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화
“웁.”
질겁하며 엉덩이를 뒤틀었다. 그러나 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짓누르는 힘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도 상대가 뭔가 힘을 썼음을 확신했다.
춥.
두툼한 혀가 은밀한 구멍을 파고들었다. 뜨거운 살덩이가 주름을 핥을 때 나는 질척임은 성기가 들락이면서 나는 소리와는 차원이 다르게 야했다.
‘이게…… 지금…… 으읏.’
질겁하느라 하얗게 질렸던 얼굴이 이번에는 뻘겋게 달아올랐다. 관자놀이에 긴장이 서리면서 귀가 둥둥 울렸다.
움직임만 구속되었을 뿐, 감각은 생생했다. 뜨겁고 축축한 혀는 움찔거리는 입구를 더욱 자극했고 그럴 때마다 윤조는 내적 비명을 내질렀다. 저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자 세상 수치스러운 행위가 더 선명해졌다.
“흐……아.”
더운 숨이 터진 입술 사이로 뿜어져 나왔다. 날숨을 머금은 베개가 눅눅해지는 만큼, 혀에 희롱당하는 구멍도 점차 노긋해졌다. 요추가 풀리고 엉덩이가 지레 움찔거릴 때까지, 수혁은 입구를 그악스럽게 핥아 댔다.
“그…… 그만…….”
헐떡이며 애원했다. 하지만 망할 에스퍼는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대신에 엉덩이를 갈라 쥔 손에 힘이 더해졌다. 구멍 입구가 가로로 넓어지는 감각이 생생했다.
“으읏.”
남의 항문을 입에 대고도 역겹지도 않은지 혀를 뾰족하게 세워 틈을 마구 쑤시기까지 했다. 물론 인큐베이터에서 갓 나온 상태라 세상 어떤 인간보다 청결하긴 했다. 그래도 생리적 거부감이라는 게 있지 않나. 더불어 수혁은 집이 조금만 더럽고 지저분해도 질색하며 깔끔 떠는 성미였다. 그런데 거길 이렇게까지 저속하고 게걸스럽게 빨아 댈 수가.
타액에 흥건히 젖은 구멍이 말랑말랑하게 풀리는 동안, 표면을 적시던 야릇한 자극은 안쪽까지 침투했다. 무엇을 기대한 건지, 감각기도 없는 내장이 제 풀에 전율했다.
이성이 달아나려고 했다. 반쯤 뭉그러진 무의식이 이래서 되냐는 의문을 떠올리는 순간 AI가 조용히 응답했다.
-자기 보호 프로토콜을 시행하시겠습니까? 승인 시 페어링 차단을 중단합니다.
AI가 기겁할 소리를 늘어놨다.
강수혁을 상대로 자기 보호를 해야 할 경우, 페어링과 페어링을 통한 페널티가 가장 유리하고 유력한 수단이었다. 하지만 윤조는 제 구멍을 빠는 사람의 기분 따위는 알고 싶지 않았다. 아무리 모든 것을 공유하는 배우자라도 그런 것까지는 솔직히 매우 사양이다.
“아…… 아니…… 흐읏…… 그런 건.”
“기분 좋아?”
입술을 거기에 대고 묻기냐! 성질이 울컥 올라왔으나, 한도를 건드리는 고자극에 시달린 덕분에 대답할 기운도 없었다.
어느새 몸을 옭아매던 힘이 사라졌다. 그것은 끝이 아닌 다른 단계로의 이행을 의미했다. 역시나 수혁은 한껏 풀려 버린 제 가이드를 돌려 눕혔다. 딱히 능력을 사용한 것도 아니었다. 능력 없이도 그는 강력했다.
길고 곧은 종아리가 탄탄하고 너른 어깨에 걸쳐졌다. 노글노글해진 입구에 트리플 S급 흉기가 닿았다. 질척한 살점을 꾹 누른 기둥은 이내 흉흉한 기세로 들이닥쳤다.
막중한 부피에 숨이 턱 막혔다. 살기 위해 반사적으로 고개를 뒤로 젖혔다. 정수리가 베개에 푹 파묻히는 순간, 티타늄 합금만큼 단단한 귀두가 예민한 부위를 푹 찔러 버렸다.
“하! 흐!”
“후……. 너무 조이잖아……. 힘 빼, 이러다가 잘라 먹겠어.”
사람을 반으로 쪼갤 기세로 처박은 놈이 도리어 성을 냈다. 미친 망발에 이미 흩어지던 이성에 더해 한 줌 남은 어이도 삽시간에 탈출했다.
“소, 소령님이 무식하게 큰! 아!”
“가이드라서 그런가. 매번 이렇게 박아 대는데 후, 인큐에 들어갔다 나오기만 하면 원상복구 되어서 매번 힘들어.”
수혁은 마치 윤조의 탓인 듯 툴툴댔다. 나갔던 어이가 갑자기 180도 턴을 하여 뇌리에 팍 박혔다. 고개만 벌떡 세운 윤조는 끝을 모르는 개망나니에게 호통쳤다.
“지금 누가 할 말을! 앗! 으……아!”
“너 화내면 더 조여……. 이너피스……. 후, 착하지? 우리 연두부, 이너피스……. 숨 쉬어.”
미친놈. 기가 막혀서 대꾸도 하기 싫어졌다. 한편으로 구멍을 아주 찢어먹을 셈으로 달려드는 무식하게 큰 좆 때문에 머리가 안 돌아가는 상태기도 했다.
“살살 하자, 우리.”
여기서 살살하지 않은 사람이 과연 누구?
좆이 잘리기는 싫은지, 망할 새끼가 딴에는 움직임을 최소화했다. 하지만 아직 숨도 고르지 못한 사람을 상대로 추삽질을 기어이 시도하는 걸 보면 역시나 구제불능 개새끼였다. 말할 기운도 없었다. 그저 손을 뻗어 상대의 목덜미를 잡았다.
B급 에스퍼에 비견되는 힘을 자랑하는 가이드의 손톱은 깨끗한 피부에 붉고 긴 열상을 냈다. 언뜻 피가 비치는 깊은 상처였으나 몹시 상스럽고 포악한 재생력을 자랑하는 에스퍼에게는 즐거운 자극에 불과했다.
“네 안이 꿈틀거려.”
어설픈 반항에 도리어 고조된 에스퍼는 열 받은 가이드의 귓가에 대고 흐뭇하게 속삭였다. 직후 개망나니는 가식을 완전히 포기하고 포악스럽게 움직였다.
“미…… 미친……. 그렇게 움직이지…… 아!”
수혁은 다급한 요구를 당연하게 묵살했다. 호숫가의 물결처럼 상대적으로 미세하던 움직임은 곧 해변의 파도로 변했다. 그리고 파도는 점점 거세져서 금방 풍랑에 이르렀다.
살이 부딪히는 요란한 소리가 온 방에 울렸다. 막대한 힘을 감당하지 못한 침대는 박히는 사람도 지르지 못한 비명을 대신해서 질렀다.
아래에서부터 밀려 들어온 거대한 파도가 쿵쿵 찧을 때마다 윤조의 척추는 뒤에서 들이박힌 열차 차량처럼 차례로 충격을 더했고, 이윽고 뇌에 최종 충격파를 떠넘겼다. 머리 안에서 폭탄이 터진 기분이었다. 뇌 곳곳에 박아 놓은 미세한 칩셋이 멀쩡할지 두려웠다.
“김윤조.”
“흐음.”
대답 대신에 비음이 흘렀다. 처박히는 쪽은 깔딱고개를 넘고 있는데, 홀로 황홀한 상대는 윤조의 입술마저 훔쳐 갔다.
버거웠다. 아프고 괴로웠다. 이대로 딱 죽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끔찍스레 황홀했다.
무한 체력을 자랑하는 에스퍼는 쉼 없이 움직였다. 황홀경이 감당하기 힘들어 윤조는 그저 손에 잡히는 대로 피부를 뜯고 살점을 긁어댔다.
아랫배 어딘가에 새로운 기관이라도 생긴 모양이었다. 오로지 자극만을 추구하는 가상의 기관은 인간을 아득히 초월하는 존재의 우악스러운 음경과 강렬한 조우가 이루어질 때마다 환희에 휩싸여 진저리 쳤다. AI와 연결되어 이성을 추구하고 감각을 분석하는 가이드의 뇌는 이미 그에게 주도권을 내준 지 오래였다.
“흐으…… 아으.”
쾌락이 역치를 넘을 때마다 윤조의 성기는 뿌연 점액을 토했다. 탄탄한 배는 희멀건 정액으로 뒤덮였다. 하지만 상대는 아니었다. 윤조가 여러 번을 절정에 이르러도 수혁은 사정하지 않았다. 대신에 사정하면서 부르르 떠는 윤조의 몸을 맛있게 즐겼다.
수혁의 절정은 윤조가 문득 그만 헤어질까? 하는 충동이 들 때쯤 찾아왔다. 내장을 짓이기며 바란 적 없는 수준의 전율을 퍼부은 후에야, 그는 윤조 안에 사정했다.
불끈하게 솟았던 근육이 마지막 분출 후에 잇달아 풀리면서 육중한 몸이 윤조 위로 무너졌다. 가이드가 아니었다면 이대로 압사당했을 거다. 하지만, 망할 개망나니와 벌이는 패악스러운 관계에 익숙한 개조 인간은 드디어 끝났다는 안도감에 낮은 한숨을 뱉었다.
“……죽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 고작 이걸로?”
“고작이라뇨.”
“기절도 안 했잖아.”
“기절할 때까지 할 마음을 버리십시오. 그건 비인간적입니다.”
비인간적이라는 말에 수혁이 상체를 들었다.
“이제 그런 말 안 먹혀.”
“언제는 먹힌 것처럼 말씀하십니다?”
피곤한 나머지 말소리가 늘어졌다.
“저, 손도 다쳤고 발등도 아파요.”
“무식하게 치니까 그렇지.”
수혁이 벌겋게 달아오른 손을 잡더니 살살 주물렀다.
반대로 마구잡이로 긁어 놓은 수혁의 목과 어깨는 벌써 다 재생되어 매끈했다. 작은 흉 하나 없는 피부에 헛웃음이 나오려 했다.
“찜질해야겠다.”
“그전에 샤워부터 부탁드립니다.”
수혁은 요구에 선뜻 응했다. 능력을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신체적 힘만 사용하여 윤조를 번쩍 안아 들었다. 대신에 손을 대지 않고서도 욕실 문이 알아서 열리고, 수도꼭지가 스스로 온수를 쏟아냈다.
미지근한 온탕에서 변태처럼 몸을 더듬길래 2차전을 벌일 줄 알았다. 하자고 들면 막을 방법도 없었다. 하지만 수혁은 잔뜩 부어 버린 윤조의 구멍 사정을 안타깝게 여겼는지, 박는 대신 표면에 대고 문지르다가 곧 윤조의 허벅지를 모아 성기를 비볐다.
망할 음경은 너무 커서 윤조의 허벅지 사이를 비집고 앞으로 귀두가 튀어나왔다가 들어갔다. 그러면서 덜 시달린 윤조의 성기와 고환을 자극했다. 아까와는 다른 영역의 자극이 다시 성감을 일깨웠다. 미간이 구겨지고 입술이 비틀렸다.
“더는…… 못합니다.”
물이 넘치는 욕조를 잡고 일어서려고 했다. 하지만 허리를 붙잡혀 다시 주저앉았다. 온수가 철썩 흘러넘쳤다.
“제발요.”
“괜찮아.”
“안 괜찮아요.”
“삽입도 안 했잖아. 비비기만 할게.”
“비비기도 지금…… 아……으.”
다짜고짜 회음을 푹 찌르는 통이 눈앞이 아찔했다. 허벅지에 힘을 주며 파고드는 성기를 멈추려 들었다.
“거봐, 기분 좋지?”
망할 남자가 젖은 귀를 깨물면서 느물거렸다.
“미친……. 그게 지금 할 말…… 읍.”
허리를 꼭 안은 손이 슬그머니 움직여 바짝 일어선 성기를 붙잡았다. 반사적으로 팔꿈치로 뒤에 있는 망할 새끼의 배를 찍었으나, 빌어먹게도 아픈 건 윤조뿐이었다. 대신에 수혁은 윤조의 고개를 억지로 돌려 입술이 먹어 버렸다. 혀도 함께.
남은 체력은 그렇게 탈탈 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