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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그랑주 포인트-111화 (188/256)

111화

젤에 젖은 성기는 단숨에 입구를 벌리면서 끝까지 들어갔다. 사방으로 벌어진 흰 사지가 꼬챙이에 꽂힌 벌레와 같이 버둥거렸다.

“으……우읍.”

두부 빛깔 미간에 깊은 주름이 생겼다. 점점 옅어지는 듯한 눈썹은 앞머리가 위로 치솟았고, 반대로 양 끝은 저 아래로 추락했다. 홉뜬 눈매 속 동공은 자리를 못 찾은 채로 흔들렸고, 벌어진 입술은 약한 경련을 일으켰다.

구속되지 않은 혀가 묶인 팔다리를 대신에 수혁을 밀어냈다. 매끈하고 부드러운 살덩이가 거칠게 움직일 때마다 입 안 점막에 야릇한 자극이 번졌다. 하지만 수혁을 아찔하게 만든 건 깜찍한 반항을 저지르는 혀가 아니었다.

망할 놈의 태평양 합동 훈련에 참여할 때부터 수혁은 제대로 해소한 적이 없었다. 배에서 입으로 한 건 턱도 없었고, 안가에선 제대로 풀기 전에 픽 식어 버렸다. 에너지가 응축된 마그마 웅덩이가 하체에 생성되는 중에, 반쯤 돌아 버린 연두부가 제대로 선을 넘었다.

축축하고 뜨거운 내부는 기억보다 훨씬 좁았다. 부푼 기둥 전체에 가해지는 압박감이 너무 세서 끊기는 줄 알았다. 자연스럽게 턱 근육에 힘이 들어갔다. 수혁은 팔다리에 힘을 주어 상체를 일으키고 고개를 들었다.

“너…… 풀었다면서?”

“우……으!”

아래 깔린 남자를 향해 으르렁댔으나 돌아오는 건 뭉그러진 발성뿐이었다. 벌어진 입술이 바들거리면서 타액을 흘렸다. 아까부터 반쯤 돌아있던 녀석의 눈빛에서 총기(聰氣)가 빠르게 사라졌다.

구속을 풀었다. 그러자 베개 옆에 처박혀 있던 상대의 양손이 대뜸 공중을 갈랐다. 하나는 단단한 주먹이 되어 수혁의 광대를 강하게 가격했다.

뻑!

고개가 돌아가는 동시에 다른 한 손은 수혁의 뒤통수를 그러잡아 잡아당겼다. 고개가 아래로 푹 꺾이는 순간 입술을 비집고 혀가 침범했다.

축축한 살덩이가 혀와 점막을 휘저으며 유린하는 사이 똑같이 구속이 풀린 탄탄한 다리가 수혁의 허리에 감겼고, 상대의 발목은 이쪽 등골 바로 위에서 교차하여 단단하게 걸렸다. 구속을 풀어 주기가 무섭게 주도권을 내어놓으랍신다.

수혁의 움직임을 구속한 수단은 그뿐이 아니었다.

“……!”

빈틈없이 맞물려서 움직이기도 버거운 기둥을 숫제 쥐어짰다. 단순한 삽입으로도 정신이 아찔했던 수혁은 숫제 꼭지가 돌려고 했다.

반사적으로 손으로 놈의 엉덩이를 붙들었다. 골반을 움직여 조임이 느슨해지게 하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 엉덩이를 건드릴 때마다 김윤조는 더 강하게 조였다. 이대로 가다가는 물건째로 뜯겨 버릴지도 몰랐다. 혀의 사정도 별반 다르진 않았다.

떼어 내기를 포기했다. 공격을 회피하는 복싱 선수처럼 상대를 향해 전신을 내던졌다. 육중한 무게를 고스란히 받아 낸 상대는 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코만으로는 모자란 숨을 다 채울 수 없었는지, 이내 빨판 같은 입술이 떨어졌다.

“허억…… 허억.”

누구랄 것도 없이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어느 정도 호흡을 고른 후 김윤조는 승부 욕으로 번들거리는 눈깔을 건방지게 떴다. 너무 기가 막혔다.

“지금 싸우자는 거야?”

“소령님이 시비 걸었잖습니까.”

“내가 언제?”

“능력을 썼잖아요.”

“그건 네가 내 물건을 물어뜯으니까 그렇지. 어디서 그런 변태 짓을 배웠어? 어?”

“이를 세우라고 해서 세운 것뿐입니다만.”

“그건 아니지. 삐져서 일부러 깨물었잖아.”

두부 놈이 갑자기 눈을 날카롭게 떴다

“삐지다니요. 말씀 그렇게 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변태 짓은 소령님이 더 하신 것 같은데요. 굳이 영상물을 가지고 싶다니. 그거 관음증입니다.”

딱딱한 말투에서 노여움이 묻어났다.

“과…… 관음증?”

“예. 스토킹도 모자라서 관음증까지. 하여간 소령님은 가지가지…… 헉!”

따발따발 잘도 지껄이던 입이 갑자기 조개처럼 다물렸다. 수혁이 결합 부위를 꾹 누른 탓이었다. 망할 두부 새끼의 입을 닥치게 하는 덴 이만한 것이 없었다.

우람한 기둥은 뿌리 인근까지 사라졌다. 하지만 아직 더 집어넣을 것이 남아 있었다.

“웃.”

하얀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이내 수혁의 목에 양팔이 다 감겼다. 거구의 에스퍼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가늘어도 남자 평균 이상은 되는 튼튼한 허리가 들뜨고 매끈한 엉덩이 골이 푹 패였다.

완전히 벌어진 구멍이 팽팽해졌다. 하지만 피는 나지 않았다. 무엇보다 수축하는 느낌이 났다. 이 상태에서도 조인다는 말은, 아직 여유가 있다는 뜻이겠지.

“너무…… 너무 깊습니…… 헉.”

그를 증명하듯 김윤조가 또 입을 놀렸다. 말을 할 수 있다니. 아직 한계가 되려면 멀었다.

“더 들어갈 거야.”

“미…… 미쳤습니까? 찢어집니다.”

“안 찢어져. 나를 믿어.”

“아니…… 믿을 사람이 없어서 소령님을…… 아!”

천천히 더 밀어 넣었다. 걱정이 가득한 얼굴이 곧 천장 쪽을 향했다. 고무줄처럼 팽팽해진 입구 근육이 수혁의 분신을 끊어먹으려고 들었다. 덩달아 수혁의 미간도 일그러졌다. 드물게 식은땀이 나려고 들었다.

조금만 더 들어가면 완전히 들어갈 수 있다. 딱 1센티미터 정도만 더. 쩍쩍 달라붙는 내벽을 가늠하면서 조금씩 안쪽을 비집고 들어갔다. 그때 턱 막혔다.

“음?”

막판 진입을 멈추었다. 음경 끝이 무언가에 닿았다. 탄력적인 벽 같은 것이 있었다.

“뭐지? 혹시 너 젤만 아니라 이상한 물건이라도…….”

“으아악!”

두부가 별안간 우악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우…… 움직이지 마십시오!”

얼굴이 하얗게 질린 김윤조는 물에 빠진 맥주병처럼 수혁에게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왜 그래?”

“으…… 이건 아니에요. 더 넣지 마십시오. 저, 죽을 겁니다. 더는 안 돼요.”

풍선에서 빠지는 바람처럼 기묘하게 꺾이는 목소리에서는 다급함과 두려움이 물씬 풍겼다.

희한한 반응을 보면서 수혁은 문득 그렇고 그런 지식이 떠올랐다.

“혹시 남자가 느낀다는 그건가?”

그에 김윤조는 아랫입술을 말아 물고서는 수혁을 엄청나게 사납게 노려봤다. 반응에서 힌트를 얻은 수혁은 일부러 그 부위를 꾹꾹 눌렀다. 그럴 때마다 거창한 반응이 터졌다. 목덜미에 감긴 상대의 손이 거구의 광활한 등짝을 철썩철썩 두드렸다. 레슬링에서 항복을 외치는 수신호였다.

더 몰아붙이고 싶지만, 두부가 제풀에 뭉그러질 것 같아서 압박을 약간 늦추었다.

날숨을 거칠게 터트린 김윤조의 눈빛은 활활 불타다 못해 조만간 레이저 빔이라도 나올 기세였다.

“남자가 느끼는 곳이라면 전립선…… 말씀하시는 모양인데. 무슨 전립선이 그만큼 깊은 곳에 있습니까? 그건 다른 거란 말입니다.”

항의하는 목소리가 덜덜 떨렸다. 붉은 눈꼬리에 눈물도 맺혔다.

“전립선 아니면 뭔데?”

“모르시는 거면 앞으로도 몰라도 됩니다. 그리고 섹스하다가 장 파열로 인큐베이터 신세가 되고 싶지 않으니 자중하십시오.”

눈물에 젖은 채로 따지고 드는 걸 보니 더 건드리고 싶어졌다.

“자중하고 싶은데 네가 선을 너무 세게 넘어서 말이야. 일단 노력은 해 볼게.”

“그게 무슨……!”

두부가 또 괜한 말을 하기 전에 움직였다.

한껏 뒤로 빼자 상대가 가볍게 진저리쳤다. 떨림이 가시지 않은 몸을 단숨에 끝까지 꿰뚫었다.

“아윽!”

높은 신음성이 터졌다. 다시 한번 뺐다가 깊은 곳까지 다시 돌진했다. 그럴 때마다 김윤조는 절실하게 반응했다. 가지런한 눈썹이 일그러지고 말랐던 이마가 다시 물기로 젖기 시작했다.

살이 붙었다가 떨어지고, 다시 물기 어린 마찰음과 함께 기둥과 내벽이 비벼졌다. 깊은 곳을 두드릴 때마다 김윤조는 죽을 것처럼 버둥거렸다. 하지만 수혁을 밀어내진 못했다. 오히려 밀어낼 생각이 없어 보였다. 도리어 수혁이 뒤로 물러날 때마다 붙잡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 바람에 외부로 나와서는 안 되는 붉은 살이 에스퍼의 기둥에 달라붙어서는 입구 언저리까지 넘보았다.

“아……읏…… 허윽!”

움직일 때마다 짧은 헛바람이 터지기도, 혹은 긴 비명이 나오기도 했다. 달뜬 숨은 때때로 수혁이 먹어 버렸다.

짧은 머리카락이 베개 위에서 정신없이 흔들렸고, 뒤이어 갓 성형한 두부처럼 하얀 피부에 붉은 열꽃이 번지기 시작했다.

절정은 불시에 찾아왔다.

“아.”

김윤조는 수혁의 아랫배에 흰 점액질을 뿜어냈다. 야한 냄새가 후각 신경을 강하게 자극하는 바람에 수혁 또한 절정에 닿았다. 전신을 굳히면서 김윤조의 안에 제 흔적을 흩뿌렸다.

“후으…… 하아.”

이쪽의 절정을 눈치챈 김윤조는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뭔가 또 말하려고 들었다. 하지만 수혁은 한번 하고 났더니 도리어 본격적으로 타올랐다. 혀를 핥으며 제 흔적에 젖은 기둥을 다시 꾹꾹 눌렀다.

“흐억!”

김윤조가 기겁했다. 상황을 재빠르게 판단한 그는 얼른 수혁에게 매달렸다.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몸통에 단단히 매달리지 않으면 폭풍 같은 행위에 아주 만신창이가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아주 짧게 여운을 즐기고 바로 2차전에 돌입했다.

거친 행위가 이루어지는 사이 킹사이즈 침대가 조금씩 제 위치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둘 중 누구도 침대가 움직이는 걸 알아채지 못했다. 그럴 이성이 남아 있지 않았다.

2차전이 3차전이 되고, 3차전이 끝나기 무섭게 4차전이 이어질 때였다.

고요했던 장교 아파트 곳곳 베란다에 불이 들어오더니 누군가가 창을 벌컥 열고 소리쳤다.

“이 야밤에 누가 쿵쿵 뛰는 거야!”

분노가 가득한 고함에 이어서 다른 외침도 이어졌다.

“잠 좀 자자!”

“아주 아파트 무너지겠네!”

“개자식들아! 너희만 사냐!”

밤잠을 설친 장교들이 항의성을 이어 갔다. 하지만 진동은 계속되었다. 나중에는 성난 대령 하나가 복도를 뛰쳐나와 어느 집이 이렇게 뛰고 있는지 색출하기 시작했다. 이내 다른 장교들도 합류했다.

게이트를 담당하는 현역 군인답게 조직적으로 움직인 그들은 진동의 근원지를 금방 찾아냈다. 1층 가장 끝호이자 준위 김윤조의 숙소임을 확인한 장교들은 누구 하나 감히 초인종을 누르지 못한 채로 새로 바꾼 문을 바라봤다.

어쩐지 김치찜 집에 나란히 나타났다 하더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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