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벌 그만두겠습니다 (128)화 (130/132)

128.

나는 솔직히 성하연이 사과를 하든지 말든지 별 관심 없었다.

아마 서정연이 나서서 해결해 주려는 모습을 보여 주지 않았다면 성하연이 내 욕을 하고 다닌 일 정도는 그냥 무시하고 넘어갔을 거다.

뒤에서 내 욕을 하고 다니는 놈이 성하연이 처음인 것도 아니고, 어차피 증거 하나 없는 저런 말들은 오래가지 못하니까.

‘노퓨쳐는 아마 자기네들이 길드 랭킹 1위 자리를 먹고 길드원 숫자가 늘어나면 성하연을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할 계획이었겠지.’

우리가 부캐로 봤던, 성하연이 길드원에게 내 헛소문을 퍼뜨리던 장면은 그저 초석에 불과했을 거다. 미리 밑밥을 던져두고 길드가 랭킹 1위가 되면 본격적으로 소문을 퍼뜨렸겠지.

그때는 성하연의 발언을 뒷받침할 만한 가짜 증거라도 꺼냈을지 모르지만, 어쨌든 결론은 노퓨쳐는 실패했고 성하연도 더는 여자 행세를 하며 내 욕이나 하고 다닐 수 없게 됐다는 거다.

그러니 성하연에게 그리 많은 감정을 소모할 필요 자체를 느끼지 못했다. 서정연이 대신 얻어다 준 증거 영상에서 내 욕을 하는 성하연과 다른 유저들을 봐도 별 감흥이 없었고.

‘미안한데… 내가 멀쩡하게 생겼다는 건 나도 아주 잘 알고 있거든.’

그렇게 대놓고 열등감에 찌들어서 바득바득 욕해 봤자 조금도 와닿지 않다는 거다. 오히려 좀 불쌍하기만 했다.

“그래도 전 고소했으면 좋겠어요.”

내 얘기를 들은 서정연은 그리 공감하지 못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도해준 씨가 직접 고소해야 하는 상황이면 번거로우니까 넘어가는 것도 이해해요. 하지만 이번 일은 저희 쪽 변호사가 알아서 다 해 줄 텐데, 그냥 고소하는 게 낫지 않겠어요?”

“굳이, 뭐…….”

고소를 안 한다고 내가 조용히 넘어가 주는 건 아니었다. 사사게에 박제해 두기도 했고 대놓고 쓰진 않았지만 고소하겠다는 압박도 넣어 놨으니 성하연은 지금쯤 골머리 좀 썩을 거다.

“일단 사과하는지부터 확인해 보자.”

웬만하면 내 말을 들어주는 서정연이 성하연의 일에서만큼은 생각보다 강경했다.

성하연이 내 욕을 해서 그런 건가? 귀여워 죽겠네, 진짜. 나보다 4살이나 많으면서 어떻게 매일 이렇게 더 귀엽고 예뻐지는지 신기했다.

“알겠어요…….”

쪽쪽, 뺨에 입을 맞추며 달래 주자 보란 듯이 짧게 한숨을 내쉰 서정연이 나를 꽉 껴안았다.

***

라임나무가 사흘 내로 성하연과 다른 한 명에게 사과받으면 길드에 들어가겠다는 제안을 해 온 다음 날.

드디어 나와 서정연이 그토록 기다리던 소식이 도착했다.

[제목: 죄송합니다.....]

[보낸 이: 성하연]

사사게 글 보고 쪽지드립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드릴 말이 없습니다

근데 제가 혼자서 벌인 일은 아닙니다 진짜입니다... 노퓨쳐가 일요일님한테 어떤식으로 말한건진 모르지만 그건 다 거짓말입니다..

저는 그저 노퓨쳐가 시킨대로 한게 답니다 그래야 돈을 준다고해서 돈받으려고 한겁니다 저 남자 맞고 여자라고 시킨것도 노퓨쳐구요

제가 공시 준비하고 있어서 고소당하면 정말 안됩니다 제발 취소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정말로 노퓨쳐가 시킨대로만 한겁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혹시 진실성이 없다고 느끼시면 통화해도 괜찮습니다 이번 한번만 용서해주시면 다시는 같은 짓 하지 않겠습니다 피해 끼쳐드려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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