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9화 -
이글거리는 한서의 눈을 지지 않고 바라보던 준성이 도발적으로 픽 웃었다.
“누가 봐 달라고 한대?”
그런 말을 해본들 봐주지 않을 거라는 건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단, 벌써 나간 지까진 모르겠지만 창민과 경오, 지안이 기다릴 거다. 그러니 느긋하게 여유 부릴 시간은 없다.
준성은 민망하게 벌어진 다리에서 힘을 뺀 채 벽에 편안히 등을 기대었다.
“할 거면 빨리해.”
이때 준성은 한 가지를 착각하고 있었다. 기껏해야 컨테이너 사무실에서 했던 것처럼 서로의 성기를 비비고 손으로 주물럭대는 게 고작일 거라고 안심하고 있었다. 한서의 말마따나 보는 눈도 없으니 그때보다는 다소 편한 마음으로 있을 수 있었다.
준성이 방심하고 있다는 걸 알았는지, 한서가 그의 허리를 잡아 확 당겼다. 벽에 기대고 있던 등이 주륵 미끄러져서 침대에 다리를 벌린 채 누운 상태가 되어버렸다.
“후회하지 마.”
“뭘……!”
아래에서 느껴지는 감각에 준성이 눈을 크게 뜨며 고개를 번쩍 쳐들었다. 준성의 성기를 품은 드로워즈 앞섶을 한서가 보란 듯이 핥아 올리고 있다.
“왜, 왜 핥아?!”
“하아…, 왜냐니.”
어째 변태를 연상케 하는 뜨거운 숨을 헐떡인다.
“맛있게 생겨서 맛 좀 보려고.”
한서의 목소리에서 여유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이상한 불안감에 흠칫한 준성이 한서의 머리를 손으로 밀었다.
“먹는 거 아니야! 잠깐……!”
준성의 방해가 들어왔음에도 한서는 멈추지 않았다. 얇은 드로워즈를 타고 약간 라인이 또렷해진 성기의 기둥을 무슨 막대 아이스크림 먹듯이 핥아댔다. 간지러움을 동반한 자극이 성기를 쉴 새 없이 자극하자, 준성은 한서의 머리를 밀어내는 게 아니라 오히려 붙들어버린 채 몸을 파들거렸다.
“아흣, 으…!”
답답한 드로워즈 안에서 성기가 꼿꼿해지는 게 느껴졌다. 똑같이 핥아대도 자극은 처음보다 점점 더 강해져 가고 있었다.
한서는 준성의 숨이 잔뜩 흐트러진 채 신음까지 흘리자, 그의 축축해진 드로워즈를 살짝 내려서 성기를 빼냈다. 선액을 머금은 단단해진 성기가 올곧게 머리를 쳐들었다.
드로워즈에게서 해방된 성기의 기둥을 혀로 정성껏 핥아주던 한서는 이내 그것을 제 입에 덥석 물어버렸다.
“아앗-!”
뜨거운 타인의 입에 성기가 삼켜지자마자 준성은 아까와 비교도 안 되는 자극을 받으며 허리를 들썩였다.
한서가 단숨에 성기의 뿌리까지 삼켜버린 터라, 귀두가 뜨거운 입속 내벽에 짓눌리듯 닿아버렸다. 그곳에서 시작된 뭔가가 터지는 듯한 강한 자극만으로도 몸이 떨리는데, 한서는 제 입 안에 들어온 성기를 가만두려 하지 않았다. 키스할 때처럼 그의 긴 혀가 성기를 휘감듯 핥아댔다. 녹아버릴 것처럼 뜨거운 입 안에서.
“아앗-! 흣, 으읏…! 아!”
이번만큼은 도저히 신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뜨겁고 부드러운 입 안에 삼켜진 성기는 그 안에서 도망칠 곳도 없이 자극당해야 했다.
놔주는 척하면서 입을 뺄 때는 입술에 힘을 주어 빨아들이면서도 혀끝으로 연신 기둥을 둥글게 핥으며 간지럽혔다.
그러다 귀두 아래까지 입술이 빠져나오면 그대로 혀끝을 세워 요도를 후벼 파듯 휘저었다. 뭔가를 쌀 것 같은 배설감을 종용하는 극도의 간지러움에 소리를 내다 보면, 약을 올리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이를 살짝 세워서 기둥을 긁는 채로 뿌리까지 내려간다. 치아에 쓸리는 느낌이 어찌나 오싹한 지, 몸 전체가 한기라도 느낀 것처럼 부르르 떨렸다.
준성은 헐떡이는 숨 사이로 흘러나오는 자신의 야한 신음을 손으로 막으며 눈가를 떨었다.
‘이게…, 이게 뭐야….’
성기에 타인의 손이 닿았던 것도 며칠 전이 처음이었는데, 이번엔 아예 말로만 듣던 펠라를 받고 있었다. 그것도 동성에게.
엄청난 민망함이 머릿속을 태워버릴 것 같다. 그런 와중에도 목구멍을 넘어온 신음이 입 안을 메아리쳤다.
그때, 정말 맛이라도 보는 것처럼 정성 들여 할짝거리던 한서가 돌연 이를 세웠다.
“아야!”
생각도 못 하고 있다가 갑자기 찌릿한 통증이 느껴져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한서가 방금 살짝 물었던 기둥 부분을 혀끝으로 쓰다듬고 있다. 혀 놀림은 자상하기 이를 데 없었지만,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은 준성을 무섭게 만들었다.
“씨발, 씹어 먹고 싶어.”
‘맛이 갔다’라는 표현이 어울릴 법한 홀린 눈으로 준성을 올려다본 한서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조금만 씹어도 될까? 피 나도 내가 다 핥아줄게.”
“절대 안 돼, 개새끼야.”
자극으로 세워진 성기는 방금처럼 살짝 물린 것만으로도 깜짝 놀랄만한 감각과 통증을 가져다주었다. 어디를 물리든 마찬가지겠지만, 성기는 더더욱 그래선 안 될 부위였다.
준성이 정색하며 대꾸하자, 한서가 아쉽다는 눈으로 그의 성기를 삼켰다.
그 상태로 혹시나 또 물어버릴까 봐 경계심이 든 준성이 이제 그만하라며 한서의 머리채를 잡은 순간.
“으윽-?! 아!”
한서의 펠라가 갑자기 빨라졌다. 이때까지 느릿하게 움직인 게 신기할 정도로 빠르게 성기를 삼켰다가 귀두 앞까지 빠지길 반복했다. 그러면서도 성기를 세울 때처럼 혀를 빠르게 놀리고 흡입하듯 빨아대기도 했다.
부드러운 입술과 말랑한 혀, 귀두에 닿는 목구멍 내벽의 느낌이 한층 또렷해졌다. 그와 함께 계획적으로 간지럽히듯 스쳐 지나가는 치아 때문에, 어쩌면 이러다 물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었다. 그런 불안감은 오히려 신체 곳곳으로 퍼져 나가는 감각에 자극만 더한 꼴이 되었다.
“으읏, 아…, 흐읍…!”
속절없이 농락당하는 성기를 타고 아랫배 깊숙한 곳까지 넘어간 찌릿한 자극이 이젠 아래쪽 척추를 타고 올라와 머릿속까지 두드려대었다. 이 자극이 너무나 기분 좋다는 것 외에는 무엇도 생각할 수가 없었고, 눈앞은 탁하게 흐려졌다가 밝게 깜빡이기를 반복했다.
어느 순간, 아래쪽에 소용돌이처럼 몰려드는 응축된 자극이 꿈틀대는 게 느껴졌다. 단전과 성기 안쪽을 돌던 그것은 금방이라도 성기 밖으로 터져 나갈 것 같았다.
“그만, 흡, 으읏-! 도한서…!”
절정이 코앞인지라, 한서의 머리를 밀어내려 애를 썼다. 이대로는 그의 입 안에 사정해버릴 것 같았다.
“나올 것 같으니까, 흐으-! 그만…!”
밀어내는 이유까지 말했는데, 어째 한서는 물러나지 않았다. 그러기는커녕, 오히려 마음껏 사정해달라는 것처럼 속도를 올려서 빨아대고 흡입하는 강도까지 높였다.
“아-! 이 미친 새……! 흣-!”
한서의 정신 나간 눈빛을 보며 그가 뭘 바라는지 알아챈 준성은 신음 사이에 ‘미친 새끼’라는 말을 거듭 끼워 넣으며 몸을 비틀었다. 그래 봤자 이미 한서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골반까지 붙잡고 있었기에, 그의 움직임은 그저 자극만 더할 뿐이었다.
준성은 곧 한계에 다다랐다.
“아앗-!”
성기 안쪽에 모여 있던 뭔가가 터져 나오는 느낌이 났다. 허리와 가슴이 멋대로 높이 들썩이며 전신의 근육이 팽팽해졌다. 엉덩이와 허벅지에 강한 힘이 들어가고, 손과 발끝이 쫙 펴진 채 경련했다.
사정으로 인한 쾌감 때문에 정신이 나갈 것만 같았다.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을 만큼 머릿속이 거칠게 뒤흔들렸다.
숨을 쉬는 것조차 잊었던 준성은 점차 잦아드는 사정감에 그제야 토하듯이 호흡했다. 이에 맞춰, 경직되어 있던 근육도 사르르 풀리며 전신이 힘없이 늘어졌다. 한서의 머리를 붙잡고 있던 손도 툭 떨어졌다.
그때까지 준성의 성기를 목구멍까지 박고 있던 한서는 고개를 뒤로 빼며 천천히 놓아주었다. 그냥 떨어져 나가는 것도 아니고 여전히 흡입하면서 성기를 놔주니, 미처 나오지 못하고 기둥 속에 남아 있던 아주 약간의 정액마저 모두 빨려 나왔다.
요도에 맺힌 잔액(殘液)까지 빨아들인 한서가 입 안에 남은 맛과 향을 음미하며 준성을 내려다보았다. 눈이 마주친 준성이 어이없어하며 놀라는 표정을 짓더니,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려버렸다.
“진짜 미친 거 아니냐고…. 그걸 왜 먹어, 대체.”
준성의 허무한 중얼거림을 무시하듯, 입 안에 남은 잔액과 잔향이 사라지는 걸 아쉬워하던 한서가 그의 드로워즈를 붙잡았다. 다 끝난 줄 알았던 준성은 얇은 드로워즈마저 휙 빼앗겨 내던져지자, 얼굴을 가리고 있던 손을 치우고서 깜짝 놀란 눈을 보였다.
“뭐야? 왜?”
“왜긴 왜야.”
침대 옆의 트레이를 더듬는가 싶던 한서가 몇 가지 물건을 꺼냈다. 그의 손에 잡혀 온 건 상아색의 수술용 장갑과 투명한 젤이 담긴 손바닥 길이의 병 하나, 그리고 개별포장 여러 개가 연결된 콘돔 한 줄이었다.
“이제부터가 진짜인데.”
준성은 터질 것처럼 붉은 얼굴로 거친 숨을 헐떡이는 도한서보다도 그의 손에 들려 나오는 물건들에 더욱 눈이 갔다. 준성의 미간이 어느새 찌푸려져 있다.
수술용 장갑이나 젤은 그렇다 쳐도 콘돔은 왜 여기 있는 걸까. 당연한 의문이 들었다.
“야.”
준성의 차가운 목소리가 한서를 향했다.
“너 여기서 섹스도 했냐?”
한서의 고개가 갸웃하는 걸 보며, 준성이 날을 세워 물었다.
“누구랑?”
준성의 매서운 눈과 마주친 한서는 갑자기 엄습한 오싹함이 어깨를 짓누르는 걸 느꼈다. 준성의 성기를 입 안에 삼켰을 때 느낀 충족감과 쾌감을 닮은 감각이, 이번엔 한서의 어딘가에 잠재되어 있던 스위치 같은 것을 겁도 없이 누르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