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러블리 리플리(Lovely Ripley) 1-Prologue (1/10)

Prologue 

‘카일은 섹시했다. 천박한 표현을 빌리자면 그는 숨 쉬는 것조차 외설적이었다.’ 

이는 어디까지나 청소부 K의 망상일 뿐이었다. 고로 K는 이런 생각으로부터 교양을 찾을 필요도, 가식으로 치장할 필요도 없었다. 그건 오만일 테니까.

카일은 청소부에게 허락된 최상의 포르노였다. 무의식적인 욕정에 손가락질을 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만약, 카일을 상대로 고결한 척 하는 자가 있다면, k는 주저 없이 물었을 것이다. 

“넌 카일의 벗은 몸을 상상 안 해?”

머뭇거린다면 결코 그럴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셔츠에 접힌 주름이, 윤기나는 머리칼을 쓸어 넘기는 손이. 그리고 침묵이. 카일을 섹시하게 만들었다. 역시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다. 카일은 지루한 이 세상과 섞일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청소부 K. 그 또한. 이 세상과는 섞일 수 없는 밑바닥에서 그와 그저 어깨가 스칠 날을 기다리는 멍청이였을 뿐이었다. 

석 달 전이었다. 카일은 한 남자를 이 저택으로 데려왔다. 사슴을 포획했을까. 흰토끼를 잡아왔을까. 쌕쌕거리는 숨결이 카일의 재킷 안에서 숨 쉬고 있었다. 하얗고 작은 시체, 아니 작은 아이였다.

“씻기도록 해.”

그것이 카일과의 첫 대화였다. 쌔근쌔근 잠드는 소리가 장작 타는 소리에 묻혀 들어갔다. 자장가 그 자체였다. 카일은 소년의 새빨개진 볼을 콕 찔러보았다. 설익은 복숭아처럼. 두 뺨을 핥는다면 텁텁한 단맛이 날 것 같았다. K는 목이 말랐다.

금단의 공간은 그 소년의 등장과 함께 불지옥이 된 듯했다. 그 의문의 남자는, 카일의 새벽을 여는 남자는 소년과 청년의 중간이었다. 갓 성인식을 치른 소년티를 벗지 못한 청년이었다. K는 씻기고 입히고 재웠다. 그가 어엿한 성인이 되어도 여전히 아이처럼 기억될 것 같았다. 

젤리를 주기도 위스키를 주기도 모호한 나이였다. 그의 이름은 리였다. 인상 깊은 이름이었지만 어쩐지 싸구려 노래 제목 같았다. 덴마크 출신이었나. 북유럽인 것은 확실했으나 확신이 서지 않았다. 

얌전한 남자였다. 개를 사육하기 지겨웠던 카일이 데려온 귀여운 강아지 같았다. 그 아이는 K의 인식을 송두리째 바꾼 사람이었다. 딱딱하고 냉철한 카일. 농담 한마디에도 살기가 서려 있는 카일이 감히 부끄러운 짓을 하게 만들었다. 제 신을 건드린 리를 용서할 수 없었다.

K는 주먹을 쥐었다. 카일을 다음 생에는 가질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지금은 카일에게 닿을 수 없다는 것 또한. 잔인할 만큼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집시의 아들이 카일의 침대를 차지한다는 것은 심히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무엇보다 카일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유일한 사람이 싫었다.

다가가지도 못할 거리였지만 K는 기대를 놓지 않았다. 문 한 칸만 넘으면 카일과 합쳐질 수 있으리라고. 그리 생각했다. 그야말로 망상이었다. 아마도 카일의 정사를 구경하지만 않았더라면, 그릇된 마음을 품지만 않았더라면 K의 목숨은 안전했을 것이다. 청소부 K가 죽은 것은 그날이었다.

때는 지독히도 평범한 밤이었다. 기나긴 카일의 출장이 끝나는 날이었다. 어쩐지 카일은 일본과의 교류를 전부 끊었다. 잦은 출장에 신경질이 난 모양이었다. 그것도 아니라면 리와의 시간을 방해받기 싫었을 수도. 

리는 카일이 바쁘다고 투덜댈 아이가 아니었다. 오히려 카일의 연이은 부재에도 덤덤하게 책을 읽을 뿐이었다. 

새벽이었다. 거칠게 차를 모는 소리가 들려왔다. 카일의 엔진 소리. 일본산 외제차. 매우 세련되지 못한 자동차였다. 

그 자동차는 카일과 어울리지 않는 투박한 디자인이었다. 그리고 그 차의 용도를 알았을 때 K는 바보처럼 고개를 끄덕거려야 했다. K는 카일이 차를 사왔던 날 천한 제 직업에 환호해야 했다. 카일의 세차 담당을 맡은 것에 대해서. 온 대지와 신, 그리고 수많은 존재들에게 감격을 표했었다. 

그날. 새벽에 차를 몰고 온 카일은 현관에서부터, 아니 차에서 내릴 때부터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리는?”

카일의 짤막한 질문에 K는 들고 있던 히비스커스 차를 내밀었다. 

“별일 없었고?”

‘그놈이 도망쳤어요. 카일이 보기 싫다고 뛰어내렸어요.’라고 하고 싶었다. 파격적인 거짓말을 치고 싶을 만큼 리가 부러웠다. 결국 K가 할 수 있는 건 공손히 이층을 가리키는 일뿐이었다.

“해저든 씨가 보고 싶다고 하루 종일 어리광을 부렸습니다.”

K는 결국 진실을 고했다. 그리고 흐트러질 카일의 감정을 기다렸다. 카일은 잘생긴 눈썹을 찡그렸다. 좋아서 미칠 것 같다는, 리가 사랑스러워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나의 사랑, 나의 환상, 나의 밑바닥이. 무너져 내렸다. 밑으로, 밑으로. 가라앉았다.’

카일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조각나는 순간이었다.

‘누구도 사랑할 수 없는 카일’이 ‘사랑에 빠진 얼간이’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카일은 리에게 미쳤다. 리에 대한 욕망이 불가역적인 범주에 들어섰다.

‘사랑일까. 정신병일까. 카일의 사랑은 정신병일까.’

카일은 K의 손에 들린 찻잔을 갈취하듯 빼앗았다. K는 그 스침을 오래도록 기억했다. 왠지 좋은 자위 도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리가 좋아하는 히비스커스. 찬물에 꽃잎이 우러날 때 붉은빛의 흉흉한 색채가 물속을 휘돌다가 가라앉았다. 그 소용돌이는 화려했다. 리가 정신을 빼앗길 만큼. 핏물같이 역겨운 빛을 띠는 강렬한 색감. 역시 길바닥 출신의 안목은 비슷했다. 이딴 것을 왜 좋아하지. K는 괴상한 리의 취향을 비웃었다. 힘껏. 카일을 갖지 못하는 누린내 나는 질투였다. 

카일은 단숨에 그곳으로 올라갔다. 리는 스스로 방문을 열지 않았다. K는 숨을 죽이고 카일을 따라나섰다. 낮에 제가 리에게 친 장난을 떠올렸다. 리의 얼굴을 뜯어내지 못해 벌인 치정극이었다. 이건 복수심과 섞인 열등감이었다. 남자라서, 청소부라서 가능하지 않은 줄 알았다. 그러나 리 또한 집시였고 갓 성인이 된 무능력한 남자였다. 그를 미워할 이유는 충분했다. 광적인 증오심을 갖기도 타당했다. 

‘내가 만든 덫에 리는 속절없이 걸릴 것이다. 리는 삐진 채로 고개를 돌릴 것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카일의 얼굴을 할퀼 것이다. 내가 리의 가슴을 찢어 놓았으니까. 카일은 죗값을 톡톡히 받을 것이다. 내 사랑을 외면 한 죄를.’

[이곳에 들어온 사람은 두발로 걸어서 나가지 못해.]

[왜요?]

[카일이 네 다리를 자를 테니까. 어리광 부리는 너 같은 애에겐 후한 처우지.]

[정말요...?]

K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지금쯤 리의 짜증에 카일도 어쩌지 못할 것이다. 그는 인내심이 깊은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제 덫에 가여운 짐승이 걸리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카일도 멍청한 리도. 제 뜻대로 되지 않았다. 문틈 사이로 속닥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K의 눈알이 표독스럽게 빛이 났다. 

카일의 너른 등판. 리의 새하얀 살결이 드러났다. 방문을 잠그는 것도 잊고 서로를 탐하고 있었다. 

늘 그랬던 것처럼. 리는 멍청하고 카일은 사랑에 빠졌다. 덫에 걸릴 수 없는 이유였다. 

“다리가 잘렸는데 어떻게 걸어가나요?”

“무슨 소리지?”

“여기 들어왔던 사람은 전부 다리가 잘려서 나간대요. K가 그랬어요.”

“내 침대에 들어온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

“거짓말인 거 알지만, 꽤 감동적이네요.”

“이제 나도 감동시켜봐.”

그리고 시작되었다. 그들의 지저분한 정사가. K는 그렇게 표현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카일을 연모하는 제 마음이 무너질 것 같았다. 

“오늘은 아프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발칙했다. 유별난 카일을 꾀여낸 아이라면 어쩌면 영특할 것이라 생각하기는 했다. 하지만, 평소 K에게 비춰지는 리는 길바닥 출신답게 우매했다. 그래서 한결 마음이 놓였었다. 만약 아이가 카일을 주무른다면 당장 죽여버릴 생각이었다.

그랬는데, 분명 영원히 아둔했어야 했는데 리는 발칙한 짓을 해버렸다.

“여기가 아파요. 일어나면 계속 아파.”

리는 제 허벅지 안쪽을 벌렸다. K의 주먹이 떨려왔다. 이미 리의 허벅지 근육을 찢어 핏줄을 전부 꺼내어 목에 칭칭 감는 상상까지 마친 이후였다. 그러나 카일은, 그 혈관에 매달려야 할 카일이 웃고 있었다. 리의 애교에 어쩌지 못한다는 듯. 

“나도 아파. 일어나면 계속 아파.”

카일은 상처 난 제 등짝을 보여주었다. 답답한 리의 손길에도 차분히 기다렸다. 마침내 마지막 단추가 벗겨졌을 때 카일은 리에게 입을 맞추었다. 저와 손이 스친 지가 무색하게도 카일의 온몸이 리를 탐하고 있었다. 

그 순간이었다. 리의 한 손에 들려 있던 차가 흰 시트에 흩어졌다. 마치 피처럼, 리의 순결성을 저해하는 무언가처럼. 이미 카일에게 몸을 빼앗긴 힘없는 짐승의 절규였을까.

“같이 아프니까 좋다.”

K는 두 귀를 막았다. 저 목소리를 찢어놓고 싶었는데. 카일이 오기 전 진작 처리했어야 했는데. K는 좌절했다. 보라색 눈을 찢어 욕조에 풀어 넣었어야 했다. 무슨 색소가 퍼지는지 보았어야 했다. 저 눈깔이 카일에게 향할 줄 알았더라면. 그렇지 않으면 카일에게 안기고 싶은 제 마음을 들킬 것 같았다. 추악한 내면, 그날 K는 밑바닥과 눈이 마주쳤다.

“이런.”

카일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리는 제 시트를 부지런히 털어내기 시작했다. 카일은 무언가 금기된 상상을 하는 듯 두 눈이 변색되어 있었다.

“어쩔 수 없군.”

카일은 리를 안아 들었다. 그리고 일층으로 내려갔다. 일본산 천박한 디자인의 자동차. 그 자동차의 용도에 대해 친히 알려주려는 듯 보였다. 치정의 시작이었다.

“자리를 지켜.”

카일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K는 그들이 사라진 후 등이 흠뻑 젖을 만큼 달려왔다. 카일의 차가 주차되어 있는 곳으로. 리와 카일의 정사가 시작되는 그 공간으로. 땀에 젖은 옷이 찝찝했다. 분명 송골송골한 땀방울이 왼쪽 귓가로 간지럽게 흘러 들어왔지만 K는 바보처럼 오른쪽 귓가를 닦아낼 뿐이었다.

그 의미는 K가 제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는 증거였다. K는 희미하게 흔들리는 차로 홀린 듯 다가갔다. 이미 K의 동공은 아편을 채로 삼킨 듯 넘실거리기만 했다. 그것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의미했다. 눈이 시릴 만큼 오싹하게 느껴졌다. K는 고개를 흔들었다. 어느 곳에 시선을 두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행복한 고민에 잠겼다. 

자동차에 뿌연 김이 서리고 있었다. K는 떨리는 허벅지를 만지작거리며 걸어갔다. 그리곤 바퀴 아래에 몸을 숨기고 슬며시 고개를 쳐들었다. 리는 주근깨 하나 없이 투명한 피부로 카일에게 몸을 겹쳐오고 있었다.  

리의 옷은 벗겨진 지 오래였다. 제가 씻기고 입혀놓은 잠옷이 카일에 의해 찢어지고 있었다. 카일은 리의 다리를 벌리고 손가락을 넣었다. 분명 허벅지가 아린다고 하였는데, 카일은 리의 상태가 안중에도 없는 듯 무심했다. 이미 카일은 짐승처럼 리를 갈망하고 있었다.

K는 움찔거렸다. 바퀴 아래서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았다. 어쩐 일인지 리의 몸이 더욱 가까이 보이는 곳으로 이동했다. K는 경악스러웠다. 자신도 인식하지 못한 판타지를 마주한 기분이었다. 카일이 아닌 리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마치 리의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 안달 난 것처럼. K는 충격적이게 환상적인 장면에 입을 틀어막았다. 

카일의 손놀림에 리의 뻑뻑한 구멍이 차츰 열리는 듯하였다. 카일은 리의 여린 살에 제 중지를 넣고 자극했다. 왼손으로 둔부를 어루만져가며 손가락 개수를 늘렸다. 리는 두려운지 허리를 일으켰다. 

카일이 손가락을 꺾어 골을 쓸어내렸다. 움푹 파인 허리 아래를 누르자 리는 얇은 신음을 흘리며 녹진하게 몸을 풀었다. 카일은 천천히 손가락 두 개를 넣었다. 카일의 반지가 리의 구멍속을 침범할 때까지 밀어 넣었다. 리는 반지의 이물감에 몸을 잘게 떨었다. 카일의 중지를 감싸던 커다란 링이, 리의 공포심을 자극했다. 리는 두툼한 반지를 보며 작게 경련했다. 내벽을 통과하는 흉흉한 쇠의 감촉이 끔찍했던 모양이었다. 

“차가워.”

리의 들릴 듯 말 듯 한 신음이 울려 퍼졌다. 작게 그르렁대는 짐승 같은 카일의 목소리. 카일은 회음부를 핥아내었다. 골에 닿는 쇳덩이가 간지러웠던 리는 카일의 손가락을 핥아내었다. 마침내 바닥으로 반지가 낙하했다.

거대한 쇳덩이가 사라지자 리는 안도한 듯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더 이상의 두려움이 없을 거라 여겼던 리의 안도감은 오래가지 못했다. 카일은 장애물을 떨쳐낸 듯 본격적으로 리의 육체를 흡입하기 시작했다. 마치 산채로 발라 먹으려는 것처럼, 카일의 움직임이 험악해졌다. 

리의 흐느끼는 울음소리가 거세졌다. 아픈 것도 흥분도 아닌 그저 낯선 모양이었다. 오히려 허벅지 안쪽을 빨아줄 때 리는 더욱 전율을 느끼는 듯하였다. 

리는 카일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렸다. 카일은 능숙하게 고환 끝을 만지작거렸다. 리의 다리가 천장을 향해 부드럽게 꺾였다. 카일의 펠라가 이어졌다. 어느새 붉어진 리의 귀두를 머금었다. 카일의 눈빛이 농염한 빛으로 짙어졌다. 

리는 카일의 머리를 감싸 안았다. 가슴팍을 핥아내는 카일의 얼굴은 그을린 목덜미까지 달아올라 있었다. 카일은 리의 성기를 손에 쥐었다. 카일의 손의 힘줄이 바싹 섰다. 그을린 손 위로 초록빛의 핏줄이 긴장되어 있었다. 한 손으론 여전히 회음부를 자극하고 있었다. 리는 제 다리를 카일의 어깨에 걸쳤다. 카일은 리의 성기를 부드럽게 만지며 이완시키다 이내 리를 뒤집고 허리를 끌어왔다. 리는 시트에 얼굴을 묻고 헐떡거렸다. 리의 발꿈치가 달아올랐다. 뜨거운 숨결이 떨어졌다. 

마침내. 카일은 허리를 털었다. 리의 둔부에 카일의 허벅지가 닿았다. 아주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다. 리의 입속에서 나열되지 않은 단어가 흘러나왔다. K는 그것조차 듣기 좋았다. 침을 꼴깍 삼켰다. 카일보다 더 흥분한 상태로 리를 쫓았다.

카일의 커다란 손바닥이 리의 둔부를 감싸 안았다. 카일은 접합부에 제 성기가 빨려 들어가는 모습을 진득하게 바라보았다. 접합부 사이로 흰 액체가 흘러내렸다. 리는 카일의 손에 묽은 쿠퍼 액을 쏟아냈다. 단맛이 날 것 같았다.

카일은 쿠퍼 액을 손가락에 묻혔다. 카일의 거친 삽입이 계속될수록 리는 소리 없이 비명을 흘려댔다. 리는 카일의 성기를 피해 도망쳤다. 차 안에서 도망칠 구석이 어디 있겠냐마는 필사적으로 무릎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허리를 비틀며 엉엉 울기도 하였다. 카일은 리의 발목을 끌고 왔다. 그리곤 커다란 손으로 리의 엉덩이를 벌렸다. 성기를 무자비하게 밀어 넣기 시작했다. 

뿌리 깊이 박혔을 때 리의 뺨이 경련하듯 움찔거렸다. 환희에 젖어 감당할 수 없는 얼굴이었다. 카일은 리를 단단히 고정시켰다. 아랫배를 자극하는 이물감에 리가 파르르 떨었다. 카일은 리의 골반을 쥐고 삽입을 시작했다. 카일의 허벅지 근육이 잔뜩 성나 있었다. 앙상한 리의 나체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카일에게 몸을 맡길 뿐이었다. 

카일은 리를 번쩍 들었다. K는 황급히 몸을 숨겼다. 리의 울음소리가 잦아졌고 K는 다시 고개를 빼꼼 들었다. 왠지 커다란 저 덩치에 리의 숨이 멎을 것 같았다. 카일은 리를 눕혔다. 리의 입속에선 질서 없는 언어가 흘러나왔다. 

카일은 리의 허리를 안고 깍지를 꼈다. 제 품에서 도망치지 못하게 만들 작정인 듯 보였다. 리는 시트를 쥐던 손으로 카일의 손등을 긁어내었다. 심통 난 고양이처럼. 카일은 허리를 느리게 움직였다. 낮은 목소리로 달래는 듯 리의 귀두를 만지작거렸다. 팽팽하게 흔들리는 리의 귀두 위로 묽은 정액이 맺혀 있었다. 카일은 귀두 끝을 끈질기게 만지작거렸다. 리는 부끄러운 듯 카일의 어깨를 밀었다. 카일의 손가락은 어느새 끈끈한 정액으로 반질거렸다.

카일은 제 손가락을 리의 입술에 가져다 댔다. 리는 카일의 손가락을 할짝거렸다. 카일은 리의 입술을 삼킬 듯이 물었다. 핏물이 맺힌 아랫입술을 갈증 난 듯 빨아당겼다. 리는 카일의 목을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 

붉게 물든 유두를 튕겨 내었다. 녹진한 몸 중에 유일하게 굳어있었다. 카일은 반질거리는 손끝으로 유두를 살살 건드렸다. 그것이 기분이 좋은지 리는 작게 신음을 흘렸다. 귀 끝이 빨개졌다. 뾰족한 귓바퀴 위로 붉어진 자국들은 홍조처럼 온몸에 번져갔다. 리가 흥분하고 있었다. 

카일은 탐스러운 과일을 맛보듯 리의 가슴팍을 와락 물었다. 이로 살살 유두를 건드리며 혀로 농락하기 시작했다. 그들만의 장난이 시작되었다. 젖은 머리칼 사이로 누구의 체액인지도 모를 것들이 섞여 들었다. 그리고 진한 입맞춤이 지속되었다. 땀에 눌어붙은 머리가 이마에 닿았을 때 작게 전율했다. 

카일은 집요하게 리의 여린 살을 찾았다. 허벅지 안쪽, 겨드랑이 위 그리고 가는 발목까지. 뼈 채로 발라먹는 듯 파인 부분에 혀를 넣었다. 그리고 마침내. 푹 젖어 있는 그곳으로 혀를 밀어 넣었다. 카일의 뒤통수가 빠르게 움직였다. 리는 극한 쾌락에 어쩔 줄 몰라 하며 몸을 튕겨냈다. 

리의 무릎이 엉망으로 꺾였다. 분명 아플 텐데. 내일 다시 고통을 호소할 텐데. 리는 이미 쾌락에 눈이 멀어 있었다. 카일의 혀는 골을 따라 움직였다. 리의 몸 선을 찾는 듯 제 혀로 리를 완벽하게 녹여내고 있었다. 

K는 심장을 부여잡았다. 등골이 오싹했다. 카일이 혀로 제 몸을 만지는 듯 다리가 후들거려 제대로 서있을 수 없었다. 리의 허리가 꺾였다. 카일은 얇은 허리를 부러뜨리려는 듯 골반을 쥐고 거칠게 앞으로 끌고 왔다. 카일의 복근 위로 가지런히 정돈된 뼈대가 드러났다. 리는 두려운 듯 뒤를 돌아보았다. 카일과의 접합부를 바라보며 앓는 신음을 흘렸다. 카일은 리의 목덜미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그리곤 푹신한 시트에 리를 눕히고 올라탔다.

차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리의 뼈대가 카일의 손에 훼손되는 기분이 들었다. 카일의 성기가 리의 내장을 파헤치고 마침내 리가 뜨거운 핏물을 토해내며 죽는 결말을 떠올렸다. 

카일은 한 줌도 되지 않는 리의 목을 감싸 안았다. 조르려는 듯, 꺾으려는 듯 제 체중을 싣고 리의 무너지는 모습을 구경했다. 리의 찢어질 듯한 신음이 들려왔다. K는 언젠가 그 아이가 그렇게 우는 것을 본 적이 있는 것 같았다. 목구멍을 긁는 듯한 새끼 고양이의 울음소리. 섬뜩했다. 그리고 두근거렸다. K는 우울할 만큼 심장이 떨려왔다.

작은 리는 카일의 덩치로 가려졌다. 살덩이가 마찰되는 소리와 함께 우는 소리가 섞여 들어왔다. 리의 울음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곧게 뻗은 카일의 등골에서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찌릿, K의 눈이 아파졌다. 

리는 허리를 흔들었다. 분명 카일을 원하고 있었다. 제 손으로 씻긴 리가, 타락하고 있었다. 

카일은 볼록해진 리의 배를 눌렀다. 커다란 카일의 손에 리의 배가 가뿐히 가려졌다. 카일이 거대한 성기를 빼내었다. 리의 새하얀 배 위로 희멀건 액체가 뿌려졌다. 카일은 리의 배를 쓰다듬었다. 정액으로 흠뻑 칠할 생각인 듯 보였다. 

리를 씻기고 카일의 정액을 빼내고…. K는 실낱같은 이성으로 더럽혀진 리를 갱생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차분히 리를 씻기는 자신을 떠올렸다.

젖은 머리 위로 아련히 감긴 눈. 카일은 리의 눈에 입을 맞추었다. 짜디짠 눈물 맛이 날 것 같았다. 카일이 허리선부터 옆구리를 물었다. 리의 입술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

이어진 허리 짓에 리의 도톰한 입술 사이로 끊어질 듯한 교성이 튀어나왔다. K의 속이 단숨에 울렁거렸다. 배꼽 위로 메슥거리는 속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정신이 아득해졌다. 제 친구들이 우스꽝스럽게 흉내 내던 신음과는 차원이 달랐다. 무언가 인위적인 요소를 배제한 리의 숨소리는 K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자동차 한 뼘을 두고 억누르는 교성이 K를 휘어잡았다. K는 집중했다. 그 얇은 숨소리에 제 숨결이 섞이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숨을 내뱉어야 했다. 김이 서린 차 안에 뱀처럼 뒤엉키는 두 사람. 혀도 살결도 그곳도. 모든 접합부는 한 몸이 되기 위해 안달 난 듯 보였다. 그 순간 카일은 리를 뒤집었다. 마른 뱃가죽의 흰 살결. 턱 끝까지 빨개진 홍조가 K의 심장을 강타했다. 새하얀 둔부는 제가 정성스럽게 씻긴 걸작이었다. 

리는 온몸으로 땀을 배출하고 있었다. 카일은 보다 수컷 같은 목소리로 리를 탐욕하고 있었다. 하울링이 들리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낮은 신음으로 리의 흰 몸을 감싸 안고 있었다. 접합부가 찌걱거렸다. K는 질척이는 소리에 다시 한 번 울렁. 속이 부대끼기 시작했다. 

리가 흔들거렸다. 울컥이는 구멍 사이로 뜨거운 정액이 흘러내렸다. K는 화들짝 놀라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기를 몇 초 후 K는 다시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천천히 눈을 떴다. 숨 쉴 시간이 필요했다. 연기처럼 이어지는 행위는 K의 머리를 지끈거리게 만들었다. 마치 약속이라도 하는 듯 찰나의 시간도 주어지지 않는 체위였다. 

리는 가랑이를 활짝 벌리고 카일의 허리를 껴안았다. 마른 허벅지에 감겨진 탄탄한 복근. 카일의 복근 사이로 흰 액체가 흘러내렸다. 카일은 리가 흩뿌려 놓은 액체를 만지작거렸다. 중지와 엄지 사이로 끈끈한 액체가 늘어났다. 리는 부끄러운 듯 제 손목으로 얼굴을 가리기 시작했다. 눈을 뗄 수 없었다. K는 더 이상 카일을 욕정하지 않았다. 눈길이 가지 않았다. 오히려 리에게 눈을 뗄 수 없어 눈꺼풀이 피로할 지경이었다. K는 제 뱃가죽을 어루만졌다. 이곳에 리의 정액을 품을 수만 있다면. 

K는 리와 함께 땀을 흘렸다. 정액을 흘렸고 눈물을 흘렸다. 생에 처음 느껴보는 설렘이 당혹스러웠다. 불편한 설렘. 스릴이 수반되는 나쁜 행위에 K는 울먹거렸다. 제 심장을 리가 쥐어짜내는 듯 그의 신음에 맞춰 심장이 찢기고 있었다. 얼얼하게 근육이 굳어가는 기분이었다. K는 엉망으로 구겨진 얼굴을 폈다. 새하얗게 웃고 싶었다. 이런 자극은 제 생에 처음이었다. 정강이를 걷어차인 듯 얼얼해서 걸을 수가 없었다. K는 무릎걸음으로 창틀에 매달렸다. 어느새 벌어진 허벅지 사이로 생채기가 선연했다. K는 아픔조차 느끼지 못하고 열중했다. 

카일은 리의 정수리를 간지럽히기 시작했다. 얇은 검은색 모발이 끊어질 듯 흔들거렸다. 리의 고운 미간이 찡그려졌다. 카일의 지배욕에 발정한 사람은 리뿐만이 아니었다. 카일이 리를 비로소 전부 소유했을 때 K는 제 머리가 따끔거리는 통각에 시달렸다. 

자동차 바퀴 밑에 숨어 뜨거운 숨결이 얽히는 소리를 관음 했다. 값비싼 차가 흔들거렸다. 그 순간 리는 짐승 같은 카일의 성기를 받아내기 버거운 듯 핸들을 끌어안고 울부짖었다. 카일은 리의 허벅지를 두툼한 손으로 만지작거렸다. 

“카일, 제발… 그만! 그만, 그… 만.”

말과 달리 리는 꺼이꺼이 울음과 숨이 끊어질 듯한 얼굴로도 카일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 카일은 리의 움푹 파인 볼을 삼킬 듯이 빨아 당겼다. 질척이는 점액질 소리가 들려왔다. 단숨에 빨린 리의 볼에 붉은 자국이 새겨졌다. 금방이라도 카일의 가랑이 속으로 들어갈 듯이 집어삼켜지고 있었다. 

카일은 턱을 비스듬히 틀고 목구멍을 활짝 벌렸다. K는 갈증이 났다. 카일은 리의 가슴팍까지 성기가 꽂힐 만큼 거칠게 삽입을 시작했다. K는 무언가 답답해진 목구멍이 칼칼하게 느껴졌다. K는 천천히 손을 들었다. 제 목을 긁어내며 무사한지 살펴봐야 했다. 둘 사이의 정사는 그칠 줄 모르는 듯 점차 농밀해지고 있었다. 무수히 많은 섹스를 봤지만 이런 섹스는 처음이었다. K는 처음 포르노를 접한 아이처럼 소리 없는 괴성을 질렀다. 

카일은 리를 조심스럽게 시트에 눕혔다. K는 카일의 손길대로 시선을 옮겼다. 점하나 없는 무섭도록 흰 살결이었다. 약간의 굽은 등. 어깨뼈와 갈비뼈가 살짝 휘어진 것조차 예술적이었다. 아슬한 석고상처럼. 리는 시트에 묻혀 아름답게 흔들거렸다. 카일은 리의 등을 커다란 손바닥으로 쓸어보기 시작했다. 단단한 손이 스친 곳은 여과 없이 붉게 물들었다. 

카일은 마치 각인 같은 행위에 몰두했다. 무언가 흔적을 남기고 싶은 듯 리의 여린 살을 빨아 당겼다. K는 괜스레 심장이 가빠져오고 있었다. 카일은 이내 무서운 진찰을 하는 의사선생님처럼 갈비뼈를 지그시 눌렀다.

리의 등골과 둔부 사이를 천천히 눌렀다. 날카로운 주사가 놓아질 차례였다. 리의 등이 보기 좋게 휘었다. K는 눈조차 깜빡이지 못하고 카일의 손을 따라갔다. 카일의 영혼에 빙의라도 할 것처럼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 순간 리의 새하얀 엉덩이를 가르고 거대한 성기가 무자비하게 찔러지기 시작했다. 

겨우 시트에 몸을 맡긴 리의 팔꿈치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리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꺾고 카일과 입을 맞췄다. 거친 삽입질 탓에 입술이 엇나가 침이 흘러내렸다. 카일은 탐욕스럽게 리의 턱을 핥아내었다. 수염자국 하나 없이 고운 턱에 진한 상처를 내기 시작했다.

어깨부터 등골까지 곡선을 그리며 허리가 휘었다. 파르르 흔들거렸다. 갈비뼈가 뒤틀렸다. 카일의 둔탁한 허리 짓에 맞춰 속절없이 리가 흔들거렸다. 리는 모든 것이 부끄러운 듯 두 손으로 뺨을 가렸고 카일은 제 성기를 꺼내 리의 뺨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뭘 해줄까?”

카일의 진득한 목소리가 K의 귓속을 파고들었다. 이곳으로. 저곳으로 내가 원하는 곳으로 쑤셔줘. 엉망으로 휘저어줘. K는 천박한 포르노 속 대사를 떠올렸다. K는 엉덩이를 달싹거리며 리의 입술을 쫓았다. 리는 어쩔 줄 몰라 하며 제 빨개진 무르팍을 가리기 시작했다. 이미 새파란 멍이 퍼지고 있는 무릎은 리의 작은 얼굴을 숨기기에 충분했다.

“그냥… 아무렇게나… 해주세요.”

그 말에 카일은 ‘잘 모르겠는데.’라며 장난을 걸기 시작했다. 리의 얼굴은 이미 수치로 물들어 있었다. 조금 울먹거리는 것 같았다. K는 왠지 그 장난이 싫지 않았다. 카일처럼 자꾸만 리를 곤란하게 만들고 싶었다. 만약, 제가 차 속의 남자였더라면 아마 좀 더 짓궂지 않았을까. 막연히 카일의 능욕 섞인 딴지에 손가락질할 수는 없었다. 리는 도덕심을 잃게 했다. 

“부탁해봐.”

카일의 말에 리는 사색이 되어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거 못해요.”

“아니. 넌 할 수 있어.”

카일은 진지했다. 리는 조마조마한 얼굴로 말을 더듬거렸다. 천천히 식어가는 자신의 성기를 바라보며 불안한 듯한 기색으로 손가락을 움직였다.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는 듯 카일의 허벅지에 조심스럽게 손을 올려두었다.

“그게….”

“그래. 어떻게 해줄까?”

카일은 필사적으로 웃음을 눌러 담았다. K는 카일이 괘씸했다. 제 스스로 부끄러운 말을 하라는 듯 재촉하는 카일의 눈빛이 호기심으로 번쩍거렸다. 카일은 완전한 어른이었다. 그리고 K와 달리 표정관리에 능숙한 남자였다. 카일은 어수룩한 리에게 애정 섞인 조롱을 시작했다. 그 순간 리는 카일의 목을 와락 끌어안았다. 도톰한 입술이 벌어졌다. 새하얀 이 사이로 카일이 그렇게 바라왔던 노골적인 말이 흘러나왔다.

“…… 해주세요.”

K는 제 귀를 의심했다. 심장이 정처 없이 벌렁거렸다. 뙤약볕에 몸이 익어갈 때처럼 어떠한 감각도 느낄 수 없었다. 거대한 자극이 K를 집어삼켰다. K는 면역되지 않은 음성에 넋을 놓고 휘둘려야 했다. 

리는 겨우 꺼낸 말이 부끄러운 듯 눈물까지 흘렸다. 아무래도 제가 잘못 들은 것이 아닌 모양이었다. K는 무언가 허무함을 느껴야 했다. 그 순간 리가 무릎걸음으로 카일에게 기어갔다. 최후의 간음이었다. 리는 카일의 탄탄한 허벅지 위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안 돼. 안 돼 그만. K는 생전 처음으로 무언가로부터 도망치고 싶어졌다. 

‘해주세요.’

‘해주세요.’

회상하는 것만으로도 머릿속이 소란스러웠다. 결국 앞의 말은 생각할 용기가 도무지 나질 않았다. 리의 입에서 나온 천박하기 그지없는 끝 맺음말을 지독하게 곱씹을 뿐이었다. 

“짜증 나….”

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가랑이를 벌리는 그 순간이 싫었던 걸까. K는 제 마음도 모르는 채 ‘안 돼’만을 외칠 뿐이었다. 리가 듣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쓸데없는 짓을 벌였다. 리는 다리를 활짝 벌렸다. 허벅지 안쪽 살이 안쓰럽게 떨려오기 시작했다. 카일은 그런 리를 냉담하게 바라보았다. 가끔씩 저돌적인 짐승 같았다가 말썽 부리는 어린아이 같기도 했다. 

품에 가둔 것과 달리 별다른 리드를 하지 않았다. 만약, 자신이었다면 리를 안아줬을 텐데. K는 리를 방치하는 카일이 이해되질 않았다. 리를 보고 있으면서도 이성을 찾으려 노력하는 카일의 모습이 무척이나 위태로워 보였다. 거칠게 집어 삼키고 싶은 얼굴, 포악한 몸짓과 대비되게 카일은 초연했다. K는 절정을 맞고 싶었다. 결국 자신의 절정은 리의 절정과 다름없었으니까. 

카일은 제 성기로 리의 구멍을 간지럽히기 시작했다. 리는 그곳에 카일의 성기에 꽂으려 무던히 애를 쓰고 있었다. 장난스럽게 허벅지를 찔러오는 것은 카일의 실수가 아니었다. 이것은 리를 흥분상태에 도달시키기 위한 장치 같은 것이었다. K는 무언가 질척한 생각에 잠기고 말았다. 만약, 제 권력이 확실하다면 리를 잡아둘 수 있을 것인가. 카일과의 밀회를 떠올렸던 과거는 깨끗이 지워진 지 오래였다. 어떻게 하면 리를 소유할 수 있는 걸까.

K는 벌어지는 리의 새하얀 골을 바라보았다. 마침내 카일은 리의 왼쪽 허벅지를 제 어깨에 걸치고 다리를 찢어내기 시작했다. 이내 붉게 달아오른 리의 그곳이 K의 눈을 파고들었다.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시렸다. K는 눈을 깜빡일 시간도 아쉬웠다. 온 신경을 리에게 집중했다. 자극적이고 색정적인 행위에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K는 침을 삼켰다. 혀를 움직여 리의 온몸을 이완시키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리의 고환이 흔들거렸다. 카일의 거친 숨소리만큼이나 그의 성기도 리의 구멍 속에서 천천히 팽창되고 있었다. 리의 비명 섞인 교성이 커져갔다. 문신 가득한 카일의 손목이 리의 새하얀 둔부를 어지럽히고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속력을 내는 거친 삽입. 카일은 리의 목을 감싸 안고 허리 짓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리는 쾌락에 젖은 얼굴로 엉덩이를 흔들며 카일의 목덜미를 쓰다듬었다. 카일은 리의 목을 조를 듯 달려들었다. 리의 가는 울대가 움찔거렸다. 카일은 리의 벌어진 가슴팍에 얼굴을 묻었다. 새빨간 혀가 얽히기 시작했다. 

누구라고 확신할 수 없는 두 개의 나체가 정신없이 섞이기 시작했다. 서로가 간절해 견딜 수 없다는 듯 더욱 깊은 곳까지 파고들었다. 카일은 리의 등을 쓸어보았다. 갈비뼈로 연주하는 듯 눈을 감고 리의 신음을 감상했다. 리의 서툰 펠라가 이어졌다. 꺾인 목선에 흘러내리는 투명한 땀방울. K의 이마에도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새벽이 지는 정원 아래로 K의 땀방울이 서서히 낙하했다. 

리의 머리칼이 카일의 뱃가죽을 간지럽혔다. 카일은 아랫배에 맴도는 리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리의 둔부를 가르고 그곳에 혀를 박아 넣기 시작했다. 코를 묻고 커다랗게 숨을 쉬었다. 위로 솟구친 리의 몸이 맥없이 흔들거렸다. 할짝이는 야살스러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카일은 느긋하게 혀를 움직였다. 리의 머리칼이 흔들릴 만큼 그곳을 사정없이 집어삼켰다. 붉은 혀의 움직임이 선명했다. 카일은 뜨거운 혀로 리의 등골까지 핥아내기 시작했다. 카일은 리의 가슴팍을 끌어안고 허리 짓을 시작했다. 사정을 재촉하는 듯 보였으나 카일의 의도는 다른 모양이었다. 리의 사정을 금지했다. 카일은 리의 성기를 쥐고 요도를 틀어막았다. 사정에 도달하지 못한 리의 짧은 비명이 이어졌다. 카일은 리의 어깨에 손을 올려 두고 삽입을 계속했다. 리의 골반이 금방이라도 으스러질 것 같았다. 

‘리가 죽을 것 같아….’

K는 초조한 얼굴로 리의 골반을 바라보았다. 곧장 으스러질 것 같은 뼈들이 온전한 게 기적일 만큼 거친 정사가 이어졌다. 

“안 돼….”

K는 리의 몸을 걱정하면서도 욕정을 멈출 수 없었다. 체모 하나 없이 매끈한 다리에 신경을 빼앗겼다. 허벅지 안쪽과 발목에는 작은 멍 자국이 있었지만 감상을 방해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작은 그곳에 기다란 카일의 성기가 쑤셔지고 있었다. K는 불룩하게 부어오른 리의 아랫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제 성기가 팽팽해짐을 느끼고 다리를 털어대기 시작했다. 마침내 사정에 성공한 리는 이물감에 허리를 튕겨내었다. 

그 모습을 카일이 놓칠 리가 없었다. 카일은 리의 둔부에 하반신을 바짝 붙여왔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의미였다. 팽창된 성기 덕에 접합부가 찢어질 것 같았다. 이미 리의 그곳은 정액으로 가득 차 있을 것 같았다. K는 끔찍한 상상에 헛구역질을 했다. 

마침내 카일이 성기를 빼내었을 때 묽은 정액이 쏟아질 듯 흘러넘쳤다. 리는 손가락으로 구멍 밖을 애타게 문질렀다. 리의 두 뺨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카일은 다시 커다란 성기를 꺼내 들었다. 깃털을 쥐고 있는 듯 기다란 손가락으로 리의 입구를 간지럽히기 시작했다. 천천히. 

K는 카일의 허리 짓에 맞춰 숨을 내쉬었다. 리의 가녀린 손목은 카일의 목을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갈라진 엉덩이 골에 붉은 자국이 피어올랐다. 리는 감히 카일의 허락 없이 사정할 수 없다는 듯 카일의 허락을 기다렸다. 기다란 속눈썹에 아슬하게 정액이 맺혀 눈조차 깜빡이지 못하고 있었다. 귀여웠다. K는 우습게도 리가 사랑스러웠다.

K는 리의 끊어질 듯한 교성을 들으며 심장을 움켜쥐었다. 너무도 급박하게 뛰고 있었다. 이대로 심정지가 올 것 같았다. K는 천천히 심호흡을 시작했다. 짐승 같은 카일은 낮은 음성으로 무어라 속삭거렸다. 이내 핸들을 잡고 있던 리의 두 손이 속절없이 미끄러져 내렸다.

K는 그것을 참아낸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섹스도 사랑도 장난도 아닌, 참아내는 행위. 리는 온몸으로 ‘인내심’을 표현하고 있었다. 온몸이 유린당한 리는 헐떡거리며 카일의 목을 껴안았다. 마른 등줄기가 곡선으로 움푹 파였다. 기하학적인 발레리나의 신체처럼 K의 인상을 찌푸려지게 만들었다. 투명한 살결에 달콤해 보이는 땀방울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할짝할짝. K는 창틀에 반사된 제 손 등을 핥아내기 시작했다. 리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K는 다시 한 번 제 손 등을 할짝대었다. 달콤했다. 달콤하기 그지없었다. 리의 신음은, 리의 살결은, 리의 눈물은.

K는 그 순간 갈증이 해소된 것처럼 목을 긁어내기 시작했다. K의 창백한 목선에 손톱자국이 박혀오기 시작했다. 리가 짐승 같은 카일의 등을 긁어내던 것처럼. 거대한 지도처럼, 각인처럼, 사랑의 증표처럼 카일의 등판에 얇은 자국이 그어졌다. K는 다시 제 목을 긁어내기 시작했다. 저 자국을 가질 수만 있다면. 

- K! 빨리 와!

- 도대체 어딜 간 거야?

- 교대시간 잊었어?

- 이러면 곤란해!

동료 M의 메시지가 정신없이 울렸다. 몇 통의 부재중 전화와 함께 가슴팍에선 무전기가 정신없이 울려대고 있었다. 전부 자리를 비운 자신을 향한 책망이었다. K는 악에 받쳐 저도 모르게 퉁퉁거리는 발자국 소리를 냈다. 그리곤 M에게 짤막한 메시지를 전송했다. 

- 기다려…!

M은 아무런 존재감을 내지 못하고 허망하게 사라져야 했다. M의 메시지는 무참히 바퀴에 깔려죽었어야 했다. 이곳에서 리와 자신의 숨결만이 온전해야 했다. K는 눈을 감고 노랫말을 떠올렸다. 흔들리는 리와 카일이 K의 연주를 방해하기 시작했다.

커다란 음표들이 서로 뒤엉켜 교미를 하는 것 같았다. K는 인상을 찌푸리며 눈물을 흘렸다. 마침내 두 남자는 혀를 섞었다. 핑크빛의 혀 사이로 핏물이 뚝뚝 떨어졌다. 아무래도 리가 물은 모양이었다. 작은 동물은 생각보다 온순하지 않았다. 

K는 리를 품는 상상을 했다. 리는 엉성한 솜씨로 카일의 혀를 옭아매었다. 아랫입술을 혀끝으로 살짝살짝 건드렸다. 카일은 리의 장난에 보답하듯 턱을 앙 물었다. 간지러운지 리가 부르르 떨며 다리를 경련했다. 빳빳하게 선 젖꼭지가 붉게 물들었다. 그곳에 땀방울이 아슬하게 맺혔다. 

톡. 톡. 톡. K는 제 귀를 의심했다. 선홍빛의 젖꼭지 사이로 흘러내리는 아름다운 소리. K는 귀를 막았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다. 리의 붉은 뺨, 허벅지, 팔꿈치 마침내 젖꼭지…. 그리고 입술까지. K는 진한 어둠으로 물들어버린 몸을 감상했다. 리의 입술 사이로 정갈한 발음이 새어 나왔다. 매혹적일 만큼 도톰한 숨결이었다.

“카일….”

K는 제 이름이 카일이 아닌 것을 원망해야 했다. 리처럼 카일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하지만 ‘카일… 카일… ’하는 소리만이 머릿속을 어지럽힐 뿐이었다. 결국 솟아올랐던 성기가 잠잠해지고 마침내 분노에 휩싸인 자신을 발견하고 말았다. K는 주먹을 말아 쥐었다. 

마침내 리의 가지런한 입술 사이로 미약한 숨결이 펼쳐졌다. 마치 숨을 쉬는 방법을 망각한 것처럼. 가슴팍이 오르락내리락. 흔들거렸다. K는 리의 가슴팍을 핥는 상상을 했다. 천천히 창문으로 다가갔다. 그 순간 리의 손바닥이 창문에 무자비하게 찍혀오기 시작했다. 

차 안은 비정상적으로 흔들렸고 카일은 리의 허리를 휘어잡고 다시 성기를 찍어내기 시작했다. 작은 손바닥이 생명을 갈구하는 듯 창문을 긁어댔고 아름다운 리의 얼굴이 창문에 부딪혀 부어오르고 있었다. K는 주먹을 떨었다. 리에 대한 걱정과 달리 앞섶은 축축이 젖어오기 시작했다. 저 손에 깍지를 끼고 입을 맞출 수 있다면. 등줄기에 입을 맞출 수만 있다면.

“하아….”

그 순간 뜨거운 숨결이 잠식할 듯 나긋한 리의 신음이 울려 퍼졌다. K는 마침내 전율했다. 클라이맥스에 커피 잔을 쏟고 마는 제 어미처럼. 싸구려 클래식의 절정을 맛본 듯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지그시 눌렀다. K의 다리가 주욱 흘러내렸다.

그들을 향해 무릎을 꿇은 채로 가슴을 헐떡거렸다. 두려웠다. 첫사랑은, 첫 관음은 공포심 그 자체였다. K는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감각 없는 다리가 잘리도록 뜀박질을 하고 싶었다. 

“카일… 카일…!”

“사랑해요…”

카일이 되고 싶었던 K는 그날 제 이름을 버리고 싶었다. K는 저택 안으로 뛰어갔다. 리의 미성을 잊고 싶었다. 쉴 틈 없이, 폐가 터지도록 카일을 울부짖었던 붉은 입술을 잊고 싶었다. 마른 허리선에 이슬처럼 맺히는 땀방울을 잊고 싶었다. 땀에 젖은 이마에 눌어붙은 흑발을 잊고 싶었다. 손자국에 무참히 흔들리는 나약한 몸을 잊고 싶었다. 

K는 지하실로 달려가 주저앉았다. 

오로지 혼자만의 공간. 축축이 젖은 바지를 내릴 수 있는 유일한 장소였다. K는 젖어버린 바지를 내렸다. 세차를 했을 때와 비교도 되지 않는 피로가 몰려왔다. 요도가 잘릴 듯한 고통이 이어졌다. 발기된 성기를 건드려보았다. K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성기를 쥐었다. 리의 구멍에 제 것을 넣고 싶었다. 붉은 성기를 붙잡고 과격하게 허리를 쳐내고 싶었다. 작은 얼굴을 쥐고 우악스럽게 펠라를 시키고 싶었다. 

카일처럼 멋진 어깨를 가진 날이 온다면. 그 차를 살 수 있을 때가 오면 리를 손에 쥘 수 있을까 비참한 다짐을 했다. 

K는 마침내 팽팽하게 솟아오른 성기를 흔들기 시작했다. 터져 나오는 정액을 감쌀 수 없어 눈물을 흘렸다. 카일이었더라면. 리의 구멍 사이로 모든 것을 뿜어낼 텐데. 몸이 흔들거릴 만큼 발기를 한 탓에 참아왔던 정액이 넘쳐흘렀다. 

K는 아이처럼 울부짖기 시작했다. 유니폼이 엉망이 되어버렸다. K의 눈물이 떨어졌다. 식어버린 정액과 눈물이 섞여들기 시작했다. 질척하고 남루한 액체들이 K의 몸을 오염시켰다. K는 제 손바닥을 열었다. 방금 전처럼. 두 남자의 정사처럼. 카일의 액체와 리의 눈물이 섞이는 순간처럼. 두 액체는 사이좋게 손바닥에 헝클어지고 있었다. K는 소중히 주먹을 쥐었다. 

마침내 리를 가진 기분이었다. K는 손을 뻗었다. 리의 흰 목을 포획하듯이 손을 쥐었다. 리의 목이 제 손에 들어오도록 가득 쥐어보았다. 허공을 쥐어 잡으며 제 성기를 만지작거렸다. 리의 목선에는 흉흉한 글자들이 박혀있었다. 칼날을 쥐고 남자의 목을 무자비하게 찢은 기분이었다. K는 그곳에 혀를 넣었다. 레터링 사이로 혀를 움직이며 피를 전부 빨아내었다. 

K는 리의 목덜미를 욕정 했다. 제 손으로 씻기고 입히던 보랏빛의 소년을. 줄곧 외면했던 진실을 마주한 기분이었다. 카일이 아니었다. 제가 욕정 한 상대는 리였다.

카일이 되고 싶던 청소부는 비참함에 주저앉아야 했다. 그 순간이었다. 카일이 지하실 문을 박차고 들어섰다. 리의 체액을 한껏 달고 온 승리자. 죽을 때까지 넘볼 수 없던 사람.

“관음은 참아줄 수 있어도 거짓말은 안 돼.”

카일은 부드럽게 웃었다. 칼을 뽑아 K의 목에 천천히 박아 넣기 시작했다. K의 욕정이 말끔히 씻겨 내려가는 순간이었다. 

“죄송합니다, 주인님.”

카일은 목뒤로 칼이 나올 때까지 깊숙이 박아 넣었다. 리를 부드럽게 안던 그 손으로 친히. 

“리가 내게서 도망갈까 봐. 네 그 허튼수작으로 날 떠날까 봐 마음 졸였어. 눈치 보며 다리를 숨기는 얼굴도 귀여웠지만.”

K의 목에 들어간 칼이 점차 휘어지기 시작했다. 

“난 꽤 불안했다고.”

카일은 K의 남근을 쥐었다. 불결한 성기를 찢어내기 시작했다. K의 남성이 소멸되는 순간이었다.

“이 이야기를 왜 하는 줄 알아? 난 널 죽일 거거든. 평생 내가 리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아무도 몰랐으면 해. 이런 멍청이 같은 모습을 들키기 싫어졌거든.”

카일은 비릿하게 웃었다. 그 웃음에 구역질이 났다. K는 잘린 목으로 힘껏 웃었다. 

“다음 생에선 내가 그 아이를 가질 겁니다.”

카일은 마침내 K의 목을 잘라내었다. 너덜거리는 대가리가 왼쪽으로 치우쳤다. 카일은 그 왼쪽 뺨을 세게 쳐올렸다. 마침내 오뚝이 같던 머리가 중심을 잡고 카일을 마주했다. 카일은 시체의 머리채를 잡고 눈을 맞췄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속삭였다.

“다음 생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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