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드 닷 (91)화 (91/240)

- 91화 -

“아, 아읏-! 안 돼…! 하아-!”

안쪽에서 찌릿한 감각이 퍽퍽 터져 나왔다. 눈앞이 까마득해질 정도로 강한 자극이 안쪽 깊은 곳에서부터 머리끝까지 알싸하게 차올랐다.

몸속 어딘가에 이런 이상한 지뢰 같은 게 있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강하게 누를 때마다 퍼지는 낯선 쾌감 때문에 정신이 깜빡깜빡 꺼지려 들어서 무섭기까지 했다. 이대로 정신의 끈을 놓았다간 도저히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는 이상한 신음을 내버릴 것 같았다.

준성은 제 몸이 아닌 것처럼 멋대로 움찔대는 전신을 가누지도 못한 채, 한서의 팔에 매달려 벌벌 떨었다.

“거기, 흑, 그만하라고……, 아읏-! 이 미친……!”

이젠 발버둥을 치는 건지 쾌감에 취해서 경련하는 건지 분간이 가질 않았다.

“하….”

여유가 사라진 한서의 얼굴이 일그러지고, 발정 난 짐승처럼 조급해진 그의 숨이 준성만큼이나 잔뜩 흐트러졌다.

“왜 이렇게 귀엽게 굴어? 여기가 그렇게 좋아?”

“아냐…! 읏, 그만……! 아앗-!”

“아니기는, 씨발. 찌를 때마다 엉겨오는데.”

뜨거운 숨을 내뱉은 한서는 준성의 선액이 흐르는 꼿꼿한 성기를 내려다보며 구멍에 손가락을 하나 더 집어넣었다. 아래에서 곧 찌걱거리는 이상하고 야한 물소리가 들려왔다.

“사정하는 거야, 지리는 거야?”

“둘 다 아니야! 윽, 아-!”

“기왕이면 둘 다 해줬으면 좋겠는데.” 

“미쳤냐고……!”

젤 덕분에 비좁은 구멍을 무리 없이 쑤시던 한서의 손가락이 이내 세 개가 되었다. 아릴 정도로 안쪽을 공략당하던 준성은 늘어난 이물감의 부피 때문에 한서를 노려보았다.

“자꾸 늘리지 마, 개새끼야!”

“하나만 더 늘리면 안 돼?”

“안 돼!”

찔러댈 때마다 깜짝 놀랄 쾌감이 퍼지고는 있다지만 구멍의 통증과 안쪽을 꽉 채운 압박감까지 지울 수는 없었다.

일부러 전립선 부분만 골라서 눌러대고 있던 한서의 세 손가락이 그 안에서 알파벳 W를 만들 듯이 좌우로 쫙 늘어났다. 갑자기 쾌감이 확 줄어드는 대신 안쪽의 공간을 늘리고 휘젓는 낯선 감각이 찾아왔다.

“윽…! 휘젓지, 마…!”

“손가락 늘리는 게 싫으면 이렇게라도 해야지.”

젤 덕분에 부드러워졌다고는 해도 구멍과 안쪽이 작은 건 어쩔 수가 없었다. 한서로서는 찢어진 구멍에서 피를 질질 흘리며 박히는 준성도 좋을 것 같았지만, 그랬다가는 다음부터 순순히 당해주지 않을 것 같아서 나름 본능을 억누르며 배려하는 중이다.

한서의 머릿속을 모르는 준성은 열 때문에 차오른 눈가의 물기를 삼키며 매서운 눈빛을 쏘았다.

“그냥 안 한다는, 선택지도… 있잖아…! 으읏-!”

“없어, 그딴 거.”

한차례 뜨거운 숨을 흘린 한서가 준성의 촉촉해진 눈가를 혀끝으로 그림 그리듯 핥았다.

“있잖아, 열심히 푼다고 풀었는데 넣어도 돼?”

“지금, 도 넣고 있잖……. 윽, 아…!”

“손가락 말고 다른 거.”

“…다른 거, 뭐……?”

눈가에 퍼진 한서의 숨과 조급해 보이는 얼굴 때문일까.

묻지 않고 ‘안돼’라고 못을 박아도 될 것을, 여지를 주려는 것처럼 굳이 물어본다.

안쪽을 열심히 넓히던 손가락이 쑥 빠져나갔다. 갑자기 허해진 안쪽 내벽이 뭔가를 찾는 것처럼 꿈틀거리고 구멍이 오물거렸다.

속삭이는 입술처럼 부드럽고 자그마한 구멍에 두툼하고 뜨거운 뭔가가 닿았다. 윤활제가 묻은 얇은 고무까지 느껴 버린 순간, 아래를 확인하지 않고도 그게 뭔지 알아채 버린 준성이 크게 뜬 눈가를 떨었다.

“야…, 너 설마…….”

손가락으로 구멍을 쑤시고 넓힐 때까지만 해도 반신반의였다. 남자끼리의 섹스 방법을 전혀 모르고 있던 준성이었기에 어쩌면 그저 미친 도한서의 이상한 성벽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전에 두 눈으로 확인한 뜨겁고 굵은 도한서의 성기 끝이 구멍을 꾹 누르자, 엄청난 공포와 불안감이 밀려들었다.

“그, 그거 안돼…. 안 들어가, 미친 새끼야….”

숨이 한층 더 가빠지고 얼굴에서 피가 싹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몸을 빼고 싶어도 아직까지 손으로 내리누르고 있는 한서의 힘이 너무 세서 고작해야 허리를 비틀고 그의 팔을 꽉 쥐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괜찮아. 힘 빼고 있으면 안 찢어져.”

“어떻게 안 찢어져! 아니, 그냥 죽는다고!”

“안 죽게 조절할게.”

“그게 조절한다고……! 아악…!”

기어코 굵은 성기의 귀두 부분이 비좁은 구멍을 넓혀갔다. 억지로 벌어지는 구멍이 찌릿찌릿한 통증을 전했다.

“으윽, 아…파…!”

손가락으로 쑤실 때는 그래도 순차적으로 굵기를 늘려주며 정신없이 들락날락했기에 이물감이 좀 커도 감당할 수 있었지만, 지금 파고드는 굵직한 것은 체감이 전혀 달랐다. 구멍이 불에 덴 것처럼 홧홧하고, 주름 사이사이를 손으로 가차 없이 붙잡고 쫙 늘리는 듯한 아릿함이 뒤따랐다.

이어서 찾아온 건 구멍과 이어진 내벽의 버거운 꿈틀거림이었다. 고작해야 귀두를 삼키기 시작한 것뿐임에도 아래쪽과 엉덩이, 허벅지까지 통째로 떨릴 만큼의 둔통이 퍼져갔다.

한서의 팔을 붙잡은 준성이 본능적으로 손톱을 세웠다. 할퀴고 지나간 긴 자국 끝에 위태롭게 선 준성의 손톱이 하얗게 셌다.

한서는 자신의 팔에 새겨진 붉은 자국을 보며 그보다 더욱 붉은 준성의 성기를 장갑 낀 손으로 감쌌다. 미끌미끌한 젤이 남은 손아귀가 준성의 성기를 달래듯 문질렀다.

“흐읏-!”

머지않아 사정할 것처럼 이미 단단히 서 있던 성기는 한서의 다정한 손길을 느끼며 움찔거렸다. 덕분에 구멍의 통증에만 쏠려 있던 신경이 성기를 통한 쾌감 쪽으로도 눈을 돌렸다.

“힘 빼. 안 그러면 찢어져.”

“그게, 읏, 마음대로……. 하으….”

숨이 가빠서 말도 제대로 못 하는 준성의 귓가에, 한서가 음산하게 속삭였다.

“박힐 때마다 피 흘리며 우는 게 좋으면 그렇게 해주고.”

“이, 씹….”

준성이 이를 악물며 눈을 부라렸다. 치켜뜬 눈가에 아슬아슬 걸려 있던 눈물 한 방울이 또르륵, 볼을 따라 흘러내렸다. 한서는 혀끝으로 그 눈물을 아깝다는 듯이 핥아먹었다.

“할 거면 빨리하라며. 그렇게 할 테니까 다리 더 벌리고 힘 좀 빼줘. 좆대가리 잘리겠거든, 지금.”

준성만큼이나 한서 역시 적잖은 통증을 느끼고 있었다. 잔뜩 부풀어 있는 성기가 귀두를 넣은 채 꽉 붙잡혀버린 터라, 이대로는 어떻게 움직이든 서로 아프기만 할 뿐이었다. 한서로서는 이 통증이 ‘강준성의 야한 구멍’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그것만으로도 자극이 되어 돌아왔지만, 준성은 그렇지 않을 게 뻔했다.

준성의 성기를 쥔 한서의 손이 조금 빠르게 움직였다. 그와 함께 준성의 먹먹하던 숨소리 사이에 옅은 신음이 섞였다.

“착하지, 우리 준성이.”

다정하게 속삭이는 한서의 목소리가 그의 호흡만큼이나 다급했다. 성기에서 느껴지는 간지러움과 구멍의 통증을 함께 느끼고 있던 준성은 입술을 꾹 깨물며 눈가를 떨었다.

애초에 도한서의 성욕을 받아주겠다고 한 건 자신이었다.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곳으로 그의 성기를 삼키는 것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아랫입술을 깨문 준성이 아래쪽에서 천천히 힘을 뺐다. 그러자 통증보다는 성기를 만져지는 쾌감이 더 크게 다가와, 조금 간드러진 신음이 흐르고 말았다.

“으응…, 아….”

귀두를 압박하는 구멍의 힘이 풀어지자, 한서의 성기가 이때다 싶어 안으로 깊이 파고들기 시작했다.

귀두의 굵기보다 당연히 더한 크기의 기둥이 안쪽을 채워나가는 바람에, 기껏 안정시켰던 준성의 숨이 금세 흐트러졌다. 떨리던 눈이 점점 커지고, 벌어진 입에서는 숨 삼키는 소리와 함께 간헐적인 신음이 나왔다.

“잘하고 있어.”

준성을 칭찬하는 것처럼 보인 그 말은 사실 한서에게도 해당하는 말이었다. 한서는 지금 이때까지도 자신의 욕망과 본능에 필사적으로 싸우는 중이었다. 원하는 대로 했다가는 준성을 완전히 헤집어서 망가뜨리고 말 것 같았기에, 최대한 그를 배려하고 있다.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숨을 헐떡이던 준성이 한서를 향해 손을 뻗었다.

“읏…, 그냥… 빨리해….”

어느 정도 적응이 된 탓일까.

준성은 자신이 도한서를 도발하고 있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한 채, 그의 목에 두 팔을 둘러 확 당기며 으르렁거렸다.

“감질나게 하지 말고 그냥 다… 처넣으라고….”

준성은 자신의 안을 조금씩 채워가는 느릿한 감각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매도 맞으려면 빨리 맞는 게 낫다는 주의이기도 했고 뭐든 결정했으면 빨리 진행해야 속이 시원한 성격이다 보니, 한서의 그답지 않은 느릿한 배려가 싫기까지 했다. 기다리는 사람들 때문에라도 빨리하고 나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도 한몫했다.

“오늘은 못 봐준다고 한 게 누구야?”

마음을 굳힌 준성이 최대한 아래쪽에서 힘을 빼며 눈꼬리를 치켜 올렸다.

“평소에 뭘 얼마나 봐줬는지 모르겠지만, 봐주지 말고 어디 한번 원 없이 해 보라니까.”

패기롭게 도발하던 준성은 자신을 바라보는 타인의 눈빛이 단번에 달라지는 걸 느끼며 곧바로 후회해야만 했다.

도한서의 눈동자에 떠오른 건 여태껏 어떻게 갈무리하고 있었는지 모를 극단의 욕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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