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드 닷 (42)화 (42/240)

- 042회 -

“어떻게 하려고? 설마 양 세어보라고 하면 진짜 센 만큼 때린다.”

장난으로 으름장 놓듯 말하니, 어둠 속에서 한서가 낮게 웃었다.

“남자들한텐 이것만큼 효과 좋은 게 없지.”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 한서가 어느새 침대로 다가오더니 갑자기 매트를 꾹꾹 힘있게 눌러보았다. 약간 힘겹게 끼익거리는 소리를 들은 한서가 ‘부실하네’라고 중얼거리며 아쉬운 숨을 내쉬었다.

준성의 침대에 걸터앉은 한서가 대뜸 경악할 소리를 했다.

“한 발 빼줄까?”

저도 모르게 베개를 들어 한서의 얼굴을 퍽 쳐버린 준성이 어둠 속에서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내가 지금 잠결에 잘못 들은 거 같은데, 뭐라고?”

“내가 한 발……!”

“너 미쳤어?”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목소리였다.

한서는 자신의 얼굴을 때린 베개를 다시 준성의 머리 아래에 잘 넣어주며 말했다.

“남자들끼리는 야한 얘기도 하고 서로 빼주고 그런다던데.”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징그럽게 같은 남자 걸 왜 빼?”

“왜?”

한서의 손이 이불 아래로 파고들었다. 그의 손이 준성의 다리를 훑어 올라가더니, 금세 바지 앞섶에 닿았다.

“야, 너……!”

“남자들끼리는 이걸 어떻게 해야 좋은지 다 알잖아.”

한서의 목소리가 나직하게 내리깔렸다.

“이걸 물어야 할지, 빨아야 할지, 핥을 거면 어딜 핥아야 할지, 쓸어올릴 때 어디서 힘을 주고 어떨 때 힘을 빼야 할지.”

한서의 커다란 손이 준성의 앞섶을 간지럽히듯 어루만졌다. 흠칫 놀란 준성이 이불 속에서 그의 손목을 덥석 붙잡고서 으르렁거렸다.

“장난 그만 쳐. ”

“민망해서 싫어?”

“그래.”

“흐음….”

아쉽다는 듯이 소리를 흘린 한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준성은 그가 본인의 침대로 가는 거라고 생각하며 그새 빨라진 가슴을 진정시켰다.

하지만 한서는 본인 침대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갑자기 준성의 몸 위에 올라타 버렸다. 두 무릎을 세운 채 올라타고 있기에 준성의 몸에 무게가 실린 것은 아니지만, 그는 앉지도 내려가지도 못하게 완전히 갇혀버렸다.

당황한 눈으로 올려다보자, 어둠 속의 실루엣이 몸을 숙였다.

“난 안 민망하니까 그럼 날 도와줘. 잠 잘 오게.”

“뭐?”

한서는 이불 밖으로 나와 있던 준성의 왼손을 자신의 아래쪽 앞섶에 가져다 대었다. 어디에 손이 닿았는지 알아챈 준성이 당황하며 굳어버렸다.

“방금 네 거 만졌더니 바로 서버렸어.”

너무 당황해서 아무 말도 못 하고 얼어있었더니, 한서가 준성의 손으로 두툼해진 자신의 앞섶을 매만졌다.

“하아….”

어둠 속에서 들려오던 한서의 목소리가 조금씩 바뀌었다. 쉰 듯 안 쉰 듯한 약간의 허스키한 톤이 섞이고 목소리는 한층 낮아졌다. 한숨처럼 내쉬는 신음은 같은 남자가 들어도 매력적이었다.

‘대체 이건 왜 세우고 있는 거야?’

모텔에서 느꼈던 생수통이라면 아침이니 그러려니 하겠지만, 지금은 한창 자야 할 밤이었다. 같은 남자 거를 잠깐 만졌다고 이렇게 두툼해지면 일상생활은 대체 어떻게 하는가 싶을 정도였다. 같은 남자지만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같은 남자라서 알 수밖에 없는 것도 있다.

‘답답하겠다.’

모텔에서 샤워할 때 두 눈으로 봤던 사이즈 대로라면 바지 속에서 조금만 커져도 힘들 것 같았다.

“준성아….”

한서가 유혹하듯이 나긋하게 이름을 불렀다.

“내가 말했지? 난 충동이 좀…, 하아…, 자주 온다고.”

“그게 이런 충동이었어?”

또 한 번 당황스러웠다. 분명 충동이 자주 온다고 제 입으로 말했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살인 충동’에 해당하는 건 줄 알았다.

한서가 웃음기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살인 충동과 성욕은, 흐음…, 종이 한 장 차이야…. 어느 쪽이든 흥분된다는 건 똑같거든…. 다르게 말하면…, 하…, 두 욕구가 서로를 대신할 수 있다는 거지….”

한서의 숨소리가 천천히 가빠졌다. 그에 맞춰 낮은 목소리가 맹수의 그르렁거리는 소리와 비슷해져 갔다.

“씨발…, 존나 좋아….”

안 그래도 낮은 목소리에 욕설과 비속어가 섞이니 어딘가 흉포한 느낌이 들어서 흠칫하게 된다.

‘흥분하면 욕하는구나.’

생각해보니 저번에 키스할 때도 욕을 했던 것 같다.

자연스럽게 한서와의 키스를 떠올린 준성은 순간 얼굴이 화끈해지는 걸 느꼈다.

‘내건 왜 반응하는 거야?’

아래를 만져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키스를 떠올리고 그 당사자의 아랫도리를 매만져주고 있으니 제 것도 분위기를 타버린 걸까.

그때 한서가 한층 거친 숨을 흘리며 준성의 손을 내려놓았다. 끝났는가 싶어서 잠시 안도하던 그때.

지익-

어둠 속에서 바지 지퍼를 내리는 소리가 유독 크게 들려왔다.

뒤이어 내려 놓인 손에 바지의 촉감과는 전혀 다른 부드럽고 딱딱한 뭔가가 닿았다. 손바닥에 닿은 성기가 스르르 움직이는 게 마치 거대한 독사를 만지는 것 같아서 움찔하며 손을 빼려 했을 때였다.

“손, 그대로 둬.”

경고하듯 들려온 목소리에 몸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그의 말대로 하지 않으면 목덜미가 너덜너덜해질 것 같은 기분이었다.

준성이 굳어 있는 사이, 그의 베개 좌우에 두 손을 짚은 한서가 스르르 몸을 내렸다. 서로의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워진 한서의 가쁜 숨이 준성의 목을 움켜쥐듯 휘감았다.

“내가 할 테니까 가만히……. 그냥 이대로 가만히 있어.”

한서의 성기가 준성의 손안에서 느릿하게 비벼졌다. 얼굴 바로 위에서 민망할 정도로 야하고 낮은 신음이 들렸다.

“하아….”

한서는 자신의 성기에 닿는 부드러운 손바닥의 감촉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부드러워.’

어릴 때부터 충동을 다스리기 위해서 시작했던 검도 때문에 손안은 언제나 물집과 굳은살투성이였고, 그 탓에 지금도 손바닥만은 상당히 거칠었다. 그런 자신의 손과 완전히 대비되는 부드러운 손바닥이 제 것과 비벼지고 있었다. 그것도 강준성의 손바닥이.

‘손바닥도 이렇게 부드러운데 아래는 또 얼마나 부드러울까.’

한서는 모텔에서 만져봤던 준성의 아랫도리를 떠올려보았다.

“큭…, 씨발….”

아랫도리에 갑자기 강한 열이 몰렸다. 뜨끈하게 몰린 열기는 성기를 금세 부풀렸고, 얼른 더한 자극을 달라고 아우성이었다.

‘좀 가만히 있어 봐.’

열을 내는 성기를 타박하며 여전히 느릿하게 성기를 비볐다.

허리를 계속 움직이며 조금 엉덩이를 내렸다. 그러자 아슬아슬 닿지 않던 성기의 뿌리 부분이 준성의 손끝에 닿았다.

한서가 하는 행위라고는 별것이 없었다. 그저 성기의 위치를 부드러운 준성의 손에 맞추고서 느릿하게 추삽질하듯이 앞뒤로 움직이는 것뿐이다.

동물들의 본능적인 움직임 그대로.

고작 앞뒤로 움직이는 것뿐인 이 행위가 한서에게는 미치도록 달콤했다.

“하아…, 하…, 준성아…. 너무 좋아….”

한서의 입술이 준성의 목 언저리에 닿았다. 쪽쪽, 소리가 나도록 입술을 묻고 살살 핥아주었다.

발정기를 맞은 암컷에게 구애하는 것 같은 간지러운 입맞춤이었다. 그와 함께 한서는 본인이 진짜 개라도 된 것처럼 앞뒤로 유연하게 움직여댔다.

“준성아…. 준성아….”

준성의 이름을 연호하며 그의 손에 비비던 성기를 조금 더 빠르게 움직였다. 자신의 성기를 받치고 있던 준성의 손이 움찔거리는 게 느껴졌다. 그런 것마저 귀여우면 어쩌자는 건지.

‘귀여운 강준성.’

한서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준성의 입술을 찾아 그의 얼굴에 돌진했다. 어둠 속에서도 잘 보이는 턱선에 먼저 입을 맞추고, 그대로 핥아 올리면서 위치를 찾았다. 따뜻한 숨결이 흘러나오는 입술에 다다라, 그 탐스러운 아랫입술을 입 안에 머금었다. 아프게 물면 키스해주지 않을 것 같아서 살살 오물거리다가 입술을 완전히 포갰다.

이번 키스는 저번처럼 장난스럽고 거칠게 하지 않았다.

지금의 자신은 강준성에게 예쁨 받고 만져지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는 중이다.

그러니까 준성이 좋아하는 곳만 핥고 비벼줄 생각이다.

한서는 준성의 입 안에 밀어 넣은 자신의 혀로 그의 입천장을 두드렸다. 혀끝을 세워서 살짝 긁어주니, 역시나 움찔하며 반응해왔다.

키스를 피하지 않고 느껴주는 것에 안도하며 그의 입 안으로 혀를 더 깊이 밀어 넣었다.

연약한 목구멍을 간질이면 언제나 기분 좋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래서 얼굴을 내리누를 기세로 입술을 깊이 맞대고는 긴 혀로 준성의 목구멍을 둥글게 훑었다.

“흣, 흐응…, 읍….”

‘아, 불 켜고 할걸.’

한서는 불을 켜지 않은 걸 후회했다. 이런 간드러진 신음을 흘리는 강준성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너무 궁금한데.

아쉬움도 잠시.

한서는 준성의 입 안 곳곳을 애무하며 그의 다양한 소리를 들었다. 어딜 어떻게 건드려주냐에 따라 신음이 미묘하게 달랐다.

‘몸은 또 얼마나 예쁜 소리를 낼까.’

자그마한 입 안도 이러하니, 몸을 이루는 부드러운 살결도 그렇겠지.

상상하면 할수록 미쳐버릴 것 같았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