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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앉아서 힘들게 숨을 고르고 있는게 별안간 눈앞에 남자신발이 보였다.
“이 거지는 뭐야!!”
그리고 내가 사태파악을 하기도 전에 주저앉은채로 퍽, 걷어차여져서 길가를 몇 번 굴렀다.
그래그래. 여기저기서 죽어라죽어라 하는구나. 아시리안도 그렇고, 이제는 처음 보는 사람한테까지 똥개처럼 걷어차이고..
신세가 처량해보여서 신세한탄을 하려는 찰나 정작 울부짖는 소리는 다른쪽에서 들려왔다.
“잠깐만, 잠깐만요, 나리. 제발 한번만 봐주세요,”
“엄마, 엄마, 가기싫어, 나, 가기 싫어,”
“이거 왜이래, 자꾸 이러면 곤란해진다는거 몰라?”
땅바닥에 엎어진채로 상황을 바라보자 몇 명의 남자들과 아주머니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돈은, 돈은 꼭 갚아드릴게요. 그러니까 제발 제딸만은 데려가지 말아주세요. 제발 가엾게 여겨주시고 살려주세요.우흐흐흑.. 부탁드립니다”
남자의 품에는 10살 가량의 귀여운 여자애가 안겨서 울고있었다. 빚.. 때문에 대신 끌려가는거구나. 한눈에 봐도 알수있는 상황. 누구도 도와줄수 없는 문제라 주위를 둘러싼 사람들은 여자와 아이를 안쓰러운 눈길로 바라볼뿐이었다. 어느새 내가 굴러온 곳옆에 서있던 아시리안이 나직하게 말했다.
“그만 일어나지 그래? 인간”
나는 아시리안을 올려다보지않은채 대꾸했다.
“신경꺼.”
내 신경이 실랭이를 벌이는 남자들과 여자에게 가있다는걸 알았는지 아시리안이 다시 말을 걸었다.
“저런게 신경쓰이나 보지.인간?”
신경쓰인다고? 그래, 신경쓰여. 하지만 나한테 가장 신경에 거슬리는건 바로 네 존재야. 이 마족놈아, 당장 꺼지라는 말은 뭘로 들은거야. 대체..... 말끝마다 인간,인간.. 이러면서 날 괴롭히고 있는건 너란 말이야. 너!!!
“이거보라고, 아주머니, 머리가 있으면 생각을 해보셔. 어떤게 이 꼬마년을 위해 좋은일인지.., 당신옆에서 배고파죽느니 조브님한테 가서 사랑받으며 배불리 먹는게 훨씬 이 계집애를 위해서 좋은일아냐? ”
남자로서는 꽤나 생각해준다는 인심쓰며 한말이겠지만 사랑받는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의미가 잘 전달되지 않는 나보다 아주머니에게 빨리 와닿았는지 이제까지 매달리던 태도를 버리고 여자가 발악하듯 달려들었다.
“이 짐승같은 놈들!!! 차라리 날 데려가라!! 날!!!”
여자의 태도에 남자들이 와아..하고 웃어댔다.
“남편 죽고 혼자 산다더니 남자손길에 애가 달았군, 달았어.”
“유감이지만 조브님은 다자란 것들에게는 흥미가 없어서 말이지. 킬킬킬,”
주변이 조용하다. 조브라는 성은 카레인시에서 들어본적 없는데.. 새로 생긴 정신나간 귀족이거나 아니면 부유하고 배불러서 할 일없는 미친 영감탱이.. 둘중 하나겠지. 조브라는 건.
입술을 콰직 깨물고 엎드려 누운채로 손가락을 움직여보았다. 그래. 그런대로 움직일수는 있겠어. 남자들 수가 많긴 하지만 어차피 날건달같은 사내들과의 싸움에서 머릿수는 중요하지 않다. 천천히 일어나며 흙먼지에 구른탓에 엉망인 옷을 탈탈 털어냈다. 뭐, 어차피 털어봤자 거기서 거기지만.
“이봐요, 길한가운데 주저앉아있으니까 방해가 된다는건 알겠는데....발로 걷어차는건 너무 심하잖아....안그래요?”
존댓말, 반말이 섞인 어중간한 말투로 내가 말하자 남자들이 왠놈이야. 이러면서 시선을 건네오더니 아까 걷어찬 그 거지라는 것을 알고 재수가 없어도 한참 없다는 표정들이다.
“뭐야? 이 거지새끼가 미쳤나, 너 이자식, 뭐라고 했어?”
“나처럼 큰 아들을 두기에 당신, 너무 어린것 같은데. 나도 이나이에 새로 아빠를 들이고 싶지는 않고..”
“뭐..뭐라는 거야. 이 거지놈이!!”
그렇게 흥분할거 없잖아요. 나를 보고 먼저 자식 이라고 한건 그쪽이라고.
“창피하게 어린애나 울리는 당신을 아버지라고 부르고 싶은 맘은 더더욱 없어서..”
“저새끼가 자꾸 뭐라고 씨부렁거리는거야? 귀찮으니까 저런놈, 해치워버려”
하나,둘,셋, 넷, 다섯명.. 순 날건달이래도 다섯명중에 명령을 내리는 놈은 있기 마련이다. 무겁게 축 늘어진 팔로 검을 빼들자 당장 비웃음이 날라온다. 이렇게 거지꼴이니 비웃음이야 별수 없겠지만..조금 후에도 웃을수 있을까. 당신?
지치고 추레한 몰골의 거지가 빼든 검따위 우습게 보고 만만히 덤비던 다섯명의 사내는 순식간에 제압됐다. 경악으로 부릅떠진 눈이 자신들에게 일어난 일을 믿기 힘든듯.. 검을 놓친 손목을 잡고 얇게 베어진 팔목이나 어깨등을 잡고 우물쭈물.. 그리고 ..
“너...너.......후..후회할거다. 후회하게 될거다!!!!”
그래요. 이런상황에서는 꼭 그런말들을 하대요. 어쨌든 다치게 해서 미안해요. 잘들 가시구요.
꽁지가 빠지게 달아나는 사내들의 뒷통수를 바라보며 마음으로 인사를 하는 내게 아시리안이 스르륵 다가왔다.
“일부러 살려준건가? 너를 먼저 공격한 놈들인데 왜 살려준거지. 인간?”
“신경꺼. 마족”
빼든 검을 다시 허리에 차고 있는데 아까의 그 아주머니와 잡혀가던 소녀가 내게 꾸벅 인사를 했다.
“고..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아...저기.. 저는 아까 그사람들이 먼저 걷어차서..”
그래서 갚아준거 뿐인데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눈물을 글썽거린채 허리를 굽히며 인사하는 아주머니는 선량하고 용감한 거지기사님이 자신들을 도와준거라고 굳게 믿고 싶은듯했다. 그리고 돌아서다가 이내 할말이 있는것처럼 다가와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그사람들.. 악질이에요. 아마 이대로 있지는 않을테니까 빨리 이곳을 벗어나시는게 좋아요.”
안그래도 가려던 참입니다. 고개를 숙이는 아주머니 때문에 민망해서 나도 같이 고개를 숙이는데 머리를 들었을때 이미 여자는 아이와 함께 등을 돌리고 걷고 있었다.
솔직히.. 나야 그냥 지나가면 되는거지만 그 조브인지 조랑말인지가 저 모녀를 그냥 둘까 싶으니.. 괜한 일을 해버렸다. 싶었다. 게다가 아직 카레인시를 벗어나기도 전이고... 곤란한 상황에 처해버리면 안되는데.. 말이 있었으면 벌써 카레인시를 벗어나고도 남았을거란 생각이 들자 새삼 아시리안을 향한 분노가 치밀었다.
말은 왜 죽인거야. 대체.. 그리고 나는 왜 졸졸 따라오는거야. 훠이, 저리가, 너 때문에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
“그 눈은 뭐지.인간?”
원망스럽게 노려보는 눈길에 정말 뻔뻔한 얼굴로 태연하게도 물어온다. 정말 내가 누구 때문에 이고생을 하고있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얼굴이어서 더 얄밉기 그지 없었다. 게다가 말끝마다 인간,인간, 그래. 이 마족놈. 너 잘났다.
“신경꺼.마족”
검을 집어넣으며 대꾸하고 걸음을 걸으려는데 멱살이 잡아채진다..
“정말이지..신경 거슬리는군. 인간.”
아시리안의 말이 들린다 싶은순간 순식간에 눈앞의 사물이 사라진다. 아.......이건..?! 공간이동..인가.라고 미처 다 생각하기도 전에 어두운 뒷골목이 보이고 등이 벽에 탁 밀쳐졌다.
“무..무슨짓이야!!! 마족이라는거 들키면 어쩌려고!!”
깜짝놀랐다. 사람들 사이에서 마법을 쓰다니, 이 마족놈이 미쳤구나, 미쳤어!! 얼른 골목사이로 보이는 바깥쪽에 고개를 빼서 보자 아시리안과 내가 감쪽같이 사라진 사실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은 없는 듯해서 저절로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아시리안에게 멱살이 잡혀 벽에 밀쳐진채 위협당하는 중이라는 사실은 뒤늦게 깨달았다.
“하찮은 벌레주제에, 너무 건방져.”
한손으로 움켜쥔채 들어올려져 어느새 발끝이 땅과 떨어져있다. 숨이 막혀서 윽,하는 신음을 삼키며 버둥거리는데 아시리안이 뒤늦게 궁금해진듯 물어왔다.
“그런데 마족이라는거 들키면, 그게 어쨌다는 거지?”
나를 혼내는것보다 그게 더 궁금해진듯 싶지만.. 나로서는 진실을 말해줄수가 없었다. ...전에 아시리안이 마족이라는걸 들켜서 죽을뻔했다는거, 그리고 그게 나때문이었다는것도..
“무슨..상관이야.”
흔들리는 시선을 감추려 고개를 돌리자 아시리안이 그 희한한 생물 관찰하는듯한 얼굴로 나를 유심히 쳐다보더니 갑자기 스윽, 얼굴을 가까이 가져왔다. 높이 올려져있던 몸이 천천히 아래로 끌어내려지며 아시리안과 조금씩 가까워지고 얼굴과 얼굴이 거의 가까이 맞닿을때즈음에야 흠칫,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휙, 돌렸다.
“....뭐..뭐..야....”
아시리안이 너무 가까이에 있었다. 숨소리가 들릴만큼 가까이에.. 격해지는 감정을 견디지 못한 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이제야 겁에 질린거냐?”
턱을 움켜쥔 손이 꺽인 고개를 강제로 틀어 정면을 보게 했다. 아시리안의 깊은 다크블루시선이 가까이에서 나를 본다. 그리워하던 다크블루의 시선 가득 마족을 두려워하지 않는 건방진 벌레에 대한 약간의 흥미..잔인하게 느껴지는 냉정함만이 담겨있을뿐인...
“....너.....너..따위..하..나..도..”
걷잡을수 없이 몸이 떨린다. 울음이 터질것같아 바르르 떨리는 입술을 꽉 깨물자 아시리안이 쿡, 하고 웃었다.
“그렇게 덜덜 떨면서 할말은 아니라고 보는데?”
아니, 틀려. 아시리안.. 네가 너무 가까이 있기 때문이야. 참을 수 없는건 너때문이야..너때문이라고..
눈을 천천히 감아내리자 감은 눈에서 뚝, 하고 뺨을 타고 내려간다.
제발 부탁이야. 나한테서 떨어져.. 이렇게 가까이 있으니까 견딜수 없어져. 울고싶은걸 참을수가 없어져..
다시 눈물이 뚝 떨어져내리는데 따뜻한 무언가가 할짝 뺨을 핥았다. 흠칫, 놀라서 눈을 번쩍 뜨자 아시리안이 나와 눈을 마주친채로 다시한번 내뺨을 혀로 스윽 길게 핥아냈다. 심장이 한순간 멈췄다가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왜.... 그런짓을, 고개를 돌리며 손등으로 아시리안이 핥아낸 뺨을 닦긴 했지만 그전에 이미 얼굴은 붉게 물들어 있었을것이다.
“너를 항복하게 만드는 방법은 따로 있었군, 인간. 그렇지?”
붉은 혀로 날름 입술을 핧는 아시리안을 바라보며 나는 아무말도 못한채 벽에 등을 기댄채로 주르륵, 바닥에 주저앉았다.
나를 괴롭히는 방법으로 다른걸 생각해낸 것뿐이다. 동요할것도 흔들릴것도 없다. 이런거.. 아시리안에게는 그냥 장난이니까... 지쳐서..지쳐서 흔들리는거야. 조금만 쉬면 괜찮아져. 조금만 쉬면 아무렇지 않게 숨쉴수 있게 돼. 조금만 쉬면....
조금만.........그리고 벽에 등을 기대 주저앉은채로 고개를 꺽으며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벽에 기대앉은 자세로 정신을 잃은 검은머리카락의 인간을 내리깐 시선으로 내려다보던 아시리안은 곧 이유를 알수없는 뭔가에 끌리듯 한쪽 무릎을 세우고 앉아 숙인고개 턱아래로 손을 넣어 얼굴을 치켜올렸다. 이마를 가리고있는 머리카락이 꽤 귀찮아서 손가락으로 스륵, 들어올리고 보이는 얼굴을 아시리안은 한참 바라보았다.
팔, 다리, 어깨를 축 늘어드린채 기절해있는 인간의 뺨을 차가운 손으로 가볍게 쓰다듬었다. 정신을 잃고있어도 그 차가움을 거부하듯 움찔하는 반응이 마치 조금전처럼 손대지말라고 거절하는 것처럼 느껴지자 이유를 알수없는 불쾌함이 밀려들어 뺨을 만지던 손을 거두고 아시리안은 짜증이 묻은 불쾌한 시선으로 정신을 잃고있는 인간을 차갑게 노려보았다. ...하찮은 벌레 주제에.. 감히..
뺨을 만지던 손으로 진흙이 묻은 인간의 뒷머리카락을 움켜쥔채 꺽자 무방비상태인 얼굴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뺨을 혀로 할짝 핥자 당황한채로 아무말도 못하고 얼굴이 빨개지던게 생각나자 아시리안은 다시 손을 뻗어 조금전 할짝, 핧아댄 뺨을 손등으로 천천히 쓰다듬어내렸다. 그러나 얼마지나지 않아 손을 들어올린 아시리안은 손가락에 묻어있는 물기를 들여다보았다. 이것의 이름은 눈물, 이라는것. 왜 우는거지? 마족인 이 내게도 건방지게 구는 주제에..
알수없는 일이다. 왜 이 인간을 죽일수 없었는지.. 두번 죽이려했고 두번 다 마지막엔 살려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세번인 셈이다. 말을 맞춘건 실수가 아니었다. 처음부터 달리는 '짐승'만을 공격한 것이다.
“이봐, 인간, 왜 너를 죽일수가 없는거지?”
묻고 있어도 대답을 기대한건 아니었다. 답을 해야할 당사자는 정신을 잃고 있으니.
뒷머리를 움켜쥔 손을 놓자 벽에 기대 앉은 자세에서 균형이 무너졌는지 바닥으로 스르륵 고꾸라지고만다. 자기도 모르게 손을 뻗어 그 몸을 잡으려던 아시리안은 멈칫, 멈추고 뻗은 손을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그리고 지저분한 땅바닥에 벌레처럼 쓰러져있는 인간을 바라보았다.
“정말...이상한 일이야. 하찮은 벌레와 다름없다고 여겼던 보잘것없는 인간따위에게 흥미가 생기다니..”
그때 골목밖에서 들리는 여러개의 수선스런 발자국소리에 아시리안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여기, 여기있다!!! ”
아까 자신들을 방해했던 거지놈을 찾아 헤매던 사내들이 지저분한 골목에서 아르를 찾아낸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그러나 살기등등해서 우르르 몰려온 사내들은 허탈해질수밖에 없었다. 거지놈이 생각보다 검을 잘 다루길래 이십여명의 떼거지들과 온거였지만 본떼를 보여주기도 전에 이미 거지놈은 쓰러져있지 않은가.
“쳇, 뭐야, 이미 굶어죽은거 아냐?”
떨어뜨린 검대신 다른 검을 꿰찬 사내의 팔에는 아까 거지놈에게 당한 상처 때문에 대충 둘러맨 천조각에 핏자국이 묻어있었다.
“거지자식이, 건방지게.. ”
거지놈을 보자 조금 전 당한 상처가 쿡쿡 쑤셔오는것 같아 분을 못참은 사내들의 발길질이 정신을 잃고 있는 몸에 가차없이 퍽, 퍽 발길질을 가했다.
“그쯤해둬. 얼른 처치하고 가자고, 그 계집이 조브님에게 바칠 꼬마년을 데리고 튀기전에 잡아야지.”
“그깟년이 달아나봤자지. 아이까지 데리고 있으니 잡히는건 시간문제야.”
“뭐..그것도 그렇지.”
흉흉한 사내들의 눈길이 어떻게 이 거지를 처치해야 가장 잔혹한 복수가 될지를 상의하듯이 서로 부딪쳤다. 상처가 쑤시는것도 쑤시는거지만 무엇보다 이 거지자식에게 사람들앞에서 개망신을 당한걸 생각하면 이가 갈린다. 지금이라도 당장 죽여버리고 싶지만 그렇다면 너무 쉬운일이 되는게 아닌가.
어둡고 지저분한 뒷골목에서 자신들을 방해한건 조브님의 일을 방해한거나 마찬가지, 조브님에게 끌고가자. 조브님이 알아서 잘 처리할거다..라는 등의 실랭이를 벌이는 남자들 중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골목 벽의 맨꼭대기에 서있는 누군가가 그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슬아슬할만큼 높은 곳에 서서 팔짱을 낀채 오만한 표정으로 내려다보는건 아시리안이었다.
귀찮은건 질색이다. 하잘것없는 벌레놈들을 상대하기 싫어 남자들이 골목길로 들어서기직전 모습을 감추긴 했지만 아시리안은 계속 자리를 뜨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쓸데없는 동정심으로 저 벌레놈들을 물렁하게 대하니 이런 귀찮은 일이 벌어진 거다. 스스로 자초한 셈이니 저런 멍청한 인간놈따위야 어떻게되든 내버려두면 그만인데.. ..라고 생각하면서도 벌레놈들이 쓰러진 몸에 폭행을 가하자 뭔가 심하게 불쾌해진 아시리안이었다.
결국 조브인지 뭔지에게 끌고가는걸로 일치점을 봤는지 사내하나가 죽은듯이 엎어져있는 몸을 짐짝처럼 어깨에 들쳐메는걸 시작으로 골목길을 일제히 빠져나가는 사내들의 모습을 바라보던 아시리안이 문득 하늘쪽을 힐긋 바라보았다. 아시리안의 시선은 하늘을 날아가던 새들에게로 멎었다. 그리고 갑자기 새들중의 한 마리가 갑자기 방향을 돌리더니 어딘가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사내들이 쓰러진 아르를 끌고 사라져간 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