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맞구나...점쟁이라는 말이....
시오니는 이미 알고있었던 건지, 아니면 그러거나 말거나 상관없다는건지 아무 반응이 없었지만 프란, 데런, 케드릭은 턱이 떨어지는게 먼저인지 눈알이 빠지는게 먼저인지 무지 궁금할만큼 눈과 입을 최대한 벌리고 있어서 흉하기 이를데없는.. 어쨌든 경악 그자체라는 표정들이었다.
"감히 점쟁이란 이름으로 날 부르다니.. 다시 만나면 그 입을 찢어주겠어!!"
분해서 씩씩거리던 이리타가 궁금해,궁금해,궁금해..라는 표정들인 일행을 주욱 훑어보더니 별수없다는듯이 한숨을 쉬고..........그래도 좀 머뭇거리다가 입을 연건 한참뒤였다.
"뭐...실제로 카드점을 잘치는 점쟁이에 불과할지도 모르지.. 어쨌거나 촌놈들이 들어봤을지는 모르겠지만 내이름은 흠,흠......이리타 로키타이야"
"..로키타이라면 들어본적 있어, 백발백중 예언가라고..세상에서 로키타이가 볼수 없는 미래는 없다, 라지?"
우리중 유일하게 촌놈이 아닌걸 자랑하고 싶은듯 데런이 말하자 이리타가 에이, 과찬이야, 이러는듯 손을 휘휘 내저었다.
"그렇게 굉장하진 않아. 하지만 다른 사람의 운명이 조금씩 보이기는 해. 정확하게는 아니고.. 무엇을 원하는가, 그리고 어떤 길을 걸어가는가..라는것 정도랄까"
이리타의 시선이 무엇을 원하는가에서 시오니, 프란, 데런, 케드릭을 차례로 훑은후 어떤 길을 걸어가는가에서 나를 오랫동안 바라보다가 뭔가를 생각하듯 눈을 가볍게 감았다.
"그래서, 일개 점쟁이따위를 병사들이 쫒는 이유는?"
점쟁이,라고 강조해서 말하는 프란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며 이리타는 쳇, 하는 표정으로 곧 대답했다.
"과장되고 부풀려진 헛소문때문이지. 어떤 운명이건 내다볼수 있는 예언가라는 헛.소.문!! 더불어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에오포니아의 황제폐하가 깊은 병중이시라는게 내 불행의 시작이고, 황좌는 하나건만 절대권력자가 되고싶은 사람들은 많다는게 내 비련의 사연이라고나 할까. 내가 이 아리따운 미모로 허접한 귀족들 후리지 않고 고상하고 건전하게 점이나 좀 쳐서 먹고살겠다는데 왜 가만 내버려두지 않는거냐고!!"
아리따운 미모로 뭘 후린다고??...이리타가 예쁘기는 하지만.. 본인의 입으로 그렇게 당연하다는듯이 말하는건..좀... ..............<고상하고 건전하게>도 이리타의 옆에 붙이기엔 좀 미안한 말인데... 다들 이리타의 비련과 분노에 공감하는 대신 <아리따운 미모>와 <고상하고 건전하게> 부분에서 토할것같다, 재수없다, 댁이 어디가? 뭐 잘못먹었냐..등등의 구겨진 표정이었으나 이리타의 다음말을 기다리느라 간신히 참고있는 얼굴들이었다.
"처음엔 이름높은 귀족들이었어. 다음대를 어떤 황자가 이을 것인지 알려달라는 것이었고, 왜인지는 다들 짐작할거야, 어쨌건..개인이라면 모르겠지만 일국의 운명을 점치는건 부담스러워서 거절했는데.. 결국 피할수 없는 상대쪽에서 접촉을 시도해왔지"
"피할수 없는 상대라면.......역시......"
신음을 내뱉듯 조심스럽게 데런이 꺼낸 뒷말을 어렵지 않게 나도 짐작할수가 있었다.
다음대를 이을 황자들중의 하나겠지..이리타..꽤 난감했겠는걸..입 잘못 열었다간 그대로 목이 뎅겅이었을테니.
짐작은 하지만 누구도 쉽게 내뱉지 못하는 말을 건너뛰며 이리타가 어깨를 으쓱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도망을 치게 되었다 이거지... 자, 여기가 끝이고 다들 자기운명이 궁금하거든 얼마든지 물어. 단, 복채가 좀 비싸다는걸 명심해"
일행들을 주욱 둘러보며 쾌활하게 말한 이리타는 내얼굴에서 다시 멈칫, 하더니 싱긋 웃었다.
"아르는 공짜, 보고싶으면 말만해"
어?..나는 공짜라고?
"그.그건 불공평하잖아!!! 왜 저녀석만 공짜란 거야!!"
내심 자신의 미래를 보고싶었는지 나만 공짜라는 말에 데런이 분개하자 이리타가 이상한 말을 했다.
"아르의 운명은 나역시 궁금하니까. 복채는 관람료 대신이라고 해두지."
"....그게 무슨 말이지?"
내일인데 프란이 자기일처럼 이리타의 이상한 말을 걸고 넘어지자 이리타가 오묘한 미소를 지었다.
"어떤 사람이건 자신이 선택하고 걸어가는 운명이란게 있어..내가 보는건 운명을 비추는 희미한 그림자같은 것이라고로 볼수있지....그런데.. 아르에게선 아무리 애를 써도 보이지가 않아. 그러니까 나한테 아르는 그림자없는 사람이나 마찬가지이니.. 궁금한건 당연하잖아?"
이리타. 내가 궁금한건 따로 있어요. 왠지 우리가 숲속에서 만난게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아까부터 들기 시작했거든.
다시 놈들이 덤벼올게 걱정되긴 했지만 밤이 곧 우리를 찾아왔기때문에 취침당번을 돌아가면서 돌며 야영을 하기로 했다. 모닥불 주위로 여기저기 흩어져누운 사람들 중 프란이 제일 첫번째 타자. 로브를 바닥에 깔고 누우려는 등뒤에서 프란이 갑자기 물었다.
"아르, 괜찮아?"
아..상처를 묻는건가..? 따끔거리긴 하지만 힐링포션덕분에 괜찮은데... 하지만 단지 상처만을 묻는 사람의 표정이라고 보기엔 뭔가 좀 진지해서.. 솔직히 프란이 무엇을 묻는건지 알수가 없었다. 상처의 상태를 묻는건지.. 아니면 이리타와 계속 함께 다니면 문제가 생길수도 있지않겠냐고 묻는건지...
"....괜찮아.."
무엇이든....그렇다, 상처도.. 그리고 이리타와 함께하는 문제역시도.. 이리타를 쫒아왔던 그 사람들이 이정도에서 포기할리는 없다는걸 알고있지만 그렇다고해서 이제와서 나몰라라 할수도 없는거잖아. 계약은 계약이니까.
프란은 내대답이 시원치 않게 느껴졌는지 타닥타닥 타오르는 불꽃쪽을 보며 조용히 말했다.
".....아르..이리타의 말은 신경쓰지마."
"..그림자가 없는 사람이나 마찬가지라는 말?"
아무렇지도 않게 묻자 프란이 멈칫 하다가 대답했다.
"...엉터리점쟁이 말따위 신경쓸거 없어"
솔직히... 그냥 넘겨버리기 찜찜한 말이긴 하지만 신경쓰일 정도는 아니다.
언젠가 한번은 이리타에게 점을 봐달라고 할까..싶은 맘이야 있지만.
나는 원래 죽었어야 하는 운명이기 때문에 운명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저쪽세상에서 [하은준]은 죽었을테니까. 지금의 나는 아르휜의 기억을 가진 빈껍데기.
그렇다면 이라타가 엉터리 점쟁이라는 프란의 말이야말로 엉터리인셈,
그리고 이리타가 엉터리라면 지금 이렇게 쫒기고 있진 않겠지.,,
어쨌거나 이리타의 말을 신경쓰는건 오히려 프란같은걸..이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자리에 누웠다.
-어리석긴, 너의 목숨을 노리는 벌레놈을 살려주다니, 그건 동정도 자비도 아니야-
아시리안은 그렇게 말했지만 나는 ...사실 그자를 동정한것이 아니다.
내가 망설인건 자비를 베풀려해서가 아니라 ...죽.일.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니..야..........살아있어도 살아있는게 아니니까, 나는!!
살고싶어도 다시 살아날수 없는거니까, 나는!!! 이미 죽었으니까, 나는!!!!
아직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살 수 있는 기회를 빼앗고싶지 않을 뿐이야!!!!!!-
또렷하게 머릿속을 울리는 말은 예전에 내가 아시리안에게 뱉었던 말...
동정....?자비....?...아니, 그렇지 않아.....아시리안, 죽일수가 없었어... 죽일수가 없을뿐이야..
몸을 돌려 둥글게 말아 웅크리고 누워있는 이마에서 식은땀이 촉촉히 베어나왔다.
잠이 오지 않는 어둠속에서 ..마치 악몽을 꿀때처럼 하아....하아...힘겨운 숨이 토해진다.
나무밑둥에 둥글게 몸을 말고 뒤척이며 오지않는 잠을 청했지만 얼마 못가 아시리안이 어둠속에서 전음을 보내왔다.
[일어나!!]
[....아시리안??]
까만 어둠속에서 부스스 눈을 뜨자 멍한 머릿속으로 아시리안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나한테 안기기로 해놓고 잠이나 자려는 거냐?]
[...젠장, 알았어..알았다고..]
힐링포션을 들이붓긴 했지만 상처부위가 따금따금 아픈데... 이런 나를 안겠다니..양심도 없지..
어쨌거나 아시리안의 고약한 심술이 정도를 더해가기전에 순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시간이 좀 많이 흘렀는지 모닥불에 타고있던 나무들이 반쯤 타들어가고 불길이 약해져있었다.
당번이 바뀌어서 불침번을 서고있는 케드릭은 꾸벅꾸벅 졸고있다. 그틈에 일행들에게서 살짝 빠져나오는 기분이 바람피러 살금거리고 부뚜막에 올라가는 고양이가 된 심정이라 조금 우스웠다.
어두운 숲속을 조금 걸어가자 어둠속에서 뭔가가 덥썩 내팔을 잡아챈다.
놀라서 그대로 숨을 흡, 하고 들이키는 나를 순식간에 끌어당겨 나무에 탁 등을 붙여세운건 아시리안이었다.
"뭐...뭐야...놀랐잖아..."
놀란 숨을 몰아쉬는 내얼굴을 말없이 내려다보던 아시리안이 상의자락을 살짝 들춘다. 그대로 훌렁 머리위로 벗겨올릴듯해서 양팔을 만세부르듯 머리위쪽으로 올렸지만 옷을 완전히 벗겨올리는 대신 쇄골부분까지만 끌어올리고 멈춘다. 이렇게 되면 손을 계속 만세해야 좋을지 내려야 좋을지 애매한 찰나에 아시리안이 가슴부분에서 배꼽근처까지 상처난 부위에 매어져있는 붕대를 스르륵,스르륵, 풀러냈다.
“아시리안?”
빙글빙글 풀러져내린 풍대가 허리아래로 떨어져내리고 상처가 깊진 않지만 길게 베어진 칼자국이 차가운 밤의 기운앞에 드러나자 오슬, 하고 몸이 떨린다. 힐링포션덕분에 상처는 피가 베어나오지 않지만 상흔이 그대로 남아있어 하얀피부아래 붉은 자국이 선명했다. 아시리안이 푸른빛이 도는 손을 가져다대기전 내가 먼저 서둘러 말했다.
"...하지마, 괜찮으니까."
양손목을 한손에 쥐고 머리위에서 그대로 잡아 묶어올리듯 나무에 밀어붙이고 아시리안이 왠지 조금 느긋한 어조로 느릿하게 물었다.
"..상처를 치료하는것역시 내도움은 싫다..쪽인가?"
이런거...처음도 아니니까 번번히 두근거리는게 싫지만 거의 안기듯이 닿아있는 아시리안때문에 심장이 걷잡을수 없이 파닥파닥거렸다. 강렬하게 부딪쳐오는 시선을 피해 내리며 변명처럼 중얼거렸다.
"...아프지 않기 때문이야. 치료는 됐어."
아프지않다는 말은 사실이었지만 그것보다는 이런 작은 상처자국도 남지않고 하룻밤사이에 완전히 치료가 되버리면 프란이나 다른 누군가에게 의심을 받을수도 있기때문이었다. 그런 내 복잡한 사정까지 아는지 모르는지 아시리안은 별말없이 손에서 푸른빛을 지우고 화를 참는듯이 차갑게 내뱉었다.
"...그래? 그렇다면야.."
양손을 머리위에서 내리지못하게 한손으로 옭아맨채 아시리안이 다짜고짜 머리를 내려 가슴의 유두를 혀로 삼켜왔다. 잘근, 이로 짓씹듯 유두끝이 잡아당겨져서 웃..하는 신음을 흘리며 몸을 휘자 아직 낫지 않은 상처가 아플만큼 당겨진다. 통증때문에 으윽, 하고 다시 움추리는 허리를 끌어당겨 더 바싹 안으며 다른쪽 유두까지 번갈아 입안에 굴리고 아시리안의 손은 새살이 돋지 않은 상처자국을 당장이라도 파헤쳐 피를 쏟아낼듯이 손끝으로 긁어내렸다.
실제로는 조심스럽게 쓰다듬을 뿐이지만 자칫, 힘을 줘서 상처를 덧낼것같은 위협적인 느낌이라 신경이 그쪽으로 쏠려 유두를 빨리면서도 쾌감인지 두려움인지로 쉴새없이 몸이 움찔거렸다. 정신없는 자극에 채 따라가지 못해 하악...하는 신음만을 연신 내뱉는 입밖으로 하얀 입김이 차가운 밤의 공기에 어지럽게 흩어졌다.
"....하..........아................하웃...............으응......................"
어느새 바지와 속옷은 허벅지아래로 단숨에 끌어내려져있었다. 싸늘한 공기를 느낄새도 없이 페니스와 고환을 한손에 쥐고 마찰하자 그 강렬한 자극에 나는 상처를 잊은채 다시 등을 활처럼 휘며 으학.....하는 신음을 삼켰다. 부정할수 없는 극렬한 쾌감을 쫒아 나무에서 저절로 띄워진 허리가 팔딱거리는 생선처럼 퍼덕인다. 나도 모르게 하반신을 쥐고있는 손 가까이에 허리를 붙이는 사이 아시리안의 입술은 타액으로 질척해져있는 예민한 유두를 이로 장난치듯이 물었다가 끝을 살짝 문채 잡아당겼다가 혀로 슬쩍슬쩍 핥아주고 입안으로 힘껏 빨아들였다.
"아...아.......ㅅ......!!"
아시리안의 손에 쥐어져있지 않아도 만세하듯 들려진 양손이 치켜올려진 상의자락 때문에 내려올 생각도 못한채 쾌감으로 후들거리는 몸을 버티려 머리위의 나무기둥을 답싹 움켜쥐어진다. 아시리안의 손안에서 욕망이 창피함도 모른채 한껏 부풀어올랐다.
"...아시리안....그..그만........"
어찌할바 모를 쾌감에 무엇을 요구하는지도 모른채로 울먹이듯 속삭이자 나를 힐긋 올려다본 아시리안이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양쪽 붉은 돌기를 괴롭히는걸 내버려두고 입술을 맞춰왔다. 헐떡거리던 숨을 내쉬는 입술이 잡아먹히듯 덥쳐지고 단숨에 휘젖듯 들어온 혀가 입안을 농락하는 사이 아시리안의 입술이 머물렀던 자리를 대신하듯 손끝이 단단하게 솟아오른 붉은 돌기를 잡아 비비듯 희롱하고 다시 상처가 난 자리로 옮겨 쓸어내린다. 그렇게 정신없이 몰아부치는것같은 기분좋은 열기에 취해 몸과 입술을 내맡긴채 머릿속도 엉망이라서 몸아래쪽에서 희미하게 번지는 푸른빛은 뒤늦게 눈치챘다. 이..이건!!!!!
"...시..싫........흐읍!!!!!!!!!!으읍!!!!!!!!!"
크게 떠진 눈동자로 고개를 휘저었지만 싫다,라고 말하려는 입술은 아시리안에게 짓눌리듯 막혀있고 도망치는 혀는 다시 강제로 휘감겼다. 키스가 격렬함이 더해가는 사이 버둥거리는 몸의 상처를 누르고있는 아시리안의 다른 손에선 푸른빛이 번져나오고 있었다.
싫다고, 싫다고 했는데!!! 이 바보변태!!! 이 멍청이가!!!!
집요하게 혀를 얽혀오는 입술에서 피하려 고개를 이리저리 휘저으며 아시리안의 가슴을 필사적으로 밀어냈지만 아시리안이 내게서 조금 떨어졌을때는 이미 상처가 칼에 벤 흔적조차 없이 완전히 치유가 되어있었다.
".......무..무슨 짓이야...싫다고..하지말라고 했잖아!!"
원망어린 시선으로 쏘아보며 화를 내자 아시리안이 짜증이 묻은 시선을 돌리며 이를 갈듯 내뱉었다.
"네놈의 쓸데없는 고집에 동의한적 없다."
"..쓸데없는 짓을 한건 너야!! 도움은 필요없다고 했어!!"
울컥, 쏟아지려는 무언가를 참아내며 노려보며 부러 독하게 말하자 나를 쏘아보는 푸른 눈동자에 이글거리는 차가운 푸른 불꽃이 꿈틀, 하고 요동친다.
"아차,....너는 내도움은 싫다..라고 했던가? 끼어들지 말라고도 했었고, 인간들의 일에 마족인 내도움은 사양이라고도 했었지. 건방지게.."
소름끼치는 차가운 목소리로 느긋하게 말하면서도 앞을 쥐고있는 손아귀에 힘을 주자 나는 곧 터질것같은 욕망에 눈을 질끈 감으며 윽...하고 신음을 흘렸다. 일부러 모욕을 주려는 것처럼 질척이는 소리가 나게 주물거리는데도 부풀데도 부푼 욕망은 해방되기를 절박하게 애원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으윽..!!”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지만 아시리안에게 매달리고 싶지는 않았다. 양손이 버틸것을 찾다가 등을 기댄 나무에 손톱을 박아넣듯 콰직, 움켜쥐었다. 손끝에서 번지는 날카로운 아픔이 고문처럼 느껴지는 아시리안의 손길에서 어느정도 제정신을 차리게 만들어주었다. 이 바보변태!!! 이를 악물고 아시리안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차..참견하려거든 가버려!!”
".... 내가 지금 가버리면 너는 꽤 곤란할텐데? 이쪽의 너는 내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것 같은데 말이지.."
흥분으로 솟구쳐오른 페니스를 놀리듯이 주물주물 문지르며 말하는 노골적인 비아냥에 울컥, 솟아나는 뭔가를 참지못하고 손이 나갔다. 철썩, 하는 소리와 함께 휙, 고개가 한쪽으로 살짝 돌아간 아시리안이 뭔가를 부술것같은 흉흉한 시선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그러나 정말 부서질것 같은것은 내 마음속에 웅크리고 숨어있는 두려움이었다. 아시리안에게는 절대 말할수 없는 두려움.. 아시리안은 절대 이해할수 없는 간절함..
"...정말이지....네놈에게 내가 제일 감탄하는것은 나를 화나게 만드는 특별한 재주라는걸 알고있나?"
“그건 내가 할말이야!!!”
노여움에 가득찬 시선으로 나를 노려보던 아시리안이 뺨을 때린 내손을 확, 잡아챘다. 손톱끝이 피투성이인 손을 강제로 잡고 치료한 아시리안이 나머지 손을 잡아오려하자 나는 다른 손을 어린애처럼 등뒤에 숨겼다.
“손 내놔!!”
“싫어!!”
소리친 순간 짜악- 소리와 함께 눈앞에 불이 번쩍 들어올만큼 얻어맞아 고개가 확,옆으로 꺽였다.
얻어맞은 아픔보다는 머릿속의 충격이 먼저였다.
아시리안이..나를 때렸어.... 그것도 뺨을... 감정을 실어서 아플만큼...때렸다.
처음에 만났을땐 나를 죽이려고 했었고... 강제로 이짓저짓 하긴 했지만 아시리안이 나를 때린것은 이게 처음이었다
뭔가 믿어지지 않아서 얼얼하게 통증이 느껴지는 뺨을 확인하듯 손으로 만지는 사이 아시리안이 등뒤에 숨겨둔 손을 거칠게 잡아챘다 .
뺨맞은 충격에 힘이 쭉 빠져있다가 흠칫, 놀라 손을 잡아빼려했지만 이미 손을 아시리안에게 잡힌채였다. 아시리안이 준 반지째로 잘려버려 새끼손가락만이 빠진 손이 아시리안의 손에 잡혀 뒤늦은 통증을 호소하고 있었다.
“....놔줘....아시리안!!! ... 놓으란 말이야!!!”
버둥거리며 손을 잡아빼려하자 다시한번 짜악- 소리와 함께 번쩍 눈에 불이 들어올만큼 뺨을 세게 얻어맞았다. 얻어맞은 양쪽뺨이 아픔과 열로 화끈화끈 달아오른다. 왜..왜때려, 왜때려!!! 화도 나고 서러워서 꺽여진 고개를 바로 원상복귀해 아시리안을 째릿, 노려보자 아시리안은 그보다 더 무시무시한 눈길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한번만 더 이런짓하면 가만 안둘줄 알아!!!!!”
벼락처럼 내리꽂히는 소리와 엄한 눈길에 잘못을 저지른 어린애처럼 움찔, 몸이 굳었다.
흔들리는 시선을 비껴 내리는 사이 아시리안의 손안에 잡힌 손이 푸른빛에 감싸여 상처가 사라져간다.
상처가 완전히 사라졌어도 아시리안은 내손을 놓아주지 않은채 그대로 잡고있었다.
그만 손을 놔달라고 하고싶지만 입을 열수가 없다.
아시리안에게 양쪽뺨을 얻어맞은 충격보다는 나를 바라보는 아시리안의 뭐라고 설명할수 없을만큼 격렬하고 진지한 눈빛 때문에 ...
다크블루의 시선과 눈이 마주친채 나무에 등을 기대고 서있던 몸에서 힘이 빠져 주르륵 흘러내리려는데 아시리안이 허리를 부축하듯이 안아 일으켰다. 좀처럼 나를 놓아주지 않는 눈길에서 내가 먼저 도망치듯이 시선을 피하자 화끈화끈 열이 오르고 얼얼한 아픔이 남아있는 뺨에 손을 가져다댄다. 뺨을 감싸고 위에서 아래로 천천히 쓰다듬는 아시리안의 손은 가슴이 떨릴만큼 조심스럽고 따듯했다.
마치 아프냐고 묻는것처럼 .... 다정하게 만질뿐, 손자국이 나있을 뺨을 치유해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왠지 그 마음을 알것같아서.. 말로 하지 않아도 ...뺨을 어루만지는 손끝에서 아시리안의 마음이 느껴져서...
가슴속이 아련한 슬픔과 기쁨으로 뒤범벅되어 울고싶은지 웃고싶은지 모를 기분이 되었다.
아시리안은 절대 이해할수 없는 간절함.. ..아시리안에게는 ...절대 말할수 없는 두려움..
....멀어지면 멀어지는 만큼 서럽고.. 가까이하면 가까워지는만큼 불안하다...
......... 아시리안....사랑해....그래서.. 두려워...... 그래서...무서워..
“멍청한 놈같으니..”
여전히 뺨을 감싼채로 못마땅한듯이 혼잣말처럼 투덜거린 아시리안이 천천히 고개를 비스듬히 숙여내리는걸 보며 눈을 감자
떨리는 입술이 꾹 눌러졌다가 살짝 떨어진다. 뭔가 이게 끝이 아닌것같은데 중도에 멈춰진것 같아 감은 눈을 머뭇거리며 뜨자 가까이에 있는 아시리안과 눈이 마주친다.
시선이 부딪친채로 아시리안이 다시 내 입술을 막아오자 나는 다시 눈을 감았다. 입술이 가볍게 부벼지고 애태우듯이 다시 떨어진 입술을 쫒아 고개가 위로 들렸다. 고개를 살짝 치켜올린채로 천천히 눈을 뜨자 다시 나를 내려다보는 아시리안과 눈이 마주친다.
뭐라고 설명할수 없을만큼 격렬하면서도... 진지하고... 따듯하고.. 한숨쉬는것도 같은 시선으로 한참 내려다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다시 숙여온다. 다시 입술이 겹쳐지는 순간 내내 망설이던 손으로 아시리안의 목에 매달리듯이 팔을 둘렀다. 뒷머리를 감싼채 앞으로 끌어당기는 손을 느끼며 입을 열자 자연스럽게 미끄러지듯 깊숙이 혀가 들어온다.
숨막힐것처럼 짜릿한 키스가 길게 이어지는 사이 가슴팍을 더듬어내리는 손이 얇은옷위로 돌출된 부분을 손끝으로 슬쩍슬쩍 비비고 다리사이로 부푼 욕망을 단단한 허벅지로 지그시 눌러왔다. 신음은 얽힌 혀와 막힌 입안으로 삼켜지고 조금더..를 바라는 욕망이 조르듯이 아시리안쪽으로 바짝 다가선다.
아까처럼 손안에 한가득 움켜쥐어주면 좋을텐데....라고 창피한 생각을 하는 사이 아시리안이 등허리를 매만지던 손을 그대로 내려 엉덩이의 계곡을 손으로 가르며 주름이 뭉쳐있는 부분을 손가락으로 매만졌다. 움찔, 도망칠듯이 허리를 조금 비틀자 키스로 입을 막은채 긴 손가락을 안으로 찔러넣는다.
“..........!!!!”
파르르..떨리는 몸을 지탱하려 아시리안의 목에 매달리다시피한 팔에 힘을 주자 손가락이 안으로 더 깊이 파고들어왔다.
“아...ㅅ........!!!”
키스로 막혔던 입이 떨어지며 몸을 만지는 소리가 날뿐인 침묵에 내신음이 섞여든다. 내벽을 확인하듯 안을 만지고 빙글, 휘저어오는 손가락들에 연신 몸을 움칫거리며 고개를 아시리안의 가슴쪽에 푹 파묻자 숙인 고개의 턱아래로 손을 넣은 아시리안이 얼굴을 들게했다. 고개가 치켜올려져 다시 아시리안과 눈이 마주쳤다. 빨려들어갈것같은 다크불루의 깊은 눈.. 한가운데에 붉은 홍조로 얼룩진채 아시리안을 의아하게 바라보는 내가 비춰보였다.
“..........아..시리안...?”
못마땅한듯이 미간을 찌푸린채 붉게 달아올라있는 뺨을 손가락으로 쓸어내리며 아시리안이 나직하게 속삭였다.
“...한번만 더 그런짓하면 가만 안둬.”
일방적인 통보..대답을 바라고 한말 같지는 않았지만 왠지 눈물이 날것같아서 시선을 피하고 고개를 끄덕이자 숙인 이마에 입술을 가져다댄다.
살풋, 와닿는 베이비키스에 몸이 녹아내릴것 같다고 생각한순간 아시리안이 나를 나무쪽으로 돌려세웠다. 초조하기도 하고 불안해지기도해서 고개를 돌려 아시리안을 보려하는데 아시리안이 내손을 깍지 껴서 잡고 앞쪽의 나무를 집는다. 그와 동시에 안에 있는 손가락을 깊숙이 찔렀다가 빼고 개수를 늘려서 집어넣어오며 귀를 잘근 물어왔다.
“아.....!!................아....아시리...안.........!!”
늘어나는 손가락의 개수만큼 파들거리는 몸의 열이 갈길을 못차고 헤메고 있을때 아시리안의 손에 감싸인채 나무를 집고있는 손이 떨어진다 싶더니 그대로 끌려가 잡힌 손에 입맞춤을 당했다. 숨을 헉, 헉, 몰아쉬며 고개를 등뒤로 돌려 옆눈길로 돌아보는 나를 보고 아시리안이 나직하게 다시 말했다.
“....진짜로 가만 안둬.”
아아.............아시리안... ...아시리안..
참고있던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르는 사이 내손을 다시 나무쪽에 짚게 하고 아시리안이 그위에 덮어내리듯 손을 겹쳤다.
안을 메우고 괴롭히던 손가락들 대신 아시리안이 들어오는순간 심장이 터질것처럼 뛰고 꿰뚫리는 아픔에 숨이 탁 막혔다.
“.............................!!!!!”
내가 숨을 쉴수 있을때까지 기다렸다가 아시리안이 천천히 움직이자 점차 아픔과 쾌감이 뒤섞이기 시작한다.
“아...!!...하아..앗......아앗......!!”
온몸이 불에 타는것 같은 뜨거움.... 하반신의 꿰뚫린 곳과 아시리안의 손안에 한가득 움켜쥐어져 흔들리는 것만 제외하고 모든 감각이 사라져간다. 불에 타서 녹아버리듯이.. ..... 나자신도 이 불꽃에 휩쓸려 녹아버릴것만 같다.. ....
금방이라도 숨이 끊어질것처럼 헐떡이는 거친 숨소리... 어두운 숲의 광경.. 아시리안과 손이 겹쳐진채 집고 있는 나무...목덜미에 와닿는 아시리안의 숨결.... 꿰뚫린채 정신없이 흔들리는 허리.. 창피할만큼 음란한 신음소리... 쾌락에 떠밀려 가물가물한 의식속으로 한순간, 한순간 장면이 인식되고...
마지막 절정의 순간이 머지 않았을때 후들후들 떨리는 손을 덮어내리고 있던 아시리안의 손이 손가락사이사이로 들어와 깍지를 껴오자 꽉 움켜쥐었다.
“...하...아..........아아아아앗!!!!!!!!!!”
깍지껴온 아시리안의 손을 꽉 움켜쥔채 욕망을 해방시킨후 힘이 빠진 몸은 이내 주르륵 허물어져내리기 시작했다. 완전히 축 늘어져 허물어져내리는 몸을 안아올려주는 팔에 몸을 맡긴채 숨을 하아..하아...몰아쉬었다.
머릿속이 멍하다. 강렬한 쾌감이 먼저인지 정신적인 충족감이 먼저인지 알수없지만 분명하게 알수있는건 미치도록 좋았다..는것. 몸을 안긴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렇게까지 아시리안을 온몸으로 느낀적은 이게 처음이었다. 세상에 둘만 있는처럼.. 둘만 존재하는것처럼...
......아시리안........................... 아시리안.......
뺨을 쓰다듬는 손길을 느끼며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아내렸다.
벌겋게 달아오른 뺨을 감싸며 아시리안은 속으로 혀를 찼다. 역시.. 너무 세게 때린건가. 라고 뒤늦게 짜증이 몰렸다.
뺨을 얻어맞고 충격에 빠진듯 멍하게 바라보던 눈동자를 떠올리자 더 화가 치솟는다. 하지만 그것보다 아시리안을 더 화나게 만든건 바로 이 아르라는 인간놈의 멍청하고 한심한 작태였다. 적에게 쓸데없이 머뭇거리다가 다친 주제에 인간들이 만든 알량한 힐링포션따위를 발랐으니 됐다면서 치료를 거부한데다가 스스로 자기손을 일부러 상처입힌 놈을 용서할 수가 없었다.
좋아. 쓸데없이 신경에 거슬르기만 하고 고집만 센 인간놈따위는 이쪽도 사양이다.
그러나 머리에서 내린 간단명료한 결론과는 달리 처음부터 줄곧 눈을 뗄수가 없었다.
저 멍청한 놈이 칼에 베이는 순간 끼어들지 말라는 그 부탁을 잊고 무심코 상대를 갈기갈기 찢어버릴뻔 했을만큼..
마치 자신의 행동을 미리 알아챈것처럼 [안돼!! 끼어들지마!!]라고 놈이 말하지 않았다면..
분명 저 녀석을 상처입힌 벌레놈따위 단숨에 머리와 몸통을 분리해서 갈기갈기 찢어버렸을것이다. ...
인정하기 싫지만 그때 가까스로 멈춘건 스스로의 힘에 의해서가 아니었다..
그렇게 하면 이 마음약한 인간놈은 또 그런 표정을 짓겠지. 경악해서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뒷걸음질 치겠지. 너는.
자기 손에 피묻히는것도 싫어하는 놈이니, 지독하게 채찍질을 당했으면서도 그 벌레놈을 죽이지 못한 놈이 이놈이니...
그래, 조금 참아야겠다. 그런 표정은 다시 보고싶지 않으니까. 라고..........그렇게 생각했다.
사양이라고? 천만에. ...... 알고있었다,
이미 그 무엇보다도 더 강렬하게 원하고 있다는것을.
하찮은 인간놈을, 백년도 살지못해 소멸해버릴 하루살이 벌레놈을 잃기 싫어하고 있다는것을.
오만한 자존심이 그렇게 되어버린것을 인정하는게 어려웠던것 뿐이다.
좋아, 좋다고. 깨끗이 인정하지. 대신 너는 내것이다. 다른 벌레놈따위을 쳐다보고 웃는것따윈 허락할수 없어.
이 내가 아닌 다른 어떤것에게 조금의 마음을 주는것도 용서못해.
감히 거절하면..거부하면.. 그렇다면 이번엔 내손으로 직접 채찍을 쳐주마.
등가죽이 벗겨져서 비명을 지르고 울부짖다못해 애원하고 매달릴만큼... ...
흉폭하고 잔인한 생각을 하는것 답지않게 아시리안은 품안에 안고있는 인간을 다정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맞아서 빨갛게 부어오른 뺨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으며 피식, 웃었다.
..채찍을 친다고? ...할수 있을 리가 없지. 할수 있을 리가 없다.
그렇게 하면 빈껍데기를 소유할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놈의 마음은 갖지 못할테니까.
................................바라는것은..
지하감옥에서 채찍으로 맞으면서 고통스러워하던 표정과 쇠사슬에 양손목이 묶여 위로 매달린채 울고있는 모습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호숫가에서 지친 얼굴의 아르가 과일을 먹다가 새를 보고 말을 거는 모습이 떠올랐다. 새의 부리를 긁어주며 즐거운듯이 웃고있던 얼굴도....
................................원하는것은..
산채로 갈기갈기 찢어버리겠다고 다시 나타났을때 눈물콧물 흘리는 얼굴로 손을 뻗는 모습이 떠오르고 기껏 안아줬더니 ‘더럽게 아팠어!!’라고 분위기없는 소리나 지껄여대던거나 약간 망설이듯이 ‘같이 갈래?’라고 말하던 모습과 ‘이름도 불러주지 않으면서!!’라고 악을 쓰던 모습들이 스쳐지나갔다.
-너는 내이름을 기억하지 않아도 좋아. 하지만.. 나는 너를 잊지 않을거야. 그쪽이 훨씬 좋으니까-
그렇게 말해놓고.. ‘아르’라고 이름을 불러주자 울듯말듯한 얼굴로 환하게 웃던 모습...이 떠오른다.
감히 날파리같은 벌레놈들이 달라붙는걸 두고 볼수 없을만큼,
감히 벌레놈들 따위가 상처입히는걸 두고 볼수 없을만큼,
스스로를 상처입히는 놈이 애가타서 두고볼수 없을만큼..
........소중해졌다....아르, 이녀석이.
...전부를 걸어서라도 가지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