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8화 -
물을 밀어내며 구멍을 비집고 연 큼직한 물건이 안으로 천천히 파고들었다. 준성의 거친 숨에 맞춰 꿈틀거리던 내벽이 낯선 물건의 진입에 화들짝 놀라는 듯하더니, 이내 뜨거운 물기를 머금은 채 차닥차닥 달라붙었다.
귀두만 넣었을 뿐임에도 내벽이 전하는 촉감과 짜릿한 감각이 끝도 없이 밀려왔다. 그 탓에 한서가 헉 소리를 내며 동작을 멈추었다.
그것도 잠시.
사방에 가득 찬 수증기가 박차를 가해 준 뜨거운 숨이 거칠게 변모했다.
첨벙, 하는 큰 소리와 함께 한서의 몸이 준성과 거의 맞닿을 만큼 단숨에 밀착했다.
“하악-!”
안을 꿰뚫을 것처럼 단번에 파고든 성기가 아랫배 안쪽을 아프게 때렸다. 하지만 그 통증보다도 내벽을 짓누르며 들어찬 굵고 뜨거운 성기가 가하는 압박감이 더 괴로웠다.
“하…, 아으….”
갑자기 들이닥친 압박감 때문에 버거운 숨을 내쉬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던 준성에게 한서가 야릇한 얼굴로 물었다.
“아팠어?”
그걸 말이라고.
아주 약간의 과장을 보태서 사람 팔뚝만 하다고 생각하던 물건이 몸 안으로 단번에 쳐들어왔다. 뿌리까지 박아 넣은 굵고 긴 물건이 가차 없이 내장을 가격했고, 좁은 공간을 메우고 있던 내벽이 갑작스러운 부피감에 밀려 짓이겨졌다. 억지로 벌어진 구멍은 혹시 찢어진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쓰라렸다.
아프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다.
장황하게 대답하고 싶은 마음과 반대로 입에서는 힘겨운 숨과 신음이 흘러나오느라 제대로 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준성을 보며 한서가 눈꼬리를 내리며 웃었다.
“어떡하지? 네가 나 때문에 아프다고 생각하면 존나 꼴리는데.”
“으…, 미친…놈….”
어떻게든 입을 벙긋거려 욕설을 만들어 낸 준성이 눈가를 떨었다.
한서의 되먹지 못한 말이 진심이라는 걸 증명하듯이 그의 성기가 안쪽에서 연신 꿈틀대었다. 지금 들어차 있는 게 완전히 다 커진 게 아니라고 말하는 것처럼 버거움이 조금씩 더해지고 있으니, 점점 무서워졌다. 이젠 그만한 흉기를 받아들인 제 몸이 신기할 지경이었다.
준성이 괴롭게 숨을 몰아쉬는 걸 보고 있던 한서가 입매를 유연하게 휘며 몸을 움직였다.
성기를 천천히 빼내다가 철퍽거리는 소리가 날 정도로 뿌리까지 강하게 처박자, 늘어져 앉아 있던 준성의 몸이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크게 들썩였다.
“아앗!”
안쪽에 가해진 또 한 번의 강한 충격에 준성이 비명 닮은 신음을 내질렀다.
이번엔 아픈 것도 아픈 거였지만, 바쁘게 움직이는 내벽 속에 숨어 있던 전립선이 성기 끝에 푹 찔리면서 엄청난 자극을 퍼뜨렸다. 그뿐만 아니라 찔리자마자 성기 기둥에 숨도 쉬지 못할 정도로 완전히 짓눌려 버리는 바람에, 안쪽에서부터 척추를 타고 올라온 자극이 쉽사리 자리를 뜨지 않았다.
말도 못 하고 헉헉거리고만 있는 준성을 먹음직스러운 음식 내려다보듯 바라보고 있던 한서가 또다시 철퍽, 철퍽, 몇 번을 강하게 찔러 댔다. 그때마다 준성의 몸이 격하게 반응하고 그의 신음 담은 목울대가 부드럽게 움직거렸다.
준성은 한서의 성기가 안을 퍽 쳐들어올 때마다 그를 따라 들어오는 뜨거운 물 때문에 안쪽이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정신도 몽롱한 상태라서 머릿속까지 함께 녹을 것만 같았다.
“흑, 아…! 잠깐…, 아흣…. 이거…, 물속…, 그만…….”
성기를 따라 들어온 물이 배 속에서 완전히 빠져나가지 못하고 자꾸만 더해지는 느낌이 나서 갈수록 더 버거웠다. 욕실에 차 있는 수증기뿐만 아니라 물이 품은 열기의 여파가 안쪽을 거듭 자극하는 탓에 정신을 못 차리겠는 것도 문제였다.
“왜? 저번보다 더 뜨거워서 좋은데.”
준성의 내벽이 저번보다 훨씬 뜨겁고 말랑해져 있는 걸 기꺼워하던 한서로서는 이대로 쭉 박아 대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 한서를 유혹하듯, 준성이 그의 어깨에 눈가를 대고 비비적거렸다. 눈가에 퍼진 물기 때문에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서 이용한 것뿐인데, 한서에게는 그게 마치 제게 애교를 부리는 것처럼 보였다.
“으…, 힘들…어어….”
준성이 비비적거리던 촉촉한 눈을 들어 올려다보자, 이를 마주한 한서는 가슴 언저리가 철렁하는 느낌을 받았다.
눈을 부릅뜬 채 굳어 버렸던 한서가 곧 몸을 움직였다.
“흐앗!”
준성의 안을 꽉 채우고 있던 성기가 한 번에 빠져나갔다. 물이 불쑥 들어오지 못하도록 마개 역할을 하고 있던 거나 마찬가지였던 성기가 사라지자, 욕조의 온수가 안을 채우듯이 침범하는 게 느껴졌다.
뒤이어 준성의 몸이 번쩍 들려서는 홱 돌아갔다.
정사각형에 두 사람이 나란히 몸을 뉠 수 있도록 둥그런 공간을 파 둔 욕조라서 각 모서리에는 꽤나 여유로운 평평한 공간이 있었다. 한서는 그 공간에 준성의 상체를 엎드리게 하고서 뒤에서 골반을 붙잡아 엉덩이를 쳐들도록 했다.
눈이 핑글 돌아 버릴 정도로 갑작스레 자세가 바뀐 준성은 타오르는 것처럼 뜨겁던 몸이 시원한 욕조 틀에 엎어지자 조금 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엎드려 있는지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던 준성은 제 엉덩이를 좌우로 잡아 벌리는 느낌에 고개를 쳐들었다. 엉덩이 구멍에서 물이 주르륵 흘러내리는 느낌이 났다.
“하, 씹….”
뒤에서 한서가 거친 숨소리 사이로 욕설을 내뱉는 게 들렸다.
직후.
“아…?!”
손가락이나 성기와는 다른 부드럽고 뜨거운 것이 구멍에 닿았다. 잡아 벌린 구멍의 주름을 매만지다가 당돌하게 안까지 파고든 말랑한 살덩이가 허겁지겁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놀라서 뒤를 돌아보니, 강제로 쳐들린 엉덩이 사이에 얼굴을 묻고 있는 한서가 보였다.
“뭐 하는……! 아! 흐윽, 앗!”
안에 들어간 물을 모두 마셔 버릴 것처럼 강하게 빨다가 혀로 바쁘게 핥아 대는 감각이 너무나 생소했다. 간질간질하면서도 안까지 찌르르 울릴 만큼 기분 좋은 자극은 준성이 그를 말릴 생각조차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으응, 흐, 읏…! 하…악….”
한서가 엉덩이에 박은 얼굴을 뗄 때까지 욕실 안에 들리는 거라고는 야하게 구멍을 유린하는 물기 섞인 소리와 준성의 간드러진 신음뿐이었다.
성기를 넣던 때부터 이미 붉게 변해 있던 준성의 구멍은 한서가 물고 빠는 동안 더욱 탐스럽게 익어 버렸다. 한서는 그 구멍이 오물거리는 모양새를 보며 긴 혀로 제 입술을 축였다.
한서의 손이 그새 커져 버린 준성의 성기를 쓰다듬었다.
“구멍 핥아 주는 게 그렇게 기분 좋았어?”
준성은 한서가 묻는 말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완전히 늘어져 있었다. 완전히 젖은 채로 파르르 떨리는 속눈썹이 금세 내려앉을 것 같다.
이대로 잠깐 놔두면 그대로 잠들어 버릴 것 같았기에, 한서는 준성의 엉덩이를 손으로 철썩 때렸다.
“아!”
물기 묻은 엉덩이를 한 대 때려 주자 준성이 눈을 번쩍 뜨며 반응했다. 매서운 손맛에 엉덩이가 홧홧거렸다.
하지만 그보다 더 놀랐던 건, 엉덩이에 가해진 충격이 구멍과 그 안쪽까지 전해져서 기이한 자극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마치 몸속의 예민한 세포들을 하나하나 손톱 세워 긁는 듯한 느낌이었다.
준성의 반응을 놓칠 리 없었던 한서가 묘한 미소를 지으며 다른 쪽 엉덩이를 때렸다. 손바닥을 잡아 붙이는 듯한 찰진 소리가 터졌다.
“하으!”
반대쪽 엉덩이에서 이어진 자극이 또다시 준성의 안쪽 깊은 곳까지 낱낱이 괴롭히며 지나갔다. 놀라서 오물거리는 구멍만큼이나 눈에 띄게 움찔대는 성기가 한서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우리 주인님이 변태인 줄은 몰랐는데.”
씩 웃으며 속삭인 한서가 그새 붉어지고 있는 둥그런 엉덩이를 손끝으로 부드럽게 쓸어 주었다. 쓰린 살결을 스치는 자극이 알싸하면서도 간지러워서, 준성의 잇새로 떨리는 신음이 흘러나왔다.
손끝이 붉은 살결을 그림 그리며 지날 때마다 엉덩이 전체가 귀엽게 움찔거렸다. 눈이 돌아 버릴 것 같은 시각적 자극에, 한서가 달뜬 얼굴로 한층 세게 엉덩이를 때렸다.
“아-! 앗!”
좌우를 한 대씩 더 얻어맞자,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아팠다. 한 대 맞은 후에 또 같은 자리를 맞는 거라서 그런지 아까보다 더한 충격과 자극이 이어졌다. 그만큼 부드러워진 엉덩이 살을 한서가 기다려 주지도 않고 배려 없이 주물럭거렸다.
“엉덩이 때려 주는 게 그렇게 좋아?”
“입… 닥쳐….”
얻어맞은 엉덩이만큼이나 얼굴을 붉게 물들인 준성이 욕조 틀에 얼굴을 박았다. 안쪽을 울리는 자극이 제 성기로도 퍼져 나갔다는 것을 알기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수치심이 찾아왔다.
푹 숙인 주인의 머리와 달리 일직선으로 꼿꼿이 발기해 있던 성기가 뼈대 굵은 긴 손가락에 휘감겼다.
“봐, 벌써 질질 쌀 거 같잖아. 좀만 더 때려 주면 진짜 싸는 거 아냐?”
한서의 손가락이 욕조의 물이 아닌 약간 끈기 있는 액체를 머금은 성기 끝을 쓰다듬었다. 요도를 간질이는 감촉과 민망한 말에 준성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도한서….”
준성이 붉어진 얼굴을 돌려, 자신의 엉덩이 뒤에 선 한서를 노려보았다.
“발정 난 개새끼면 개새끼답게… 닥치고 그냥 처넣어….”
이런 수치심을 계속 느끼고 있느니, 차라리 빨리 박히고 싸고 끝냈으면 했다.
한서의 입꼬리가 흔쾌히 올라갔다.
“주인님이 원하신다면야.”
어차피 더 참기 힘들었던 건 한서도 마찬가지였다.
한서는 더 때려 달라는 것처럼 경련하는 준성의 붉은 엉덩이 사이로 자신의 성기를 밀어 넣었다. 오물거리던 구멍이 성기를 반가운 듯 통째로 집어삼켰다. 물속에서와는 사뭇 다른 맨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준성의 머리가 튕기듯이 벌떡 들어 올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