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화
심장이 바로 귓가에서 뛰는 것처럼 거센 박동 소리가 연신 울려 퍼졌다. 관자놀이가 쾅쾅 울려와 코이는 저절로 숨결이 가빠졌다. 가만히 얼굴을 바라보던 시선이 아래로 옮겨 갔다. 코이는 애슐리가 천천히 몸을 숙이는 것을 숨을 죽인 채 지켜보았다.
발목을 쥔 손이 느리게 위로 이동했다. 까슬한 스타킹 너머로 부드럽게 움직이는 손의 움직임이 너무나 노골적으로 와 닿아, 코이는 자꾸만 몸이 떨렸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슬며시 올라온 손이 종아리를 감싸고, 다른 손이 발목을 잡았다. 그리고 애슐리의 입술이 발등에서부터 천천히 위로 올라왔다.
마치 입술로 코이의 다리를 기억하려는 듯이 더디게 움직이는 행위에 코이는 조바심이 나 자신도 모르게 그를 부르려다 급히 입을 다물었다. 그 작은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애슐리가 시선만을 들어 코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서늘하기 그지없는 보라색 눈동자가 검은빛에 가깝게 물들어 있는 것을 보고 코이는 덜컹 가슴이 내려앉았다. 저 눈동자를 그는 알고 있었다. 굳이 애슐리의 바지 앞섶을 확인해 보지 않아도 충분히 느껴졌다. 그가 얼마나 흥분했는지. 그리고 그 자각이 코이를 더욱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저절로 가빠진 숨결에 급히 한 손을 들어 입을 틀어막자 애슐리가 눈을 가늘게 떴다. 웃음을 짓는 입술이 맞닿은 살결로 느껴졌다. 얇은 스타킹 너머로 미소를 머금었던 그가 다시 시선을 내리고 코이의 다리에 자신의 입술을 새겨넣었다.
“히익……!”
천천히, 애를 태우며 올라오던 입술이 허벅지 안쪽에 도달하자 코이는 그만 자신도 모르게 소리 내어 숨을 삼키고 말았다. 수치심이 밀려왔으나 애슐리는 그런 코이의 반응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를 세워 안쪽 살을 깨물었다.
“으.”
아프진 않았으나 생경한 감각에 저절로 소리가 나와 버렸다. 허벅지 살을 지분대던 그의 입술이 점차 위로 올라왔다. 종아리를 감쌌던 손이 오금으로 옮겨 오고, 코이는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 없이 한쪽 다리를 들어 올리고 말았다. 오금을 잡아 밀어 올린 애슐리는 드러난 허벅지 뒤쪽으로 옮겨 가 크게 입을 벌려 탄탄한 살을 머금었다. 스타킹 위로 살을 빨아들이는 소리에 코이는 몸 둘 바를 모르고 버둥거렸다.
“움직이지 마, 코이.”
아래쪽에서 애슐리가 엄한 소리로 그를 제지했다. 순간적으로 긴장하고 만 코이가 움직임을 멈추자 그는 다시 탐닉을 이어 갔다. 코이는 얼떨결에 두 무릎을 가슴에 닿을 정도로 접어 올린 채 애슐리에게 허벅지 뒤쪽을 빨리고 있었다. 벌써 스타킹은 곳곳이 타액에 젖어 들어 갔다.
애슐리가 오금을 쥐고 있던 손에 힘을 줘 더욱 밀어 올리자 결국 코이는 엉덩이까지 들려 버렸다. 얇고 촘촘한 검은 망사 스타킹 너머로 코이의 작은 구멍과 둥글게 뭉쳐 있는 음낭은 물론 성기까지 한눈에 들어왔다. 애슐리는 아랫도리가 뻐근하게 부풀어 오르다 못해 터질 것처럼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넋을 잃었다.
“이걸 입으면서 무슨 생각 했어?”
애슐리가 혼이 나간 듯 멍한 음성으로 물었다. 하지만 코이는 불편한 자세에다 수치심까지 겹쳐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로 끙끙 앓듯이 간신히 대답했다.
“……애쉬, 네가…… 변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푸핫.”
애슐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잠깐 코이는 그들이 고등학생이었을 때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을 느꼈으나 그야말로 찰나일 뿐이었다. 이어서 애슐리가 혀를 내밀어 스타킹 위로 코이의 구멍에서부터 음낭까지 길게 핥아 올렸다.
“히익……!”
놀란 비명이 코이의 목에서 거침없이 새어 나갔다. 당혹감에 눈앞이 흐려지고 정신이 나가 버릴 것 같았지만 애슐리는 멈추긴커녕 한술 더 떠 코이의 음낭을 입 안에 넣고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그, 그만, 뭐 하는…… 아, 아으.”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른 채 비명을 질렀으나 물론 애슐리는 듣지 않았고, 오히려 입 안에 넣은 음낭을 혀로 핥고 입술로 문지르더니 더욱 세게 빨아들였다. 스타킹과 함께 빨려 들어간 둥근 주머니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주머니가 뽑혀 나갈 것처럼 아픈데 미칠 것처럼 흥분됐다. 회음부가 찌르르 울려오고, 뒷구멍이 헐떡거리며 조여들었다.
“어때, 코이? 싫어?”
입 안에 넣은 음낭을 아프지 않게 깨물었던 애슐리가 입술을 떼고 물었다. 방금 전까지 타인의 체온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던 그것에선 타액에 흠뻑 젖은 스타킹이 찰싹 달라붙어 금세 냉기가 느껴졌다. 다시 해 달라는 말이 혀끝까지 올라왔으나 차마 말을 할 수 없었다. 코이는 자신의 가랑이 사이에서 고개를 들고 짓궂게 묻는 남자의 얼굴에 간신히 외면하고 있던 수치심이 일시에 끓어올랐다. 그만 눈앞이 부옇게 흐려지고 만 코이는 곧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억울하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한 이상한 감정이 솟아 눈물이 났다.
“코이, 솔직히 말해 봐. 싫어?”
안그래도 창피해 죽겠는데 애슐리는 자꾸만 물어봤다. 코이가 싫어하는 게 아니라는 걸 이미 알면서도. 그런 애슐리가 야속해져 코이는 잔뜩 풀죽은 얼굴로 웅얼거렸다.
“싫은 건, 아니지만.”
“아니지만?”
애슐리가 부드럽게 재촉했다. 코이는 다시 눈물이 고이는 것을 느끼며 결국 솔직히 털어놓았다.
“넌 이런 게 익숙한지 몰라도 나는…… 아니란 말이야.”
기껏 지금까지 경험이 많았던 척 연기를 했는데 죄다 수포로 돌아가 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코이는 자신이 실수를 저질렀다는 걸 깨닫지도 못할 만큼 패닉에 빠져 있었다. 그런 코이를 보고 애슐리는 무심코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너무나 기특하고 사랑스러우며 또 안쓰럽기까지 한데, 한편으로는 더 심하게 몰아붙여 펑펑 울게 만들어 버리고 싶어졌다. 애슐리는 코이의 스타킹 신은 다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으며 그를 타일렀다.
“나도 처음이야.”
“거짓말하지 마.”
코이는 즉시 부정했으나 애슐리가 음미하고 있는 다리를 거둬들이지는 못했다. 여전히 허벅지를 어루만지는 손에 자꾸만 신경이 가는 것을 억지로 다잡으며 코이가 말했다.
“넌 경험이 많잖아.”
“그거야 고등학교 때 몇 번 한 게 전부고.”
대답을 했던 애슐리가 미간을 찌푸렸다.
“혹시 내가 다른 사람하고도 이렇게 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렇게 말하면서도 다리를 만지는 손은 여전히 멈추지 않고 있었다. 코이는 그 손을 흘긋거리며 대답했다.
“넌, 저기…… 스타킹 신은 다리를 좋아하잖아.”
그러니까 이런 플레이를 하는 거겠지. 확신을 가지고 작게 웅얼거리자 애슐리가 정색을 하고 입을 열었다.
“코이, 난 변태가 아냐.”
지금 하고 있는 짓이 변태 같다는 건 자각하고 있는 걸까?
코이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기라도 한 듯 애슐리가 엄하게 말을 이었다.
“코이, 아무한테나 하면 변태겠지. 하지만 난 너에게만 하고 있잖아.”
여전히 그의 손은 코이의 허벅지를 만지작거리는 채였다. 그다지 신뢰가 가지 않는 상황에 코이는 반신반의하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달라?”
“달라.”
애슐리는 단언했으나 코이는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이런 플레이가 정상적이지는 않다는 건 아무리 경험이 없어도 알 수 있다. 여전히 코이는 애슐리가 변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한테만 변태라고 한다면…….
심장이 두근, 하고 뛰는 것이 느껴졌다. 나도 변태였구나.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코이는 얼굴을 다시 붉게 물들였다. 그런 코이를 보고 애슐리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내가 변태라서 싫어?”
애슐리가 한층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흘긋 그의 시선이 아래로 향하는 것을 보고, 코이는 무심코 마른침을 삼켰다.
“……아니.”
쉰 목소리가 갈라져 나와 코이는 잠깐 말을 멈춰야 했다. 금세 가빠진 숨결을 사이에 두고 코이가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나한테만 하면, 좋아.”
곧바로 애슐리가 고개를 숙이고, 이번엔 스타킹 위로 코이의 성기를 입에 물었다.
“하아악…….”
끓는 것 같은 신음 소리가 새어 나왔다. 코이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고 두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이번에는 음낭만이 아니었다. 성기를 따라 입술을 옮긴 애슐리가 음낭을 핥더니 코이의 오금을 도로 잡아 밀어 올렸다. 잠깐 내려왔던 엉덩이가 다시 위로 올라가자 애슐리가 입술을 떼고 시선을 멈췄다. 하아, 그의 입술 사이로 들뜬 한숨이 흘러나오고, 혼잣말처럼 그가 중얼거렸다.
“안녕, 리틀 코이.”
엷은 미소를 지은 애슐리가 속삭였다.
“오랜만이야.”
※ 본 저작물의 권리는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저작물을 복사, 복제, 수정, 배포할 경우 형사상 처벌 및 민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