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2화 -
도한서답지 않게 배려해주는 게 분명했던 움직임이 갑자기 급박해졌다. 구멍을 차근히 늘리고 있던 성기가 불쑥 힘으로 밀고 들어왔다.
“아악-!”
본능적으로 비명이 터졌다. 안쪽의 예민한 부분이 전한 찌릿한 감각을 느낄 새도 없었다. 딱딱한 돌덩이 같은 뜨거운 성기로 단번에 내장을 쳐올린 타격감과 억지로 늘어나 버린 구멍이 전해주는 화끈한 통증이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들었다.
“으…, 아….”
겨우 흘려보내던 숨이 턱 막혀버린 준성은 한서의 목을 감싼 두 팔을 떨며 헛바람을 삼켰다.
준성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도한서를 도발한 건 명백한 실수였다는 걸.
한층 초점이 사라진 이글거리는 눈동자가 바로 코앞에서 준성을 압박했다.
“힘 빼라고 했지.”
“씨…발, 흑, 그게 마음대로…, 되면… 내가……. 흐윽….”
말은 고사하고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든 준성이었다. 호흡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태인지라, 아래에서 힘을 빼고 싶어도 그게 원하는 대로 되질 않았다.
한서가 귓가를 혀끝으로 핥으며 속삭였다.
“이러다 내 거 잘려.”
귀를 간질이는 부드러운 감각과 비벼지는 타액의 물소리가 자극적이다.
준성은 자신의 귀를 아이스크림처럼 핥고 빨아대는 한서 때문에 옅은 신음을 흘리면서도 도통 힘을 빼지 못했다. 오히려 귀를 간질이는 감각에 반응할 때마다 구멍과 내벽이 움찔하며 조여대기에 둘 다 찌릿한 통증을 느껴야만 했다.
“으…, 흐읏…, 그냥 잘리든가….”
한서의 멈춰 있던 성기가 찰싹 달라붙어 있던 내벽을 밀어내며 움찔거렸다.
“아흑…! 왜 더 커지냐고……!”
“기왕 하는 거, 그냥 더 힘줘 볼래? 잘하면 잘릴 것 같아.”
“미친놈…, 으흑…. 미쳤어…. 또라이 새끼…, 하으….”
준성은 아랫배와 구멍이 전하는 버거운 고통과 배 속을 꽉 채운 압박감 때문에 자꾸만 눈물을 흘렸다. 울고 싶지 않아도 생리적으로 흐르는 눈물은 도저히 막을 수가 없었다. 그걸 본 도한서가 초조하게 타오르는 얼굴로 몇 번의 욕설을 삼키며 준성의 눈물을 아까운 듯 꼼꼼히 핥아먹었다.
그러는 동안, 한서는 연신 준성의 성기를 쓰다듬어 주고 있었다. 통증 때문에 반쯤 시들어버렸던 성기가 차츰 힘을 회복해갔다. 덕분에 준성은 통증뿐이던 아래쪽에서 조금이나마 간지러운 쾌감을 느낄 수 있었다.
구멍이 조금 풀린 것을 느낀 한서가 준성을 향해 헐떡이는 숨소리를 높였다.
“이제 움직여도 돼?”
준성의 성기를 쓰다듬던 손이 바빠지고 그의 귀와 눈가를 핥던 뜨거운 혀끝이 얇은 피부의 목선을 간지럽혔다.
“더는 못 참겠어. 움직여도 되는 거지? 응?”
안달이 난 것처럼 조금씩 꿈틀거리며 움직이던 한서의 성기가 느릿하게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꽉 찼던 안쪽에 약간의 공간이 생기는 느낌과 함께 얼얼한 내벽이 간질거림을 호소했다.
허락도 하지 않았는데 멋대로 움직이던 성기는 이윽고 기둥으로 짓누르고 있던 예민한 부분을 귀두로 꾹 눌러버렸다.
“하읏!”
한서의 움직임 때문에 말조차 꺼내지 못하고 숨을 삼키느라 바쁘던 준성이 허리를 펄떡이며 반응했다.
그로서는 아직까지 이어진 아래쪽의 통증을 단번에 잊어버릴 정도의 놀랄만한 감각이었던지라, 두 눈을 크게 뜬 채 구멍과 내벽을 꽉 조이고야 말았다. 신기한 것은, 구멍에 힘이 들어갈 때마다 아팠던 조금 전과는 다르게 지금은 조이는 것조차 일종의 쾌감이 되어 다가왔다는 것이다.
준성의 반응을 눈여겨보던 한서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빠져나가던 한서의 성기가 방금의 전립선 부분을 고의로 쿡 찔렀다.
“아-!”
터져 나온 신음과 허리를 비트는 반응을 봐버린 한서의 눈빛이 한층 강렬해졌다.
귀두 언저리까지 쑥 빼냈다가 다시금 그 자리를 강하게 누르며 지나가니, 준성의 고개가 홱 젖혀지며 비명 닮은 신음을 터뜨렸다.
“아앗-!”
작은 구멍을 억지로 비집고 들어와서 부드러운 내벽을 벌린 뜨거운 성기가 안쪽 공간을 빈틈없이 꽉 채웠다. 숨이 막힐 듯한 압박감과 함께 내벽의 세포 하나하나를 사정없이 짓누르는 감각이 묘한 쾌감으로 다가왔다.
안을 채운 성기가 스르르 빠져나가자, 이제껏 벌려져 있던 내벽이 헛헛함을 호소하며 꿈틀거렸다. 아직 안쪽에 남아 있는 성기를 나가지 말라며 붙잡듯이 달라붙어 버린 내벽은 조금 전의 짓눌린 감각을 원하며 본능적으로 성기를 간지럽혔다.
안쪽의 꿈틀거림에 기묘한 쾌감을 느끼고 있는 건 준성뿐만이 아니었다.
“하….”
단단한 성기를 마사지하듯이 차닥차닥 달라붙는 뜨거운 내벽, 이어진 자리를 통해 느껴지는 확연한 경련, 소름 끼칠 만큼 높아진 신음과 하얀 피부 곳곳에 선명히 번지는 열기.
한서는 아련한 불빛에 비친 준성을 내려다보며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몰려버린 열기 때문인지 눈에 이상한 필터라도 씐 것 같다.
흥분한 한서가 더운 숨과 함께 욕설을 내뱉으며 아래를 움직였다.
퍽, 하고 살과 살이 부딪치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물건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방이다 보니, 유달리 더 크게 울렸다.
안을 강하게 때리자마자 준성의 허리와 가슴이 들리고 막을 수 없는 신음이 빠져나왔다. 성기가 빠져나갔던 자리에 다시금 압박감이 차버리자, 내벽이 기쁘게 전율하며 빠르게 꿈틀거렸다. 그 탓에 꽉 짓눌린 전립선마저 단단한 기둥에 비벼지며 찌르르한 쾌감을 전했다.
빠르게 빠져나갔다가 그보다 더 빠르게 안을 때렸다. 길고 굵은 성기가 내장을 쳐올리는 감각이 약간의 통증과 엄청난 쾌감을 퍼뜨렸다.
“읏, 아아-! 아!”
빠른 속도로 안을 퍽퍽 쳐대자, 준성이 눈을 크게 뜬 채 신음을 토했다. 내벽을 빠르게 쓸며 지나가는 바람에 일어난 물기 섞인 마찰이 쾌감 닮은 간지러움을 가져왔다. 기분이 좋은 정도를 넘어 정신이 나갈 것 같은 아득한 쾌감에 준성이 겁 먹은 듯 외쳤다.
“잠깐……, 아-! 천천히……! 윽, 흐아-!”
“씨발, 천천히?”
끝없이 터지는 빠른 쾌감 때문에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는 준성의 얼굴을 내려다보던 한서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준성의 바람과 달리, 그의 움직임은 오히려 더 거칠고 빨라졌다.
“여기서 얼마나 더 천천히 해? 나보고 죽으라는 거야?”
누가 보더라도 빠른 속도로 사정없이 쳐대고 있었지만, 한서는 나름 열심히 참고 있었다. 이성이 거의 날아간 지금 순간에도 준성이 망가지지 않을 정도로 조절하며 박아대는 중이다. 이보다 더 천천히 했다간 오히려 답답함에 속이 터져서, 그나마 얇은 실만큼이나마 남아 있던 이성조차 모두 뭉개져 버리지 않을까.
잔뜩 겁먹어서 다음엔 절대 넣지 못하게 할까 봐 조절하는 마음도 모르고, 준성은 제발 천천히 해달라며 우는 중이다.
“아-! 으응, 흑-! 너무 빨……! 으흣-! 천천, 히……, 아앗-!”
생소한 쾌감과 버거운 압박감의 지속, 그리고 감당하기 힘든 안쪽의 간지러움과 저절로 차오르는 절정은 준성의 신음을 거듭 높여갔다.
박으면 박는 대로 속절없이 흔들리며 들썩거리는 준성의 몸을 내려다보고 있던 한서가 그의 가슴 쪽으로 얼굴을 내렸다.
“악-!”
가슴에서 눈이 확 트일 정도의 통증을 느낀 준성이 아픈 소리를 냈다.
“윽, 개새끼냐고……! 흣…!”
붉게 영글어 있던 유두를 중심으로 선명한 잇자국을 만든 한서가 그 라인을 혀끝으로 할짝거렸다. 부드러운 혀끝이 잇자국을 쓸 때마다 찌릿한 쓰라림이 일종의 쾌감이 되어 찾아왔다. 한서의 목을 두르고 있던 준성의 두 팔이 가련할 정도로 바들거렸다.
잇자국 때문에 더욱 몰려버린 열과 피의 중심에 있던 유두가 한서의 입 안에 쏙 들어갔다.
“흐앗-!”
강하게 빨아들인 상태로 유두 끝을 할짝이자, 역시나 아래쪽 내벽의 조임이 선명히 달라졌다. 전기라도 퍼뜨린 것처럼 빠르게 움찔대며 조여대는 감각이 한서의 이성과 본능을 쉴 새 없이 자극했다. 역시나, 이 상태로 천천히 한다는 건 절대로 무리였다.
준성은 자신의 몸을 죄다 씹어먹거나 꿰뚫어 죽여버릴 것 같은 한서의 기세에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그는 몸 전체에 퍼지는 쾌감에 떨며 신음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한서의 뜨거운 숨이 몸에 닿기만 해도 신음이 흘러나왔다. 사람 몸이 이렇게 예민해질 수가 있나, 싶은 생각과 함께 두려움이 찾아왔다.
더욱 두려운 건, 도한서의 맛이 간 눈동자였다.
‘잡아먹힐 것 같아.’
정작 한서의 성기를 야금야금 먹어대고 있는 건 자신의 아랫구멍인데, 도리어 그에게 몸 곳곳을 씹어 먹혀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도한서의 눈은 누가 보더라도 제정신이 아니었다.
“하아…, 강준성….”
한서의 입에서 제 이름이 색스럽게 흘러나올 때마다 그 소리를 파묻듯이 신음하게 된다. 이름을 불러주는 것뿐인데도 이상하게 자극적이다.
“준성아…. 너무 좋아.”
열기를 품은 낮은 목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히며 그르렁거렸다. 준성은 예민해진 몸이 받아들이는 그의 열기에 취해, 이리저리 박혀서 흔들리는 족족 하염없이 신음했다.
“흐, 으읏…! 아흑!”
안을 퍽퍽 쳐대는 무서운 움직임에 그대로 꿰뚫려 버릴 것 같다는 두려움과 이를 뛰어넘을 정도의 쾌감에 몸을 떨었다. 짧은 시간 동안 축적된 자극은 이미 사정을 경험한 준성의 성기를 올곧게 세워두었고, 그도 모자라 절정의 코앞까지 데려다 놓았다.
사정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던 찰나, 여태껏 마구 박아대며 성기를 쓰다듬어 주던 한서의 손이 그것을 꽉 붙잡았다.
“윽?!”
“아직, 기다려….”
한서의 급한 숨이 담긴 입술이 준성의 물기 서린 눈가에 입을 맞추었다.
“같이 가게.”
“흑, 왜 굳이……! 하으으…!”
준성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한서는 고집스러웠다. 준성의 요도 부분을 엄지로 꾹 눌러 막으면서까지 사정을 못 하게 조절했다.
“놔줘…, 아! 흣, 으응!”
“조금만…, 조금만 더.”
낮게 울리는 한서의 목소리가 준성을 괴롭혔다.
“도한, 서…! 읏-!”
울상이 된 준성이 한서의 이름을 부르며 그의 목에 얼굴을 비볐다. 막힘없이 몰려드는 쾌감과 끝까지 차오른 사정감 때문에 참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튀어나온 애원이나 마찬가지였는데, 그게 한서에게는 일종의 스위치 역할을 해버린 모양이다.
“하, 강준성…. 씨발…!”
강한 힘을 실은 욕설을 내뱉은 한서가 이제까지보다 더욱 빠르고 세게 안을 쳐올렸다.
“아앗-!”
연약한 내벽을 가차 없이 때리고 비벼대는 감각에 준성이 두 다리를 벌리고 벌벌 떨어댔다. 이렇게 박히다간 죽고 말 거라는 생각이 들던 찰나, 안을 때리던 성기가 크게 움찔거렸다.
강제로 막혀있던 절정이 확 터지는 느낌과 함께 곧바로 눈앞이 아득해졌다.
“읏, 아아아-!”
쾌감에 물든 신음을 목청껏 내지른 준성은 분명 눈을 뜨고 있음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괴현상을 경험해야 했다. 뒤이어, 깜깜해진 시야에서 새하얀 빛 같은 것이 이곳저곳에서 터져나갔고, 뭉글뭉글한 빛무리가 눈가를 뒤덮다가 흩어졌다.
준성이 지독한 절정을 느끼며 뻣뻣할 정도로 경직된 몸을 움찔거리는 사이, 콘돔을 가득 채울 정도로 싸버린 한서가 거친 숨을 고르며 정신 나간 소리를 흘렸다.
“이대로 한 번만 더 하면 안 돼?”
“흑…, 이… 새끼…, 진짜 미쳤나 봐….”
한서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든 준성이 두 손으로 울상 된 얼굴을 가리며 욕설을 내뱉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