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릭 미 업 이프 유 캔-216화 (216/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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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병원을 찾은 것은 바로 다음 날의 일이었다. 미리 연락을 받은 버니스는 모든 준비를 끝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밀러 씨. 나일즈 씨.”

평소처럼 사무적인 태도로 그녀는 둘을 맞이했다. 번갈아 눈인사를 건넨 버니스는 애슐리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입을 열었다.

“나일즈 씨의 형질 검사는 샘플을 채취해야 하니 잠시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결과는 30분 내로 나올 겁니다.”

“다녀올게, 애쉬. 꼭 올 거야.”

코이는 일부러 덧붙였으나 애슐리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그는 아침부터 그다지 기분이 좋지 못했다. 아니, 전날 코이 때문에 자신의 복수가 실패했다는 걸 자각했을 때부터 줄곧 이런 상태였다. 하지만 코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하게 버니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이제 와서 형질 검사라니, 임신한 게 아니었니?”

단둘이 남자 버니스가 물었다. 프로에, 철두철미한 그녀로서도 이번 질문만은 참지 못했던 모양이었다. 코이는 심호흡을 한 뒤 입을 열었다.

“좀 더 확실히 할 필요가 있어서요.”

버니스는 여전히 의문이 남아 있었으나 더 이상 묻지 않고 그렇구나, 하며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대략 1시간 뒤, 그들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직면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사과와 함께 기다리고 있던 코이와 애슐리에게 찾아온 의사가 운을 뗐다.

“검사 결과가 미덥지 않아서 재검을 하느라 늦었습니다. 음, 몇 가지 검사를 동시에 진행했거든요….”

서두를 불필요하게 늘인 그는 둘을 번갈아 보더니 코이에게 말했다.

“임신 테스트도 해 봤는데 확실합니다. 그런데 그, 형질 검사도 틀림이 없어서요.”

그는 벅찬 감정을 참지 못하고 심호흡을 하더니 드디어 물었다.

“본인의 형질이 극오메가라는 걸 알고 있었습니까?”

소파 옆에 서 있던 버니스가 평소와 다르게 눈을 크게 뜨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황급히 무표정으로 되돌아갔다. 하지만 여전히 흔들리는 눈동자는 어쩌지 못한 채 코이를 바라보는 시선을 느끼면서 코이는 의사를 마주 보며 네, 하고 대답했다.

“알고 있었어요. 형질은 베타로 나왔죠?”

“맞아요. 어떻게 이런, 세상에, 태어나서 극오메가를 둘이나 만난 건 나밖에 없을 겁니다.”

‘둘’이라는 말에 문득 엔젤의 얼굴이 스쳤으나 코이는 곧 현실로 돌아와 눈앞의 일에 집중했다. 의사가 계속해서 흥분을 감추지 않고 높아진 음성으로 빠르게 말을 이었다.

“어떻게 된 겁니까? 발현은 언제 했죠? 발현 증상은 어떻습니까? 혹시 혈액 샘플을 좀 더 얻을 수 있을까요? 아니, 설문에만 응답해 주어도 좋습니다. 이런 귀한 자료를, 아니, 미안합니다. 제 말뜻은 그게 아니라.”

“스튜어드.”

애슐리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냉담하기 그지없는 얼굴로 그는 의사를 노려보았다.

“감히 나의 코이를 실험체로 달라는 얘기를 하는 건 아니겠지?”

“네? 서, 설마요. 아뇨, 절대 아닙니다.”

황급히 정신을 차린 의사가 거듭 부인했다.

“그냥 간단한 설문 정도면 충분합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흥분하는 바람에.”

“괜찮아요, 스튜어드 씨.”

코이는 침착하게 말을 꺼냈다.

“설문이야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혈액 샘플도 필요하다면 드릴게요. 저, 제가 궁금한 게 있는데요.”

“네, 뭡니까? 뭐든 말해 봐요. 제가 아는 거라면 답해 드리죠.”

적극적으로 나서는 의사의 말에 코이는 심호흡을 한 뒤 여기까지 온 이유를 꺼냈다.

“극오메가의 페로몬은 극알파의 페로몬을 과잉 분출하게 해서 러트에 빠뜨리거나 뇌 장애를 일으킨다고 들었어요. 혹시 그 반대도 있을 수 있나요?”

모두의 시선이 코이에게 고정되었다. 코이는 자신의 옆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애슐리의 시선을 느꼈으나 애써 외면했다.

지난밤 둘은 서로를 끌어안고 잠들었으나 더 이상의 대화는 나누지 않았다. 애슐리가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코이는 벌써 일어나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형질 검사를 해야겠어.〉

코이가 한 말은 그게 전부였다. 딱히 어려운 부탁도 아니었고, 애슐리는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 코이가 밤새워 고민해서 낸 방법이 겨우 그런 거라니 내심 비웃기도 했다. 어차피 이제 와서 코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아니, 세상 누구도 불가능하다. 애슐리는 그렇게 생각하며 버니스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런데 지금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찌푸린 얼굴로 저를 바라보고 있는 애슐리를 모른 체하며 코이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어제 애쉬가 의식을 잃었었는데 제가 페로몬을 풀었더니 정신을 차렸어요. 애쉬는 저한테 페로몬을 뺐다고 화를 냈고요. 혹시 그게 가능하다면 애쉬의 상태가 좋아질 수도 있지 않나요?”

마지막 희망은 그것뿐이었다. 자신이 극오메가로 발현한 데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그는 믿었다.

자신의 형질은 오직 애슐리를 위한 것이라고.

한편 코이의 설명을 들은 스튜어드는 안광을 빛내며 애슐리를 쳐다보았다. 그의 얼굴은 신대륙을 발견한 모험가의 그것처럼 광채가 흘러넘치고 있었다.

“정말입니까? 그렇다면 당장 검사를 해 봐야겠군요. 괜찮습니다, 바로 준비할 수 있으니까. 일단 오시죠, 밀러 씨. 어서요.”

“코이…….”

애슐리는 기가 막힌다는 듯 코이를 보며 이를 갈았다. 하지만 코이는 전혀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애슐리를 향해 단호하게 선언했다.

“어서 가자, 애쉬. 함께 있어 줄게.”

뒤따라 일어선 애슐리가 코이를 내려다보며 일갈했다.

“난 어린애가 아냐. 검사를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고.”

애슐리는 사나운 음성으로 으르렁거렸으나 코이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코이는 그가 세상 그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스스로를 망쳐 버렸을 만큼. 그 사실이 또다시 코이를 아프게 했으나 그는 애써 담담한 척 감정을 숨기고 손을 내렸다.

“그럼 알았어. 기다리고 있을게, 다녀와.”

미소까지 지으며 인사를 하자 애슐리는 어이없어하는 표정으로 그를 내려다보다 결국 낮은 욕설과 함께 돌아섰다. 진료실에서 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고 있던 코이는 문이 닫히고 나서야 비로소 막혔던 숨을 내쉬고 털썩 소파에 앉아 버렸다.

괜찮을 거야.

그는 기도하듯 두 손을 맞잡고 눈을 꼭 감았다.

제발 애쉬에게 아무 일 없게 해 주세요.

검사는 꽤 오래 걸렸다. 꼬박 반나절이 지난 뒤 애슐리는 검사를 끝냈고, 곧 그들은 결과를 알 수 있었다.

“이건 정말 놀랍군요.”

의사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연신 감탄사를 뱉어 냈다. 덩달아 코이 또한 얼굴이 밝아졌으나 반면 애슐리는 그렇지 못했다. 아무 말 않고 그를 노려보기만 하는 애슐리에게 의사가 격앙된 어투로 말을 이었다.

“페로몬 수치가 평소보다 훨씬 낮아요. 보세요. 밀러 씨의 평균 수치는 항상 이 정도였는데, 일반적인 경우라면 여기 적힌 게 정상 수치거든요. 밀러 씨 수치가 훨씬 높죠? 뇌가 망가진 원인도 이것 때문이었는데 말입니다.”

그는 급히 자료를 넘기며 한층 높아진 음성으로 소리쳤다.

“지금은 이만큼이란 말이에요. 정상 수치보다도 더 낮아요. 이건 정말 대단한 발견입니다. 극오메가의 페로몬에 이런 작용도 있었군요. 논문에 넣어야겠어요.”

자신이 어마어마한 발견을 해냈다는 사실에 기뻐 어쩔 줄 몰라 하는 의사를 보고 코이는 성급하게 물었다.

“그럼 어떻게 되는 건가요? 이제 애쉬는 괜찮은 건가요? 다시 정상이 되는 거죠? 네?”

제발 그렇다고 말해 줘요.

코이는 간절함을 담아 그를 응시했으나 의사는 멈칫하더니 고개를 내저었다.

“아뇨, 그럴 순 없어요. 뇌는 한 번 망가지면 절대 돌이키지 못합니다. 극오메가의 페로몬이라고 해서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 수는 없는 거니까요…….”

〈극오메가라고 해서 만능인 건 아니니까.〉

엔젤의 말이 떠올랐다. 그는 이런 사실도 알고 있었을까? 코이는 궁금해졌으나 그에게 물을 수는 없었다. 할 수 없이 그는 눈앞의 의사에게 푸념하듯 중얼거렸다.

“그럼 전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거네요…….”

“아, 그건 아닙니다.”

실망과 좌절로 다시 눈물이 나려 했을 때, 의사가 급히 말했다. 놀라 고개를 들자 그는 다시 밝아진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페로몬이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이렇게 계속해서 정상수치보다 낮게 페로몬을 조절해 준다면 더 이상의 손상은 멈출 수 있어요. 망가진 변연계를 살릴 방법은 없겠지만요.”

코이는 무슨 말인지 즉시 알아듣지는 못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얘기라서인지도 모른다. 먼저 반응한 것은 애슐리였다.

“더는 망가지지 않는다고? 그게 무슨 소리야?”

그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당연하다. 평생을 걸었던 자신의 노력이 전부 수포로 돌아가기 직전이니까. 반면 코이의 감정은 전혀 달랐다. 꿀꺽, 마른침을 삼킨 그는 간신히 이해한 내용을 입에 담았다.

“그렇다면 제가 계속 애쉬의 곁에서 페로몬을 조절해 주면 된다는 건가요? 그렇죠? 그런 얘기죠?”

“맞아요.”

의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만 한다면 괜찮을 겁니다. 단, 이건 극오메가의 페로몬이니까 가능한 부분인 거예요. 필요 이상으로 페로몬을 분출하게도 만들지만 그만큼 많은 양을 한 번에 빼내는 것도 가능하니까 말이죠.”

“다른 극오메가는 의미가 없죠.”

그때까지 듣기만 하던 버니스가 끼어들었다. 코이가 그녀를 올려다보자 버니스는 그를 내려다보며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밀러 씨는 다른 오메가의 페로몬 향기를 맡으면 발작을 일으키잖아요. 안 그래요? 저번에도 다른 극오메가의 페로몬에 오히려 상태가 더 나빠졌으니까요.”

“그랬었죠.”

의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그는 코이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진지하게 덧붙였다.

“밀러 씨에게는 나일즈 씨의 페로몬 외에는 아무 소용이 없는 거죠.”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코이는 애슐리의 반응이 궁금했으나 그는 입을 꽉 다문 채 의사의 얼굴만 노려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니까.”

한참 만에 애슐리가 입을 열었다. 아주 느린 어투로.

“코이는 평생 내 옆에 있어야 하는 거지?”

섬뜩할 정도로 낮은 음성에 의사는 흠칫 놀라더니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죠. 어쩔 수 없습니다. 나일즈 씨가 사라지면 밀러 씨의 뇌 손상은 전보다 더 가속화될 겁니다. 중독을 간신히 끊었는데 다시 약에 손을 대면 이전보다 더 깊이 빠져드는 것과 같은 원리의…….”

“……큭.”

애슐리가 입술 사이로 실소를 뱉었다. 코이는 물론 의사 역시 놀란 얼굴로 바라보자 그는 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그러나 곧 웃음은 참지 못하고 터져나왔고, 그는 이내 고개를 젖히며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해냈다.

코이는 떠날 수 없어, 영원히.

당연하지, 날 버리는 순간 난 망가져 버릴 테니까.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있을까.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전신을 떨며 웃고 또 웃었다.

맙소사, 내가 결국 해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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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슐리 밀러가 어느 가난뱅이 수리공과 결혼한다는 기사가 뜬 것은 그로부터 일주일 뒤의 일이었다. 그 사실을 전화로 미리 전해 들은 에리얼은 동료가 쓴 기사를 보고 분통을 터뜨리며 신문을 마구 구겨뜨리기까지 했다.

“어쩔 수 없잖아, 애쉬가 자기 인생을 전부 걸어서까지 코이를 손에 넣었는걸.”

하우스 메이트가 된 빌이 눈치를 보며 말했다. 에리얼은 그를 노려보았으나 한편으로는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애슐리에게 졌다는 사실 또한 인정해야만 했다. 결국 그녀는 어깨를 늘어뜨리고 중얼거렸다.

“결혼 선물 리스트나 기다려야지 뭐.”

에리얼은 구겨진 신문에 올라와 있는 애슐리의 얼굴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이 정도로 미친 녀석인 줄은 몰랐어.

어쩔 수 없다. 자신의 친구가 이 미친놈을 좋아한다지 않는가.

신경질적으로 머리칼을 헝클어뜨린 그녀는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빌과 함께 들이켰다.

결국 해냈구나, 망할 자식이.

둘은 함께 같은 생각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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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르륵, 옆으로 문을 밀어내자 그 안에는 커다란 덩치의 남자가 잠들어 있었다. 코이는 그런 그를 가만히 내려다보다 슬그머니 옆에 누웠다.

“……코이?”

페로몬에 잔뜩 취한 음성으로 애슐리가 그를 불렀다. 코이는 그가 안고 있던 코끼리 인형을 치우고 대신 자신이 그 품을 채웠다.

“늦어서 미안해. 이럴 줄 알았으면 청혼하지 말 걸 그랬어.”

막상 결혼을 하려고 하자 너무 바빴다. 손님들에게 줄 선물은 물론 파티 음식에 의자 색깔까지 골라야 했다. 웨딩 플래너에게 모든 것을 맡긴다고 해도 준비가 만만치 않았다. 정신 없이 바쁘다 보니 애슐리는 또다시 외로워졌는지 벽장 안에 처박혀 버렸다.

“매번 이렇게 들어와 버리면 어떡해, 이제 아빠가 될 텐데.”

코이는 달래듯 말했다. 조심스럽게 페로몬을 흘려보내는 데 집중하면서 애슐리를 올려다보자 그가 피식 웃었다.

“아이는 필요 없어, 너만 있으면 돼.”

“그런 얘기하면 못써.”

“알았어.”

애슐리는 고분고분 말을 바꿨다.

“아이는 많은 게 좋겠어. 널 닮은 아이로.”

농담처럼 그는 덧붙였다.

“날 닮은 아이는 절대 거부하겠어.”

“그런 얘기 하지 말라고.”

달래듯 그를 나무란 코이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애쉬, 나 너한테 굉장히 서운했던 게 있어.”

“응……? 서운해?”

코이의 말을 되풀이하는 그에게 코이가 말했다.

“나한테 서부로 가라고 했었잖아. 진심이었어?”

애슐리가 눈을 깜박거렸다. 코이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솔직히 말해 봐, 네가 바라는 걸.”

지금은 말할 수 있잖아. 코이가 속삭였다.

“내가 서부로 가길 바라지 않았잖아.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정말 원하는 건 따로 있었지?”

이미 알고 있지만 듣고 싶었다. 머뭇거리듯 말이 없는 애슐리에게 코이는 계속해서 재촉했다.

“사실대로 말해, 그러면 돼.”

달콤한 회유에 마침내 애슐리가 입을 열었다.

“……가지 마.”

한숨처럼 떨리는 음성으로 그는 고백했다.

“다시 날 버리지 말아 줘.”

바라는 건 오직 하나였다. 예전부터, 앞으로도, 평생 하나뿐.

그냥 네가.

그냥 내 곁에 있어 주기만 하면 돼.

코이는 다정하게 그를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안 갈 거야.”

“다신 네 곁을 떠나지 않을 거야. 난 평생 너와 함께 있을 거야.”

후우, 애슐리가 머리 위에서 한숨을 내쉬었다.

아아, 다행이다.

쌓였던 페로몬이 빠져나가고 어렴풋이 의식이 돌아왔다. 그는 자신이 또다시 벽장 안에 있었다는 걸 깨닫자 쓴웃음이 나왔다. 그는 자조하는 대신 코이를 꼭 껴안았다.

모든 걸 잃고 지옥에 떨어졌지만 괜찮다. 그 대가로 너를 얻었으니. 이 지옥조차 너와 함께라면, 이곳이 바로 내가 선택한 천국.

애슐리가 고개를 기울였다. 입술이 맞닿고, 둘은 눈을 감았다.

같이 가자, 둘만의 지옥으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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