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벌 그만두겠습니다 (19)화 (20/132)

19화.

“잠, 깐만요, 도해준 씨, 잠깐 내 얘기를…….”

“닥쳐! 당신 지금 나 좆같으라고 이딴 개소리하는 거지?”

“진정해 봐요.”

서정연이 제 멱살을 움켜쥔 내 손을 붙잡았다. 차가운 체온이 손등으로 느껴졌다.

“이렇게 급하게 알려 줄 생각은 저도 없었어요. 진심이에요.”

“…….”

“근데 상황이… 어쩔 수 없잖아요? 도해준 씨, 어제 저 사칭하는 사람 만나고 오지 않았어요?”

사칭. 그 단어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눈앞에 있는 서정연의 말이 사실이라면… 어제 내가 슈텔 도시 광장에서 마주친 ‘heunJeok’은 짐작했던 대로 가짜가 맞았다. 어나더 길드의 부길마인 노퓨쳐와 함께 작정하고 사람들을 속이는 사칭범인 것이다.

나는 서정연을 노려보다가 천천히 멱살을 놔주었다. 내가 다시 자리에 앉기만을 기다리던 서정연이 입꼬리를 올린 채로 구겨진 셔츠 옷깃을 매만졌다. 깨끗한 베이지색 셔츠가 목 부근만 꾸깃꾸깃한 게 웃겼다. 꼴 좋다.

“알고 있는 거 다 말해. 그다음에 믿든지 말든지 할 테니까.”

“좋아요. 어차피 한 번에 믿지 않을 거라는 건 예상했어요.”

테이블 구석에 놔둔 핸드폰을 집어 든 서정연이 화면을 두드리며 설명을 시작했다.

“어제 제가 알아보고 올 테니까 기다려 달라고 했잖아요?”

“……그래.”

우습게도, 그 말을 듣자 눈앞에 있는 남자가 흔적이며 곧 일휘일비라는 웃지 못할 현실이 확 느껴졌다.

일휘일비가 내게 알아보고 올 테니 기다려 달라고 한 채팅은 파티 채팅이었다. 파티에는 우리 둘만 들어와 있었으니까, 그 대화를 알고 있는 서정연이 일휘일비라는 증거였다.

“이건 부길마인 노퓨쳐라는 유저랑 나눈 대화예요.”

서정연이 핸드폰을 내게 건네줬다. 화면에는 누군가와 대화를 나눈 메시지가 띄워져 있었다.

“도해준 씨는 길드원들과 친하게 지내는 것 같아 보이던데, 전 아니거든요. 개인적으로 연락하는 상대는 부길마 한 명뿐이었고, 그마저도 한 달 전에 계정 문제로 얘기 나눈 게 끝이었어요. 그래서 상황 파악하는 데 좀 어렵더라고요.”

서정연의 말을 들으며 메시지 내용을 살폈다.

요즘도 아크함?

ㄴㅍㅊ

오랜만

하죠

별일없고?

아무리 계삭이라지만 그렇게 접어서 좀 미안하네

ㄴㅍㅊ

ㄴㄴㄱㅊ아요

벌써 한달이나 지낫는데

길드는?

ㄴㅍㅊ

길드도 ㄱㅊ

제가 잘 관리하고 잇어요

신경안써도됨요

그래

ㄴㅍㅊ

왜요?

혹시 다시 하게요?

ㅋㅋㅋ아니

그냥 갑자기 생각나서 물어봤음

ㅅㄱ해

ㄴㅍ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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