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화 (10/14)

***

다들 점심을 먹으러 갔다. 입맛이 없는 나는 스튜디오 근처 공원에 갔다. 키 높고 그늘이 넓은 나무 밑에 앉아 한낮을

 즐겼다. 그늘 밖은 뜨거웠다. 잔디에서 올라오는 서늘한 냉기와 그늘이 만들어주는 탈진 같은 냉기를 받은 내 몸은 

그에 대한 반작용을 나른함으로 표출하고 있었다. 어제 닌자를 타고 강바람을 심하게 맞은 탓에 몸뚱이가 무거웠다. 

팔을 쓱 들어올렸으나 고정된 내 시선 그 이상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툭 떨어진다. 아픈 것이 몸이라 다행이었다. 몸은 앓고 나면 내성이 붙어 더욱 튼튼해지지만 정신은 앓고 나면 참담하게 부패한다. 나의 주마간산식 예술성의 장점이다. 정신을 앓지 않게 보호하는 것. 

나는 선글라스를 쓴 조영인이 나타나 나를 찾아다니고 있는 것을 실눈을 뜨고 지켜보았다. 한참 두리번거리던 조영인이

 나를 발견하곤 잰걸음으로 다가왔다. 그의 얼굴은 화가 나 있었다. 그리고 나를 향해 버럭 소리를 지르려다 멈칫하곤 옆에 

앉아 내 이마를 짚어본다. 태양의 직사광선을 억지로 차단시킨 냉기가 나를 하얗게 질식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조영인이

 내 뺨을 찰싹 때린다.

“야 임마. 괜찮아?”

아니, 괜찮지 않아. 내 이마와 뺨, 그리고 목의 열을 감지하게 위해 손을 갖다대는 조영인이 조금 허둥거렸다. 입이 말라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나는 까무룩 고개를 숙여버렸다. 조영인이 연체동물처럼 흐느적거리는 나를 들쳐 업고 걷는

 바람에 뇌가 너울너울 춤을 추었다. 조영인 등짝에 오바이트를 해버리고 싶은 울렁임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러나 

각고의 인내심으로 꾸욱 참았다. 조영인의 등짝이 더러워지는 것보다 내가 쏟아낼 토사물이 전부 녹색이라는 것이 

치욕적이고 끔찍했다. 어제 마지막으로 먹은 것이 그 녹차무스케이크였기 때문이다. 그 토사물에서 단내가 난다고 생

각하면 그것은 정말 치욕이었다. 조영인이 무어라고 구시렁구시렁 거리는 소리가 아득하게 들려왔다. 에어컨 끼고 뻣댈 

때부터 알아봤지. 말 안 듣는 놈 뭐가 이쁘다고 이 지랄이냐, 지랄이. 조영인은 기특하게도 날 병원에 데리고 갔다. 

진찰을 받고 침대위에 엎어졌다. 개도 걸리지 않는다는 여름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간호사누나가 주사를 놓는다며 내 

엉덩이를 까 내렸다. 불행하게도 조영인이 곁에 서서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내 토실토실한 엉덩이를 깨물고 싶다는 듯

 조영인의 눈이 번득였다. 부끄러워서 나는 얼굴을 가려버렸다. 사실은 주사 바늘을 보고 싶지 않았다. 경직된 내 엉덩이를 

찰싹 때리며 간호사 누나가 힘 빼라고 했다. 힘 빼세요. 찰싹. 구멍이 없는 곳은 쑤시지 말라고 구멍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자연의 법칙에 위배해 구멍 없는 엉덩이에 무언가를 인위적으로 쑤셔 넣으려고 하는 압박감에 나는 엉덩이에 힘을

 풀지 못했다.

“야 임마. 힘 빼라. 주사 맞는 거 가지고 쫄기는.”

자연의 법칙과 내 범우주적 사고를 이해하지 못하는 조영인이 단순히 내가 주사를 무서워한다고 생각하는지 피식 웃으면서

 말한다. 그것이 아님에도 나는 상당히 부끄러웠다. 간호사 누나가 신경질적으로 까놓은 내 엉덩이를 다시 찰싹 때렸다.

 내가 한숨을 내쉴 때를 놓치지 않고 바늘을 푹 쑤셔 넣는다. 악! 나는 다시 경직되고 말았다. 

“너무 힘주지 마세요. 바늘 안 빠집니다.”

그 말에 다시 힘을 풀었다. 쑤욱하고 무언가가 들어왔다가 쑤욱하고 빠져나갔다. 아릿한 통증이 느껴졌다. 알코올 적신 솜을 엉덩이에 문질러준다. 난 큰일을 치러낸 사람처럼 숨을 내쉬었다. 하도 정성스럽게 엉덩이를 문질러줘서 고개를 돌렸다가 왁 소리를 지르며 벌떡 일어섰다. 조영인이 씨익 웃으면서 솜뭉치를 흔들어 보인다. 속옷과 바지를 한꺼번에 추켜올렸다. 

“나중엔 누드를 한번 찍어봐야겠어.”

누구마음대로! 씩씩거리며 자세를 고쳐 앉는 내 이마에 손을 갖다대며 조영인이 괜찮으냐고 물었다. 육신과 정신을 동시에 시달린 나는 고개를 끄덕이는 수밖에 없었다. 조영인의 부축을 받고 나오는데 대기실의 환자가 죄다 꼬마들이다. 조영인이 나를 그 꼬마들 틈에 앉혀놓고 처방전을 받으러갔다. 엄마의 무릎위에 앉아 있는 꼬마 녀석들이 나를 흘깃거린다. 몹시도 민망하였다. 조영인과 함께 병원을 나오며 중얼거렸다.

“하고 많은 병원 중에 왜 하필 소아과냐, 소아과가.”

내 말에 대꾸하진 않고 조영인은 그저 웃기만 했다. 머리가 하얗게 마르는 뜨거운 해를 마주하자 갑자기 몸이 기진해졌다. 비틀하다가 조영인의 팔을 붙잡았다. 약 기운인지 위장이 심하게 쿨렁거렸다. 가까스로 참고 있던 토기가 울컥울컥 치밀어 오른 것이다. 가슴팍의 옷자락을 비틀어 쥐고 욱, 하는 나를 조영인이 부축하며 황급히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애견숍 앞에 놓여있는 쓰레기통을 발견한 그가 나를 확 끌어당겼다. 얼굴을 쓰레기통에 들이밀고 허리를 구부렸으나 나는 토기를 참으려고 했다. 그러나 조영인이 내 등을 한대 때리자마자 울컥, 속에 있는 것을 토해냈다. 내 위장에서 뭉개진 녹색의 오물이 어질어질한 눈가에 비춰졌다. 욱, 욱, 욱. 조영인이 내 등을 쳤다. 수굿한 손길에 나는 작정을 한 사람처럼 욕지기를 올려댔다. 우엑- 녹차 무스 케이크를 혼자 해치워 버린 내 토사물은 꿀꿀이죽 같은 초록색이었다. 조영인은 애견숍으로 들어가 물을 얻어왔다. 나는 조영인이 내 오바이트의 흔적을 보지 말았으면 했으나 그는 이미 내 초록색 흔적을 보고 있었다. 입을 가글하고 뱉어냈다. 백짓장처럼 질려 있는 내 얼굴을 보고 조영인이 인상을 찌푸렸다. 단내가 확 올라오고 있었다. 조영인이 지갑을 꺼내 만 원짜리 지폐를 여러 장 꺼내 애견숍 여주인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며 내밀었다. 쓰레기통 값이었다. 술에 취한 것처럼 비틀거리는 내 옆구리를 쓸어안고 그는 택시를 세웠다. 그리고 단 몇 블록 떨어진 건물을 일러주었다. 널브러지듯 앉아 있는 내 머리를 제 어깨에 고여 주며 조영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곧 조용한 택시에 폭탄 같은 웃음소리가 터져버리고 말았다.

“푸하하하하하하!”

조영인의 까마득한 웃음소리를 들으며 나는 정말이지 너무 창피해서 쥐구멍에 숨어버리고 싶었다. 

조영인은 겨우 몸을 추스른 나를 어딘가로 질질 끌고 갔다. 내 닌자를 제 멋대로 건물 주차장에 봉인시켜버리고 그의 차를 타고 우리는 한참을 달렸다. 어느 산자락 밑의 식당이었다. 피곤에 겨워 나는 자고 있었다. 내 안전벨트를 풀어주며 조영인이 뺨을 툭툭 때렸다. 일어나. 눈을 뜨고 그를 쫓아 차에서 내렸다. 서울임이 분명할 텐데 평소에 맡아온 공기와 확연하게 다른 청명한 느낌이 머리를 개운하게 씻겨주었다. 더욱이 산자락 아래라 시원했다. 그가 내 손목을 잡고 끌어당겼다. 안으로 들어가니 손님이라곤 아무도 없다. 방에 들어가 앉았다. 개량한복을 입은 여자가 들어와 주문을 받았다. 조영인이 저만 아는 말로 무언가를 주문했다. 나는 물을 들이켜고 그의 눈치를 살폈다. 주문을 한 그가 물수건으로 손을 닦으며 나를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큭, 하고 웃는다. 

“내 생전에 녹색 토는 처음 봤다. 너 도대체 뭐 먹고 사는 거냐?”

“위제트.”

“뭐?”

“외계소년 위제트.”

“끔찍한 소리를 하는군.”

무엇을 상상하는지 조영인이 몸서리를 쳤다. 바보. 그를 쫓아 물수건으로 손을 닦는데 조영인이 손을 뻗어 건너편에 앉아 있는 내 머리를 쓸어본다. 나는 말없이 그를 쳐다보았다. 조영인은 마치 자기 자식새끼 만지듯 나를 만진다. 그리고선 말한다. 내가 요새 너 때문에 웃는다. 그 오묘한 말뜻을 조심스레 생각해보았다. 그는 어떤 식으로든 주종의 관계가 갖는 거리감과 긴장을 나와의 사이에선 무너뜨리려고 했다. 나는 그 진위를 알고 있다. 그는 한번의 이혼 경력, 그리고 양육권을 빼앗긴 어린 아들이 하나 있다. 사랑을 해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아마 그는 세상이 변할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곧 일상이 되어버려 시들해졌다. 예술을 하는 조영인은 마치 누군가 제 삶을 대신 살아가고 있는 착각 속에 권태와 무위로 그 날카롭던 예술성이 무뎌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예술을 하는 그의 심장은 점점 일상 속에 부패하고 있었다. 이혼을 하고 나선 고독을 빙자에 술을 마셨을 거고, 술은 마셔도 마셔도 그를 적셔주지 못했고 이전 같은 감성을 되찾아 주지 못했을 것이다. 늘 목이 마르고 늘 배가 고프고 늘 부족한 기분. 그런 낮과 밤이 계속되며 권태와 무위 속에 그의 감성은 기진하고 가뭄의 논밭처럼 쩍쩍 말라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그런 자신을 적셔줄 무언가를 찾아다녔다. 불행하게도 그게 바로 나다. 그는 내 감성을 질투하고 있다. 동시에 빼앗고 싶기도 하고 동시에 내가 뿜은 내 감성에 젖어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나는 누군가가 나를 필요로 하는 사실이 기분 좋았다.

“뭐 시켰어요?”

“알아서 좋은 거 없어. 기절할 테니까.”

“코브라는 아니죠?”

“아니야.”

“황금박쥐는요?”

“아니야.”

이구아나는요? 아니야. 토끼는요? 아니야. 개구리는요? 아니야. 강아지는요? 아니야. 쥐는요? 아니야. 비단잉어는요? 아니야, 호랑이는요? 아니야! 기린은요? 아니라니까! 하마는요? 그만 안 해?!

“그럼 됐어요. 괜찮을 것 같아요.”

“속이 텅텅 비어서 넌 지치지도 않냐?”

“지쳐요.”

내가 추욱 늘어지자 그는 방문을 열고 사람들을 재촉했다. 그는 아마 자신이 이런 식으로 구원 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을 것이다. 이미 이혼을 해버리고 사회의 낙인이 찍혀버린 그는, 더군다나 세상의 시스템에 길들여 져버린 조영인은, 돈 맛을 알아버려 기계와 돈에 끌려 다니던 사진작가인 조영인은, 일체의 모든 구원의 방식에서 벗어나 있었다. 지가 최고인 줄 아는 조영인이 신의 힘으로 구원받을 수 없다는 건 저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고, 금자누님의 말씀처럼 이태리타월로 아무리 빡빡 문질러도 다시 태어날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니, 단비처럼 더위에 지쳐 쓰러져가는 기갈 들린 조영인의 목구멍에 물을 흘려보내준 나를 만난 것은 그에겐 신의 구원보다 더욱 값진 것이었으리라. 

한참을 기다리니 무언가 보글보글 끓고 있는 것을 아주머니가 들고 들어온다. 일회용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놓고 불을 켜준다. 육개장 같은 것이 큰 돌솥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다. 밥과 반찬이 나왔다. 아주 오랜만의 제대로 된 식사인 것 같았다. 조영인이 국자를 들어 보글보글 끓고 있는 찌개를 뒤척이다 내 사리에 덜어주었다. 내가 불안한 얼굴로 쳐다보자 식용이니까 걱정 말고 먹어. 그런다. 

“뱀도 아니고 박쥐도 아니고 이구아나, 토끼, 개, 고양이, 하여튼 전부 다 아니니까 걱정 말고 먹어.”

“내가 말한 것 중엔 확실히 없죠?”

“맹세해. 없어.”

나는 그의 말을 믿고 찌개를 밥에 쓱싹 비벼 먹었다. 뭔가 물컹한 덩어리가 있는 것도 같았다. 여태껏 먹어본 음식 중에 가장 맛있는 것 같았다. 두 그릇이나 깨끗하게 비우자 아주머니가 들어와 상을 치우고 과일을 내주었다. 수박을 베어 먹으며 역시 나와 마찬가지로 수박을 베어 먹는 조영인을 바라보았다. 내 등 뒤로 활짝 문이 열려  울울창창한 산이 펼쳐지고 있었다. 조영인은 그것을 보고 있었다. 수박을 먹다 내가 나른해하자 조영인이 다가와 내 옆에 앉아 제 허벅지를 툭툭 쳤다. 뭐요, 하고 쳐다보니 내 뒷덜미를 잡아채고 그대로 눕힌다. 나는 그의 허벅다리를 베고 말했다. 

“밥 먹고 바로 누우면 안 되는데.”

“한 시간만 자.”

“난 그렇게 시간 조절해서 못 잔단 말이에요. 가뜩이나 피곤한데.”

“오후 세시, 네 시에 나오던 녀석이 아침 아홉시에 나오려니 오죽이나 힘들겠냐.”

“비꼬지 마요. 진짜 힘들단 말이에요.”

“너 도대체 그러고 학교는 어떻게 다니냐?”

후아암. 나는 소리 나게 하품을 하고 눈을 감았다. 간만에 포식한 자의 나른함은 피곤으로 변질되어 내 몸을 잠기게 했다. 조영인의 허벅지는 따끈했다. 단단한 근육을 만지면서 잠에 빠지고 있었다. 오늘 민후 만나러 아이스링크에 가기로 했는데. 못 갈 것 같다. 아무래도. 초록색 오바이트를 한데다가 주사까지 맞았고. 비가 내리는 소리가 흐릿하게 귓전에 맴돌고 있었다. 

눈을 떴을 때 밖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숲은 검은 어둠이 짙게 깔려 음산해보였다. 조영인도 보이지 않았다. 내 몸 위엔 얇은 홑이불이 덮어져 있었고 머리엔 베개가 고여 있었다. 피곤에 눌린 몸이 무겁게 가라앉고 있었으나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식당으로 내려서 조영인을 찾았다. 조영인은 빈 테이블 어디에 앉아 신문을 보고 있었다. 그는 신문을 넘기다 날 발견하곤 일어섰다. 

“이제 일어났냐?”

“한 시간만 자기로 했잖아요.”

“겨우 두 시간 잤어. 가자.”

그런 배려는 필요 없다고 단호하게 말해줄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어차피 조영인은 민후처럼 나를 좋아하는 게 아니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조영인은 내 방랑벽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같은 업계에 종사하는 예술 하는 자의 동질감을 그도 분명 내 나이 때는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나도 조영인만큼 나이를 먹으면 조영인처럼 감성에 기갈 들리게 될까. 나는 정말이지 철 같은 것은 들고 싶지 않다. 빈혈로 쓰러져 죽는다고 해도, 절대로 말이다. 랭보처럼 아예 그 모든 감정에 뒹굴어볼까. 가시밭길 위에 발가벗고 뒹구는 기분. 랭보처럼 절대적이지 못한 나는 아마 그러다가 죽어버릴 지도 모른다. 차에 올라 조영인에게 물었다. 내가 먹은 거 뭐였어요? 조영인이 대답했다. 영원히 모르는 게 좋을 텐데. 나는 조바심을 치며 계속 채근했다. 뭔데요? 뭐예요? 뭐냐고. 조영인이 인상을 쓰며 대꾸한다. 운전하는 데 조용히 안 해? 치이, 훗날 돌이켜 보건데 그것은 아마 거북이였던 것 같다. 나의 보양을 위해 그 한 몸 불사른 거북이를 떠올릴 때마다 나는 종종 언짢았다. 그래서 그때마다 거북이를 추모했다. 다시는 거북이를 먹지 않을 것이고 거북이를 희귀동물협회에 등록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하곤 했다. 

조영인이 나를 내 오피스텔까지 데려다주었다. 나는 차에서 내리며 그에게 꾸벅 인사했다. 조영인이 무언가 아쉬운 듯 손으로 턱을 쓸었다. 조영인은 자신의 턱을 쓸면서 수염의 까끌까끌한 면을 더듬는 것이 버릇이었다. 

“오늘 감사했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내일 아침에 데리러 올까? 닌자도 없는데.”

“내일은 토요일이에요.”

“아, 그런가? 토요일이면 어때. 아무도 없는 촬영장에서 우리 둘이 작업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안녕히 가시죠!”

그에게서 내 사진을 빼앗지 못한 것은 아마 천추의 한이 될 것 같다. 나에게 먹힌 거북이보다 더욱 한스러울 것 만 같다.

 나는 쾅, 차문을 닫았다. 조영인의 차가 빠져나가는 것을 지켜보다가 한숨을 푸욱 쉬었다. 내일은 노는 날이니까 버스를 

타고 가서 닌자를 데리고 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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