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화
원래 향이 약한 오메가도 많아.
평소에는 베타라고 착각할 만큼 향이 없다가 히트사이클에만 페로몬이 넘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애슐리는 아침까지만 해도 그에게서 느꼈던 향기가 지금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또다른 증거를 찾기로 했다.
“응…….”
코이의 입가로 가는 신음이 흘러나왔다. 애슐리는 다급한 마음을 억누르고 최대한 부드럽게 그에게 키스했다. 천천히, 마치 처음 나누는 키스인 것처럼 다정하게 혀를 얽고 타액을 섞었다. 입술을 슬며시 깨물었다가 빨아들이자 곧 코이가 반응했다. 주저하던 손이 애슐리의 팔에 닿더니 조심스럽게 타고 올라와 어깨를 잡았다. 애슐리는 코이의 허리를 한 팔에 안고 그대로 들어 올려 침대 위로 올라갔다.
하아.
입술이 떨어지자 코이가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뒤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애슐리는 그런 코이를 내려다보며 슈트의 베스트를 벗었다. 그때까지 그는 재킷만 벗었을 뿐 아침에 외출한 차림새 그대로였다. 혼자만 알몸인 것이 부끄러워져 코이는 괜히 어깨를 움츠리고 발가락을 꼬물거렸다. 그의 시야에 애슐리가 한 겹씩 옷을 벗어던지는 모습이 들어왔다.
처음엔 베스트를, 다음엔 넥타이를, 그다음엔 화이트셔츠의 버튼을 하나씩 푸는 손에 저절로 마른침이 넘어갔다. 애슐리가 코이와 마찬가지로 걸치고 있던 모든 걸 벗어 던진 뒤 그의 위에 몸을 숙이자 코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두 팔을 활짝 펼쳤다. 이어서 묵직한 근육질의 몸이 그의 위로 덮쳐왔다. 순간적으로 육중한 무게에 숨을 죽였으나 이내 코이는 그를 꼭 끌어안고 어깨에 입술을 묻었다.
“사랑해, 애쉬.”
코이는 간절함을 담아 애슐리의 귓가에 속삭였다. 뺨과 귓불에 번갈아 키스했던 그가 애슐리의 뺨에 두 손을 가져가더니 눈을 마주 보며 거듭 다짐했다.
“나한텐 너뿐이야. 평생 너밖에 없었어.”
“알아.”
희미하게 웃었던 애슐리가 자신의 뺨을 감싸고 있던 코이의 손을 쥐고 고개를 돌려 손바닥에 키스했다. 입술을 묻은 채 그는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널 의심하지 않아.”
“……정말?”
“그래.”
애슐리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래도 여전히 불안한 듯 눈을 깜박이는 코이에게 입술을 겹치며 그는 속으로 뇌까렸다.
사랑하는 건 나뿐이겠지.
연신 입술을 핥고 빨아들이며 애슐리가 손을 내렸다. 떨리는 숨을 몰아쉬며 오르내리는 가슴 위로 유난히 튀어나온 유두가 걸렸다. 손가락 사이로 어루만지며 간지럽혔던 애슐리가 손가락으로 그것을 집어 올리자 코이가 흠칫 놀라 허리를 움칠거렸다. 슬며시 누르며 둥글게 회전시키는 엄지손가락에 숨이 저절로 가빠지고, 그가 이내 눈을 감았다. 애슐리는 고개를 기울여 코이의 작은 젖꼭지를 입에 담았다. 세게 빨아들이자 머리 위에서 코이의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작은 유두를 이 사이에 끼우고 혀로 핥았다. 말랑거리는 작은 살덩이를 입 안에서 굴리며 혀로 핥아 올리자 금세 맞닿은 코이의 성기가 굳는 게 느껴졌다.
“코이, 아래가 좋아? 위가 좋아?”
애슐리가 코이의 유두를 입술로 지분거리며 물었다. 코이는 그의 말을 바로 알아듣지 못했다. 뭉개진 발음 때문은 아니었다. 헐떡거리며 멍하니 눈만 깜박이는 코이의 반응을 보고 애슐리가 눈을 가늘게 접으며 웃었다.
“어…….”
코이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애슐리가 유두에서 입술을 뗐기 때문이다. 코이는 다시 그를 원위치로 돌려놓고 싶었으나 애슐리는 망설이지 않고 아래로 내려갔다.
“코이.”
가랑이 사이에서 애슐리가 그를 불렀다. 다음 일을 감히 상상조차 못 한 채 그저 기대에 가득 찬 얼굴로 코이가 대답했다.
“아, 응.”
떨리는 음성에 애슐리가 말을 이었다.
“이번엔 뒤로만 가 볼래?”
“어?”
무슨 소린지 이번에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애슐리는 설명하는 대신 코이의 허벅지를 잡아 위로 들어 올렸다. 훌쩍 엉덩이가 허공에 치솟아 코이는 당황해 숨을 삼켰다. 설마, 하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곧 현실로 이루어졌다. 무릎이 자신의 머리에 닿을 정도로 몸을 반으로 접은 코이는 애슐리가 자신의 아래를 향해 고개를 숙이는 걸 너무나 뚜렷이 볼 수 있었다.
“아…….”
말릴 겨를도 없이 애슐리가 혀를 넓게 펴 그의 구멍을 핥아 올렸다. 곧바로 코이가 기겁을 하며 온 몸을 떨었다. 하지만 멈추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애슐리는 본격적으로 그의 구멍을 핥기 시작했다.
애슐리가 그곳을 핥은 게 처음은 아니었다. 하지만 코이가 이렇게 직접 눈으로 보는 건 처음이었다. 구멍을 핥을 때마다 움직이는 머리가 너무나 자극적이라 코이는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그만 꼴사나운 신음을 내지를 것 같아 다급하게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입가로 숨소리에 섞인 비음이 연신 새어 나갔다. 그의 숨결만큼이나 구멍은 급격하게 수축했다 이완되기를 반복하며 바쁘게 헐떡거렸다. 애슐리는 혀를 뾰족이 세워 구멍 안으로 밀어 넣었다. 금세 그의 혀를 감싸 오는 점막은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안쪽을 꼼꼼하게 핥고 문지르며 내벽을 확인했다. 타액이 아닌 다른 것이 구멍에서 넘쳐나 혀를 미끄러뜨렸다.
이것 봐, 이렇게나 젖었잖아.
애슐리는 입술을 떼고 그곳을 확인했다. 코이의 아래가 흠뻑 젖어 들고 있었다. 발기한 성기만큼이나 흥분한 구멍이 똑똑히 보였다.
착각을 한 게 아니다. 러트에 취해 있었다고 해도 분명히 제정신이었다. 의식을 잃지도, 기억이 사라지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게 전부 거짓이었다고? 말이 안 되잖아.
잠깐의 틈을 견디지 못하고 코이가 손을 뻗었다. 그가 문지르려는 것이 성기인지 구멍인지 명확하지 않았으나 애슐리는 주저 없이 그것을 잡아챘다. 금세 실망한 코이의 입에서 허망한 숨소리가 새어 나왔다.
“안 돼.”
애슐리가 그를 내려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뒤로만 가라고 했잖아.”
곧이어 그는 코이의 손을 내려 직접 오금을 잡게 했다. 그러자 빠듯하게 당겨진 구멍은 한껏 벌어져 애슐리를 유혹했다. 빠끔거리며 다급하게 애원하는 구멍을 바라보며 애슐리는 자신의 성기를 꺼냈다. 코이는 숨을 죽이고 지켜보았다. 크게 팽창한 페니스가 자신의 구멍에 닿는 모습을.
“아…….”
입 밖으로 꽉 막힌 소리를 내고 말았다. 몇 번이고 반복했지만 이 압박감만큼은 익숙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이 순간을 견디면 천국과 같은 쾌감이 찾아온다는 걸.
“후우…….”
겨우 제일 굵은 귀두를 밀어 넣은 애슐리가 한 차례 숨을 내쉬었다. 당장 안을 난폭하게 들쑤시고 싶은 걸 그는 기어코 참아 냈다. 천천히 성기를 밀어 넣으며 그는 자꾸만 이성이 나가려는 걸 억지로 붙잡았다.
하지만 그런 그의 생각을 무시한 코이의 내벽이 곧바로 그에게 달라붙어 강하게 빨아들였다. 이제 그만 버티고 항복하라는 듯이. 하지만 애슐리는 참고 느리게 안을 문질렀다. 그러다 분명 열기가 올라와야 하는 상황인데도 가슴이 서늘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분명히 있었다, 자궁이. 그랬는데, 거기에 몇 번이고 사정을 했었는데.
분명히 코이의 배 속에 내 아이가 자라고 있을 텐데.
그는 계속해서 성기를 밀어 넣었다. 빡빡한 안을 넓히기 위해 뒤로 뺐다가 다시 넣기를 몇 번이고 반복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코이의 배 속 가장 깊은 곳까지 도달했다.
“하…….”
순간 탄식인지 뭔지 알 수 없는 숨소리가 입 밖으로 새어 나왔다. 애슐리는 시선을 내려 아래를 확인했다. 그의 성기는 완전히, 뿌리 끝까지 코이의 구멍에 처박혀 있었다. 밑에서 앓는 소리를 내는 코이의 반응도 그랬고, 혹시 하고 뺐다가 찔러올리자 불룩하게 올라오는 배의 위치 또한 확실했다.
그런데 왜.
애슐리가 물러났다가 다시 안을 쳐올렸다. 아으, 코이가 짧은 비명을 내질렀다. 하지만 마찬가지였다. 몇 번이나 같은 행위를 반복했으나 마찬가지였다.
자궁이 없어.
애슐리는 그 순간 완전히 넋이 나가 버렸다.
* * *
대체 어떻게 된 걸까.
잠이 든 코이를 깨끗한 침대에 옮겨 놓은 애슐리는 혼자 창가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생각에 잠겼다.
페로몬 향기도, 자궁도 없고, 귀에 표식도 남지 않는다. 정말 자신의 머리가 어떻게 됐던 걸까? 머리에 쌓인 페로몬이 내게 그런 망상을 심어 준 걸까?
남은 건 검사뿐이었다. 하지만 애슐리는 이제 그것도 믿을 수 없었다. 만약 검사에서 자신이 착각한 게 아니라고 하면 지금 이 상황은 어떻게 되는 건가. 이렇게까지 극알파의 페로몬에 반응이 없는 오메가라니,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았다.
코이가 냄새를 못 맡는 것과 관계가 있을까?
그것도 말이 안 된다. 코이가 변이했다면 그건 분명 애슐리의 영향이다. 그런데 변이 할 만큼 영향을 받으면서 전혀 흥분하지 않는다는 게 말이 되는가.
변이했기 때문에 이상이 생긴 건지도 몰라.
그렇다면 내 페로몬에만 반응하지 않는다는 얘기야? 다른 알파한테는 반응할까? 하지만 코이는 자신이 오메가라는 것도 모르잖아. 알파한테 반응했다면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을 텐데.
하지만 아래가 젖었잖아.
드물게 베타라도 그쪽에 능숙한 경우엔 젖기도 한다고 들었다. 코이가 그런 경우일까? 코이가 사랑하는 건 나뿐인데? 사랑하는 건 나지만 자는 건 아무나 상관없었던 걸까?
도대체 이게 다 어떻게 된 일이지.
너무나 혼란스러워 자신을 두고 세상이 무슨 연극을 꾸미고 있는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그나마 지금 상황에서는 자신이 페로몬 때문에 미쳐서 망상에 빠진 거라는 게 가장 합리적인 결론이었다. 또한 코이가 애슐리 때문에 변이해서 몸에 이상이 생겼다는 것보다 베타임에도 스스로 젖을 정도로 난잡하게 살아왔다는 쪽이 애슐리에게는 훨씬 더 위안이 되었다.
코이의 입장에서는 베타인 쪽이 낫잖아.
애슐리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생겼다. 내가 착각한 거라면 오히려 잘된 게 아닌가? 코이는 이 지옥에 발을 들여놓지 않아도 될 테니.
감정이 가라앉자 뒤이어 허망함이 밀려왔다.
그럼 난 어떻게 되는 걸까.
그는 어렵게 자신의 모순을 인정했다. 코이를 위해서라면 베타인 쪽이 좋다는 마음과 오메가이길 바라는 마음, 그에겐 두 가지 다 진심이었다. 양립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어차피 달라질 건 없잖아.
씁쓸한 감정이 입 안을 맴돌았다.
넌 결국엔 떠날 테고, 날 버리겠지.
하지만 이게 다 나의 망상이었다면.
애슐리는 꽉 막힌 한숨을 토해 내며 한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난 다시 혼자가 됐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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