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드 닷 (37)화 (37/240)

- 037회 -

이제까지 도한서가 제 손에 피를 묻혔던 건 오로지 자신을 위해서였다.

태생적으로 품고 있던 기이한 충동을 억누르고 또 억누르다가 그게 한계점에 오면 어쩔 수 없이 터뜨리게 되곤 했다. 그러지 않으면 미쳐 날뛸 것만 같았다.

동물을 사냥해도, 인간을 사냥해도, 시체를 사냥해도, 언제나 이유는 같았다.

내가 미치지 않기 위해서.

스스로가 생각해도 참 조악한 이유였다.

그런 이유에 정당성을 부여해 줄 자는 아무도 없다. 기껏 이해해줘 봐야 욕구 충족을 위한 충동행위라고 할 테고, 자신은 이를 굳이 부정하지 않는 게 전부일 것이다.

그런 이기적인 이유뿐이던 행위에 바로 오늘, 전혀 다른 형태의 의미가 부여됐다.

강준성과 도한서가 서로를 지키기 위한… 아주 정당한 행위.

더럽기만 하던 욕구가 그 의미 하나로 완전히 다른 것이 되어버렸다.

“아….”

한서의 입술 사이로 짧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자신의 행위, 나아가 도한서라는 인간에게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 준 강준성을 바라보았다.

“준성아.”

이름을 부르기만 해도 가슴이 떨렸다.

“만약에 말이야.”

두 손으로 준성의 양 볼을 감쌌다. 의문을 담은 눈동자가 여전히 자신을 보고 있다.

“어제와 같은 상황에서 네가 아니라 내가 박현제에게 죽을 것 같으면 어떻게 할 거야?”

준성의 눈동자가 작게 흔들렸다. 머뭇거리는 듯하다가 결국 자신이 원하던 대답을 내놓는다.

“내가 박현제를 죽였겠지.”

강준성이라면 그렇게 말할 거라 예상했음에도 직접 들으니까 등골이 오싹거렸다. 아래쪽이 뻐근해지고 가슴이 간질거렸다.

“내가 죽을 거 같으면 네가 살려주는 거지?”

재차 묻자, 이번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그래.”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 모르겠다.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겠다.

자신의 행위에 절대적인 의미를 부여해 준 사람.

자신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대신 피를 묻혀도 좋다는 사람.

“…씨발.”

참다못한 욕설이 흘러나오고.

“읍…?!”

참다못한 욕구가 흘러나왔다.

한서는 두 손으로 감싼 준성의 얼굴을 끌어당겨, 그와 입술을 맞댔다. 과호흡 증세를 완화해주기 위해 입술을 댔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자신의 비정상적인 욕구와 가장 큰 충동이 강준성을 향하면 전혀 다른 것으로 바뀌어버리는 느낌이었다.

맞닿은 입술 사이로 깊숙이 혀를 집어넣었다. 당황한 호흡 속에 숨어있던 작은 살덩이를 찾아내어 그를 안심시키듯 부드럽게 비볐다. 굳어 있던 준성의 혀가 움찔거리며 풀어지자, 그때를 놓치지 않고 휘감아 붙잡았다. 깜짝 놀랄 정도로 꽉 옥죄었다가 장난치듯 풀어주고, 그러다 또 붙잡히면 좀 더 강하게 당겨주었다.

“흡, 읏-!”

품에서 바르작거리는 준성을 꽉 끌어안고서 그가 머리를 돌려 도망가지 못하도록 뒷머리를 손으로 붙잡아 받쳤다. 작은 머리통이 점차 따뜻해지는 게 제 손아귀를 타고 느껴졌다.

정신 못 차리도록 혀를 괴롭히던 한서의 것이 이번엔 입천장을 쓸어주었다. 부드럽게 간질거리는 느낌에 준성의 몸이 그의 혀와 함께 흠칫거렸다. 혀끝을 뾰족이 세워 둥그렇게 그려주다가 목구멍 앞에서부터 위쪽 치아 바로 뒤까지 몇 번이나 쓰다듬어 주었다. 가빠진 호흡 사이로 듣기 좋은 신음이 섞였다.

“으응….”

귀여운 소리.

좀 더 들려줬으면 좋겠다.

한서는 준성의 목구멍을 타고 나오던 소리를 더 끄집어내기 위해 축 처져있는 자그마한 혀를 톡톡 건드렸다. 깜짝 놀란 것처럼 바닥에서 살짝 일어난 혀를 좌우로 마구 치대었다. 그러다가 혀를 중심으로 둥글게 돌리며 비벼주었다. 미끌미끌한 혓바닥을 비비다가 그 아래의 연약하고 새빨간 부분을 건드리면 여지없이 소리가 나왔다.

“흣, 으, 읍으….”

좋아하는 게 분명한 반응에, 여러 번 비비고 치대주며 귀여워해 주었다. 목구멍 안으로 들어갈 것처럼 혓바닥을 타고 깊이 미끄러졌다가 혀끝까지 나와서 서로의 끝부분을 살살 비벼보았다.

한서의 혀가 준성의 고른 치열에 비벼졌다. 혀끝으로 위아래의 치열을 더듬어보니, 강준성 본인만큼이나 단정하고 예쁘다.

새삼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물리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강준성의 고른 치열에 짓이겨진 혀에서 피가 나는 상상을 해보았다. 등허리가 곧추설 정도로 자극적이다. 자신의 피로 가득 찰 준성의 입 안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아래쪽이 저릿저릿했다.

얼굴을 약간 틀어서 입술을 더욱 깊이 짓눌렀다. 아까보다 좀 더 깊이 들어갈 수 있게 된 혀가 준성의 입 안쪽에 있는 목구멍 앞에 닿았다. 혀만큼이나 작은 입 안이라, 목구멍 입구에 닿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았다.

놀라서 당황하는 혀 안쪽과 목구멍 입구의 내벽을 혀끝으로 간지럽히듯 쓸어주었다. 품에서 벗어나지도 못하고 움찔거리기만 하던 준성의 두 손이 한서의 등에 얹어졌다. 차마 손톱을 세우진 못하고 부드러운 손끝 안쪽으로 문지르듯 긁어댄다. 옷을 입고 있었다면 아마 두 손 가득 옷감을 쥐고서 매달리지 않았을까.

“흡, 응-!”

준성의 목구멍에서 흘러나오는 벅찬 신음이 마음에 들었다. 내는 족족 숨결과 함께 다 마셔버리고 싶었다.

더 소리 내어 보라는 의미로 준성의 목구멍을 향해 추삽질 하듯 비비며 쑤셨다. 힘있게 깊이 넣어도 혀끝이 닿을 수 있는 건 고작해야 목구멍 앞이 다였다. 그 정도만 해도 퍽퍽 건드려줄 때마다 숨을 삼킨 신음이 터졌다. 혀 길이가 좀 더 길었다면 더 벅찬 신음을 들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느릿하게 혀를 빼내며 준성의 입가에 번진 타액을 열심히 핥았다. 그의 입가에서 흘러내린 타액 줄기도 턱 끝에서부터 핥아 올려주고, 광택이 도는 말랑한 붉은 입술을 달콤한 과실처럼 쪽쪽 빨았다.

“으읏…, 도한…서, 흡!”

아, 이름 부르면 안 돼.

이 타이밍에 부르면 못 놔준단 말이야.

끝난 줄 알았던 한서의 키스가 다시금 이어졌다. 숨도 제대로 쉴 수 없는 거칠고 진한 키스가 준성의 혼을 쏙 빼놓았다.

나중에는 마취제를 한 방 더 맞은 것처럼 몸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 그만하라고 툭툭 두드리던 손도 이젠 축 늘어져서 움찔거리기만 했다.

붓진 않았을지 걱정될 만큼 도한서에게 한껏 물리고 빨려버린 입술 사이로 준성의 힘겨운 목소리가 들렸다.

“너…, 이 자식…. 하아…, 무슨… 짓…….”

문장도 다 말하지 못할 정도로 숨이 차고 힘이 없어서 완전히 늘어져 버렸다.

한서는 제 품에 기대어 눈을 반쯤 내리깐 채 거칠게 호흡하는 준성을 내려다보았다.

“좋아 죽을 것 같다, 준성아.”

키스하는 사이에 붉게 달아올라 버린 준성의 얼굴이 탐스러웠다. 자신과 달리 부드럽고 예쁘게 빛나던 하얀 살결에 붉은빛이 돌면 이렇게나 먹음직스럽게 바뀐다는 걸 처음 알았다.

차마 좀비처럼 이를 박아넣어 씹어먹진 못하고, 대신 붉게 달아오른 얼굴 곳곳에 입술을 내렸다. 그게 간지러운지, 키스를 한 것도 아닌데 일일이 흠칫하며 아주 작은 신음을 냈다.

귀여운 강준성.

예쁜 준성이.

죽여버리고 싶을 만큼 좋아.

한서는 준성의 입술에 애교를 떨 듯이 제 입술을 가져가 비벼대었다.

키스에 홀린 것처럼 넋을 놓은 채 헐떡이고 있던 준성이 그제야 흠칫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붉게 달아오른 볼과 그 위의 촉촉한 눈동자가 바들바들 떨렸다.

“너, 너…. 게이였어?”

“글쎄.”

한서가 충동을 못 이기고 준성의 얼굴을 제게로 돌려, 귀엽게 떨리고 있는 눈가에 입을 맞췄다. 이대로 삼켜서 눈알까지 전부 핥아주고 싶은 과격한 충동이 들었다.

그럴 때마다 충동을 참은 대가가 쌓인다고 해야 할지.

바지 속에 눌린 아래가 한 번씩 크게 움찔거렸다. 내보내 달라고 하는 것처럼.

준성이 당황한 눈으로 한서의 가슴팍을 밀어내려 했다. 그러나 단단한 가슴팍은 준성의 힘만으로는 도저히 밀어낼 수가 없었다. 등을 두른 한서의 팔 역시 꿈쩍도 하지 않았다.

“갑자기 대체 왜 이러는… 건데…….”

준성으로서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이런 숨도 못 쉴 키스에다가 부모님에게도 받아본 적 없는 간지러운 뽀뽀세례라니.

한서는 평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얼굴이 무너져버린 준성을 자꾸만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자신의 아래쪽은 그가 먹어줬으면 좋겠지만.

‘아, 그렇구나.’

순간 깨달아버렸다.

자신은 강준성에게 마구 박아넣고 싶다는 걸.

이제껏 없던 성욕이 들끓었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들끓는 충동을 잠재우기 위한 임시방편이었는데, 지금은 반대가 되었다고 해도 좋을 것 같다. 그만큼 심장이 터질 정도로 억제하기 어려운 성욕이 자꾸만 머리를 들었다.

‘하지만…….’

제 원대로 했다가는 강준성을 일어나지도 못하게 부숴버리고 말 것 같았다. 눈을 뜨는 족족 제 아래에 깔려서 우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미친 듯 박아댈 것 같다.

그랬다가는 아마 바닥을 기어서라도 도망가겠지.

겁에 질려서 어딘가 깊이 숨어버릴지도 몰라.

‘그건 안 되지.’

아래에 몰린 열기를 외면하며 준성의 동그란 머리에 입술을 묻었다.

‘조금만 참자.’

바르작거리지도 못하게 두 팔로 꽉 끌어안은 준성의 목덜미에도 뜨거운 입술을 비벼댔다.

‘지킬 게 나밖에 없다는 걸 알게 되면 뭘 해도 못 도망갈 테니까.’

한서의 입술이 긴 곡선을 그렸다.

‘그때 먹어치우면 돼. 머리부터 발끝까지…, 뼈 한 조각 남기지 않고 전부 다.’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