 흥분으로 인한 열꽃을 만들어주는 것만 해도 좋은데, 직접 이렇게 자국을 만들어주니 기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 좋아…. 너무 좋아, 강준성….”
차라리 칼을 쥐여 줄 걸 그랬어.
그랬으면 긁은 자리마다 지워지지 않는 흔적이 남았을 텐데.
비정상적인 생각을 하며 준성의 우는 얼굴에 입술을 내렸다. 멈추지 않고 흐르는 맑은 눈물을 훔쳐 삼키고 뜨겁게 달아오른 뺨을 살짝 깨물었다. 여리게 경련하는 볼에 입을 맞추고서 잘빠진 턱선을 혀끝으로 쓸어주니 신음이 흐느끼듯 가늘어졌다.
입술을 더 밑으로 내리자 위아래로 움직이는 목울대가 닿았다. 이 작은 열매 같은 것이 강준성의 목소리와 숨결을 담아 움직인다고 생각하니 당장 씹어 먹고 싶을 정도로 탐이 났다.
목울대를 입에 머금은 채 추삽질에 박차를 가했다. 신음하느라 제 입술을 거듭 건드리는 목울대가 왜 이렇게 자극적인지 모르겠다.
이상한 곳에서 자극을 받은 한서의 성기가 큼직하게 꿈틀거리며 추삽질에 힘을 더했다. 그 탓에 준성의 허리가 펄쩍 뛰기 바쁘고 목울대의 움직임도 더 커져갔다.
“아읏-, 하, 앗…!”
신음하는 준성의 내벽이 꽉꽉 조여드는 게 느껴졌다. 벌려진 두 다리에 강한 힘이 들어가고, 엉덩이가 제법 단단해졌다.
절정을 앞뒀구나 싶은 순간, 잠시도 참지 못한 준성이 결국 눈을 크게 뜨며 높은 소리를 토했다.
“흐, 아앗-!”
준성의 꼿꼿한 성기가 길게 백탁액을 뿌렸다. 가슴팍까지 튈 정도로 강하게 터져버린 절정의 산물은 한서의 성기가 안을 때릴 때마다 발사 스위치가 눌린 것처럼 픽픽 튀어나왔다.
절정을 체감한 준성의 손이 한서의 팔에 손톱을 세워 매달렸다. 사정의 여파로 전신이 움찔거릴 때 한서의 팔에 박힌 손톱도 기세를 더했고, 이에 대꾸라도 하는 것처럼 준성의 목울대가 잘근 깨물렸다. 그것마저 준성에겐 사정의 후희에 얹어진 쾌감처럼 느껴졌기에, 또다시 액을 흘리고 말았다.
“으…, 흐으….”
쾌감에 전율하던 준성의 몸에서 점점 힘이 빠져나갔다. 경직된 근육이 맥없이 풀어지고 휜 채로 바들거리던 허리가 차가운 바닥에 닿았다.
그때까지도 준성의 안쪽을 거세게 괴롭히고 있던 한서는 뒤늦게 이상함을 알아챘다. 씹어 삼키고 싶은 목울대에서 입술을 떼고 얼굴을 내려다보니, 촉촉이 젖은 눈가가 굳게 닫혀 있다. 입술 사이로 옅은 신음이 흘러나오고 있긴 하지만 그건 무의식중에 끙끙대는 것과 비슷했다.
한서의 미간이 구겨졌다.
기절이라고 해야 할지, 곯아떨어졌다고 해야 할지.
준성은 사정의 후희를 전부 느끼기도 전에 완전히 뻗어버렸다. 내벽은 여전히 더 박아달라는 것처럼 꿈틀거리기 바쁘고 구멍도 오물거리는데 정작 주인이 정신을 놔버려서 청각적인 자극이 훅 떨어져 버렸다.
“흐음….”
못마땅한 얼굴이던 한서는 준성의 몸을 들어 품에 안았다. 여전히 박혀있는 돌 같은 성기가 내벽을 다른 방향으로 짓누르며 압박했다. 그 탓에 준성의 입술 사이로 작은 신음이 흘러나왔지만 역시나 눈을 뜨진 못했다.
한서는 한쪽 팔로 준성의 등을 둘러 안고 다른 손으로는 그의 엉덩이를 받쳐 들었다. 확실히 가벼운 느낌이 들어, 다음번에는 이처럼 들어 안은 채로 박아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준성을 품에 안은 채 욕조에 앉은 한서는 제 어깨에 머리를 박은 채 색색거리며 숨 쉬는 작은 머리통에 입을 맞췄다. 그새 식기 시작한 하얀 등에 욕조의 따뜻한 물을 손으로 끼얹어주며 아쉬운 얼굴을 했다.
하지만 준성과 연결된 성기는 얌전히 멈춰 있지 않았다.
한서의 위에 앉혀져 있는 상태라서 체중 때문에 더 깊이 들어가게 된 성기가 또다시 활동을 재개했다. 아까보다 확연히 느려도 연이어 파고드는 관통력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집요했다.
“으응…, 으….”
고른 숨을 내쉬던 준성의 입에서 작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아까의 내지르는 신음에 비하면 이 또한 아쉬웠지만, 한서는 그래도 좋다는 듯이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이후, 한서는 기어코 준성의 몸 안에 자신의 것을 뿌린 후에야 그를 놓아줄 수 있었다.
욕실에서 나름 긴 시간을 보내고 나온 한서는 준성의 몸을 꼼꼼히 닦아준 후에 직접 가운까지 입혀주었다. 사실 이런 옷가지도 굳이 입힐 것 없이 홀딱 벗겨둘 생각이었지만, 당장은 그를 안고 침대에 누울 수가 없었다.
단정하게 가운을 입힌 준성을 스위트룸의 작은 침실에 눕혔다. 이전에 왔을 때도 이 침실을 사용했는데, 넓은 침대가 있는 다른 방보다는 그때처럼 비좁게 안고 잘 수 있는 이쪽이 더 마음에 들었다.
세상 모르게 잠들어 있는 준성을 웃는 얼굴로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목울대에 시선이 닿았다. 체온이 식어서 다시 하얗게 변한 피부에 둥근 잇자국이 선명히 남아있다.
아침에 눈을 뜬 준성이 거울을 보자마자 정색하며 노려볼 걸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 노려보지만 말고 한 대 제대로 때려주면 더 좋을 것 같다.
한서는 손을 들어 자신의 볼을 쓸었다. 이젠 살이 당기는 느낌조차 남지 않은 매끈한 볼이 마음에 안 들었다. 역시 그때 도발해서라도 한 대 더 세게 때리게 할 걸 그랬다.
시선을 내려 자신의 두 팔을 내려다보았다. 준성이 긁은 손톱자국이 새겨져 있긴 하지만 살갗이 벗겨진 것도 아니어서 몇 시간 후면 말끔히 사라질 것 같아서 아쉽다. 통증도 딱히 없고 그냥 긁혔구나, 정도의 감각만 있다.
새삼 이상한 욕구가 차오르는 걸 느꼈다.
준성이 자신에게 지워지지 않는 뭔가를 새겨주길 바란다. 이렇게 어중간하게 남기는 흔적 말고, 좀 더 강렬한 무언가를.
‘다음에 할 땐 정말 칼이라도 쥐여 줘야 하나.’
준성이 알았다면 미친놈이라고 열댓 번은 외쳤을 생각을 진지하게 고민해보았다.
한서는 준성의 몸에 포근한 이불을 목까지 덮어준 후에야 몸을 돌렸다.
잠든 준성을 뒤로한 채 방을 나선 한서는 가운이 아니라 평소에 입던 셔츠와 바지를 집어 들었다. 비치되어 있던 다른 가운은 이전에 왔을 때 피범벅이 되어 버려졌기에 어차피 입을 것도 없었지만, 그가 굳이 셔츠와 바지를 챙겨 입는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옷을 챙겨 입은 한서는 곧바로 나가지 않고 준성의 벗어둔 옷가지 쪽으로 다가갔다. 피 묻은 코트에서 강준성의 휴대폰을 꺼내 들고는 마치 제 것처럼 재킷 주머니에 스스럼없이 챙겨 넣었다.
뒤이어 거실 테이블에 올려져 있던 빈 유리 재떨이를 들고서 곧바로 스위트룸 현관으로 향했다. 여분의 카드키를 챙겨 밖으로 나간 후,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해서 문이 제대로 잠겼는지 확인까지 했다.
한서는 준성이 잠들어 있는 스위트룸을 제외한 다른 방들을 둘러보았다. 이전에 들렀을 때 전부 그가 확인했던 방들이었고, 안에 쓰러져 있는 주인들은 하나같이 눈이 새빨간 시체뿐이었다. 움직이지 않는 시체들의 방밖에 없으니 굳이 준성의 안위를 걱정하진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엘리베이터에 올라타기 전, 아래층에서 이곳으로 올라올 수 있는 비상계단의 문도 철저히 잠그는 걸 잊지 않았다.
이제 준성이 있는 방을 찾기 위해선 오로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방법뿐이다.
싸늘해진 얼굴의 도한서는 엘리베이터에 올라, F층을 눌렀다. 최상층에 있던 엘리베이터가 느릿하게 움직이고, 그가 원하던 F층에 다다르자 문이 열렸다.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은 것처럼 깜빡거리는 전등이 꽤 거슬렸다.
복도에는 몇 군데 핏자국이 남아있었다. 이전에 직접 모텔을 정리할 때 복도의 좀비들을 붙잡아 죽이면서 피가 튀었는데, 그때 묻은 자국이 그새 검게 변해버렸나 보다.
죽이고 내버려 둔 좀비들은 아무래도 다른 일행이 치운 모양이었다. 시체들이 질질 끌려간 마른 흔적이 모두 한 방에 몰아져 있다.
한서는 들고 온 유리 재떨이를 엘리베이터 문 사이에 내려놓았다. 그가 내린 후,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다가 재떨이에 부딪혀서 다시 활짝 열리길 반복했다.
엘리베이터를 반강제로 정지시켜둔 한서는 공포 게임이나 스릴러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음침한 복도를 거리낌 없이 걸어갔다.
401호.
402호.
403호.
복도 초입에 자리 잡은 세 개의 방을 지나, 네 번째 방 앞에 다다랐다.
404호.
숫자를 확인한 한서가 손을 들었다.
똑똑-
균일한 박자의 노크를 남기자, 안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어차피 이 모텔에 노크할 수 있을 정도의 지능을 가진 건 일행뿐이라는 걸 알기에, 상대는 순순히 문을 열어주었다.
달칵, 문이 열리고 얼굴을 내민 상대가 의아한 기색을 보였다.
“어? 무슨 일 있……. 컥!”
상대는 말을 끝마치지도 못한 채 한서의 손에 목을 틀어잡히고 말았다.
“다른 놈들은 상관없어. 내 알 바 아니야.”
한서의 입꼬리가 비릿하게 올라가고 그의 차가운 눈이 무서운 살기를 품었다.
“하지만 강준성을 배신하는 건 선 넘었지, 황경오.”
한서에게 갑작스레 숨통을 붙잡힌 황경오가 컥컥대는 괴로운 소리를 내며 두 눈을 부릅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