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드 닷 (52)화 (52/240)

- 052회 -

“읍-…!”

입이 막힌 상태여도 그만하라는 의미로 소리를 크게 내려다가 멈칫했다. 준성의 눈이 창민과 지안에게 향했다.

“우음….”

지안이 뒤척이며 옆으로 돌아누웠다. 차라리 창민처럼 벽 쪽을 보며 돌아 누워주면 좋겠는데, 애석하게도 준성과 한서 쪽을 보듯이 누워버렸다.

긴장으로 굳어버린 혀를 상처 난 혀로 살살 비벼주던 한서는 준성의 떨리는 눈이 어디로 향해 있는지 알아채고서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소리 내면 눈 뜰지도 모르겠네.”

“읏, 너……. 흑, 읍….”

준성은 드로워즈 안에서 자신의 성기를 둥글게 쓰다듬는 한서의 손길이 너무 간지러웠다. 약간은 거친 손바닥이 여린 표면을 스치며 눌러줄 때면 뱃속 깊은 곳 어딘가가 톡톡 터지는 것 같은 이상한 느낌도 들었다. 자신에 비해 상대적으로 서늘한 체온을 품은 한서의 손이 온도 차 때문인지 너무 기분 좋았다.

전신의 모든 열이 성기로 몰려가는 것 같았다. 건드릴 때마다 전기가 오는 것 같은 간지러움 때문에 몸을 움찔하게 되고 그때마다 성기는 깜짝 놀란 것처럼 조금씩 고개를 쳐들었다.

준성은 타인의 손에 자신의 가장 여린 부분이 만져지는 이 느낌이 너무나 생소했다. 어제 한서가 바지 위로 잠깐 만졌을 때도 기분이 이상했는데, 지금은 이상한 수준을 넘어서 무서울 지경이었다.

준성은 입을 꾹 다문 채 참아내다가 더는 안 되겠기에 한서의 몸을 두 손으로 밀어내려 애를 썼다. 하지만 한서의 몸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눈을 가늘게 뜨던 한서가 갑자기 준성의 성기를 한 손에 그러쥐었다.

“으, 앗…!”

저도 모르게 큰 소리로 신음을 낼 뻔했던 준성은 얼른 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지안을 바라보았다. 아직까지 아무런 변화 없이 잘만 자고 있지만, 방금처럼 소리를 냈다가는 정말 깨워버릴지도 모른다.

“밀어내지 마. 도망치지도 말고.”

한서의 손이 이제 막 단단해져 가는 준성의 성기를 위아래로 쓸었다.

위로 쓸어올릴 때마다 준성의 몸이 바르르 떨리고, 내려갈 때는 눈에 띄게 호흡이 가빠졌다. 하얗던 얼굴에도 그새 열이 올라 보기 좋게 익어갔다. 표정 변화가 크지 않던 얼굴엔 어찌할 줄 몰라 당황하는 내색이 역력했다.

한서는 그런 준성의 반응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고스란히 눈에 담았다. 준성은 아랫입술을 찢어질 정도로 꾹 깨물고서 떨리는 눈으로 한서를 노려보았다.

“이거, 당장 그만…해….”

“쉬이….”

먹잇감을 앞에 둔 포식자처럼 살기등등한 눈을 드러낸 한서가 준성의 말을 막았다.

“조용히 해 봐. 감상 중이잖아.”

“미친 새…끼……! 흑!”

한서는 준성의 성기를 한차례 꽉 쥐었다. 부드러운 쓰다듬음에 익숙해져 있던 성기가 파들거리며 놀랐다. 그에 맞춰 준성의 입에서도 순간 명확한 신음이 튀어나올 뻔했다.

한서의 가슴팍을 밀어내다가 이젠 매달리듯 잡아버린 준성이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느릿하게 커 가던 그의 성기는 방금의 압박으로 인해 화들짝 놀라 머리를 꼿꼿이 쳐들고 있었다.

“기분 좋아?”

“흡…, 몰…라.”

준성이 고개를 저으며 원망하는 눈빛을 보냈다.

분명 사람들 앞에서는 이런 거 하지 말라고 했는데, 제 얘기는 귓등으로도 안 들은 것처럼 한가하게 감상이나 하고 있다. 게다가 키스 수준도 아니고 남 앞에서 성기를 고스란히 내보여주고 있어야 한다니.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걸 불만으로 삼고 뭐라고 한들, 제대로 들어 먹을 도한서가 아니다.

준성이 속눈썹을 파르르 떨며 눈을 내리깔았다.

“그만 안 할 거면… 빨리 끝내….”

준성으로서는 그게 그나마 타협점이었다. 이러는 동안에도 한서의 손은 멈추지 않고 느긋하게 움직이는 중이고, 낯선 타인의 손길에 취약한 제 것은 이미 발기할 만큼 발기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조용히 빨리 끝내버리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준성은 두 손으로 제 입을 틀어막았다. 이후 어떠한 신음도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다. 특히나 절정에 달할 때는 무슨 소리가 나올지 몰라서 더욱 대비해야 했다. 지금처럼 살살 만져주는 것만으로도 목구멍이 간질간질해서 소리를 내지 않고 참는 게 너무 어려웠으니까.

무슨 감정을 가졌는지조차 가늠되지 않는 차가운 눈동자가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준성을 못마땅하게 바라보았다.

한서의 손이 갑자기 성기에서 떨어져 나갔다. 이 새끼는 청개구리인가, 하고 눈을 부라리려던 준성은 그가 갑자기 자신의 두 손을 붙잡아 올리는 것에 당황했다.

한서는 준성의 두 손을 머리 위로 교차해 올려서는 그대로 벽에 눌러 붙였다. 그러고선 교차 된 얇은 손목 두 개를 한 손으로 붙잡아 결박했다.

눈 깜빡할 사이에 두 손을 못 쓰게 된 준성이 뒤늦게 당황했다. 손을 빼려고 움직여보는데, 완전히 벽에 짓눌린 두 손목이 도통 움직이질 않았다.

한서의 눈꼬리가 예쁘게 휘어졌다.

“감상 중이랬잖아. 얼굴 가리면 안 되지.”

“최소한 입은 막아야 할 거 아냐.”

“입을 꼭 손으로만 막아야 해?”

무슨 말인지 잠시 생각해보자마자 알겠다. 도한서가 뭘 원하는지.

한서가 매력적인 눈웃음을 치며 준성에게 나지막이 속삭였다.

“신음, 잘 참아야 해. 못 참겠으면 키스해달라고 하고.”

“야…, 흐, 읍…!”

준성은 제대로 된 말도 못 하고 입을 꾹 다물어야 했다. 양손이 결박된 자신과 달리 오른손이 자유로운 도한서는 이미 그의 성기를 한 손에 움켜쥐고 있었다.

이어진 건 이제까지의 느릿하고 간질거리는 쓰다듬음 정도가 아니었다.

손아귀를 귀두까지 빠르게 쳐올리고 부드럽게 내려갔다가 터뜨려버릴 것처럼 강하게 압박하며 쳐올렸다. 그러다 뿌리 아래까지 내려가서는 긴 손가락으로 고환을 꾹 누르며 쓰다듬고 올라와, 손톱을 살짝 세워서 기둥을 긁어 올렸다.

“으, 읏, 흐윽…!”

어느 것이든 다 무섭고 생소했다. 제각기 다른 기이한 쾌감이 성기와 아랫배를 중심으로 소용돌이 그리듯 빙빙 돌았다. 눈앞이 아득해졌다가 돌아왔다. 마구 흐트러진 시야는 아래쪽을 괴롭히는 도한서에게 이어진 것처럼 그의 눈동자에 맞춰져서는 떨어지질 않았다.

열기가 모인 눈가가 촉촉해지는 걸 느꼈다. 일그러진 미간은 아래쪽의 반응과 맞물려 애처롭게 파들거렸고, 치아에 눌린 입술은 자꾸만 달싹거려서 더욱 꾹 깨물어야 했다.

아래쪽을 쓰다듬는 큼직한 손의 움직임이 조금씩 빨라져 갔다. 서늘하던 손아귀가 어느새 준성의 뜨거운 성기와 체온을 나눠 가져, 그에 비할 바 없는 뜨거움을 품었다.

한서의 손이 준성의 성기를 귀두까지 끌어올렸다. 그러고선 이번엔 내려가지 않고 손바닥으로 귀두를 덮은 채, 다른 손가락들은 기둥 쪽으로 둥글게 모았다. 그리고 빙글빙글 손목을 돌리며 손톱으로 기둥을 괴롭혀주었다.

“으, 으응, 윽-!”

귀두를 집중 공략당하기 시작한 준성은 가슴과 허리까지 들썩거리며 눈을 크게 떴다.

차라리 기둥만 위아래로 쓸어줬으면 좋겠다. 귀두가 약한 건지, 한서의 손길이 대단한 건지, 귀두가 비벼지면서 기둥이 긁히는 감각만으로도 삽시간에 배설 욕구가 찾아왔다.

만약 한서가 한쪽 팔까지 자유로웠다면 기둥을 쓸면서 이렇게 하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상상만으로도 숨이 삼켜졌다. 기둥을 쓸어올릴 때 차오른 사정감과 귀두를 공략당한 강제적인 배설 욕구가 맞물려서, 어쩌면 한 가지가 아니라 두 가지 액을 싸버렸을 수도 있겠다는 허무맹랑한 생각도 들었다.

귀두를 공략당하는 내내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입술을 꾹 깨물고 있을 힘도 없다. 목구멍이 간질간질할 정도로 신음이 돌고 돌아 괴로웠다.

“준성아.”

정신이 없는 와중에 이름을 불리니, 그 순간에만 잠깐 눈앞이 밝아진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준성의 흐릿한 시야가 금세 한서의 눈에 초점을 맞췄다.

아, 맞다. 도한서가 보고 있었지.

신음을 참는 데에만 급급해서 상황파악도 잘되지 않을 만큼 머릿속이 엉망이었다. 

‘너는 얼굴이 왜 그래?’

입술을 꾹 누르고 있어서 입 밖으로 말을 꺼내는 대신 속으로 그에게 물었다.

도한서의 얼굴은 누가 빨간 페인트라도 부어놓은 것처럼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입이 마르는 것처럼 한 번씩 새빨간 혀로 입술을 핥는데, 그때마다 흔들림 없던 눈동자 안에서 뭔가가 이글이글 타는 것처럼 보였다.

어쩌면 자신보다 더 열에 취해 있을지 모를 한서를 보며 숨을 헐떡이고 있는데, 그가 얼굴을 가까이하며 속삭였다.

“키스해달라고 해.”

또다.

또 입술을 핥으며 안달하는 얼굴을 하고 있다.

뜨거운 한숨이 섞인 낮은 목소리가 유독 또렷하게 귓속을 파고들었다.

“키스해주세요 해야지, 준성아.”

준성은 깨물린 입술 사이로 연신 신음이 흘러나올락 말락 하는 중이었지만, 그가 말하는 대로 키스를 부탁하고 싶진 않았다.

‘그래도 자존심이 있지.’

준성은 이런 데에 나름 자존심이 있어서, 사람의 약점을 잡고 겁박하며 뭔가를 요구하면 차라리 가운뎃손가락을 치켜들어주는 쪽이었다. 차라리 저 말을 안 했으면 진짜 키스해달라고 먼저 말했을 수도 있는데.

‘아니, 나도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자진해서 남자에게 키스를 요구하다니, 무슨 말도 안 되는 생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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