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화
누군가는 뭐 그런 사소한 걸로 화를 내냐고 한심해할 수도 있다. 어쩌면 그 누군가가 강수혁일 수도 있다. 더불어 수혁이 제 상황을 가장 먼저 알린 상대를 생각한다면 윤조의 분노는 유치한 투정으로 보일 가능성이 컸다.
심나연 박사는 강수혁 관리 전담이며 그를 위해 가이드 프로젝트를 밀어붙일 만큼 애정도, 관심도 깊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이라도 근 25년 가깝게 동고동락하며 동료애와 다른 인간적이고 끈끈한 인연을 맺었다. 이모-조카 사이를 자청하는 두 사람의 허물없는 태도를 봐도 그렇다.
그뿐인가?
심 박사는 강수혁뿐 아니라 윤조에게도 새 생명과 새로운 삶은 선사한, 그로 인해 강수혁과의 인연을 만들어 낸 장본인이다. 심 박사가 없었다면 윤조는 강수혁과 일절 얽힐 일이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어떤 의미에서 강수혁보다 윤조에게 가깝고 중요한 인물이다.
그런 심나연 박사를 상대로 이런 유치한 감정을 가지다니. 자기혐오가 없다면 솔직히 거짓말이었다.
아까 강수혁이 심 박사에게 조용히 귀띔하고 사라진 후, 인큐베이터에서 검진 완료를 기다리는 동안 이상한 소외감과 외로움에 시달렸다. 가슴이 시리고, 서운했다. 이후 수혁이 자신을 데리러 오면서 서운함이 다소 가셨으나, 그가 내내 품고 있던 비밀을 그의 입이 아닌, 심 박사를 통해서 먼저 들었을 때 깃든 섭섭함은 아직도 진했다.
유치하고 치졸하다고 욕해도 할 수 없다. 강수혁에 관해서만큼은 유치하고 치졸해지고 싶다. 또 다른 어머니라 불러도 괜찮을 사람을 상대로 질투할 만큼.
윤조는 고개를 내내 돌린 채였다. 튼튼한 손이 망가지도록 주먹질을 할 때도 사라지지 않던 서운함은 막상 입 밖으로 퍼내고 나자 한결 작아졌다. 그리고 이성이 슬그머니 돌아왔다. 수혁이 자신을 어떻게 볼지.
“김윤조.”
“말씀하십시오.”
부르는 말에 고개를 돌린 채로 대답했다.
“나 좀 봐.”
손이 다가와 윤조의 고개를 반대로 돌렸다. 저항해 봤자 제 목뼈만 다칠 뿐이다. 스르륵 돌아간 고개와 반대로 눈길은 사팔뜨기처럼 내내 다른 쪽을 향했다.
“내가 아줌마한테 먼저 말해서 서운했어?”
“……네.”
“그래서 네가 뭐라고 생각하냐고 화낸 거야?”
“……네.”
“김윤조.”
허탈한 음성엔 웃음기가 섞였다.
“유치한 거 압니다. 그래도 나는 소령님의 배우자인데요. 뭐든 가장 먼저 알아야 하는 의무와 권리가 있습니다.”
“그래 맞아. 내가 잘못했다.”
의외로 상대는 순순히 잘못을 시인했다.
“미안해. 내가 배우자가 생긴 건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어. 앞으로는 무슨 일이든 너한테 먼저 말할게.”
서운함이 완전히 가셨다. 상대의 말 한마디에 널을 뛰는 제 꼴이 우스웠다. 얼마나 멍청하고 한심해 보일까. 굳었던 안면이 스르륵 풀리는데, 쪽팔림이 배가 되어 차마 내보이기 싫었다.
윤조는 몸을 완전히 돌렸다. 그러자 수혁이 곁에 누우며 등을 감쌌다. 허리를 넘어온 손이 윤조의 부푼 손등을 살살 어루만졌다.
“아줌마 상대로 질투할 줄은 몰랐는데.”
“……저도 몰랐습니다.”
광대 언저리가 아직 홧홧했다.
“우리 연두부, 역시 예민하고 섬세하네.”
“네. 누구처럼요.”
툴툴 대자 수혁이 낮게 웃었다.
“귀엽기는.”
“저보고 귀엽다는 사람은 소령님뿐입니다.”
“당연하지. 너한테 대놓고 그러는 놈이 있으면 가만 안 두지, 내가.”
어느새 몸을 일으킨 수혁이 고개를 비틀어 내렸다. 기묘한 각도로 시야를 점령하는 미남 덕분에 윤조는 고개를 돌리고 있기도 민망해졌다.
“화해의 키스라도 할까?”
“그런 건 물어보지 말고 하라…….”
말을 다 하기 전에 상대가 입술을 겹쳤다. 비틀린 각도로 붙은 입술에 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턱이 벌어졌다. 윗니와 아랫니 사이에 생긴 틈을 상대는 기민하게 노렸다. 말랑하고 축축하고, 더불어 집요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붉은 살덩이가 윤조의 안으로 들어왔다.
두 혀가 진하게 맞붙었다. 표면을 더듬는 섬세한 움직임에 설유두가 제각각 반응했다. 따뜻한 봄을 맞아 껍질을 깨트리고 움트는 새싹처럼 입 안의 감각이 돋아났다. 부드러운 접촉이 자잘한 선율을 일으키며 돌아누웠던 몸을 다시 돌렸다.
바로 눕자 등허리에 커다란 손이 들어왔다. 오목한 등골을 매만지던 손길이 이내 새로 지급받은 미 해병용 군복 허리춤 안으로 파고들었다. 새것이라 제법 빳빳한 언더웨어 밴드를 퉁 튕기면서 침입한 손길은 이내 탄탄한 엉덩이 한쪽을 움켜쥐었다. 꼭 굶은 걸인이 갓 구운 빵을 쭉 잡아 찢는 것 같은 다급함도 함께였다.
우악스러운 힘에 저절로 미간이 구겨졌다.
“우……음.”
낮은 콧소리를 냈다.
트리플 S급 에스퍼는 가끔 본인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잊는다. 아니 알면서 일부러 그러는 쪽일지도. 그를 위해 설계되고 그를 위해 움직이기 시작해서, 이제는 기꺼이 그를 위해 다리를 벌리는 가이드의 강화된 신체라도 그런 힘으로 움켜쥐면 자연히 손상이 간다.
고개를 돌려 키스를 끊은 윤조는 상대를 불만스럽게 응시했다.
“아…… 아픕니다…… 읏. 멍들어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완전히 씹어먹고 싶은 걸 간신히 참는 중이야. 그러니까 너도 좀 참아, 산채로 잡아먹히는 것보다는 멍이 낫잖아.”
그렇게 말하는 강수혁의 홍채에 오팔색 빛이 일렁였다. 윤조는 고개를 들어 아래를 슬쩍 확인했다. 활동성 보장을 위해 넉넉한 품을 자랑하는 에스퍼용 군복 가랑이에 어느새 텐트가 설치되었다. 두꺼운 기둥 하나로 세운 삼각형 텐트는 1개 소대가 이용할 만큼 거대했다.
이번만큼은 윤조도 소름이 돋았다.
“왜…… 왜 이렇게 흥분한 겁니까?”
“흥분 안 하게 생겼어?”
홍채가 위험천만하게 일렁이는 것과 달리 강수혁의 목소리는 낮고 느긋했다. 그래서 더 위협적이었다.
“네가 말했잖아, 내가 이래 보여도 섬세하다고. 웬만한 드라마도 뺨치고 갈 출생의 비밀이 방금 까발려진 데다가, 평생 원망했던 사람은 알고 보니 미워하기도 미안하고. 유일하게 믿는 구석은 갑자기 화를 내더니 다른 사람이랑 먼저 얘기해서 질투 났다고 그러고.”
에스퍼의 고개가 내려오더니 더운 숨이 윤조의 귓바퀴를 달궜다.
“인간이라서 기쁜데, 한편으로 시체가 낳은 애라 좀 심란하고, 빌어먹을 꼰대 때문에 다채롭게 빡치고. 그런 상황에 네가 미치게 귀엽게 굴잖아.”
“그래서……요?”
“나가서 섬 하나 엎을까? 아니면 너 하나 잘 발라먹고 치울까.”
수혁이 열이 올라 마르고 갈라지는 음성으로 속삭였다.
“제 의견이 의미 있습니까?”
“아마도…… 아닐걸?”
“그럼 묻지 말고 하십시오.”
아까도 같은 말을 했고, 덕분에 후끈한 분위기가 갑자기 심각한 사안으로 변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머쓱한 눈길로 제 위를 점한 수혁을 흘끔 보았다. 똑같은 생각을 했는지, 수혁의 입매가 미묘하게 굳었다.
“이번엔 합시다. 일단 하고 얘기해요.”
“좋아.”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수혁은 윤조의 바지를 속옷과 함께 벗겨 냈다. 윤조도 가만히 있는 건 아니었다. 손을 뻗어 수혁이 입고 있는 바지의 철제 단추를 풀고 묵직한 지퍼를 내렸다. 똑같지만, 치수가 다른 속옷의 밴드를 당겼다. 곧바로 거대한 기둥이 퉁 튀어 올랐다.
꿀꺽.
“……어째 평소보다 커진 것 같습니다?”
“커진 거 맞을 거야. 느낌이 그래.”
“아직도 터트릴 포텐셜이 남아 있다니…….”
새삼 감탄했다.
선단에 축축하게 젖은 상대의 성기는 인접한 윤조의 것과는 크기도 생김새도 확연하게 달랐다. 일반인을 중심으로 2퍼센트 정도 갈라진 탓일까. 아니면 윤조가 미처 확인하지 못한 80억 인구 중에도 저런 위용을 자랑하는 성기 소유자가 있을까.
“젤이 없는데. 아까 챙긴 건 산에 두고 왔고.”
묵직한 성기의 뿌리를 잡은 수혁이 읊조렸다.
“그냥 해도 될 겁니다…… 아마도.”
“그럼 내 연두부 다치잖아.”
당장 씹어먹지 않으면 섬 하나 엎겠다고 선언한 에스퍼치곤 퍽 다정했다. 상대가 머뭇거리는 사이 윤조가 먼저 움직였다.
“일단 적셔나 봅시다.”
“어떻…….”
수혁의 말이 도중에 끊어졌다. 혀 전체를 써서 딱딱한 귀두를 아이스크림콘처럼 핥은 윤조는 이번엔 귀두를 삼켰다. 워낙 크고 거대하기에 전체를 한 번에 적시긴 힘들었다.
물소리를 내며 윤조는 핏줄이 불거진 우람한 성기를 정성껏 빨았다. 타액이 모자랄 땐 일부러 목 깊은 곳까지 성기를 빨아들여 딱딱한 선단으로 목 안쪽 부드러운 천장을 자극했다. 입안이 금방 흥건해졌고, 성기는 끝에서부터 뿌리까지 조금씩 젖었다.
구음에 자극을 받은 성기는 선액을 울컥 터트렸다. 타액과 섞인 그것은 딱딱한 기둥을 타고 아래로 주르륵 흘러내렸다.
“후. 이 정도면 앞부분은 들어갈 겁니다.”
성공적으로 행위를 마친 윤조는 손등으로 입가를 닦았다. 등을 대고 누우며 다리를 벌려 상대가 제 안으로 들어오기 쉬운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수혁은 윤조의 의도대로 따라 주지 않았다.
“이걸로 모자라. 엎드려.”
“예?”
한 손으로 가볍게 밀쳐졌을 뿐인데, 몸이 공중에 뜨더니 180도 빙글 돌았다. 상대의 염력이었다.
엎드린 채 침대에 안착한 윤조의 뒤로 수혁이 다가왔다. 그는 윤조의 상체를 누르고 엉덩이를 치켜세웠다. 후배위는 얼굴이 볼 수 없어 별로 선호하지 않지만, 부담이 가장 적은 자세기도 했다. 베개를 끌어안고 마른 구멍에 닿은 충격을 기다릴 때였다.
엉덩이가 한 뼘 정도 더 올라갔다. 탄탄한 살덩이에 수혁의 두 손이 닿았다. 그는 은밀한 부위가 보이도록 윤조의 엉덩이를 활짝 벌렸다. 박기에 수월한 자세는 아니었다. 베개에 묻었던 고개를 비틀어 들었다.
“뭐 하십……!”
도중에 목구멍이 턱 막혔다.
윤조가 소리 없는 비명을 내지르는 사이 수혁의 혀가 마른 구멍을 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