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
내게 찰싹 달라붙은 서정연과 함께 2층에 올라갔다.
“정말로 약 안 먹어도 되겠어? 아직도 열나는 거 같은데.”
원래 서정연은 몸이 차가운 편이라서, 아무리 오래 달라붙어 있다고 해도 이 정도로 뜨끈뜨끈한 열이 느껴졌던 적은 지금껏 없었다.
걱정스러워서 다시 한번 이마를 짚어 보며 묻자 서정연이 고개를 살짝 저었다.
“점점 괜찮아지고 있으니까 안 먹어도 돼요. 30분 정도만 있으면 두통도 많이 나아질 거고.”
“평소에도 이래?”
“평소에는…….”
눈치를 힐끔 본 서정연이 고개를 푹 숙여서 내 어깨에 이마를 비비적거렸다.
“평소에도 이래요. 스트레스 많이 받으면 막 열나고 머리 아프고…….”
“이런.”
기운이 있는 대로 빠져서 축 늘어진 서정연이 너무 안쓰러웠다.
이렇게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을 줄 알았으면 성하연 일은 내버려 두자고 좀 더 말려 볼 걸 그랬다. 아니면 내가 하거나. 어차피 부캐라서 내가 하든, 서정연이 하든 성하연은 모를 텐데.
미안한 마음에 서정연을 꽉 끌어안은 채 뒤뚱뒤뚱 걸어서 컴퓨터 방 안으로 들어갔다.
구경만 하겠다는 말이 진심이었는지, 서정연은 의자를 끌고 와서 내 자리 바로 옆에 앉았다. 나는 본캐로 접속하며 혹여 심심할 서정연을 위해서 미리 얘기했다.
“길전 선포만 하면 되긴 하는데, 중간에 길드 애들이 뭐 물어보거나 그러면 시간이 좀 걸릴 수 있어.”
“편하게 해도 돼요.”
책상에 팔꿈치를 대고 턱을 괸 서정연이 빙긋 웃었다.
“난 도해준 씨만 옆에 있으면 되니까.”
“…….”
갑자기 확 치고 들어오는 애정이 가득 담긴 말에 심장이 덜컹 뛰었다.
‘낯부끄러운 말을 어떻게 저렇게 쉽게 할 수 있는 거냐고…….’
붉어진 얼굴을 숨기려고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리며 쿵쾅거리는 심장을 진정하려고 노력했다.
“너… 그런 말 일부러 해서 나 놀리는 거지?”
“네? 아니에요. 완전 진심만 가득 담았는데.”
…히죽거리면서 진심이라고 해 봤자 신뢰가 별로 안 가는데.
서정연이 저러는 게 하루 이틀이 아니니 한숨 나오는 건 나뿐이었다. 이제 연인 사이니까 제발 나한테만 저렇게 행동하기를 바랄 뿐이다.
그사이, 모니터에서는 접속 로딩이 끝나고 게임 화면이 나타났다. 내가 로그인했다는 시스템 메시지가 뜨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길드 채팅이 폭발적으로 올라왔다.
[길드] 저6천원있어요: !!!!!!!
[길드] 류페: 헉
[길드] 좋은날씨: 헉
[길드] 야옹이라옹: 일욜님 하위이 ㅇㅅㅇ
[길드] rxrx78: 이야 일욜님~
[길드] 아스타로트: ㅋㅋㅋㅋㅋㅋㅋㅎㅇㅎㅇ
[길드] 여여랑: 헐 일욜님이닼ㅋㅋㅋ
[길드] 오늘은일요일: ?
[길드] 울팀인성봐조인성: ㅋㅋㅋㅋㅋㅋㅋ
[길드] 울팀인성봐조인성: 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울팀인성봐조인성: ㅋㅋㅋㅋㅋㅋ
[길드] sky004: 아 사람들 겁나웃는거ㅋㅋㅋㅋㅋㅋㅋ
[길드] 좋은날씨: ㅇㅈ
[길드] 좋은날씨: 나도 일욜님 닉 보자마자 웃음만ㄴㅏ옴ㅋㅋ
[길드] 불좀켜줄래: ㅋㅋㅋㅋㅋㅋ
[길드] 오늘은일요일: ???
[길드] 오늘은일요일: 뭐이**들아
[길드] 저6천원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
[길드] 여여랑: 바로 욕박는거봐ㅠㅠ
[길드] 류페: ㅠ.ㅠ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