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화
애슐리는 주방에 서서 위스키를 마시고 있었다. 저녁 식사 준비는 미리 주문해 둔 스테이크를 오븐에 데우기만 하면 됐다. 간단한 조리 과정을 기다리는 동안 코이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고작 상·하의 한 벌인 옷을 왜 이렇게 오래 갈아입는 건지, 다른 사람이라면 화를 낼 법도 했지만 애슐리는 느긋했다. 다가올 즐거움을 위해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다. 오히려 기다림이란 양질의 요리를 빛내 주는 토핑과 같은 것이니까.
타박, 타박, 슬리퍼를 끄는 소리가 들렸다. 코이가 걸어오고 있었다. 느린 데다 주저하는 기색이 역력한 발소리에 애슐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예상했던, 아니, 그보다 훨씬 더 눈부신 다리가 시야에 들어왔다.
자신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 넋을 잃은 채 애슐리는 정신없이, 핥듯이 그의 다리를 바라보았다. 머릿속에 전날 자신이 사 왔던 검은 스타킹이 스쳤다. 지금 그의 드레스룸에 고이 간직되어 있던 그것을 입고 있는 코이를 상상하자 정신이 아득해졌다. 아랫도리가 터질 것 같았다.
한편 코이는 애슐리의 표정을 보고 전혀 다른 생각을 했다. 역시 이건 무리였다니까. 애초에 애슐리는 왜 이런 걸 사 준 걸까?
코이가 입고 나온 건 터무니 없이 짧은 청반바지에 반소매 티셔츠였다. 집에서라면 그나마 입겠지만 이걸 입고 밖에 나가는 건 도저히 불가능했다. 하다못해 무릎까지라도 오면 좋겠는데 이건 엉덩이를 아슬아슬하게 가리고 있는, 그야말로 속옷이나 다름 없는 핫팬츠였다.
이것도 청바지라고 아랫도리가 휑한 기분은 그나마 덜했지만 민망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래서야 화이트 셔츠만 걸치고 있을 때와 뭐가 다른가.
코이는 민망함을 참지 못하고 잔뜩 기죽은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조금, 긴 걸로 사다 주지…… 옷이 이거밖에 없었어……?”
바빠서 여기저기 찾아다닐 시간이 없었을 지도 모른다. 코이는 애슐리가 일부러 그랬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애초에 애슐리같이 바쁜 사람한테 옷 같은 걸 사다 달라고 한 스스로가 나쁘다며 자책했다. 하지만 애슐리의 생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코이의 다리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중얼거렸다.
“완벽해.”
그리고 그는 아무렇지 않은 척 들고 있던 위스키 잔을 내려놓고 말했다.
“3분 뒤면 요리가 끝날 거야. 세팅 좀 해 주겠어? 전화를 할 데가 있어서.”
“어, 응. 알았어, 내가 할게.”
할 일이 주어지자 금세 자신의 처지를 까먹고 급히 애슐리가 서 있는 자리로 온 코이를 보며 애슐리는 이제 아래쪽이 아파 오는 걸 느꼈다. 만약 코이가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면 이미 예전에 그 자리에 쓰러져 울며 괴로워했을 것이다. 이토록 진한 페로몬이 가득히 퍼져 있는데 코이는 전혀 알지 못했다. 애슐리는 자신의 불편한 상태를 들키지 않도록 일부러 느리게 걸음을 옮겨 가까운 방으로 들어갔다.
긴박한 상황에서도 휴대 전화를 잊지 않고 가져간 그는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일단 집 안 전체의 환풍기를 최대로 돌렸다. 혹시나 전날처럼 코이의 페로몬이 진해지기라도 하면 자신을 억제하지 못할 것이다.
최소한 일주일은 참아야 돼.
그는 바지의 지퍼를 열고 드디어 그것을 해방시켰다. 딱딱하게 굳은 성기는 벌써 선단이 흠뻑 젖어 있었다. 쿠퍼액이 샌 허벅지를 흘긋 보았던 그는 곧 손으로 그것을 쥐고 거칠게 훑기 시작했다.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은 코이의 다리가 너무나 좋은 재료가 되어 주었다. 이내 흐트러진 숨을 몰아쉬며 눈을 감았다. 그러자 코이가 침대에 검은 스타킹만을 입고 누워 있는 모습이 너무나 쉽게 그려졌다.
잔뜩 성이 난 성기에 두꺼운 핏줄이 도드라졌다. 끝을 엄지손가락으로 문지르고 기둥을 훑으며 그는 자신이 코이의 구멍을 핥는 상상을 했다.
사실 애슐리는 코이가 자신의 화이트셔츠만을 걸친 채 돌아다니는 모습이 훨씬 더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내버려 두었다가는 코이가 멋대로 바지를 주문해 입을 게 분명했다. 세상에는 인터넷 주문이라는 게 있고, 하다못해 관리인에게 요구하면 그것도 한두 시간 내에 해결이 된다. 코이가 아직 거기까지 생각을 못 하고 있을 때 그는 손을 써야 했고, 그것은 완벽하게 성공했다. 이제 코이는 그 눈부신 다리를 온종일 드러내 놓고 애슐리의 눈앞을 서성이겠지.
“하아, 하…… 읏.”
저절로 손에 힘이 들어가고, 부연 체액이 쏟아졌다. 몇 차례 더 기둥을 훑어 정액을 빼냈지만 그것은 여전히 빳빳하게 일어서 있었다. 당연하다. 고작 한 번으로 이게 만족할 리가 없으니까.
잠시 숨을 고르며 기다렸던 애슐리가 다시 성기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금세 정액이 차오르는 게 느껴졌다. 코이의 입 안에 이걸 넣는다고 생각하자 손은 더욱 빨라졌다. 두 번째 사정은 처음보다 좀 더 시간이 걸렸으나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두 번이나 더 정액을 빼낸 다음에야 비로소 그의 성기는 마지못해 수그러들었다.
* * *
문이 열리고 이어진 인기척에 코이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흠칫 놀랐다. 애슐리가 어딘지 지쳐 보이는 얼굴로 걸어 나오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통화가 길어져 음식이 식어 가는 것에 불안해하던 코이는 금세 초조해져 어쩔 줄 몰라 했다.
“괜찮아, 애쉬? 많이 피곤해?”
애슐리는 대답 대신 흘긋 코이의 얼굴을 보았다. 지금 또 그의 다리를 본다면 이대로 다시 방으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시험 삼아 슬쩍 코이의 다리로 시선을 내렸으나 다행히 아래쪽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조금 단단해지긴 했지만 참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코이는 여전히 걱정스러워하는 표정으로 애슐리를 보고 있었다. 그는 애슐리의 이 피로가 욕구 불만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걸 꿈에도 알지 못했다. 코이가 냄새를 맡지 못하는 게 이번엔 다행이었다. 그랬다면 그는 분명 페로몬과 함께 진한 정액의 냄새를 맡았을 테니까.
하지만 지금 코이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고 그저 애슐리가 일에 치여 사는 것을 걱정할 뿐이었다. 그는 한술 더 떠 급히 애슐리에게 다가와 부축하려고까지 했다.
“일이 많은가 봐, 퇴근하고 나서까지 전화라니…… 이렇게 오래.”
코이는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네 회사는 네가 없으면 전혀 안 되는 거야? 아니, 당연히 그렇겠지만 이렇게 늦은 시간에 전화로까지 이러는 건…….”
오히려 요즘은 일을 안 하고 있는 쪽이었다. 바로 며칠 전까지도 애슐리는 자정이 넘어서 귀가하는 일이 허다했다. 휴일마저 수시로 출근했고, 그의 로펌에 있는 직원들에게 그런 일상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물론 코이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세계였다.
하지만 애슐리는 코이가 자신을 걱정하는 것이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커다란 몸을 코이에게 기대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이게 내 일이니까 어쩔 수 없지. 괜찮아, 항상 이러니까.”
일부러 담백하게 말했으나 오히려 코이는 애슐리가 진심을 숨기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역시나 그는 걱정이 가득한 표정으로 애슐리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너무 무리하지 마, 몸이 나빠지면 어떡해.”
“글쎄, 그럼 네가 간병해 주겠지?”
애슐리가 농담처럼 말하자 코이는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물론이지. 내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 할게.”
힘껏 말했던 그는 이내 사그라드는 말투로 자신감없이 물었다.
“혹시 지금 아픈 걸 숨기고 있는 건 아니지……?”
아, 애슐리는 입 안으로 탄식을 삼켰다. 왜 나는 하필 극알파로 발현해서 아프지도 않는 걸까?
하지만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애슐리는 뻔뻔하게도 코이의 부축을 받아 식탁의 의자에 앉은 뒤 그가 맞은편에 앉기를 기다렸다.
“음식이 다 식어서 어떡하지? 다시 데울까?”
코이가 어쩔 줄 몰라 하다 역시 안 되겠는지 접시를 가져가 둘 다 오븐에 넣고 타이머를 작동시켰다. 애슐리는 코이가 식사를 하며 함께 마실 와인을 꺼내고 더 필요한 게 없는지 물어보며 자신을 위해 이리저리 열심히 움직이는 모습을 기분 좋게 바라보았다.
“이 정도면 될까?”
다시 뜨거워진 스테이크를 자리로 가져온 코이가 물었다. 지나치게 익었지만 상관없었다. 애슐리는 괜찮아, 하고 그에게도 앉으라고 권했다. 코이는 애슐리에게 물을 따라 준 뒤 맞은편에 앉았다. 애슐리가 입을 연 것은 그다음이었다.
“넬슨을 만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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