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릭 미 업 이프 유 캔-189화 (189/216)

189화

갑자기 애슐리의 움직임이 딱 멎었다. 커진 눈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반응에 코이는 덜컥 겁이 났다. 배 속에서 두근거리는 성기만큼이나 코이의 심장 또한 쿵쾅거리며 뛰어 댔다. 순식간에 후회가 밀려들었다. 더 참았어야 하는 게 아닐까? 아예 아무 말하지 말 걸 그랬을까?

섹스하는 친구라고 말한 건 나였으면서 좋아한다고 고백을 하다니.

뒤늦게 실책을 깨닫고 사색이 됐을 때, 갑자기 애슐리가 쓴웃음을 지었다. 움칠 놀란 코이에게 그는 다시 키스를 했다. 입술을 겹치고, 혀를 섞고, 치아를 핥았다. 이어서 부드럽게 몸을 쓰다듬는 손길에 코이는 또다시 멍해졌다. 배 속에 머물러 있는 애슐리의 일부가 두근거리며 내장을 두드려 댔다. 자신도 모르게 목을 끌어안으려던 팔을 멈칫하고 말았을 때, 애슐리가 입술을 옮겨 코이의 목을 빨아들였다. 아래서 울리는 거친 소리에 문득 몸을 떨었던 코이는 어렴풋이 떠올렸다.

상관없지 않을까?

달콤한 키스와 손길에 자꾸만 마음이 약해졌다. 내가 한 고백 같은 건 애쉬에게 중요하지 않은 건지도 몰라. 그러면 더 잘된 거 아냐? 우린 친구잖아. 그냥 섹스만 하기로 했는데 갑자기 사랑한다고 고백하다니, 애쉬는 난처해하는 게 아닐까? 그냥 이렇게 모른 척 넘어가는 게 서로를 위해 좋을 거야.

그것은 너무나 이성적인 판단이었다. 자신의 실수를 얼버무릴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어쩌면 애슐리는 그에게 배려를 하는 걸 수도 있었다. 코이는 그 기회를 그저 덥석 받아들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되는데.

“……애쉬.”

다시 돌아온 입술을 코이는 어렵게 피했다. 심장이 아프고 온몸이 저려 왔다. 애슐리가 준 귀한 기회를 코이는 결국 거부했다.

“……내가 한 말, 들었어?”

알고 싶어.

코이는 마른침을 삼키고 겨우 물었다.

“너를, 좋아한다고 했잖아.”

애슐리가 다시 그를 내려다봤다. 고작 몇 초에 불과한 짧은 시간이었지만 코이의 심장은 불안으로 터질 것처럼 두근대고 있었다. 애슐리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알아.”

어?

어리둥절해하며 눈을 깜박이는 코이에게 애슐리가 말을 이었다.

“알고 있어, 네가 날 좋아한다는 거.”

코이는 눈을 둥그렇게 뜨고 말았다. 알았다고? 진작부터 알고 있었어?

“……너는?”

코이는 떨리는 음성으로 말을 꺼냈다. 목이 메어 저절로 목소리가 갈라졌다.

“너는…… 나를 어떻게 생각해?”

이걸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 애슐리는 그저 섹스가 필요했을 뿐인데 자신이 모든 걸 망쳐 버렸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코이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부옇게 눈앞이 흐려지고, 코끝이 찡하게 달아올랐을 때였다.

“맙소사, 코이.”

애슐리가 허탈한 듯 웃음이 섞인 음성으로 대답했다.

“난 한순간도 널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어. 내 평생 동안 사랑한 건 너뿐이야.”

코이는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숨조차 쉬지 못하고 흔들리는 눈동자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코이에게 애슐리는 고개를 기울여 키스했다. 혀를 밀어 넣고 입 안을 쓰다듬던 애슐리가 키스를 멈추고 낮은 소리로 고백했다.

“앞으로도 내겐 너밖에 없을 거야. 네가 없는 나란 상상할 수도 없어.”

그렇게 말하고 애슐리는 웃었다. 어딘지 자조적이기도 하고 신경질적이기도 했으며 허탈한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으나 한편으로는 체념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모르겠어? 난 진작에 너한테 완전히 져 버렸다는 걸. 내겐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아.”

너에 대한 집착 외에는.

애슐리는 입 안으로 뇌까렸다. 이토록 진실한 적이 있었을까. 더없이 솔직한 고백에 코이 또한 그의 진심을 알 수 있었다. 그의 씁쓸한 표정에도 불구하고 남아 있던 일말의 불안은 완전히 씻겨 나갔다. 현란하게 반짝이는 눈동자에 희미하게 눈물이 어리는가 싶더니 이어서 코이가 환하게 웃었다. 그가 두 팔을 펼쳐 애슐리의 목을 끌어안았다.

“나도, 나도 그래.”

참지 못하고 코이가 격하게 말을 이었다.

“나한테도 너밖에 없었어.”

“그래, 알아.”

애슐리가 웃음이 서린 음성으로 대답했다.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

그 말의 의미를 코이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처음 느껴 보는 행복이 온몸으로 퍼지고 있었고, 그에겐 그걸로 충분했다. 코이를 마주 안았던 애슐리가 멈칫했다. 그의 주변에 진한 페로몬 향기가 퍼져 나갔다. 한순간에 정신이 멍해졌다. 문득 그는 지난번에도 이랬었다는 걸 떠올렸다. 코이의 향이 진해진 건 흥분했기 때문인 걸까? 그렇게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 보통의 오메가도 흥분하면 페로몬 향이 진해지니까.

그와 함께 안쪽을 세게 물고 있던 내벽도 다소 느슨해졌다. 코이의 온몸에서 힘이 풀리는 것을 애슐리 또한 알 수 있었다. 그 증거로 슬며시 빼냈던 성기를 다시 밀어 넣자, 아까와는 달리 코이의 입에서 작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

빨갛게 올라온 뺨의 홍조를 확인한 애슐리는 본격적으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코이를 사이에 두고 두 손으로 매트리스를 짚은 채 오직 허리만을 움직여 안을 드나들었다. 깊은 곳을 쑤시고 나갈 때마다 점막이 그를 따라 이동하며 성기에 달라붙었다. 뜨겁게 감싸 오는 내벽에 애슐리는 이내 흥분했다.

코이는 경험이 없는 게 분명하다. 하지만 이렇게 그를 안고 있으면 그 사실을 믿기 어려웠다. 곧바로 안을 치고 들어가자 코이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오며 배 속이 수축했다. 허겁지겁 성기를 물고 빨아들이는 내벽에 애슐리는 눈앞이 잠시 흐려졌다.

이 몸을 아는 건 나뿐이야.

이루 말할 수 없는 만족감과 쾌감이 머릿속을 저릿하게 했다. 코이의 목에 코를 묻었던 애슐리가 깊이 숨을 들이켜며 입술을 옮겼다. 성기를 깊게 파묻으며 크게 입을 벌려 귀를 입 안에 넣었을 때였다.

갑작스러운 이물감에 애슐리가 멈칫했다. 그대로 멈추고 만 그의 입 안에서 다시금 같은 감각이 느껴졌다. 놀란 애슐리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것은 명백히 시야에 들어왔다. 코이의 귀가 짧게 파닥이고 있었다.

“……코이, 기분 좋아?”

다소 넋이 나간 음성으로 애슐리가 물었다. 성기를 물고 있던 내벽이 꽉 조여들었다. 무심코 미간을 일그러뜨렸던 그가 슬쩍 허리를 뺐다가 다시 안을 찔렀다.

“으응!”

곧바로 코이가 신음처럼 비명을 내지르며 온몸을 떨었다. 동시에 귀가 짧게 움직였다. 가만히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애슐리의 얼굴에 서서히 미소가 번졌다.

“코이, 기분 좋은 거구나, 그렇지?”

코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불규칙적으로 옴찔대는 귀는 그 무엇보다 확실히 답을 보여 주고 있었다. 애슐리는 참지 못하고 코이의 몸을 두 팔로 세게 끌어안았다. 순간 코이는 숨이 막혔으나 애슐리는 그가 벗어나지 못하도록 꽉 고정한 채 본격적으로 아래를 드나들기 시작했다.

“아, 아으, 윽, 아, 아, 아윽.”

속도가 너무 빨라서 코이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정도였다. 그저 입 밖으로 밭은 숨처럼 짧은 비명만 연속으로 내지르며 온몸을 뒤흔들었다. 배 속이 타는 것처럼 아리고 욱신거려 견딜 수가 없었다. 애슐리는 계속해서 코이의 귀를 핥고 깨물며 거침없이 박아 댔다. 성기가 드나들 때마다 넘쳐나는 애액이 허옇게 거품을 일으켰다. 하아, 하아, 애슐리의 숨소리가 코이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코이, 내 좆이 그렇게 좋아?”

애슐리의 거친 음성에 웃음기가 서렸다. 코이는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른 채 다리를 버둥거렸다. 애슐리가 한 팔로 그를 끌어안은 채 다른 손을 아래로 내렸다. 의미 없이 흔들리던 다리를 붙잡은 그가 손가락에 힘을 주자 허벅지를 감싸고 있던 얇은 천이 구멍이 나며 찢겨 나갔다.

혀를 내밀어 길게 귀를 핥은 애슐리가 얕게 허리를 흔들며 안쪽을 쑤셔 댔다. 코이는 눈앞에 별이 반짝이는 것 같은 착각을 느끼며 숨을 헐떡거렸다. 배 속을 차지하고 있는 성기가 점차 부푸는 감각이 점점 더 선명해졌다.

곧, 곧이야. 코이는 어렴풋이 깨달았다. 발가락이 저절로 오그라들고, 온몸이 긴장했다. 한데 같은 곳을 계속해서 문질러 대던 물건이 갑자기 빠져나갔다. 자신도 모르게 숨을 삼키며 그것을 붙잡으려 한 순간, 뒤이어 애슐리가 깊이 성기를 쑤셔박았다. 눈앞이 번쩍하고, 삽시간에 정신이 까무룩 내려앉은 코이의 위에서 애슐리가 긴 숨을 내쉬었다.

“하아아…….”

가득 차오른 정액을 코이의 배 속에 쏟아 내며 그는 작게 몸을 떨었다. 슬쩍 뒤로 뺐던 성기를 다시 쳐올리자 내벽이 바짝 조여 오며 남은 정액을 쥐어짰다. 애슐리의 체액을 남김없이 받아마시려는 듯이 안쪽의 여린 살은 탐욕스럽게 성기를 빨아들였다. 몇 번을 더 같은 행위를 반복한 뒤에야 비로소 애슐리는 몸의 긴장을 풀었다.

“코이?”

아직 남아 있는 거친 숨결 사이로 애슐리가 이름을 불렀지만 대답은 없었다. 애슐리는 품 안에서 숨을 몰아쉬며 늘어져 있는 코이의 얼굴을 확인하고 시선을 내렸다. 그때까지 검은 스타킹 안에 담겨 있던 성기에서 흐른 정액이 앞을 흠뻑 적시고 있었다.

엷은 웃음을 지었던 애슐리는 한동안 그대로 코이의 안에 페니스를 넣은 채 그의 벗은 어깨와 귀, 목에 번갈아 키스를 옮겼다. 잠잠해진 살덩이를 뜨겁게 감싸고 있는 점막의 조임을 즐기던 애슐리가 다시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안을 드나드는 감각에 감고 있던 코이의 눈이 다시 떠졌다.

“……또 ……해?”

잔뜩 갈라진 음성으로 코이가 물었다. 지친 한편으로 두려움이 깃들어 있는 음성에, 애슐리가 웃음을 지으며 대답 대신 그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그리고 잠깐의 휴식을 사이에 두고 모든 건 처음부터 다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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