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61회 -
준성은 자신이 ‘개새끼’라고 불렀던 걸 그대로 써먹는 한서를 보며 그를 어떻게 칭찬해줄까 고민했다. 머리에 손을 얹게 했으니 쓰다듬어 주는 정도면 되려나.
슥슥, 두 번 쓰다듬어 봤지만 표정엔 변화가 없다. 이 정도로는 전혀 만족하지 못하는 듯했다.
간단한 토닥임이나 ‘잘했어’와 같은 말 정도로는 효과가 없을 것 같기에, 다른 방법을 생각해보았다.
‘도한서가 좋아하는 게 뭐지?’
그 질문에 맞춰 알아서 떠오르는 장면들이 있었다. 오래도록 만난 사이는 아니어도 그가 무엇에 눈을 빛내는지 정도는 알고 있었다.
‘어쩔 수 없지.’
벌써 민망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대충 머리만 쓰다듬고 넘어갈 수가 없었다. 칭찬이 마음에 안 들면 내일부터 당장 비협조적으로 나올 수도 있고, 어쩌면 자신이 안 볼 때 다른 사람들에게 위해를 가할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눈앞의 검은 개새끼라면 충분히 그럴듯했다.
준성은 쓰다듬고 있던 한서의 머리를 자신에게로 끌어당겨 보았다. 얌전히 끌려와 주는 그의 머리에 맞춰 턱을 위로 들었다.
‘차이 나는 키만큼 반 뚝 떼서 날 줬음 좋겠네.’
살면서 절대 작은 키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도한서와 함께 있으면 괜히 더 작아 보이고 왜소해진 느낌이 들었다.
작은 불만을 삼킨 준성이 한서의 입술에 입맞춤했다.
처음에는 입술을 비비는 것에 불과했다. 간지럽게 비비다가 혀끝으로 살짝 할짝거려보았다. 부드러운 살결을 쓰다듬는 느낌이 생각보다 기분 좋았다. 손이나 다른 부위로 매만져보는 것보다 훨씬 부드럽고 말랑한 느낌이었다.
‘이래서 자꾸 할짝거렸나?’
도한서가 키스할 때마다 연신 할짝거리면서 입술을 못살게 굴기에 똑같이 해봤던 건데, 생각보다 더 부드럽고 기분이 좋았다. 딱히 달달한 뭔가를 바르지 않아도 자꾸 핥아보고 싶은 이상한 느낌도 들었다.
어서 들어오라는 듯이 약간 벌려져 있는 입술 사이로 혀를 집어넣어 보았다.
부드러운 입술을 타고 안으로 조심스레 들어가 본 혀가 제일 먼저 만난 건, 고르고 딱딱하면서도 제 것보다는 살짝 날카로운 치아였다.
막상 파고들어 보니 조금 겁도 났다. 어제 도한서가 자신의 혀를 콱 깨물었을 때 피가 나던 장면이 아직도 생생했다.
‘물진… 않겠지?’
사람 입 안에 혀를 넣어 키스한다는 게 이렇게나 무서운 거였던가. 아니면 상대가 도한서라서 무서운 건가.
다행히 한서는 아주 얌전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의아할 정도로 너무 얌전해서, 위아래 치아를 살살 더듬어보고 입 안 깊숙이 파고들 때까지도 아무 일이 없었다.
‘도한서가 얌전하니까 기분이 이상하네.’
평소 같으면 제 혀가 잡히기만 했다 하면 뽑아버릴 것처럼 달려들 텐데, 지금은 어째서인지 너무 얌전하다. 잠들기라도 한 것처럼 혀까지 가만히 바닥에 내려가 있기에, 준성이 그 혓바닥을 톡톡 두드려보기까지 했다. 그러자 슬쩍 위로 뜬 한서의 혀가 인사하듯이 혀끝을 비볐다.
준성은 자신을 반기는 도톰한 혀와 제 혀를 비비다가 그걸 조심히 휘감아보았다. 서툴고 어색했지만, 한서가 했던 걸 그대로 떠올리며 시도해보자 그래도 얼추 흉내는 낼 수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얌전하던 한서가 목으로 웃었다. 작은 웃음소리와 진동이 혀까지 전달되어, 그가 웃는 걸 모를 수가 없었다.
준성은 한서가 자신을 비웃는 것 같아, 눈꼬리를 치켜올리며 그를 노려보았다. 생각과 달리, 한서는 약간 붉어진 얼굴로 부드러운 눈을 하고 있었다.
‘뭐야, 왜 그렇게 봐?’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묻고 싶었다. 어째 한서의 눈빛이 눈앞에서 애교 떠는 강아지를 훈훈하게 내려다보는 주인 같다고나 할까.
주인과 개새끼가 바뀐 것 같은 느낌에 기분이 확 나빠져 버린 준성이 이젠 꽤 적극적으로 그에게 돌격했다.
깊이 집어넣은 혀로 한서가 그랬던 것처럼 입천장도 쓸어보고, 혀를 비비다가 휘감아 당기기도 해보았다. 한서만큼 혀가 길진 않아서 목구멍 앞을 간지럽히며 쓰다듬는 건 못 해봤지만, 그래도 적극적으로 혀를 놀렸다.
“음….”
한서의 입에서 약간의 신음이 흘렀다. 여유롭던 눈가도 약간 꿈틀거리는 걸 보았다.
이게 대체 뭐라고, 준성은 저도 모르게 뿌듯함을 느껴버렸다. 자신의 신음에 신경 쓰던 도한서가 또 이해되기 시작했다.
‘오늘은 ‘도한서 이해의 날’인가.’
그런 생각을 하며 내심 키스를 즐기고 있던 준성은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느껴지는 감촉에 화들짝 놀랐다.
“……!”
한서의 손이 준성의 엉덩이를 쓰다듬고 있었다. 부드럽게 매만지는 감각이 꼭 간지럼을 태우는 것 같아서 어깨가 움찔했다.
엉덩이의 느낌 때문에 혀가 멈춰버리자, 얌전하던 한서가 준성의 입술을 본인 혀로 톡 건들며 속삭였다.
“신경 쓰지 말고 계속해.”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읏!”
준성의 엉덩이가 한 손에 콱 잡혀버렸다. 갑자기 움켜쥐는 바람에 엉덩이 근육을 비롯해 허벅지와 아랫배까지 살짝 힘이 들어갔다.
“손 안 치워?”
“키스만으로는 한참 부족한데, 여기라도 내주면 안 돼? 키스하는 동안 만지기만 할게.”
그새 목소리가 낮아진 한서가 준성의 입술을 맛있는 사탕 먹듯 할짝거렸다.
“응? 안 돼? 안 돼요, 주인님?”
어린아이가 된 것처럼 칭얼거리는 한서를 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던 준성은 곧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키스를 이었다. 까짓거 엉덩이나 팔이나, 살집 만져지는 건 어차피 매한가지라고 생각하며 그다지 의미를 두지 않았다.
준성이 다시금 아기 새 같은 키스를 시도하는 동안, 한서는 그 몰래 눈으로 웃으며 손을 움직였다.
한 손에 꽉 들어차는 크기.
한서의 손이 큰 것도 있지만, 확실히 준성의 엉덩이가 작기도 했다.
준성은 자신의 엉덩이를 연신 한 손에 쥐었다 풀었다 하는 한서가 이해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그가 꽉 쥐었다가 놔줄 때마다 묘한 긴장과 간질거림이 올라와, 자신이 이상한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바지 밖에서 엉덩이를 주무르던 손이 그 안으로 불쑥 들어왔다. 이번엔 바지 속 부드러운 재질의 드로워즈와 함께 조물조물하고 있다.
만지는 걸 OK 했던 건 어디까지나 바지 밖에서였는데, 이 불순한 손은 과감하게 그 안으로 파고들어 엉덩이를 쥐어버리니 당연히 놀라버렸다.
“읍, 야, 왜 바지 속으로……! 흡, 읏!”
입술을 떼며 따지려던 준성은 곧바로 입 안으로 들이닥친 혀 때문에 목소리가 막혀버리고 말았다. 밀어내며 도망가려 해봤지만, 엉덩이를 세게 붙잡혀서 당겨지는 바람에 입술을 그대로 내어줘야 했다.
“흐읏, 읏-!”
기분이 이상했다.
입 안에 들어찬 혀가 이곳저곳을 쳐대며 비비는 것만으로도 혼이 쏙 빠질 것 같은데, 단순히 주물러지고 있을 뿐인 엉덩이에서부터 당황스러울 정도의 기분 좋은 간지러움이 올라오고 있었다.
준성이 혼란스러워하던 그때.
준성의 엉덩이를 주무르던 손이 옆으로 조금 움직이는가 싶더니, 이번엔 엉덩이골 사이를 미끄러지듯 파고들었다.
“읍……?!”
엉덩이골이 시작되는 자리에서부터 아래로 부드럽게 파고들 듯 들어간 긴 손가락이 엉덩이 사이를 위아래로 비벼댔다. 저도 모르게 양 엉덩이에 힘이 들어가서 손가락을 꽉 쥐어버리는 상태가 되었다.
한서의 눈이 음흉해졌다. 준성의 입 안을 탐하던 그의 혀가 한층 더 뜨거워진 느낌이 들었다.
엉덩이 사이를 파고든 한서의 손가락이 어딘가를 찾듯이 매만지며 더듬었다. 그러다가 깊숙한 곳에 숨어있는 작은 구멍을 찾아내어, 그것을 꾹 눌러보았다.
“읏, 도한서!”
얼른 입을 떼고 소리를 높인 준성이 그를 밀어내려 했다. 한서는 밀려나긴커녕, 오히려 엉덩이골 사이를 누르는 손에 힘을 주었다. 드로워즈 때문에 안으로 완전히 파고들진 못했지만, 작은 구멍을 살짝 찔러보는 정도는 충분히 가능했다.
“윽!”
예상치 못한 공격에 준성의 허리가 곧추세워지고 그의 눈이 크게 떠졌다. 한서는 그런 준성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붉은 입술 끝을 길게 끌어 올랐다.
한서는 자신들을 가리기 위해 담요를 들어 올리고 있던 팔로 준성의 얼굴을 감싸 안았다. 두 사람의 머리 위에 얹어진 담요는 그들을 마치 한 사람인 것처럼 보이게 했다.
당황한 준성의 얼굴이 한서의 어깨에 묻어졌다. 뒷머리는 한서의 손에 붙잡혀 당겨진 채라, 머리를 빼거나 드는 것도 불가능했다. 그 상태로 준성은 자신의 골 사이를 집요하게 노리는 손가락에 연신 몸을 움찔거렸다.
“읏, 도한…서, 아! 잠깐, 거긴 왜……! 윽!”
한서의 손가락이 준성의 구멍을 계속 건드려대었다. 그러다가 골을 따라 표면을 깊이 미끄러져 들어갔다가 나오기도 하고, 구멍을 찌르지 않고 간지럽게 비벼대기도 했다. 그때마다 준성의 엉덩이가 움찔거리며 한서의 손가락을 부러뜨릴 듯 잡아댔다.
“큰일이네.”
한서의 열기 띤 목소리가 한숨처럼 들려왔다.
“이렇게 작으면 내건 어떻게 먹지?”
먹어? 뭘?
준성은 그의 이해할 수 없는 말에서 이상한 공포를 느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