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화
“아으…….”
크게 몸이 일렁이며 절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잠깐 애슐리가 멈춘 틈을 타 급히 숨을 몰아쉬었다. 금세 눈물이 그렁거리고 눈앞에 별이 왔다 갔다 했다.
원래 이런 건가?
코이는 아득한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너무 아파서 다른 건 생각할 수도 없었다. 자신이 터무니없는 짓을 저지른 게 아닐까 후회가 슬며시 밀려왔을 때, 애슐리가 물었다.
“코이, 못 참겠어?”
터무니없이 차분한 음성이었다. 정신을 차린 코이는 시야에 들어온 애슐리의 표정에 덜컥 겁이 났다. 하지만 더 깊이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애슐리가 다시 허리를 움직이고, 굵은 기둥이 배 속을 억지로 비집고 들어왔다. 힘겹게 열린 구멍이 한계까지 벌어졌다. 이대로라면 찢어질 것 같았다.
“이렇게 아파하면서도, 젖는구나.”
애슐리가 속삭였다. 그의 말대로였다. 꾸역꾸역 밀고 오는 성기에 숨을 쉴 수도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운데 애슐리가 앞뒤로 움직일 때마다 애액은 흘러넘쳐 질척이는 소리는 끊이지 않고 계속됐다.
“너무, 커어…….”
잔뜩 눌린 음성으로 간신히 코이가 신음처럼 내뱉었다. 하아, 하아. 밭은 숨이 계속해서 새어 나왔다. 아까부터 들어오고 있었는데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코이는 무심코 손을 허우적거리다가 마침 걸린 것을 힘껏 잡았다. 때마침 슬쩍 뒤로 빠졌던 성기가 다시 안을 파고들었다.
“아, 아으!”
정신이 번쩍 들어 눈이 활짝 떠졌다. 자신이 뭘 잡고 있었는지 깨달은 건 그다음이었다. 코이는 시야에 들어온 애슐리의 팔뚝에 멍하니 눈을 깜박였다. 애슐리는 코이의 어깨 양옆에 팔꿈치를 짚고 상체를 반쯤 들고 있었다. 자신이 잡고 있던 그의 위쪽 팔뚝을 확인한 코이가 반대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거기에도 마찬가지로 애슐리의 팔이 있었다. 그 두 존재를 제 눈으로 똑똑히 본 코이가 망연히 중얼거렸다.
“팔이 아니었어…….”
“뭐라고?”
애슐리가 움직임을 멈추고 물었다. 미간을 찌푸린 그를 올려다보며 코이는 눈물이 괸 눈을 급하게 깜박거렸다.
애쉬가 나한테 팔을 넣을 리가 없잖아.
“아악!”
다시 시작된 움직임에 여과 없이 비명이 터져 나왔다. 코이는 다급하게 애슐리의 위팔을 붙잡고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애슐리는 봐주지 않았다.
“좀 더 버텨 봐, 코이.”
“아으, 으…….”
앓는 소리를 참지 못한 채 코이가 눈물을 그렁거리며 물었다.
“아, 아직, 멀었어……?”
“왜?”
그나마 작은 희망을 품고 있던 코이에게 돌아온 것은 냉소였다.
“여기까지는 받아 본 적 없는 모양이지?”
그럴 줄 알았어, 하고 말하며 애슐리가 다시 아래를 밀어 넣었다. 단단하고 굵은 성기가 배를 뚫고 나올 것 같았다. 생각지도 못한 깊이에 코이는 이제 숨조차 쉬기 어려웠다. 애슐리가 계속해서 허리를 움직이며 말했다.
“아직 멀었어, 코이. 내 건 더 굵고…….”
“아윽!”
잘게 움직이던 허리를 세차게 들이받은 애슐리가 낮은 소리를 내며 웃었다. 완전히 초점을 잃어버린 코이를 내려다보며 그가 속삭였다.
“길거든.”
하아, 하아, 하아, 하아.
정신이 반쯤 나가 버렸다. 기절할지도 모른다. 코이는 초점조차 흐려진 시선으로 그저 눈만 깜박거렸다. 애슐리가 움직일 때마다 장기가 끌려 내려갔다가 위로 쳐올려지는 기분이었다. 배 속이 찢어질 것 같다. 아프고 괴로워 견딜 수가 없었다.
“힘 빼, 코이.”
코이와 마찬가지로 애슐리의 숨도 거칠었으나 목소리만은 여전히 냉담했다.
“그럴수록 더 아프니까.”
코이는 멍하니 그를 올려다보았다. 누가 아프다는 걸까? 내가? 아니면…….
코이는 힘없는 손을 들어 애슐리의 뺨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어느새 바싹 말라 버린 입술을 겨우 움직이며 그가 속삭였다.
“미안해, 아프게 해서.”
애슐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코이의 얼굴을 내려다보다가 제 손을 들어 코이의 손을 감쌌다. 그러고는 이내 고개를 돌려 손바닥에 입술을 묻었다.
아.
그 순간에 불안했던 마음이 거짓말처럼 사그라들었다. 몸은 여전히 아프고 괴로웠지만 참을 수 있을 거라는 믿음도 생겼다. 괜찮아. 코이는 생각했다. 모두 다 괜찮아.
좋아해, 애쉬.
코이는 애슐리가 잡고 있던 손을 떼어 두 팔로 그의 목을 꼭 끌어안았다. 가슴 깊은 곳에서 그에 대한 애정이 넘쳐 흐르는 것 같았다.
……어?
애슐리가 뭔가 이상하다는 기분을 느낀 것은 그때였다. 심장이 미친 듯이 두근거리고 머릿속에서 폭죽이 터지는 것처럼 갑자기 정신이 없어졌다. 배 속이 끓어오르고 온몸이 달아오른다. 지금껏 애써 유지하던 이성이 불시에 사라져 버렸다. 숨이 가빠지고 손끝이 저려 왔다.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러트가 온 것이다.
갑자기, 왜?
흐릿한 머릿속으로 애슐리는 간신히 떠올렸다. 그리고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애쉬?”
이상하다고 생각한 것은 코이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따금씩 금색이 엿보이던 애슐리의 눈동자가 완전히 바뀌었다. 자신을 내려다보는 어딘지 멍한 표정에 코이는 순간 당황했으나 어딘지 묘한 데자뷔가 느껴졌다. 언젠가 자신은 이런 애슐리를 본 기억이 있다. 예전에, 아주 오래전에.
처음 애쉬가 발현했던 그날.
“아……!”
갑자기 애슐리의 움직임이 거칠어졌다. 그나마 지금까지 코이를 생각해 천천히 길들이는 것 같던 그의 행위는 완전히 돌변해 난폭하게 안을 들쑤시며 점령해 나갔다.
“잠깐, 자, 잠깐만, 애쉬…….”
다급해진 코이가 그를 불렀으나 듣지 않았다. 오히려 애슐리는 그의 겨드랑이 아래로 팔을 넣어 양어깨를 꽉 잡아 누른 채 아래를 사정없이 벌리며 밀어 넣었다. 닫혀 있던 내장이 버티지 못하고 순차적으로 열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때까지 잠들어 있던 가장 깊은 곳까지도.
“여기구나, 네 자궁이.”
애슐리가 중얼거렸다. 그는 여전히 몽롱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베타인데, 자궁이 있어…… 어떻게 된 거야, 코이?”
키득거리며 웃는 소리가 났다. 그는 페로몬에 취해 완전히 정신이 나가 버린 듯했다. 코이는 배 속이 떨리는 감각에 그저 숨만 몰아쉬며 누워 있었다. 그의 온 신경은 배 속에 집중되어 있었다. 정말로 자신이 오메가가 되기라도 한 것처럼, 애슐리의 씨를 받는 것밖에 머릿속에 남아 있지 않았다.
“코이.”
애슐리가 아직 남아 있는 코이의 눈물 자국을 혀로 길게 핥아 올렸다.
“임신시켜 줄게.”
애슐리가 그의 어깨를 고쳐 잡더니 슬쩍 허리를 뒤로 뺐다. 함께 물러나는 성기를 붙잡으려 코이의 내벽이 허겁지겁 그에게 달라붙었다. 무심코 방심해 몸이 느슨해졌을 때, 곧바로 틈을 놓치지 않고 애슐리가 단번에 끝까지 밀어 넣었다.
“아윽…….”
사그라드는 숨결처럼 맥없는 비명만 흘리고 까무룩 의식을 잃어버렸다. 아주 잠깐 검게 내려앉았던 눈앞이 곧 다시 환하게 밝아지기 시작했다. 아래쪽에 쾅쾅거리는 맥박이 느껴졌다. 애슐리의 성기가 배 속에서 고동치고 있었다. 그것을 깨닫자 이내 배 속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뿌리까지 들어온 성기가 부풀어 오르며 아래를 꽉 물었다. 단단하게 고정된 그것은 자궁의 입구를 완전히 막아 버렸다. 자신의 정액이 조금이라도 새어 나오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이.
“아, 하, 하아 하.”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배 속의 열기가 숨통을 타고 올라와 온몸을 태워 버리는 듯했다. 이런 감각은 처음이었다. 코이는 밭은 숨을 간신히 몰아쉬며 이번에는 의식을 잃지 않으려 애썼다. 배 속은 애슐리의 성기로 가득 차 버린 듯했다. 묵직하고 굵은 것이 배 속을 가로질러 전신으로 쿵쾅거리는 맥박 소리가 울려 퍼졌다.
“코이, 코이…….”
연거푸 애슐리가 코이의 이름을 부르며 얼굴 여기저기에 키스했다. 마치 사랑스러워 견딜 수 없다는 듯이. 이를 세워 턱을 아프지 않게 물었던 그가 속삭였다.
“배 속을 가득 채워 줄게.”
코이를 꽉 끌어안고 움직이지 못하게 고정시킨 채 애슐리는 그의 안에 사정했다. 진한 정액이 배 속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게 여실히 느껴져 코이는 소리조차 내지 못한 채 온몸을 떨었다. 그의 사정은 길었으며 정액의 양은 놀랄 정도로 많았다. 받아도 받아도 계속해서 들어왔다. 마치 코이의 몸 안을 전부 다 채워 넣을 기세로.
하지만 사정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애슐리는 그대로 성기를 고정한 채 다시 정액이 차오르기를 기다려 다시 배 속에 쏟아 넣기를 반복했다. 코이는 어렴풋이 이렇게 많은 정액을 받는다면 세상 누구라도 임신하고 말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침이 밝아올 즈음 그의 안에 여섯 번째로 사정을 하면서 애슐리는 기진맥진한 코이의 귓가에 속삭였다.
“임신 축하해, 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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