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화
코이는 그저 놀라 입만 크게 벌린 채 멍하니 애슐리를 내려다보았다. 갑자기 애슐리가 망치로 그의 머리를 때렸다고 해도 이렇게나 놀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애슐리는 진심이었다.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코이는 그것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바…… 밟으라고? 어, 어떻게?”
너무 당황해 말을 더듬었지만 애슐리는 굳이 더 설명해 주는 대신 직접 행동으로 그에게 보여 줬다. 잡고 있던 발을 그대로 자신의 한쪽 허벅지에 내린 것이다.
“음…….”
애슐리의 입에서 깊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코이는 발바닥 아래로 불룩하게 올라온, 길고 단단하게 굳은 성기를 느끼고 깜짝 놀라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달아나려는 발목을 꽉 붙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한 애슐리가 천천히 코이의 발바닥으로 자신의 허벅지 위를 쓰다듬었다. 새틴 스타킹을 신고 있는데도 양복 위로 솟아오른 성기의 형태와 열이 너무나 뚜렷이 전해졌다. 당황한 코이가 발을 움칠거리자 미약한 자극임에도 애슐리가 미간을 일그러뜨렸다. 희미하게 홍조가 오른 그의 뺨을 본 코이는 어깨를 긴장시킨 채 마른침을 삼켰다. 두근두근 뛰는 맥박이 관자놀이를 두드려 대는 것을 느끼며 그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
“……이렇게, 하는 게…… 좋아?”
작게 기어들어 가는 음성으로 물은 코이가 조심스럽게 발에 힘을 줬다. 아주 약하게 밟았는데도 애슐리가 순간 몸을 들썩이며 눈을 감았다. 그에 용기를 얻은 코이는 부끄러움을 참고 자의적으로 발을 움직였다. 발바닥을 오므려 성기를 쓰다듬었다가 쭉 펴서 지그시 밟자 애슐리가 즉시 반응했다.
애슐리의 손이 슬그머니 떨어져 나가고, 코이는 본격적으로 그의 허벅지 위를 자근거리기 시작했다. 발등을 들어 올려 발가락만으로 쓸어내리다 끝에 다다라서 살며시 엄지발가락으로 문지르자 애슐리가 코이의 양쪽 허벅지를 붙잡았다.
꽉 쥔 손가락에서 흥분이 느껴졌다. 코이는 자신의 안에 들어왔던 성기의 무게와 크기를 떠올리며 발로 가늠하듯 전체를 쓰다듬고 압력을 줘 밟았다. 급기야 앞섶까지 올라간 발가락이 그대로 아래로 훑고 내려가 음낭의 형태를 따라 매만졌을 때,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애슐리가 코이의 발목을 붙잡았다.
“아!”
그가 몸을 일으키고, 그 반동으로 식탁 위에 누워 버린 코이는 고개만 들어 눈으로 확인했다. 가랑이 사이에 들어와 있는 애슐리가 지퍼를 내리고 자신의 성기를 꺼냈다. 그것은 벌써 배꼽까지 닿을 정도로 단단하게 일어서 끝이 흠뻑 젖어 있었다.
애슐리가 코이의 양쪽 허벅지를 붙잡고 위로 밀어 올렸다. 코이는 자신도 모르게 식탁 끝을 잡았고, 이어서 그토록 기다렸던 남자의 물건이 구멍에 닿았다.
“아앗……!”
아래쪽이 팽팽하게 당겨져 한계까지 벌어졌다. 압박감에 코이는 숨을 멈추고 눈을 꽉 감았다. 뜨겁고 굵은 것이 끝도 없이 들어왔다. 아랫배가 터질 것 같았다.
“코이.”
애슐리 역시 거칠어진 숨결 사이로 속삭였다.
“눈 떠 봐, 지금 보여? 이만큼 들어갔어.”
온몸을 떨고 있던 코이가 그 말에 머뭇거리며 눈꺼풀을 들었다. 부연 시야에 희미하게 상(像)이 맺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뚜렷이 보였다. 자신의 뱃가죽을 들어 올리고 있는 불룩한 형체가.
눈이 휘둥그레진 코이의 반응이 만족스러운 듯 애슐리가 그의 허벅지를 고쳐 잡고 입을 열었다.
“아직 남았어, 코이.”
그 말대로였다. 자신의 구멍 밖으로 아직 남아 있는 기둥이 뚜렷이 보였다. 그리고 애슐리는 코이의 시선을 받으며 뒤로 물러났다. 배 속을 채우고 있던 성기가 빠져나가는 것이 두 눈에 똑똑히 들어왔다. 휑하게 빈 것 같은 기분을 느낀 것도 잠시, 이번엔 빠르게 그가 안을 치고 들어왔다. 곧바로 코이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했다. 느리게 나갔던 성기가 불시에 배 속을 채우고, 또 나갔다가 다시 안을 쳐들어왔다. 그때마다 그것은 점점 더 깊이 속을 채워 넣었다. 그것은 감각만이 아니라 시각으로도 뚜렷이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한 후, 애슐리가 움직임을 멈추고 고개를 젖혔다. 후, 만족스러워하는 한숨이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코이는 자신의 구멍이 그 길고 두꺼운 성기를 뿌리까지 삼킨 것을 알 수 있었다. 버거움을 못 이겨 움칠거리는 주름에 그의 부드럽고 짙은 음모가 맞닿았다. 그 아래로 늘어진 묵직한 음낭까지도.
그것을 깨닫자 반쯤 일어서 있던 코이의 성기가 머리를 들었다. 물론 그것 역시 애슐리의 시야에 똑똑히 들어왔다. 가늘게 떨면서 성기를 죄어 오는 안쪽 살의 감각 또한 입보다 더 많은 말을 그에게 하고 있었다.
어서 내 안을 문질러 줘, 제발.
엷은 웃음을 지었던 애슐리가 코이의 스타킹 밴드를 잡아 무릎 아래로 끌어 내렸다. 이어서 다리를 잡아 올리고 키스한 그는 혀를 내밀어 길게 핥았다. 코이가 눈을 다급하게 깜박이며 한 손을 내밀었다. 차마 입을 열지 못하고 있는 그에게 애슐리가 다리에 입술을 댄 채 속삭였다.
“코이, 원하는 것을 말해.”
당연한 얘기였다. 코이 또한 자신이 바라는 것을 직접 말하고 손에 넣어야 한다. 애슐리가 그랬듯. 배 속을 쿵쿵 울리는 타인의 맥박을 느끼며 코이는 간신히 입을 움직였다. 잔뜩 가라앉고 쉰 목소리가 어렵게 새어 나왔다.
“자, 지…… 움직여 줘. 빨리.”
코이의 입에서 흘러나온 야한 말은 단어 하나하나마다 애슐리의 몸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하마터면 볼품없이 사정해 버릴 뻔한 것을 가까스로 참은 애슐리가 일부러 그의 말을 반복했다.
“빨리?”
자신 역시 급했으면서 짐짓 여유로운 척 묻자 곧바로 코이가 울상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바라는 대로 야한 말을 마구 쏟아 냈다.
“내 안에, 네 자지…… 문질러 달라고, 빨리…… 배 속에, 박아 줘, 안을 쑤셔 달라고, 제발…… 아, 죽을 것 같아…….”
급기야 매달리기까지 하는 코이를 보자 애슐리 역시 참을 수 없게 됐다. 허벅지를 고쳐 쥔 그가 본격적으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봐주기라도 하듯 천천히 움직였으나 그것은 이내 걷잡을 수 없이 빨라졌다. 코이는 그것을 따라잡을 수 없어 금세 포기해 버리고 다급하게 애슐리의 어깨를 붙잡았다. 애슐리가 그런 코이의 허리를 안더니 갑자기 몸을 일으켰다.
“아윽!”
배 속에서 성기가 똑바로 일어서며 안을 깊숙이 찌르고 올라왔다. 뜻밖의 자극에 놀라 비명을 지르자 애슐리가 코이의 다리를 잡아 자신의 허리로 가져갔다.
시키는 대로 애슐리의 허리를 다리로 감은 코이는 본능적으로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그러자 애슐리는 코이의 엉덩이를 잡고 본격적으로 안을 드나들기 시작했다.
허공에 뜬 몸이 저절로 들썩거리며 위아래로 오르내렸다. 그때마다 한계까지 팽창한 성기가 배 속을 찌르고 물러나기를 반복했다. 눈앞이 번쩍거리고, 숨을 쉴 수가 없어졌다. 코이는 가쁜 숨을 헐떡거리며 짧은 신음을 연달아 뱉어 냈다.
코이의 안은 뜨겁게 달아올라 몸 안에 들어온 기둥을 격하게 물어 댔다. 애슐리는 성기를 밀어 넣을 때마다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안을 쑤시고 들어가자 내벽은 바짝 조여들어 그의 귀두까지 빈틈없이 빨아들였다. 성기가 나가려 하면 그것은 다급하게 엉겨붙어 놓치지 않으려 매달린다. 할 수 있다면 평생 코이의 안에 그대로 자신을 넣어 두고 싶을 정도였다.
굵은 혈관이 기둥을 따라 일어서고, 피가 올라 붉게 달아올랐다. 삽입은 더욱 빠르고 격렬해졌다. 더는 참지 못하고 애슐리가 코이를 안은 채 몸을 돌렸다. 곧이어 코이는 벽과 애슐리 사이에 끼어 버렸다. 그대로 애슐리가 코이의 양쪽 허벅지를 잡아 허리를 쳐올리고, 아래가 빈틈없이 꽉 맞물렸다.
“하아아…….”
애슐리의 목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듯 신음이 터져 나왔다. 코이는 배 속에 울컥거리며 체액이 흘러들어 오는 걸 느꼈고, 금세 눈앞이 아득해졌다. 메이드복은 점차 둘의 정액과 애액으로 더럽혀졌다.
* * *
은은한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실내에는 사람이라곤 거의 없었다. 햇빛이 환하게 들어오는 창가에 앉은 코이는 멍하니 밖을 보며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청소를 하는 동안 식사를 하러 내려온 것이다.
“커피를 좀 더 드릴까요?”
반쯤 빈 물컵에 물을 따라 준 직원이 물었다. 곧 코이의 커피 잔이 처음과 마찬가지로 가득 찼다. 벌써 시간은 정오를 지나고 있었다. 예전이라면 코이도 다른 사람처럼 한참 일하고 있을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언제인지 요즘은 까마득하기만 했다.
하루를 돌아본 그는 곧 한숨을 내쉬었다. 애슐리의 집에 들어온 이후로 매일 같은 일상의 반복이었다. 눈을 뜨면 애슐리가 남긴 메모를 확인하고 프런트에 전화해 청소를 부탁한 뒤 그동안 내려와 식사를 한다. 청소가 끝나면 집으로 돌아가 한숨 더 잔 뒤 애슐리를 기다린다.
애슐리는 언제나 같은 시간에 돌아왔는데, 조금 더 빠를 때는 있어도 늦는 일은 절대 없었다. 코이는 2, 3일에 한 번꼴로 메모에 적힌 내용에 맞춰 옷을 갈아입고 그를 기다렸다. 교복을 입은 적도 있고 경찰복도 입었다. 문제는 언제나 스커트 아래는 속옷 없이 입어야 했다는 점이다. 스타킹을 신지 않을 때는 힐을 신었다. 그러고 나면 애슐리는 완전히 흥분해서 현관에서부터 키스를 퍼붓고 그를 쓰러뜨리기 일쑤였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
코이는 심각하게 생각을 떠올렸다. 이제야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게 내심 너무 늦지 않았을까, 자괴감이 들기도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항상 그런 변태같은 짓만 하는 건 아니니까, 그는 다시 마음을 되돌렸다. 같이 욕조에 들어가 몸을 씻기도 했던 기억을 떠올리자 곧 안심이 됐다. 연인끼리이니 이벤트쯤이야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연인.
그 단어를 떠올리자 가슴이 벅차올랐다. 둘은 서로 사랑하고 있고, 연인이라고 부르기에 충분했다. 애슐리를 생각하니 저절로 얼굴이 달아올랐다. 일부러 커피를 마시는 척 고개를 숙이는데, 갑자기 휴대 전화의 벨 소리가 들렸다. 발신인을 확인한 코이가 이내 환한 표정으로 전화를 받았다. 그의 입에서 절로 반가운 음성이 흘러나왔다.
“앨?”
※ 본 저작물의 권리는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저작물을 복사, 복제, 수정, 배포할 경우 형사상 처벌 및 민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