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도해준 씨 말대로 쿠키는 제가 오해한 게 맞아요. 갑자기 서비스라고 해서 좀 놀랐거든요. 단 음식을 별로 안 좋아하기도 해서. 근데 이렇게 대화하면서 오해 풀었잖아요. 그러니까 제 오해도 풀었으면 하는 거죠.”
“무슨 오해를 풀고 싶으신 건데요.”
“음, 글쎄요…….”
잠시 눈동자를 굴리던 남자가 입꼬리를 부드럽게 올렸다.
“일단 저 게이 아니에요. 이 생각부터 하셨을 것 같아서.”
“…….”
마치 내 머릿속을 꿰뚫어 보는 듯한 말에 가슴 속이 뜨끔 찔렸다. 차마 그런 적 없다고 변명하지 못하는 나를 두고 상대가 말을 이어 갔다.
“그리고 핸드폰 번호는… 제가 실수한 거 대신 치워 줘서 고마운 마음도 있고, 개인적으로 친해지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그런 거예요.”
“전 친해질 마음 없습니다.”
“저도 그쪽 번호를 받아 간다고 해서 당장 다음날부터 십년지기 친구처럼 치근덕거릴 생각은 없어요.”
“그쪽이 무슨 생각이건 상관없습니다. 제가 번호 주기 싫은 거니까. 죄송하지만 핸드폰 얘기는 이쯤 하죠.”
더 들어도 아까 카페에서 나눈 대화의 반복이었다. 절로 질리는 기분이라 고개를 저으며 재차 거절했다. 그러자 드디어 말이 통했는지 남자가 내게 한 발짝 물러섰다.
“정말 괜찮아요?”
“뭔가요.”
“결국에는 제 번호를 받게 될 텐데요.”
팔짱을 끼며 미소 짓는 남자의 모습에 기가 막혔다. 이 사람이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네. 황당하다 못해 웃길 지경이었다.
“예, 그럴 일 절대 없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뭐 이런 또라이 같은 새끼가 다 있어. 얼굴만 멀쩡한 미친놈이잖아. 속으로 욕을 중얼거리며 남자에게서 몸을 돌렸다.
역시 인생은 좋은 일만 있는 게 아니었다. 어제는 일휘일비가 흔적이라는 사실을 알아내서 기분이 참 좋았는데, 지금은 기분 상태가 밑바닥으로 떨어지다 못해 땅을 뚫고 지하까지 처박혔으니까.
‘앞으로 알바하면서 저 새끼 얼굴을 어떻게 보냐.’
쪽팔린 줄 알고 카페를 알아서 옮겨 줬으면 좋겠는데 그럴 리가 없겠지? 저 정도 미친놈이면 본인이 뭐가 문제인지 끝까지 모를 가능성이 컸다.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를 한숨을 내쉬며 터덜터덜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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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버] 일휘일비: 오일님 2만골
[서버] 오늘은일요일: 세이츠 수리점 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