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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했던 것처럼 크로멜성에 먼저 와있던 알프레드와 펠릭스형님은 저녁즈음에서야 나를 만나러왔다. 생각보다 늦은 재회의 반가움보다는 크로멜성을 공격하는 마물들과 싸움을 벌이느라 힘겨운건지 조금 지쳐보이는 얼굴들이 안쓰럽다. .........상황이 많이 안좋은걸까.
"....아르휜님........."
울먹거리듯 목이 멘듯한 알프레드의 부름에 나는 좀 당황스러웠다. 눈빛이 꼭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사람을 보는듯해서.. 뭐 .. 사흘동안 혼수상태였으니까 당연한걸까.. 아, 그래도 항상 냉정,침착을 유지하던 기본 컨셉은 어딜 던져두시고... 저,저런....
간단한 인사를 마친 알프레드가 쓸모없는 눈치를 봐가며 나가준 덕분에 방안에 썰렁하게 펠릭스형님과 둘이 남은 나는 아까 들어올때부터 마음을 아프게 했던 창백한 얼굴이 걱정돼서 힐끗 올려다보았다. 트롤의 피로 만든다던 힐링포션이란거.. 참 편하던데.. 어깨의 상처에 부우면 금방 나을텐데.. 언제 다친건지 피가 스며든 붕대를 휘감은 어깨가 참 안타깝다.
".............바보냐. 네놈은?"
그 창백한 얼굴에서 시선을 마주치지않은채 나오는 차가운 말에 나는 고개를 떨구었다.
"젠장, 왜 여기를 기어온거지? 쓸모없는 인생이니 마물들의 먹잇감이나 되려고 왔나. 그렇게 아픈 몸으로 무슨 생각으로 온거지? 도망쳤다고 비난받을까봐 무서웠던 녀석이 스스로를 지키지 못하는 주제에 전쟁터로 온게 더 큰 방해가 될거라는걸 몰랐다고는 말못하겠지!! 네놈 머릿속에는 무슨 생각이 들어있는거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여기 온거냐!!!"
...왜...왜 저렇게 화를 내는지 모르겠다.. 도망치면 가만 안두겠다고 ... 질질 끌고라도 간다고 했으면서.. ..끝까지 내발로 오진 못했어도 그래도 내의지로 이곳까지 왔는데.. 방해가 될거라는걸 알면서도 왜 이곳에 온거냐고? 무슨 생각으로 왔냐고?...왜냐면....왜냐면.................펠릭스..형님........당신이...........이곳에 계시기 때문에.........
"..........약속했기때문에..... 크로멜성에 오기로.......그래서.......죄...죄송합니다."
당황해서 두서없이 중얼거리기만 하는 목소리가 바보처럼 속으로 오그라든다. 왜 이렇게 가슴이 안타까울까....지금. .. 아픈건.. 당신인가요. 아르휜.. 마음이...우는건 .. 당신인가요..?
"원래 네놈의 머리란건 장식품이었나. 아니면, 기억을 잃어버렸다고 하더니 뇌까지 잃어버렸냐? 이 멍청한 자식!!!!"
아니.. 마음이 우는건 슬퍼서..그래서가 아니었다.......미워하기만 한것이 아니었구나.. 미움만 받는게 아니었구나..하는 안도의 기쁨인거다. 사지로 온 아르휜에게 쏟아붓는 펠릭스형님의 화는 걱정을 숨기기위한 격정, 같은 피가 흐르는 혈육에 대한 솔직하지 못한 애정, 차가운 가면속에 감추고 표현하지 못하는 뜨듯한 감정의 파도가 마음을, 심장을 파고든다.
"...........너처럼 허약하고 아픈 녀석은 ...전쟁터에 필요없다. 몸이 회복되거든 돌아가라. 그때까지 더 방해가 되고싶지않다면 밖에 나올 생각하지말고 안에만 쳐박혀있도록 해."
머리위에서 화를 억누르듯 냉혹하게 쏘아부치고 펠릭스형님이 등을 돌리고나서야 나는 고개를 천천히 들고 붉은 머리카락이 넘실거리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빈틈은 찾아볼수 없는 차가운 뒷모습이 내게는 왜 힘들고 지쳐보이는걸까. 설명할수 없는 안타까움이 마음을 답답하게 짓누른다. 쾅, 닫고 나간 문을 통해 이제 보이지않는 뒷모습을 쫒듯 한참 그쪽을 보던 나는 한숨을 쉬며 머리를 긁적거렸다.
....다시는 깨어나지 못할까봐 걱정했다고.. 다칠까봐 걱정되면 걱정된다고..솔직하게 말해주면 오죽 좋아.. 그럼, 아르휜도 조금 기뻐할지도 모르는데... 아르휜이 돌아올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펠릭스형님은 아르휜을 미워하기만 한 것아.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아르휜에게 좋은 일이라고 기뻐하다가도 문득 아시리안의 목소리가 들리기직전까지 꾸던 그 슬픈 꿈이 떠올라버려서 나는 몸을 동그랗게 웅크리고 누웠다.
.....나는.. 엄마에게.. 아빠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죽이고싶을 만큼 미운 녀석일 뿐이었을까? 내출생의 비밀을 알게된후 비행청소년처럼 엇나가기만 한 은호형에게도 나는.. 태어나서는 안되는..절대로 사랑해선 안되는.. 같은 어머니의 피가 흐르는게 더 증오스럽기까지 한 동생이기만 했을까.
엄마는..아빠는..형은...내가...죽어서.. .....행..복..하다고...속시원하다고 생각할..까..?..................
아니, 그렇지는 않을거라고 마음속 어디선가 그렇게 믿고 싶어한다. 악마의 자식이라고 증오한다고 끔찍하다고 원망한다고 피를 토하듯 말했으면서도 엄마가 간혹 슬픈 눈빛으로 보는것을 알고 있지 않냐고... 항상 차가운 시선만 던지고 술을 마시면 몸에 퍼렇게 멍이 들만큼 나를 때려도 다음날이면 아버지가 머리를 쓰다듬을듯이 손을 내밀다가 멈칫, 멈췄던 것을 알고있지 않냐고...죽기 직전까지 때려놓고서도 가끔씩 약국에서 사온 약봉지를 내방에 밀어넣곤 하던 형을 알고있지 않느냐고..
그러니까..조금 편안해졌으면 좋겠다.. 엄마가..아빠가..형이..조금 덜 아팠으면 좋겠다... 내가 없으니까..이제..더이상 괴로워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사람은... 사람의 마음이란건 풀리지않는 미로처럼 복잡한것 같다. 지금 나만해도.. 나자신도 이해할수 없을만큼 아시리안을 보고싶어하니까. 내가 죽었구나, 라고 생각했을때보다도 가족들, 친구들의 얼굴을 더 이상 볼수 없을거야..라고 생각했을때보다도 아시리안을 볼수 없는 지금이 더 아프고.. 괴롭고..슬프다..별거아닌걸로 화만 버럭내는 성격나쁜 변태지만 아시리안이 없는 지금에서야 지금까지 내가 아시리안을 얼마나 의지하고 있었는지 절실하게 실감했다.
너무 보고싶어서..심장이 터질것같아...아르휜이 언제 돌아올지 모르니까 라고 했으면서.. 왜 안나타나는거지? 보고싶어...보고싶어, 아시리안..심술궂은 목소리도 듣고싶고.. 내가.. 내가 사라지면 더이상 나는 .. 너를 볼수가 없게 되잖아?
그렇게 생각하자 좀 쓸쓸해지고 외로워져서 물기가 새어나오는 눈가를 숨기듯 침대안 시트속으로 깊숙히 파고들었다.
어째서,어째서 한번도 녀석은 자신의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것인가.. 아르휜이 깨어났다는 소식을 접하고 한숨 돌리기는 했지만 병색이 완연한 창백한 얼굴을 마주보게 되자 .. 그런 몸으로..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곳에 온것인지 .. 화가나서 분노를 참을수가 없었다.
펠릭스는 그의 손으로 부서져라 닫고 나온 닫힌 문안의 아르휜을 바라보듯 한참 서있다가 이윽고 몸을 돌렸다. 분노는 실상 자기자신에게 향한것, .... 화를 내는대신, 차가운 말을 던지는 대신....사실은 묻고싶었다. .. ......도대체 무슨 꿈을 꾼것이냐고, 자면서도 눈물을 흘릴만큼...뭐가 그렇게 슬픈거냐고...무엇이 너를 그렇게 아프게 만드는 거냐고....
왜 녀석과는 항상 엇긋나기만 하는지...
그때 복도를 걸어가던 펠릭스의 맞은편에서 라이에드가의 기사들과 함께 에리카가 걸어오다가 잠시 마주쳤다. 피곤함과 지친 눈가를 다른사람이 눈치채지 못하게 살짝 찌푸리고 펠릭스는 위험천만한 전쟁터에 찾아온 숭고한 용기를 몸소 보여준 에리카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레이디 에리카."
"펠릭스님, 아르휜은 좀 어떠한가요? 깨어나셨다는 소식을 듣고 마침 찾아뵈려던 중이랍니다"
가볍게 숙였던 고개를 바로 편 펠릭스의 서늘한 시선이 인연이 닿을뻔했다가 이제 레오포드가와 그다지 편한 사이라고는 할수 없을만큼 멀어진 에리카에게 닿았다. 귀족들간의 정략결혼이 흔한것만큼 혼담이 오가다 깨진것역시 흔하다 할수 있겠으나 그때 틀어진걸 지금으로선 고마워해야할 정도다. 혼담이 깨진후 에리카가 내보인 반응이란것은 펠릭스가 아르휜의 무례에 대해 약간이나마 갖고있던 미안함을 쫒아낼 정도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뱀처럼 교활하고 날카로운 혀로 깨어나지 못하는 아르휜에게 망신을 준걸 잊은건가. 크로멜성에 도착한 첫날 귀족츨신 기사들과 야나카황자까지 낀 저녁만찬가운데 에리카가 내놓은 말은..
-아르휜님의 검실력은 세간에 떠도는 입소문보다 더 굉장하신가봐요. 숲에서 만난 보잘것 없는 산적들에게 검을 휘두르기가 창피하셨는지 검을 뽑지도 않으셨고 유감스럽게도 할레이드시에서의 시체들을 상대할때는 몸이 않좋으셨는지 갑자기 기절해버리셔서 함께 크로멜성으로 오는동안 그분의 검실력을 구경할 기회를 갖지못해 아쉬웠답니다.-
이여자는.. 아니, 이 내가 그걸 잊을 거라고 생각했던가. .. 그런데 이제야 간신히 깨어난 아르휜을 찾아가던 중이시다?
"마음은 고맙지만 그러지 않으시는게 좋겠습니다. 에리카"
정중하게 대답한 펠릭스의 말에 에리카의 얼굴에 거짓된 그늘이 피고 짐짓 안타깝다는듯 상냥한 어투로 입을 연다.
"어머, 펠릭스님.. 설마 옛날 과거일로 제가 아르휜님에게 불편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여기시는건 아니시겠지요?"
불편한 감정이라..그 이상이겠지. 펠릭스는 확신하고 있었다. 눈치빠른 여우같은 에리카가 아르휜이 예전과 다르다는것을 눈치못챘을 리가 없다.
-아르휜님이 빨리 쾌차하셔야할텐데.. 걱정이군요. 크로멜성에 도착하면 아르휜님의 용맹한 검실력을 볼수있게 되지 않을까 못내 기대하고 있었는데..정말 아쉬워요.-
-이런, 레이디의 기대를 저버리는것은 그 아르휜도 바라지 않는 일일 것입니다-
-레이디에리카. 아르휜이 깨어나면 제가 레이디의 앞에서 검을 겨루는 것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기사도와 호승심에 불타는 젊은이들에게 에리카의 미모는 충분히 유혹적일것.... 그 소문의 아르휜을 아리따운 레이디의 앞에서 무너뜨리고 싶은 순수하고 어리석은 호승심을 이용한 간교한 계책.. 이여자는 생각보다 교활하다.
저녁만찬에서 유쾌한 담소처럼 이루어졌던 그 대화를 잠시 생각하던 펠릭스는 아직 대답을 기다리고있는 에리카를 향한 속마음을 숨긴채 깍듯하게 고개를 숙여보였다.
"그럴리가 있습니까. 단지 지금은 아르휜이 다시 잠들었으니 양해를 구하는 것입니다. 물론 레이디에리카의 방문에는 응당 깨워야하는게 예의이겠으나 아시다시피 아르휜의 건강이 그다지 좋지않은 관계로 레이디에리카가 이해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저런.. 심신이 지치셨을텐데 아르휜때문에 근심이 더 크시겠군요. 펠릭스님"
"너그럽게 이해해주신다니 고맙습니다. 에리카. 그럼.."
무례하지않게 정중히 인사를 하고 스쳐지나가는 펠릭스의 뒷모습을 에리카가 싸늘하게 노려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저 지나칠정도로의 정중한 예의가 그의 진심이라고 착각할만큼 에리카는 바보가 아니었다.
....도도하게 구시는건 여전하군요. 펠릭스? 아무리 차가운 당신이라도 동생일에는 어쩔수없이 신경쓰이는가 보죠? 훗.. 제가 그에 대해 아주 재미있는 사실을 알고 있답니다.....................꽤 흥미로운 얘기인데...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아시리안, 그는 보면 볼수록 아름다운 남자였다. 단지 외형만이 아니라 그처럼 고귀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으면서 강하고 차갑고 오만한 남자를 에리카는 단한번도 본적이 없다. 아름다운 귀족영애로 누구에게도 무시받고 살아본적 없는 에리카에게 그처럼 함부로 대한 이도 단연코 없었다. 왜..그 정체를 처음봤을때부터 의심하지 않았을까.
그 신비한 외모.. 거대한 마법.. 결코 인간이 소유할수 있는것이 아니야. 절대로..
처음 봤을때부터 미처 의심할수 없었던건 그 놀랄만큼의 외모와 분위기에 압도당한 탓이 크겠지만.. 소름끼칠만큼 강하면서도..신비로울만큼 아름다운 그에게 현혹된채 눈을 뗄수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아름다운 여자인 자신을 앞에두고 아르휜에게만 신경을 쓰는 그에게 강한 질투심을 느껴 분했던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재수없고 꼴도보기싫은 아르휜만을 집요하게 쳐다보던 알수없는 정체의 남자가 실은....마족이라니.... 마지막 휴식지로 삼았던 호숫가에서 운좋게 훔쳐본 모습은 아직도 그녀의 머릿속을 생생히 맴돌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검은 머리카락이 제각각 움직여 저항하는 아르휜의 팔을 휘어감아 올리고 같은 사내인 몸을 다정하게 쓰다듬던 그 강렬하고도 충격적인 광경은 그때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사실을 에리카에게 의심하게 만들었다. 설마...마족...마족이..세상에 나온거야..라고.
......흥, 아르휜. 당신 정말 재미있는 작자야. 언데드로 일어선 시체들을 단숨에 물리친데다가 꿈틀거리는 머리카락들이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던 이상한 남자와 친구라니.. 당신 친구 정체에 대해서 이제 알거 같거든.
그가 왜 어째서 그토록 아름다운지를.. 그가 왜 상대할수 없을만큼 압도적으로 강한 지를.. 아르휜, 당신과 꽤 수상한 사이라는 것도...
그러니, 펠릭스. 나를 무시하고 이리 홀대하고 차갑게 군것을 후회하게 될거예요. 당신의 그 오만한 자존심이 구겨지는것도 이제 얼마 안남았답니다. 당신이 보호하고 싶어하는 동생때문에 레오포드가는 이제 곧 커다란 폭풍에 휩쓸리게 될테니까.
복도에 나있는 창문이 없는 커다란 창틀에 팔굽을 얹고 어두운 밖을 응시하고 있으려니 차가운 밤바람이 머리카락을 이리저리 휘날려댄다. ... .. 밤이라서 그런지 불어오는 바람이 꽤 쌀쌀해서 몸이 가늘게 떨렸다.
지금 나는 죽고싶지않으면 방에 얌전히 쳐박혀있으라는 펠릭스형님의 말에 용감하게 반기를 들고 한밤중에 몰래 나와 반항을 시도하는 중이었다. 몸이 안좋다고는 해도 계속 방안에만 있으니까 갇혀있는거 같아서 오만가지 잡생각만 들고 머리만 복잡하고.. 아시리안을 튀겼다가 조렸다가 찜쪘다가 구웠다가 하다보니 머릿속도 점점 이상하게 꼬여오고...
실은 태평하게 가만히 앉아있을수가 없을만큼... 안절부절 할수가 없을만큼.. 걱정이 된다. .. 무슨 일이 있는걸까.. 줄기차게 노래부르던 아나이스를 포기할만큼? 도대체 왜 안오는거지? 그때 그 시체들사이에서 했던 말때문에 아직도 화를 내고 있는걸까. 내게 정이 확 떨어져서 옆에 붙어있기도 싫을만큼? 뭐야... ... .. 대체 뭐냐고...
그때 바람결에 느껴지는 희미한 인기척이 어둠속에서도 예민하게 느껴졌다. 누가 다가온다? 등뒤? 등뒤에, 바로 가까이에 누가 서있다고 생각한순간 아니, 생각하기전에 잽싸게 행동이 먼저 나왔다. 번개같이 허리에 꽂혀있는 단도를 뽑아 어깨에 손을 올리려던 누군가의 목에 겨누는 나를 보고있는건 황금빛 머리카락을 가진 매우 귀티나게 생긴 남자였다.
"....이런, 이런. 지나치게 경계하는거 아닌가?"
처음 듣는 낯선 목소리, 처음보는 황금빛 머리카락, 다짜고짜 목에 칼이 겨눠져서 놀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건지 의심스러울만큼 속을 감춘 범상치않게 카리스마를 풍기는 황금빛 눈빛.. 이런건 예상치 못했다는듯 당황한 표정을 과장되게 짓고는 있지만 만만하게 볼 사람이 아닌것을 단숨에 알아챌만큼 전신에서 뿜어져나오는 위압감, ... 누구지? 라고 생각하는 것에 앞서 내행동에 더더욱 화들짝 놀라버렸다.
엑!! 내..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행동이 잽싸졌다지? 내허리춤에 매달린 단도는 그저 장식품이 아니었던가!!! 내가 왜 이걸 잡고 왜 처음보는 남자의 목을 겨누고 있는거야. 맘에 안들면 푹 찌르게?
"나를 처음 보는걸테니 이 무례는 용서해주지. 그러니.. 대화에 방해가 되는 이 불편한 칼은 좀 치우지?"
"아차...죄...죄..죄송합니다"
내가 저지른 행동에 내가 더 놀라버린 터라 검을 내려 허리춤에 다시 꽂고 벌렁거리는 심장을 가라앉히고 있으려니 으슥한 어둠속에서도 반짝거리는 특이한 황금빛 눈동자가 나를 유심히 살피는게 보였다. 왜, 왜 그렇게 보는데??
"...형제라 그런지 정말 많이 닮았군"
....펠릭스형님을 말하는거? 이사람은 누구길래 펠릭스형님을 아는거지? 아...맞다, 같이 싸우는 아군이면 모를리가 있나. 이 바보. 내가 머릿속으로 부지런히 생각을 하는 동안에 이상한 남자는 내게 말하는게 아니라 그저 감상하는것처럼 나를 보며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
"..하지만 분위기는 꽤 다르군. 그가 다가서면 베일것같은 날카롭고 예리한 칼날이라면.. 이쪽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얼굴에 다 드러나는 타입이군. 그런데...건드리면 무슨 반응이 나올지 무척 궁금해지는데...?......"
은근한 목소리로 나직하게 말하며 눈깜빡할새에 가까이 다가온 황금빛 눈동자에 시선을 맞추고 눈을 깜박거리는 그 찰나의 순간 입술에 뭔가가 가볍게 스치듯 닿았다가 떨어졌다. 실수로 잠깐 부딪친 건가라고는 생각할수 없을만큼 의도적인 접촉에 깜짝놀라 나는 뒤늦게 에엑!! 하는 얼굴로 화들짝 뒤로 물러섰다. 그러나 쿡, 웃는것같은 눈빛이 놀라서 눈이 커다래진 나와 시선을 마주친채 더 가까이 다가오자 나는 그남자가 다시 부딪쳐올까봐 입술을 손으로 가렸다.
"ㅁ....무......뭐............뭐야., 다....당..........신.......!!!"
내가 보인 반응이 예상밖이었는지 잠깐 멈칫, 하고 가만히 나를 보던 남자가 훗. 하고 웃더니 곧 하하하하하.. 큰소리로 웃으며 한손으로 이마를 탁, 친다.
"정말 차갑고 얼음같은 펠릭스의 동생이 맞는지 의심스러울만큼 신선하군, 신선해!! "
"무...무슨..짓이냐고 무...묻잖아요!!"
어버버거리면서도 소리치자 뭐가 우스운지 한참 웃던 남자가 씨익 웃었다. 이런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재..재수없다. .. 멋있는척 엄청 폼잡고.. 잘난척 하는 얼굴이 왕거만덩어리 아시리안 저리가라 할정도야.
"글쎄.. 그저 탐나지만 쉽게 가질수 없는 것과 많이 닮아서라고 하면 대답이 되나. 게다가.. 이쪽은 지나칠만큼 무방비하고 말이지.."
저...저게 뭔소리? 처음보는 사람이 다짜고짜 입술을 부딪쳐왔다는 상황에 당혹스러운 나를 완전히 내버려둔채 어둠이 짙게 깔린 창밖을 바라보던 남자가 싱긋 웃는 얼굴로 내쪽을 돌아보았다.
"바람이 많이 차갑군. 아르휜 폰 레오포드. 그만 들어가보는게 좋겠어.“
차가워진 내뺨을 손가락으로 은근슬쩍 쓰다듬는건 마치 동생에게나 하는것처럼 다정하다. 진심인지 알수가 없어 의심스럽기 그지없는 남자가 이어 말했다.
“그대가 다시 쓰러져버리면 그가 걱정할테니까 말이지.."
도무지 무슨 얘기를 하는건지 알수가 없어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내옆을 황금빛머리카락이 가볍게 스쳐지나가며 즐거운듯이 중얼거린다.
"그대는 소문하고는 꽤 다르군. 하긴..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않는이상 불확실한 소문이란건 믿을게 못되지.하하하하하"
웃음소리가 저만치 어둠속으로 숨어들어가는걸 보며 나는 멍하게 생각했다....프.프란. 축하해. 독특한 정신세계를 가진 네동료가 늘어난것 같아. 너랑 쿵짝이 잘 맞을것 같으니 이번 기회에 단짝을 바꾸는걸 고려해보라고..
탐나지만 쉽게 가질수 없는 것하고 닮아서라고?.. 그게 무슨 소리지? 생각해봐도 아리송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고보니까 그남자, 나한테 뽀뽀했잖아.. 첫기스도 남자, 두 번째 키스도 남자.. 여기서는 남자끼리의 키스가 당연한건가.. 싶다가 살짝 닿기만 한거라곤 해도 아시리안이 아닌 다른 남자가 내게 그런짓을 한게 이해가 안되서 마주 닿는것도 느낄수없을만큼 가볍게 접촉했던 입술을 손가락으로 쓰다듬었다. 찬 바람 때문에 차가워진 입술을 더듬자 어느새 머릿속에선 아시리안과 했던 그 격렬했던 키스가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숨이 찰만큼 혀가 얽히고 등줄기가 오싹오싹해지는 느낌은 키스하는 상대가 남자라는 사실을 머릿속에서 알고있어도 몸이 거부할 수가 없었다. 그게...쾌감..이라는걸까. ...아.. 이따위 생각이나 하다니..정말...창피하다.. 나란놈..
누가 내 생각을 훔쳐볼까봐 화끈 달아오른 얼굴을 감추고 어두운 창밖에서 돌아섰다. 그 괴상한 남자의 충고때문이 아니라 정말 이만 들어가봐야 할것 같다. 좀 오래나와있었던건지 추위로 몸이 오들오들 떨린다. 더 쌀쌀해진 바람에 마구 나부껴대는 붉은 머리카락을 훑어올리며 내숙소쪽으로 몸을 틀려던 나는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
설마............라고 생각하면서도 몸이 저절로 굳고 시선이 느껴지는 곳으로 고개를 천천히 천천히 꺽었다.
길고 어두운 복도의 먼거리에서 느껴지는 익숙한 시선.. ....설마..........아.......시....리......안......이야.....?...
어둡고 으슥한 곳에서 한걸음..한걸음 천천히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가 마치 심장안으로 걸어들어오는것처럼 발자국소리에 맞춰서 심장이 두근....두근..... 두근....두근....울려댄다.
"!!!!!!!"
아무말도 못하고 석상처럼 몸이 굳어서 움직이지 못하는 사이 어둠속에 가려진 형체를 드러내며 내게로 다가온 아시리안이 이윽고 멈춰섰다. 심장이 뛰어서, 혹은 소리를 내면 아시리안이 사라져버릴까봐 아무말도 못하고 서있는 나를 푸른불꽃이 일렁거리는 다크블루의 시선이 응시한다. 그리곤 나직하게 내가 이해할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멍청한 주제에... 날벌레들이 꽤 많이 꼬이지. 신경쓰이게.."
날벌레들? 꼬여? 신경쓰여? 뭐가? 단어들이 연결이 안된다. 무슨말을 해야하는건지 알수가 없는데도 떨리는 입술을 열어 뭔가를 말하려던 입술을 느릿하게 다가온 입술이 덮어내렸다. 그저 움직임없이 입술을 마주대고 있을뿐이고 아시리안이 나를 움켜쥐고 있는게 아닌데도 몸을 움직일수가 없다..
“윽........우윽.................윽................흐윽....”
입술이 겹쳐진채 터져나온 울음소리는 아시리안에게 입이 막힌 채여서 어둠속에서 끊어질듯 끊어질듯 들려오고 있을뿐이지만 나중에서야 내가 울보처럼 울고있다는것을 깨달았을정도로 막상 입으로 꺼내놓지 못한 말들이 머릿속에서 한꺼번에 튀어나왔다.
보고싶었어. 이제 안오려는줄 알았어. 다시 볼수 없을거라고 생각했어. 아시리안..아시리안..아시리안..
“우흐응....................윽................흐윽....”
...밤바람이 차가운데도 안겨진 품속이 얼어붙은 심장이라도 녹일듯이 따듯하다. 포개진 입술이 차가운 영혼을 감싸주듯 부드럽다. 마치 나를 위로하듯이...위로하는것처럼 아시리안은 한참동안이나 나를 품에 안은채 그 자리에 서있었다.
꿈만 같아서....이게 꿈일까봐... 어두운 바람과 함께 다시 사라져버릴까봐 아시리안의 양팔을 떨리는 손끝으로 붙잡은채 나는 한참동안이나 울었던것 같다.
뭐랄까.. 정신이 나간것 같긴 한데.. 나갔던 정신이 다시 돌아왔을때 나는 내가 머무는 방의 문에 등을 기대선체 내입술에 거머리처럼 찰싹 달라붙은 아시리안의 입술이 숨결을 빨아들이는걸 느끼고 있었다. 숨이 막힐듯이 흠착되서 정신을 못차릴만큼 입술이 빨려지다가 숨이 컥, 막힐때쯤에서 놓아주고 얼얼한 윗입술을 슬며시 부비고 아프지않을만큼 이로 잘근 문다. 하악,..막혔던 숨을 몰아쉬면서 왠지 창피해져서 내려오는 입술을 피해 고개를 숙이자 턱아래로 손이 들어와 고개를 들어올린다. 눈을 꾹 감고있는 나를 보고 쿡, 웃은 아시리안이 이내 입술을 깨물고 빠는걸 부드럽게 반복했다.
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심장이, 심장이 터질것 같아..
왜인지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서 몸을 지탱하려 등을 바짝 기댄 딱딱한 문짝에 땀이 차오른 미끈한 손바닥을 맏대는 사이 말캉하고 물렁한 혀가 입술위를 가볍게 할짝거리고 핥았다. 간지러움과 다른.. 뭔가가 속에서 꿈틀거리는 느낌에 흠칫 목을 움츠리자 무서워하고 있다고 생각했는지 마주댄 입술이 떨어지고 쳇, 하고 아시리안이 혀를차며 못마땅한듯이 중얼거렸다.
"키스에도 벌벌떠는 한심한 바보에게 이 내가 이따위 짓이나 해대고 있다니.."
"........아..미...미안..."
“정말 미안해? 그럼 좀더 노력해보라고.”
낮게 가라앉은 허스키저음의 목소리가 귓가에 숨을 후우-불어넣으며 말하자 가볍게 귓속을 자극하는 살랑거리는 입김때문인지 아니면 아시리안이 노력해보라고 해서였는지 얼굴이 화르륵 금새 달아올랐다.
키스를 해주는게 싫다거나 이상하다거나 그런건 아니다.. 단지.. 어색하고, 쑥쓰럽고.. 좀 창피한것도 같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를뿐이다. 더듬거리며 다시 미안하다고 작게 중얼거리는 말에는 대답없이 아시리안은 귓바퀴에 혀를 집어넣어 할착거렸다. 말랑하고 생동감있는 것이 귓속깊이 들어와 밀착하는 느낌에 등줄기가 오싹오싹해져서 다시 흠칫, 목을 움츠리자 귓속을 핧던 간지러운 혀가 사라진다.
".....입,벌려봐"
나직하게 귀에 대고 소리내서 하는 오만한 명령에 뜨거운 숨이 하아,하아..내뱉어지는 입을 벌리자 하얀 손가락들이 쑤욱 들어왔다.
".........!!!"
지난번처럼 부드럽고 말캉한 혀가 들어올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던터라 갑자기 불쑥 입안에 들어온 손가락에 당황해서 등을 기댄 문에 붙이고 있던 손으로 아시리안의 양팔을 꽉 붙잡자 귀를 깨물던 아시리안이 다시 쿡, 하고 웃는 소리가 들렸다.
“괜찮아. 아르. 천천히 알려줄테니까 당황할거 없어.”
속삭이며 다시 귓가를 지분대지만 나로서는 도저히 여유를 찾을 수가 없을만큼 이런 행위에 어찌할바를 몰라 당황하고 있었다.흠칫,놀라서 움찔거리는 나를 달래듯이 입속을 침범한 손가락들이 미묘하게 움직인다. 마치 피아니스트가 피아노를 앞에 두고 세련되고 아름다운 음을 연주하는것처럼 아시리안이 나를 조율하고 있었다. 연한 입천장을 부드럽게 쓸고 입천장에 닿아있는 혀뿌리아래 숨겨진 부분을 자극하는 손가락들의 움직임에 참고있던 신음이 목구멍에서 새어나온다.
"우........!!!.........으.....!!"
삼키지 못한 타액이 아시리안의 손을 적시다못해 턱아래로 긴 은사처럼 떨어져내리는게 느껴졌다. 입속에 손을 찔러넣어 움직이면서도 아시리안이 귓볼을 이로 잘근 물고 혀로 할짝 쓸어올리는 통에 어느쪽으로 신경을 맞춰야하는지 점점 알수가 없어진다. 물렁뼈가 있는 귓바퀴를 따라 빙글빙글 돌아 깊숙이 찔러오자 몸속에 작은 전류가 흐르듯 찌르르르... 울려서 나도 모르게 안에 들어온 손가락을 꽉 물었다.
"윽!! 야!!!"
내가 물어뜯자 조금 놀랐는지 귓바퀴를 돌리던 혀를 빼고 소리를 버럭 지르는 아시리안을 몽롱하게 바라보자 혀를 짧게 쯪,하고 차더니 입안에 넣고 있던 손가락들을 빼낸다. 타액이 흥건히 묻은 손가락에 나있는 확연한 이빨자국에 그제야 정신이 확 들었다.
"..미...미....미안..."
뒤늦게 서둘러 사과하면서 이런저런 짓들로 엉망이 된 입술을 옷소매로 닦아냈다. 끄..끝난건가.. 아시리안의 양팔을 매달리듯이 꽉 잡고있던 손을 부랴부랴 떼어내자 몸에서 힘이 탁, 풀리는 느낌과 함께 다리가 휘청거린다. 왜..왜이러지..하면서도 스르르 바닥으로 미끌어지듯 떨어져내리는 몸을 얼른 주워올리는 팔의 감촉을 느끼며 나는 검푸른 머리카락이 흘러내린 품속에 고개를 묻었다.
....보...보고싶었는데.. 만나자마자 이따위 짓이나 하고.. ..변태,변태,변태..
".............보...고......싶었...어......."
힘없이 중얼거리자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듯 머리위를 부스스하게 흐트려주는 손이 느껴진다. 성격꼬인 아시리안 답지않은 다정함에, 아니.. 내게는 처음부터 퍽 친절했던 아시리안에게 투정부리듯 원망을 실어 목소리에 힘을 주어 다시 말했다.
"보고싶었다고, 이 바보!!"
...왜 이제야 온거야.라는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며 보고싶었다고 조금 강조하자 한참뒤 아시리안이 못마땅한듯이 중얼거렸다.
"...웃기지마. 다 잊고 있었으면서."
.........뭐?.. 깜짝 놀라서 고개를 들려하자 머리를 꽉 잡은 손이 품에 박게 한채 못들게 한다.
"꿈속에서까지도 네놈의 멍청하고 한심한 짓거리는 여전하더군.."
어.......어..............??..........아....아앗......!! 화끈.........................!!!........품안에 얼굴이 강제로 푹, 쳐박힌채 나는 꿈속에 난데없이 쳐들어왔던 그 심술궂은 목소리들을 떠올렸다......
"..보....보고 있었어?"
"워낙 머저리같아서 한숨도 안나올정도였다"
이건 명백한 프라이버시 침해다!! 멋대로 남의 꿈을 훔쳐보고도 어찌 저리 자신만만하고 뻔뻔스럽고 당당한지.. 숨기고있던 내 치부가 낱낱히 공개된것 같아서 조금 부끄러워졌다. 하지만 내자신이 부끄럽다는건 절대로 아니다. 하은준으로서 나는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살았으니까. 삐뚤어지지 않으려고 항상 웃었고.. 사랑받지 못하는대신 내가 가족들을 사랑했다. 그렇게 태어난건 슬프지만 내 잘못은 아닌거니까.
"너저분한 까만 머리카락에.. 비쩍 말라서 봐줄데라곤 하나도 없고,"
"뭐..뭐야?!! 원래 내모습이 어디가 어때서!!! "
허둥지둥 소리치면서도 아시리안이 아르휜의 모습이 아닌 본래의 나를.. 내모습을 본건가.. 싶으니까 엄청 쑥쓰러워졌다. 의문은 뒤늦게 들었다.
. ... 왜 ... 키스한거지? 왜.... 안고있는거지? 이제 확실히 아나이스의 모습이 아닌 나를 알고있으면서.....
그때 머리위에서 투덜대던 아시리안이 불쑥 사나운 어조로 물었다.
"멍청이따위에게 시집오라던 그 눈낮은 날벌레는 뭐지?"
. .. 시집오라던?.. 아...정우, 그런데 눈이 낮다고? 정우 그녀석이 좌우 2.0의 자기시력을 얼마나 자랑하는데....아아앗, 대답할 여유도 없이 귓볼에서 목까지 미끄러져 내려와 살갗을 빨아들이며 아시리안이 다시 으르릉거리듯 물었다.
"자기집에서 같이 살자고 살살 꼬시던 벌레는?"
...살살 꼬셔? 그게 꼬시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승호녀석이 자기집에서 같이 살자고 하는건 매일 하는 말일...에엑, 뭐야. 설마 경비아저씨에 대해서도 물어보는....정신없이 이짓저짓을 해대며 취조하는것처럼 물어보는통에 또 대답을 못하는 사이 아시리안이 확인사살하듯 다시 재촉했다.
"늙은 벌레는 또 뭐냐. 영감주제에 음흉하던데.."
이씨.. 이 마족변태가 진짜!! 음흉한건 바로 너야, 만나자마자 이런짓을 하는 너라고,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