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어둠이 깊게 가라앉은 고요한 숲속에 편안하고 규칙적인 호흡소리만이 작게 들렸다.
마족은 인간들처럼 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해서 굵은 나무에 등을 기대고 앉아있을뿐인 아시리안은 아이처럼 품에 안겨서 잠이든 인간을 다정한 시선으로 내려다보며 가슴언저리에 흐트러진 검은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고 있었다.
커다랗고 쓸모없는 날개란 놈은 평소엔 마력으로 숨겨두고 다닐만큼 싫어하는 것이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유용하게 쓰이고 있는 셈이었다. 몸을 웅크린채 깃털속으로 파고드는 움직임에 아시리안은 피식, 웃었다. 마족의 품속에서 지나치게 무방비한 모습이 어이없기도 하지만 안심할수 있다는듯 편안하게 잠이든 멍청한 인간따위가 이다지도 사랑스럽게 느껴지다니.
이번에도 죽이라고 건방진 소리를 해대면 산채로 갈기갈기 찢어서 부드러운 살한점, 뼈한조각, 피한방울 남기지 않고 모조리 먹어치워주마.. 라고 엄청난 생각을 한것 답지않게 아시리안은 머리카락을 쓰다듬던 손을 내려 잠이 든 인간의 하얀 뺨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그렇게 울어댔으니 편하게 쉬게 해주는게 좋겠지....라고 생각하며.
끝이 보이지 않는 황량한 벌판..
불어오는 모래폭풍에서 몸을 보호할 장비하나 없이 간편한 여행복차림새의 '나'는 어딘가를 향해 걷고 있었다.
한발자국...한발자국.. 걸을때마다 몸을 지하 깊숙이 끌어들이려는듯 무거운 발을 잡아끄는 힘에 저항하며 걷고..또 걷고...
눈을 제대로 뜰수 없을만큼 사방에서 휘몰아치는 바람에도 멈추지 않고 오직 걸어야한다는 의지만이 지친 몸을 움직이게 할뿐... 휘이이잉- -- 휘몰아치는 바람소리와 함께 머리카락과 옷자락이 미친듯이 펄럭거린다.
어디를 가는거지? 라고 문득 들어버린 의문에 길잃은 미아처럼 어둠속에서 우두커니 멈춰서버렸다.
사방에서 휘몰아치던 바람이 어느새 잔잔해지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어둠속에서 내가 '나'에게 물었다.
"....가려고 하는곳이 어디..?"
..모르겠어, 나.. 어디를 가던 중이었지?
아.....정말.....이상한 꿈이다... 분명 악몽은 아니었지만 묘하게 현실인것처럼 생생한 꿈속에서 도망치듯 눈을 뜬 나는 한순간 다시 꿈속인가..싶었다. 나를 내려다보는 눈......뺨을 간질이는 머리카락.. 바싹 달라붙어있는 등허리를 쓰다듬는 손길.... 커다란 날개............아시리안...? .. 언제부터 날개가 있었어?
“이제 잠은 다 잔거냐. 인간?”
아시리안이 나를 내려다보며 뭐라뭐라 중얼거리는게 들렸지만 잠에서 완전히 깨어나지 않아서가 아니라 뭔가 지금 처한 상황이 현실같지가 않아서 멍하게 눈만 깜박거리는데 아시리안의 얼굴이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입술이 겹쳐져도 멍하게 눈만 깜박거리던 나는 말캉한 혀가 입속에 쏙 들어왔을때라야 반짝, 불빛이 들어오는것처럼 몸이 현실을 인식했다. 키스로 입이 막혀진채 버둥거리던 나는 검은 오리나 까마귀의 것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커다랗고 새까만 날개가 내몸을 감싸고 있어 움찔, 놀랐다가 내가 밤새도록 아시리안의 품에 알몸으로 찰싹 달라붙어 잠들어버렸다는걸 뒤늦게 깨닫고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게다가 지금 아시리안이 등을 기대고 앉아있는 바로 이 나무!!!!!!!!이 나무의 나뭇가지에 양손목이 묶여서 아시리안과 삐-하고 삐-했던 장면들이 두둥실 떠오르자 화르르르륵, 벌겋게 얼굴이 달아오르다 못해 아예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눈부시게 내려쬐는 햇볕에 차마 얼굴을 들수...................가..가만, 햇빛..? 햇빛이라고?!!!!!.....
"크..큰일났다아!!!!"
자존심강한 아시리안이 들으면 펄쩍펄쩍 뛸 일이지만 어쨌든 이 검은 날개때문에 커다란 까마귀가 인간으로 플리모프한것처럼도 보이는 아시리안의 날개에서 서둘러 빠져나왔다. 여기저기 떨어져있는 옷들을 허둥지둥 주워입고 있는데 아시리안이 못마땅하다는듯한 어조로 불쑥 말했다.
"그 머저리처럼 수선스러운 벌레들에게 다시 돌아가려는 거냐?"
바지까지 입은채 상의를 입을 차례던 나는 잠시동안 멈칫, 했다가 상의를 머리위로 쑥 집어넣어 입고 아시리안쪽으로 비스듬히 돌아섰다. 아시리안은 내가 빠져나온 뒤에도 계속 나무에 등을 기댄 자세로 앉아 팔짱을 낀채 나를 보고있었다. 뭔가를 생각하는것 같지만 뭘 생각하는지는 알수없는 아시리안에게 뒤늦게 대답했다.
"....그래. 갈거야"
머저리처럼 수선스러운 벌레들이라니.. 시오니와 나만 빼고 다들 좀 시끄럽기야 하지만.. 불평하고 투덜거리는걸로 치자면 아시리안.. 너도 결코 지지 않는다고.. 잔소리하고 틈만나면 시비걸고 투덜거리는게 나에게만 이라는 전제가 붙긴 하지만..
그러고보니 그 무뚝뚝한 시오니도 이리타에게만은 혹시 아시리안처럼 투덜투덜 거리는게 아닐까...생각하다가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말없는 시오니가 아시리안처럼 투덜거리는 모습은 도무지 연상이 안되기도 하지만 이리타에게 잘못 투덜거렸다가는 오히려 더한 투덜거림을 당해야만할 불운의 결과를 시오니가 모를리도 없는거다........................................
어쨌든 내가 지금 꺼내려는 말은 용기가 필요했기 때문에 속으로 숨을 크게 들이킨후에 아시리안이 뭐라 말할 틈을 주지 않고 이어 말했다.
"....같이 가겠어?"
내가 한말이 워낙 생각지도 못한 말이었는지, 아니면 그냥 좀 놀란건지...엄청 폼잡고 있다가 뭔가가 와르르 무너진것 같은 얼굴의 아시리안이 내 의도가 궁금하다는듯 한쪽눈매를 사납게 치켜올리고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아시리안..나는...너와 함께 있고싶어,
영원히 같이 있을수는 없다고해도, 언제까지라고 기한을 정할수 없는 시간이라고 해도....나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도..
함께 있던 시간은 사라지지 않는거니까. 추억은 지워질수 없는거니까. 함께 있을수 있을때까지는 같이 있고 싶어.
진심으로 원하는것을 솔직하게 말하는것도 쑥쓰러운데 아시리안이 계속 쳐다보는게 민망해서 뭐랄까..조금 창피해지는 기분을 억누르려고 머리를 긁적거리며 말했다.
"...따...따라와 달라고 하는건 아니야"
어젯밤에 나를 안았다고 해서, 여자가 아니니 처녀성 운운하는것도 그렇고.. 또 그런것에 책임감 느낄정도로 예의바른 아시리안도 아니지만, 같이 자고난 다음날 같이 가자고 말하는게 왠지 잠을 잤으니까 책임지라고 하는 말처럼 들리는건가...도 싶으니 얼굴까지 붉게 달아올라 아시리안에게서 몸을 돌렸다.
"....싫다면 오지 않아도 돼."
대답이 없는건 역시 거절인걸까..싶어 다시한번 힘줘서 말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역시 서운한 마음은 어쩔수가 없어서 뒤돌아서 이를 악물고 걸음을 걷기 시작했다. 그러나 내가 몇발자국 걷기도 전에 퍼득,하고 커다란 새가 날개짓하는 소리와 함께 내앞에서 거센 바람이 한차례 불고 눈앞에서 뽀송뽀송한 검은 깃털이 사뿐 내려앉았다.
"...정말 성질 급한 인간이군, 나는 아직 대답하지 않았다"
커다란 날개를 접으며 내앞을 가로막듯 내려선 아시리안이 퉁명스럽게 말하는사이 까만 날개가 신기하게도 서서히 투명해지더니 완전히 없어진다. 까마귀날개라고 놀리고 싶기는 하지만 그렇게 말했다가는 당장에 나를 죽이겠다고 날뛸것같아 그말을 목구멍으로 삼키며 대신 눈깜짝할사이에 날개가 사라진 아시리안을 바라보는데 어?...하고 피할틈도 없이 손가락으로 턱을 들게하더니 내뺨을 할짝 혀로 핥아올렸다.
"....뭐..뭐야..."
반사적으로 핥아진 뺨을 손바닥으로 가리고 묻자 아시리안이 쿡,하고 웃는것같은 얼굴로 말했다.
"안게해주면 함께 가주지"
뭐....뭐라고...??....이 중증변태!!! 화륵, 얼굴이 달아올라서 홱 고개를 피했다.
"...그...그....그건....!!"
아시리안이 너무 가까이에 있어 주춤,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려하자 허리를 휘어감아 끌어당기며 콧잔등을 놀리듯이 혀로 할짝, 핥는다. .....
"같이 가자고 한건 너니까 이제와서 싫다는 말은 안하겠지?"
이 바보변태, 자기가 지금까지 스토커한것은 생각도 안하고...
내가 같이 가자고 해서 실은 좋은거지?... 얼굴에 써있다고,....아시리안.
새가 아시리안이었는지 아니면 그냥 단지 새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시리안이 계속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은 알고있다.
"...그럼.. 마법으로 변신해줘.. .."
"....변신?"
그래, 변신!!! 아시리안이 이대로 가면 케드릭은 나머지 팔을 잘릴까 무서워 줄행랑 칠거고 잘생긴 얼굴 꽤나 밝히는 이리타때문에 엄청 시끄러워질거고... 결정적으로 프란은 네가 마족이란거 알고있단 말이야...
"설마, 지금 이모습이 마음에 안든다고 말하는건 아니겠지?"
마음에 안든다기 보다는 지나치게 시선을 잡아끄는 외모라....문제지.. 너무 잘생긴것도 죄라고 생각해.
"...마족이란거 들키면 여러가지로 곤란하니까..될수있으면 의심받지 않는게 좋잖아..평범하게.."
"평범?"
마족에게 평범이란 단어를 꺼내다니..이 무슨 가당치도 않은 소리냐는듯, 지극히 못마땅한것처럼 눈썹을 찌푸린 아시리안에게 나는 조심스럽게 내의견을 꺼내보았다.
"가령 새로 변해서 함께 가는것도 나쁘지는 않을것 같은데....음...까마귀라던가...으헥, 취.취소할께!!!"
까마귀라고 했다가 분노폭팔 일보직전인 표정으로 분노한 머리카락들을 사방팔방 휘날리는 아시리안을 진정시키려 취소한다고 말했지만...결국...............
"야!!! 아르, 어떻게 된거야!!!"
미안, 프란.. 너를 보기가 무지 창피하다..
"이 개자... 아니 아르!!! 어딜 가면 간다고 말을 하라고 했지!!!"
하나밖에 없는 손아귀로 내멱살이라도 잡아챌듯 득달같이 달려들다가 움찔, 습관적으로 욕을 하려다가 홱 노려보는 프란의 눈치가 보였는지 슬쩍 말을 돌리며 그래도 화를 참기가 힘든듯 뭔가를 꾹꾹 누르는 어조로 케드릭이 말하자 데런도 어떻게 된거냐고 물었다. 시오니는 언제나처럼 무뚝뚝하게 시선을 힐긋 던졌을뿐 다시 관심없다는듯 척 눈을 감고 이리타가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프란,데런,케드릭들에게 시달리고 있는 내게 말했다.
"어머, 아르, 어젯밤에 아침식사를 위해 사냥이라도 하러 다닌거야? 걱정시킨 보답으로 그 독수리를 넘기면 용서해줄게. 안그래도 새고기가 먹고싶던 참이었어. 햐~ 독수리구이, 생각만 해도 군침돈다."
켁!!!!!!! 이리타의 말에 깜짝 놀라서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필사적으로 피하는 나를 내 어깨위에 앉은 독.수.리가 무시무시한 눈초리로 노려보았다. 어디 두고보자, 이노오오옴. 이런 원한섞인 눈초리라 등줄기에 오한까지 인다. 졸지에 독수리구이로 이리타를 입맛다시게한 아시리안을 위기에서 구한것은 프란이었다.
"걱정이라고? 우리가 어제 밤새도록 찾아다니는 동안 잠만 쿨쿨 자고 있던 주제에 어디서 뻥치는거지?"
뭐.. 구하고 싶어서라기보다는 이리타에게 시비를 걸고 싶은걸 참을수가 없어서였겠지만 어지간히... 꼴보기싫었는지 이까지 으르릉거린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프란, 숙녀에게 뻥친다는 표현이 뭐야...
"어머, 미인은 원래 잠을 많이 자야 하는 법이라고, 꿈속에서 내가 아르를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당연하다는듯이 당당하게 말하는 이리타를 케드릭도 프란도 데런도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하다못해 시오니까지 어처구니 없다는 듯이 바라보는데도 전혀 개의치 않는 저 여유만만함.... .. 대단해요. 이리타.
시오니의 한방과 맞먹을만큼 강력한 한방으로 이리타가 모두의 어처구니를 상실하게 만든 틈을 타서 나는 그제야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기..다들 미안해요..너무 숲속에 깊게 들어가서... 길을 잃어버렸어.”
변명하듯 중얼거리자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프란이 말했다.
“그 독수리는 뭐야?”
“아..숲에서 헤매다가 만났는데.. 날개를 다쳤길래 치료해주려고...”
나의 어설픈 변명보다는 내 어깨에 올려진 독수리의 한쪽날개가 그럴싸하게 피묻은 손수건으로 감싸여있는게 더 신뢰감을 준듯 다행히 밤의 실종에 대해서 그럭저럭 넘어가고 아침식사를 마친후 -아시리안의 표현에 의하자면 머저리같이 수선스러운 일행인- 우리는 야영지에서 뒤늦게 출발했다.
말을 타고 달리는 내내 어깨위에 얌전히 앉아있는 아시리안때문에 나는 기분이 좋아져있었다.
무심결에 튀어나온 까마귀라는 말에 분노했던 아시리안이었지만 그래도 결국 내부탁을 들어준게 고맙고..안게 해주면..이라는 조건이 꽤나 신경쓰이긴 하지만 이제야 다시 [둘이 함께]가 되었다는것에 묘하게 가슴이 울렁거렸다.
아시리안과 처음만났을때처럼 기묘한 우연으로 다시 시작된 여정은 마치 피하려해도 언젠가 정면으로 맞설수밖에 없는 알수없는 운명처럼도 느껴졌다.
"기분 좋아보이네. 사람 있는대로 걱정시켜놓고,"
옆에서 다가닥다가닥 말발굽의 보조를 맞춰 걸으며 프란이 심드렁하게 말하자 나를 찾던 프란의 목소리가 떠올라 다시 미안해졌다.
"...미안,"
".....아르,"
말의 걸음을 멈추고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의 진지한 울림에 프란을 돌아보자 청명한 하늘만큼이나 푸른 눈빛이 웃는것같기도 하고 그렇지않은것 같기도 하게 빛을 내뿜으며 내눈을 직시해왔다.
".....너를 찾아낼동안 많이 걱정했다. 그리고 지금 역시도 나는 너를 걱정하고 있어..그러니까 다시는 내눈앞에서 사라지지 마라"
"............아....그래.........."
숨막힐것처럼 쳐다보는 알수없는 시선의 끝에서 먼저 고개를 돌린건 프란이었다. 어젯밤에 찾아다녔다는 얘기까지는 하지 않았지만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나를 걱정하고 있었던 듯... 묘한 감정을 품은 눈빛은 이내 가볍고 짖궂은 눈빛으로 돌아와 피식, 웃었다.
"알면됐고, 그런데 대체 그 못생긴 독수리는 뭐냐? 아르, 네 도시락이야?"
커허헉!!!자존심 강한 아시리안에게 못생긴 독수리로도 모자라 도시락이라는 소리까지 듣게 햇으니...난...죽.었.다......!!... 음후후후후...불길한 미소를 잔뜩 지은채 들들 볶아댈 아시리안이 걱정되서 슬쩍, 아주 슬쩍 어깨에 앉아있는 독수리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정작 아시리안은 못생긴 독수리라는 말이나 도시락이라는 말에 화를 내고 있을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뭔가 굉장히 마음에 안드는듯 차가운 시선으로 프란을 태운 말이 멀어지는걸 노려보고 있었다.
[...흥...저 벌레놈 따위가 감히.....]
아...............?................이....이건...전음??.. 아시리안의 전음이 머릿속에 다시 울린게 놀라웠다.
[....프란이 왜?]
.... 나..나도 되네?.. 반지가 매개체라고 생각했었는데.. 반지가 없어도 되는구나..아시리안이 옆에 있어서일까.
[... 빨리 따라가기나 하시지? 이놈 저놈에게 그 헤픈 웃음 퍼주려면 바쁘지 않던가?]
아시리안과 다시 연결되는것 같아 기뻤던 마음은 아시리안의 난데없는 짜증과 터무니없는 오해에 파묻혀 금새 쪼그라들었다.
[내...내가 뭘 어쨌다고!! ]
[흥,눈치없고 둔한 주제에 살랑거리고 꼬리나 치고..]
꼬리를 쳐? 살랑거려? 이 변태마족놈잇!!!
[살랑거린적 없어!!!!!]
졸지에 꼬랑지 달린 강아지처럼 꼬리나 흐드는걸로 매도되어 발끈, 하자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아시리안이 도리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조금전에도 살랑거리는 웃음으로 나를 꼬시지 않았던가? 감히 마족인 내게 까.마.귀.로 변신하라고 했었고!!!]
그...그거야 아시리안이 까만 날개를 가지고 있었으니까...그래도 살랑거리면서 꼬신적 없어!!
[...맘에 안들면 안따라오면 되지. 왜 따라오면서 잔소리야, 쪼잔한 변태같으니!!]
얄밉게 떽떽거리는 독수리의 깃털을 확 뽑아서 대머리 독수리로 만들고 싶은 기분을 꾹꾹 눌러 참으며 말하자 내어깨에 앉아있는 독수리가 눈알을 살기등등하게 희번득거리며 나를 노려보았다.
[변태? 자꾸 변태,변태 하는데....!!]
........하는데..그다음은? ... 뭔가를 말하려다가 중간에 뚝 끊어버린 느낌이라 뭔가가 심히 찜찜하다.
[...아시리안?]
수상할정도로 잠잠하다가 아시리안이 퉁명스럽게 말을 돌렸다.
[...흥, 됐으니까 어서 저 시끄러운 머저리들이나 쫒아가시지]
뭔가 말을 피하는것 같은게 오히려 더 수상하지만 아시리안하고 말싸움을 하는 동안에 정말 일행들하고 멀어졌기때문에 이럇,하고 말을 서둘러서 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