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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포드가의 귀공자-23화 (23/36)

23

검푸른 머리카락들이 내허리를 빙글빙글 묶어 끌어당기고 ...끌어당겨지는 지점에 아시리안이 허공에 둥실 떠있었다.

"귀찮은 벌레 같으니!!"

구해줘놓고 신경질을 부리는 모습이 예전의 아시리안을 떠올려서.. 두근, 하는 마음과는 반대로 머릿속에선 사람들을 잔인하게 해치운 아시리안이 손에 묻은 피를 핥으며 나를 응시하던 오싹한 모습을 떠올리고 있었다.

.. 아시리안은 잔인한 마족이야. 잔혹한 본성을 지닌 마족일뿐이야.

나는 아시리안쪽으로 가까이 끌어당기는 살아있는 머리카락에서 벗어나려 버둥거렸다.

"이..이거놔!!!!!"

"살려줘서 고맙다는 말도 할줄 모르나.인간?"

짜증스러운 아시리안의 말에 저항을 멈추고 움찔, 생각했다. 아..그래........네리아를 해치운건 아시리안인듯싶지만.... 하지만 어떻게 알았지? 어떻게..여기에 나타난거지? 그리고 왜 또 도와준거지? 그렇게 귀찮은 표정이면서..왜..

"....부..부탁한적 없어!!!"

다시 허리를 묶은 머리카락을 풀어내려 버둥거리며 소리치자 아시리안이 짜증이 묻은 오만한 얼굴로 차갑게 웃었다.

"다른 벌레들에겐 고맙다는 말을 노래부르듯 하더니 하찮은 너의 목숨을 구해주기까지 한 나를 보고는 감히 화를 내는건가?"

“!!!!”

아시리안이 어떻게 결정적인 이 위험한 순간에 다시 나타난건지 ..다른 벌레들이란건 이리타와 시오니를 말하는것 같은데.. 어떻게 그들을 아는건지....내가 고맙다고 한 말까지 어떻게 알고 왜 화를 내는지 무진장 궁금하지만 그런걸 따지기엔 문제가 좀 있다.  난처하게도 아시리안의 머리카락에 묶여있는 내가 지금 실오라기하나 안걸친 알몸이라는 것. 차갑고 부드러운 머리카락들이 맨허리를 빙글빙글 휘어감는 느낌에 등줄기가 움찔 떨려와서 나는 더 격하게 소리를 질렀다.

"내.내려놔!! 내려놓으라고!! 이 머리카락 변태괴물!!!"

"머.리.카.락.변.태.괴.물?"

아앗... 심상찮게 가라앉은 목소리의 아시리안을 보고 나는 처음에 아시리안이 그말을 듣고 무진장 화를 냈던걸 떠올렸지만.. 어쩔수 없다. 이미 말은 내뱉어졌고 아시리안의 등뒤에선 검푸른 머리카락들이 위협적으로 일렁일렁거렸다.

"으아아악!!!!!!!!!!!"

순식간에 어지러울만큼 몸이 허공에서 곤두박질친다싶더니 바닥에 내동댕이치기전 뭔가가 덥썩 잡아채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고개를 들어올렸다. 검푸른 불꽃이 이글이글거리는 눈빛이 높은곳에서 순식간에 낙하해 얼떨떨한 표정의 나를 내려다보았지만 어지러워서 제정신을 차리기가 쉽지않았다. 빙글빙글 도는 청룡열차를 탄 직후처럼 어지러워서 헤롱거리면서 제정신 못차리다가 어느정도 정신이 차려지자 왠지 맛이 어떠냐, 이 벌레놈아. 이런 표정의 아시리안을 보자 화가 뭉실뭉실 솟아서 검푸른 머리카락을 양손으로 콱 움켜쥐고 확 잡아당겼다.

생각지도 못하게 긴머리카락을 쥐어뜯긴 사람, 아니 마족의 어이없다는 표정은 내가 쌤통이다, 요럴새도 없이 완전 화가 난 눈빛이다. 그러나 곧 쿡, 웃는 것같은 비웃음에 어라..하는 사이에 양손으로 움켜쥔 머리카락들이 길어지더니 손목을 그대로 휘어감고 다른 머리카락들이 각각 양발목을 휘어감더니 으악, 할새도 없이 몸이 거꾸로 세워졌다.  거꾸로 물구나무 서듯이 대롱대롱 매달린채  분한 시선으로 노려보자 아시리안이 네까짓게 노려봐봤자지, 하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거야? 네가 전에 한짓을 생각해봐, 아시리안.

너 사람들을 굉장한 방법으로 죽였어.. 나.. 이래뵈도 엄청 충격받았다고.. ...되려 화내고 가버린게 누군데...

무서운게 당연하잖아. 그런 모습 ..태연히 볼수 없는게 당연한거잖아.. ... 아시리안.

“...여긴 어떻게 알고 온거야..”

거꾸로 물구나무 서듯 대롱대롱 매달린채 노려보는 눈길을 거두고 한숨쉬듯 물어보자 아시리안이 내얼굴을 빤히 쳐다보다가 흥, 하는것처럼 비웃음을 지었다.

“그게 궁금한가? 그것보다는 지금 내가 널 어떻게 하려는지를 더 신경써야할텐데?”

아시리안의 시선이 내얼굴에서 좀더 위로 옮겨가기 시작하자 나는 그제야 내가 알몸이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인식했다. 그리고  젖은 물기가 그대로 남아있는 몸을 아시리안이 노골적으로 천천히 훑어보자 거꾸로 매달려서가 아닌 다른 이유 때문에 얼굴로 피가 몰리기 시작했다. 꿈틀, 종아리까지 묶고있던 머리카락이 살아있는 촉수처럼 꿈틀거리며 내려오기 시작했다. 간지럽고 오싹한 느낌에 흠칫, 하며 가까스로 소리를 질렀다.

“무, 무슨 짓이야!!!!!”

점점 길어진 머리카락이 허벅지를 감싸고 다시 빙글빙글 다리를 감아온다. 간질간질하고 오싹오싹한 느낌이 더해져서 몸부림치면서 큰소리로 비명을 지르듯 소리쳤다.

“윽..그...그만두란 말이야!!! 아시리안!!!!!!!!!!!”

거꾸로 세워진채 당하는 치욕을 견뎌내려 입술을 깨무려는 순간 몸을 간질이던게 사라지고 갑작스럽게 몸이 허공에서 반바퀴 빙글 돌았다. 똑바로 세워진채였지만 이번에도 역시 내발로 서있지는 않았다. 풀잔디가 깔린 땅바닥에서 조금 허공에 뜬채 아시리안의 머리카락이 나를 묶고 있는건 여전했다. 어지러움을 참으려 눈을 감았다가 다시 눈을 뜨자 아시리안이 이상한 표정으로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하찮은 벌레주제에..감히 내이름을 부르다니..”

어째 말은 그렇게 했으면서 별로 기분나쁜 표정은 아니다.

아시리안이 손을 뻗어 내뺨을 천천히 쓰다듬기 시작했다. 지하감옥에서 쇠사슬에 묶여있던 내게 입맞추기전에 그랬던 것처럼. 잔인하게 사람들을 해치고 내게 벌을 주는 것처럼 강제로 키스하기 바로 직전에 그랬던 것처럼..  키스당한다..라는 예감이 있었지만 이번엔 고개를 돌릴수가 없었다. 사로잡혀버린것처럼 아시리안에게서 눈을 뗄수가 없었다.

..흔들리는 시선을 가득채운건 으슥한 어둠을 비추는 희미한 달빛아래 신비하게 빛나는 검푸른 머리카락..

잔인한 포획자처럼, 오만한 정복자처럼 나를 응시하는 검푸른 불꽃이 일렁거리는 눈동자...

“..........하지마..”

목소리가 떨려 들릴듯말듯 낮게 속삭이는 입에 천천히 다가온 아시리안의 입술이 그대로 겹쳐졌다.

“.........!!!”

내가 저항하지 못하게 내손을 머리위로 묶어놓고 있으면서도 허리를 구속하듯이 휘어감아 끌어당기듯 안으며  윗입술과 아랫입술의 경계선을 부드럽게 가르고 들어온다. 동시에 물기에 젖은 머리카락을 뒤에서 움켜쥐며 난폭하게 끌어당겨졌지만 지난번처럼 아프거나 고통스럽진 않았다.

입안에 들어온 아시리안의 혀가 잇몸과 치열을 구석구석 천천히 맛보는것처럼 핥고 숨이 차서 헐떡거리는 혀를 휘어감았다. 들려진 혀의 안쪽을 자극하는 움직임에 흠칫, 몸을 떨자 추릅,하는 민망한 소리까지 적나라하게 낼만큼 질척하게 얽혀있던 혀를 놓아주며 강제로 빼앗고 맘대로 휘둘던 입술을 놓아준다.

“.......하지..........읏!!”

목을 와작, 깨무는 고통과 함께 흠칫, 몸을 움츠리자 달래는것처럼 부드럽게 혀로 쓸어올린다. 그리고 깨문자리에 거머리처럼 달라붙어 강하게 살갗을 빨아올리자 몸속의 혈액이 반항하듯, 아니 오히려 그쪽으로 쏠리듯 뜨겁게 요동쳤다.

팔딱거리는 심장이 있는 가슴으로 내려와 붉은돌기를 손가락사이에 끼고 슬슬 엄지로 문대듯이 자극해오자 허리아래에서 척추까지 부정할수 없는 쾌감이 찌르르 타고 올라온다. 손가락이 살짝 만진것만으로 금새 딱딱해진 붉은 돌기를 아시리안이 혀로 할짝 핥아올렸다.  마치 언제 물어뜯을지 모를 야수가 장난치고 놀리듯 이로 잘근,하고 물어오자 아프다기보다는 뭔가가 몰아부치듯 초조해져와서 윽,하는 신음을 삼키고 고개를 뒤쪽으로 꺽었다.

“왜.........왜...이런짓을 하는거야..”

하아..하아..하아....숨을 몰아쉬면서 노려보는 내시선에 아시리안이 못된 장난치는 악마같은 표정으로 눈을 마주쳐왔다.

"약한 벌레를 괴롭히는 취미는 없지만 너는 꽤 재미있는 인간이라서,"

괴롭히는 취미가 없다고? 표정관리나 제대로 하시지? 눈이 즐거운듯이 웃고있잖아!!!! 이 변태마족놈아!!

“..좋아, 어쨌든 손이나 풀어줘”

한숨쉬듯 말하자 아시리안이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전에 해야할 말이 있을텐데?”

무슨.. 이라고 생각하다가 이내 아시리안이 식인꽃 네리아에게 먹혀들어갈뻔한 나를 구해준 조금전 일이 떠올랐다.

아시리안이 아니었다면 지금 네이라의 위장속에 얌전히 들어가있었겠지..싶으니까 모골이 송연해지지 않는게 아니었지만 오히려 묻고 싶었다. 왜 나를 구해주는건지.. 왜 번번히 나를 도와주는건지....

나를 기억하지도 못하면서.. 나를 지워버렸으면서...왜 기대해선 안되는 것에 기대를 하게 만들어.....

살랑, 불어온 싸늘한 바람이 머리를 흐트러트린다.

차가운 몸에 채찍처럼 다가오는 바람에 오슬하게 전신을 휘감아오는 한기를 참아내며 나는 아시리안을 바라보았다

“....구해달라고..부탁한적.. 없어. 죽든 살든 무슨 상관이야. 죽이고 싶으면 이따위 장난 하지 말고 당장 죽이란 말이야!!”

아시리안에게서 광포한 회오리바람이 몰아치듯, 허공으로 솟구쳐오른 검푸른 머리카락들에서 파직,파직 전류가 흘러넘치고 숨막힐듯한 살기가 살을 에이는것처럼 짓눌러온다.

“그래, 아무 상관없지. 하지만 지금 널 죽이는건 참겠다. 귀찮게 살려낸게 아까워지니까. 하지만 그렇게 죽는게 소원이라면야 다음엔 산채로 찢어발겨 심장을 꺼내주지!!! 물론 네놈 하는짓으로봐선 내가 손대기도 전에 오크들의 먹잇감이나 되있겠지만!!!”

이를 갈듯 내뱉으며 천천히 흐려지는 아시리안의 모습이 어느순간 팟, 하고 사라진다.

숨이 컥, 하고 막혀있다가 토해지는순간 아시리안이 사라져버린 자리로 손을 뻗으려다 멈칫, 멈추고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까슬까슬한 풀잔디위에 풀썩 쓰러지듯이 무릎을 꿇었다.

얼굴을 잔디속에 쳐박은채 떼지않으려고 양손으로 죄없는 풀을 한가득 움켜쥐었다.

..아시리안...가지마.......제발...제발..가지마....라고 울부짖을것 같아 나는 부서질듯 이를 악물었다.

온몸을 찢어논 고통은..아무것도 아니야.. .

나를 기억하지 못하고 내가 아는 그대로의 모습인 너를 보는것만큼.. .고통스럽진 않아...

아시리안.. 너를 안고..너에게 안기고.. 보고싶었다고 말하고..그리웠다고 원망하고 싶은걸 참아내는것만큼...아프진 않아..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게 잘된거라고.. 잘된거라고 생각하는것만큼.. 괴롭진 않아.

솔직해지지 못하는건 상처받을까봐 두렵기 때문이다.

..원하는것은... 잡을수 없는것, 잡아서도 안되는것, 원해서도 안되는것,

...........아시리안..........

네레이드성의 근처에서 우리를 당당히 반겨주는건 지겨울만큼 많은 수의 몬스터들이었다.

이미 전투가 한참인듯 성쪽으로 우글우글한 오크들을 보니 오크의 먹이나 되라던 아시리안의 말이 새삼 떠오른다.

아무리 화가났다고해도 오크의 식사거리나 되라는건.. 너무 심했어. 내가 왜 번번히 이 못생긴 놈들의 반찬이 되어야 하는데? 허리에 꽂힌 검을 뽑아 내달리려하자 이리타가 내팔을 잡아챘다.

"보기보다 성격 급하네. 아르, 잠시만 기다려봐. 시오니가 한방 크게 날릴거거든"

거침없는 반말에 신경쓸새도 없이 한방이라니..뭘? 하면서 움직임을 멈춘 내등뒤에서 눈부신 빛의 소용돌이가 폭죽처럼 터졌다. 놀아서 돌아보는 눈에 빛에 쏘인 오크 수십마리들이 우수수수 쓰러지는게 보였다. 하...한방이라...한방이 맞긴 맞네...어쨌든..

전에 언데드들을 물리치는 아시리안을 보긴 했지만 마법사라는게 그리 흔히 볼수 있는건 아니라서 나는 새삼 시오니를 힐긋 바라보았다.

아시리안이 전에 마족은 마력으로 이루어진 생명체라고 했었다. 그러나 태어나면서부터 마법을 쓸수있는 마족과 달리 인간이 마법을 익히기위해서는 몸속에 마나라는 것도 필요하고 꽤 오랜 수련기간을 거쳐야 하고  긴 주문을 외우기위해서는 머리도 비상해야 된다고 하던데......역시 다크엘프라 틀린건가..

"좋아. 이제 깜짝 파티에 쟤들이 좀 흥분한것 같으니.. 상대해주러 갈까."

이리타가 경쾌하게 말했다.

꽁무니 대열에서 갑자기 수십마리의 아군이 섬멸되었으니 흥분이 아니라 미쳐날뛰며 달려들고있다는게 맞는 표현이긴 하지만... 뽑은 바스타드소드를 고쳐잡으며 이리타와 시오니의 뒤로 쫒아 망설임없이 달려들었다.

몬스터들수가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둥근 원형으로 모여 시오니, 이리타, 나 그렇게 셋의 등뒤를 보호하고 앞에서 달려드는 오크들을 힘껏 검으로 쳐냈다. 생각했던것처럼 시오니도 이리타도 상당한 실력을 가지고 있어서 등뒤를 걱정하지 않고 싸워도 된다는 안정적인 기분을 느끼며 덤벼드는 오크가 든 날카로운 창을 위쪽으로 쳐내고 배를 힘껏 찔렀다.

추악한 냄새에 오물같은 피를 토하는 악취에 인상을 찌푸리던 나는 취잇,거리는 오크에게서 갑자기 아르!! 라고 불러오는 소리에 너무 놀라서 검을 떨어뜨릴뻔했다.

오..오크가 내게 마.말을 걸었어, 라고 패닉에 빠지기직전 내게 말을 건 오크의 목을 수칵, 베어내며 오크의 뒤에서 내이름을 부른것 같은 상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 !!!

미처 마음의 준비를 하지 못한 갑작스런 재회.

아니, 될수있으면 마주치지 않기를 바랬던.. .. 그러나, 보고싶었던, 변함없는 모습의 프란이 뭐라 형연할수 없는 감정을 품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서있었다.

".....아르..............?......................아르.........!!..........이...이자식아!!!!!!!!!"

나를 보고 감격하는 프란만큼이나 반갑게 달려드는 무수한 오크들은 갈색머리카락의 다른 사내에게 처리를 맡기고 프란은 지금 할일은 오크를 해치우는것보다 오직 이것이라는듯 엉거주춤 서있는 나를 품에 당겨안았다.

"이....이 나쁜자식....!!..내가...내가 얼마나..........!!!"

목에 뭔가가 낀듯 말이 자꾸 막히는 프란의 뒷말이 무엇인지는 이미 알고있었다.

.....알아............걱정..했...지....?..........

그러나 입을 열어 말로 대답하는대신 오크의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검을 든 손을 늘어뜨리고 함께 늘어져있던 다른 손으로 프란의 등을 마주 안았다.

싸가지없고 차갑고 능그랭이에 제멋대로의 비뚤어진 남자인 프란이 마음을 허락한 상대에게는 자신의 모든것을 쏟아부울만큼 집요한데가 있다는것을 알고있었다. 아르휜과는 그다지 친했다고 볼수없는.. 프란이 일방적으로 마음에 들어해서 쫒아다니는 형국이긴 했지만.. 크로멜성을 가다가 헤어지게된 나를 찾아다닌것처럼.. 이번에도 역시 나를 찾아다닌것..같다.

조금쯤 찾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으면서도 찾아다닌걸 몰라준게.. 피하려한게 미안하고.. 찾아준게 고맙고.. .. ..... 그래서 더 무슨말을 해야 좋을지 모를 재회는 낯선 남자의 발악하듯 질러대는 소리에 와장창 깨졌다.

"프라아안!!!!!!!!!! 그쯤해두지않으면 네놈의 품안에 그 소중한 녀석대신 이 사랑스러운 오크몸뚱이를 쳐박아줄테니 그런줄 알아!!!! 오크들과 블루스를 추고 싶지 않으면 당장 이 오크놈들부터 해결하란 말이다!!!!!"

그저 해보는 농담이라기보기엔 워낙 진담처럼 들리는 소리에 프란의 등에 둘렀던 팔을 풀어내자 나를 품에서 떼어내기가 무척이나 아쉬운듯 내게서 떨어진 프란이 무슨 표정을 지어야좋을지 알수없어 애매한 미소를 짓는 내입술에 별안간 촉, 하고 입술을 부딪쳤다.

"........무.............!!!!"

오크떼들에 둘러싸여 재회의 포옹씬에 이어진 난데없는 입맞춤에 황당해서 어이없는 눈으로 바라보자 프란이 장난스럽게 씩, 웃었다.

"그정도는 용서해줘. 너를 오랫동안 찾아다닌 노력을 가상하게 여기라고"

...역시..날, 찾아다녔구나...내가 미처 대답하기도전에 오크들쪽으로 돌아서서 검으로 베는 프란을 바라보는 귓가에 이리타의 혼잣말치고는 지나치게 큰 소리가 들려왔다.

"아, 애인있는줄도 모르고 괜히 잘해줬네, 헛물만 켰잖아."

엉뚱한 소리에 그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언제부터 보고있었는지 내게 시선을 맞추며 이리타가 검으로 오크의 몸을 푹 쑤시며 활발한 미소와 함께 툴툴거렸다.

"아, 억울해, 잘생긴 남자들은 왜 다 호모인거야!!"

켁!! 이.이게 뭔소리야,

"아..아니예요!!"

서둘러 변명하긴 했지만 가볍게 스치듯 부딪친 입술은 친구에게 하는 가벼운 입맞춤이라고 보기엔 의미심장했다. 나는 내쪽으로 돌아보지 않은채 검을 휘둘러 오크들과 신나게 싸우는 푸른 머리카락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오크의 피가 묻은 검을 치켜올렸다. 만나서 반가운것도..이 간지러운 입맞춤의 의미도..나중에... 나중에 생각하자...지금은 이 지겨운 몬스터들을 해치우는게 먼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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