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화.
다음 주 수요일, 알바 쉬는 날에 맞춰서 서정연과 약속을 잡은 나는 오후 느지막이 집을 나섰다.
좀 더 일찍 만나서 같이 점심 먹고 해 지기 전에 돌아오려고 했는데, 서정연이 낮에는 일이 있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시간이 조금 밀렸다. 길가에 서서 서정연의 차를 기다리며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하자 막 5시가 되어 가고 있었다.
시간을 확인하자마자 타이밍 좋게 서정연이 도착했다. 조수석 문을 여니 발랄하게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망! 왕!
오늘따라 유독 신나 보이는 정이가 뒷자리에서 나를 발견하고 꼬리를 파다닥 흔들었다.
앞발을 번갈아 딛으며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 당장 내게 달려와 안기고 싶은데 조수석 의자가 막고 있어서 안달 난 듯했다.
“좋은 오후예요, 도해준 씨.”
“정이도 데려왔네.”
“산책하고 오는 길이거든요.”
그러고 보니 일 끝나자마자 정이 산책시킨다고 했었지. 조수석에 앉아서 안전벨트를 매자 차가 곧바로 출발했다.
거리가 멀지 않은 만큼 30분도 채 걸리지 않아서 서정연의 집에 도착했다. 그래도 이번이 세 번째 방문이라 그런지, 이 널따란 집이 조금은 익숙했다.
“참, 도해준 씨. 저 보여 줄 거 있어요.”
“뭐?”
정이 발이 더러워지지 않도록 품에 안고 거실로 들어온 서정연이 정이를 놔주며 내게 말했다. 정이에게 간식 하나를 입에 물려 준 서정연은 어리둥절한 나를 데리고 2층으로 향했다.
“어제 도해준 씨가 컴퓨터 끄고 나서 저는 잠깐 일을 했는데, 그사이에 저한테 디코 메시지가 왔더라고요.”
“디코 메시지?”
서정연이 안내한 곳은 저번에 함께 게임을 했던 그 방이었다. 두 개의 컴퓨터 중 하나를 켠 서정연이 부계정으로 접속해 있는 디코 메시지를 보여 줬다.
[성하연] 똑똑
[성하연] 해월님ㅇㅅㅇ
[haewo1] ?
[성하연] 앗ㅎㅎ
[성하연] 할말있는데 겜 끄셨길래
[성하연] 이거로 말 걸어봤어욥!!
[haewo1] 네 말씀하세요
[성하연] 별건 아니구엽!! ㅇㅅㅇ
[성하연] 저번부터 궁금했는데
[성하연] 해월님 지금 쓰는 무기 종결 맞아영?
[haewo1] 네
[성하연] 헛..!!
[성하연] 사신거에욧??
[haewo1] 당연하죠ㅎㅎ
[성하연] ㅇㅅㅇ
[성하연] 갑자기 물어봐서 ㅈㅅ해요
[성하연] 길전때부터 궁금했는뎋ㅎㅎㅎ
[성하연] 계속 물어볼 분위기가 아니여서ㅜ.ㅜ
[haewo1] ㄱㅊ요
[성하연] ㅎㅎㅎㅎㅎㅎ
[성하연] 해월님!!
[성하연] 주말에 바쁘세용ㅇ.ㅇ?
[haewo1] 왜요?
[성하연] 길원들이랑 레이드 가기로 했는데~
[성하연] 해월님도 오세용!^ㅡ^
[haewo1] 저 뉴비라 민폐일텐데요ㅎㅎ
[성하연] 노놉 무기도 좋은거 끼셨구
[성하연] 용암 지역 레이드는 패턴도 쉬우니까ㅠ갠찬아요!
[성하연] 오실거죠?? (울음을 참는 얼굴 이모지)
[haewo1] 몇자리 비었나요
[haewo1] 저 지온님이랑 같이 가도 됨?
[성하연] 아 지온님이요..??ㅋㅋ
[성하연] 넵~ 둘이 같이오세요그럼~
[성하연] 토욜 9시에용~^^
[haewo1] ㅇㅋ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