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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그랑주 포인트-110화 (187/256)

110화

“야, 너 변태 같아.”

“그렇습니까?”

나름대로 항의였는데 김윤조 새끼는 또 멀뚱하게 정색했다. 그러면서도 얼굴을 수혁의 샅에 비비는 걸 멈추지 않았다.

상황이 너무 버거운데 한편으로 너무 좋아서 그만하라고도 하지 못했다. 수혁은 마치 첫날밤을 맞이한 새색시처럼 침대 시트만 잡아 뜯었다.

“트라우마 걸리면 원래 이래? 막 갑자기 사람이 변하고 막…….”

“글쎄요. 제 생각은 좀 다른데요.”

거기 위로 입술을 비비면서 말하지 말라고! 이 미친 변태 놈아! 수혁의 외침은 소리 없는 비명에 잠겨 버렸다.

“소령님도 이랬습니까?”

“……뭘?”

손등으로 입을 누르고 간신히 대답했다.

“처음 저한테 성욕을 느꼈을 때 말입니다. 그냥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씹어먹고 싶은 충동이 들었습니까?”

당시엔 수혁도 그랬다. 그냥 충동을 주체하지 못했다.

희멀건 새끼를 어떻게든 하고 싶은 욕망이 너무 거세서 꼭지가 돌아 버렸다고 해야 하나. 이성을 반쯤 잃고 움직였고 정신을 차려 보면 김윤조는 대형 트럭에 치인 사람처럼 전신이 다 망가져 있었다.

‘비……슷하긴 한데.’

곧이곧대로 그렇다고 하지는 못했다. 속옷에 눌려 반원형으로 부푼 성기 위에서 감도는 입술이 불안했다.

“대답 안 하십니까?”

“뭐…… 아니라고는 할 수 없는데.”

물건에 대한 강한 위협이 수혁을 일으켜 세웠다. 이대로 두었다가 김윤조가 성기를 물어뜯기라고 한다면, 곤란하다. 아픈 게 문제가 아니다. 재생력이 멀쩡하니 추후 문제가 있을 거란 걱정도 없다.

다만 제 성기 피가 묻은 입술에 키스할 만큼 비위가 강하지 못했다. 거기다가 나중에 김윤조의 이성이 돌아왔을 때 얼마나 지랄발광할지가 더 우려스럽다.

“그렇군요. 그래서 당시 저를…… 이제 알겠습니다.”

“이해해 줘서 참 고마운데. 계속 그러고 있을 거야?”

‘그러고 있으니까 정말 고추에 미친 놈 같아.’라는 말은 굳이 하지 않았다.

“아니요. 이제 빨 겁니다.”

이런 답도 없는 또라이 새끼. 하지만 말릴 생각은 없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김윤조는 수혁의 속옷을 끌어 내렸다. 강한 발기 상태였던 성기는 퉁하고 솟아올랐다. 트리플 S급 해면체의 강도는 셌고 그만큼 튕기는 속도도 빨랐다. 귀두가 가까이에 있는 김윤조의 코를 때렸다.

얻어맞은 놈이 까만 바둑알 같은 눈알을 희번득 굴렸다. 그러곤 느릿느릿 반응했다.

“아……야.”

심장이 폭발할 뻔했다. 아니 폭발했다. 아니면 뇌혈관 어디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것 같기도 했다. 뒷덜미와 콧등에 피가 확 쏠렸다. 심각한 자극에 뇌압에 높아지는 바람에 시야도 아찔했다.

“이…… 미……친 새끼.”

이성이 서서히 흩어지기 시작했다.

찌지직.

수혁이 잡아챘던 침대 시트가 악력을 이기지 못하고 찢어졌다. 그걸 보고서도 김윤조는 입꼬리를 올렸다. 느슨해진 입매가 살짝 돈 눈빛과 얄밉도록 잘 어울렸다.

“회복력이 아주 좋으시네요.”

상대는 수혁의 상태를 뻔히 잘 알면서도 일부러 그렇게 평가했다.

“신체를 말하는 거야? 아니면 심리 상태를 말하는 건가?”

“흠, 둘 다 말입니다.”

입술이 기둥에 닿을 거리에 있어서 말할 때마다 습한 기운이 끼쳤다. 야릇하고 간지러웠다. 덕분에 뇌 내 미세혈관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지고 있다.

사람이 살다 보면 심한 충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손발이 벌벌 떨린다고 한다. 상투적인 과장인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현실에 입각한 적확한 묘사였다. 수혁의 손끝엔 이미 지진이 난 지 오래고 발끝도 신경이 날뛰었다. 물론 심장을 비롯한 폐와 간, 위장 같은 주요 장기는 벌써 지진 단계를 넘어서서 종말급 재난에 시달렸다.

이젠 끌어모을 이성도 없다. 가만히 있는 건 솔직히 이 돌아 버린 연두부 새끼가 어디까지 하나? 지켜보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기왕 선을 넘을 거면 아주 막 넘어라. 그렇게 되면 이쪽에서 어떻게 나가든 나중에 따지고 들 명분이 없을 테니.

함정을 파고 기다리는 줄도 모르는 상대의 행동은 기대대로 점점 더 대담해졌다. 검지 하나를 걸쳐 남색 속옷을 끌어 내린 김윤조는 공중으로 우뚝 솟은 기둥에 광대를 슬쩍 대고는 일부러 수혁의 안색을 살폈다.

무슨 생각인지 샐쭉한 표정을 지은 그는 드디어 망할 놈의 혓바닥을 내었다. 뾰족하게 만든 붉은 살덩이는 기둥의 뿌리 부분에 먼저 닿았다. 간지럽고 뜨겁고 축축했다.

기억과 함께 수치심을 갖다 버린 상대는 길고 두꺼운 기둥을 아주 맛나게 핥아 댔다. 누가 보면 아주 꿀 사탕인 줄 알 거다. 물론 크기는 사탕 따위와 비교할 수 없지만.

“간지러워.”

“그럼 이를 세울까요?”

“어디 한번 해 봐.”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입술이 살짝 들리고 하얀 앞니가 나왔다. 매끈한 도자기 같은 법랑 재질이 기둥 표면을 긁었다. 살짝 아픈가? 싶지만 솔직히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솜털 하나 뽑은 정도로 미미한 따끔거림뿐이었다. 하지만 말랑한 입술과 혀의 감촉과 어우러지자 제법 괜찮았다. 부드럽기만 한 케이크 위에 올려진 상큼한 과일이랄까. 혹은 크림소스에 뿌려진 통후추나.

이쪽에 어떤 심산으로 내려다보고 있는지도 모르는 두부 인간은 욕망의 총체를 황홀한 듯 핥고 긁었다. 입술을 대고 빨아들이다가 별안간 놓은 후에 유달리 붉은 살점 위로 이를 세웠다. 툭툭 불거진 혈관을 따라 옅은 굴곡이 진 얇은 껍질이 가지런한 치아에 잘근잘근 씹혔다. 워낙 열심히 핥는 사이 맑은 타액이 기둥을 적셨다.

어느새 상대가 입고 있는 티셔츠 자락 가운데가 불룩 솟아올랐다. 삼각뿔 모양으로 올라온 옷감 꼭대기에 물기가 동그랗게 번졌다. 선액이었다. 야한 냄새가 훅 풍겼다.

그나마 남은 뇌혈관이 빠르게 파괴되었다. 혈관의 파열 속도가 재생 속도를 능가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약간 걱정이 되면서도 한편으로 기대가 부풀었다. 수혁이 이성을 놓게 만든 책임이, 이 망할 연두부 새끼에게 있다. 잠깐, 나중에 또 뇌 바꿔서 기억이 안 난다고 발뺌이라도 하면 어떻게 하지?

“지금도 로그 기록하고 있지?”

“왜요?”

“나중에 필요할 때가 있을 것 같아서.”

환장하게 굴던 놈이 갑자기 정색했다.

“굳이 영상 자료까지 볼 필요 있습니까? 원하시면 언제든 저를 찾으시면 됩니다.”

“그런 게 아니라…… 아니 됐다.”

삐진 듯 잠시 말을 삼가던 연두부가 갑자기 양손으로 수혁의 기둥을 꽉 잡았다. 그러곤 입안 가득 귀두를 덥석 물어 버렸다. 버섯갓을 베어 먹는 곰처럼 꽉 깨물기까지 했다. 고통에 너무 익숙한 나머지 둔감한 다른 신체 부위와 달리 촉각과 통각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부위라 제법 아팠다.

어금니를 꽉 깨물면서 동시에 손 전체를 펴서 김윤조의 옆머리를 잡았다. 머리가 밀리자 김윤조는 오히려 턱에 힘을 주고 버텼다. 치아의 존재감이 살가죽 아래 해면체까지 압박했다.

어설픈 고통은 오히려 자극이다. 적어도 수혁에게는 그랬다. 성기에 가해지는 쓰라림으로 인해 전신이 오싹하게 했다.

“……시발.”

머리를 강하게 움켜잡는데도 김윤조는 기를 쓰고 수혁의 성기를 씹어 댔다. 도대체 뭐가 마음에 안 들어서 갑자기 지랄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선을 넘은 건 확실하다. 거의 장대 높이 뛰기 수준으로 넘었다. 신체 개조를 받은 가이드만 아니라면 올림피언 감이다.

“웁.”

잡힌 두개골이 아프긴 아픈지 희멀건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러면서도 거대한 기둥을 물고 있는 입이 어떻게든 꼭 다물려고 애썼다. 먹이를 문 아귀처럼 보였다.

이런 다채롭게 미친 새끼.

눈썹이 꿈틀거렸다. 자극이 도를 넘어섰다. 이젠 터트릴 뇌혈관도 없다. 하도 파괴와 재생을 반복하다 보니 정수리에 열감이 고였다. 시야에도 검은 노이즈가 끼이기 시작했다. 이 이상 버티다가 정말로 돌아 버리면 곤란하다. 간신히 살려 놓은 두부 새끼를 망가뜨릴 순 없다.

“야, 놔.”

“우…… 우으읍.”

“뭐 때문에 삐진 건지 모르겠는데. 일단 놓는 게 신상에 좋아.”

경고가 먹힐 거라곤 애초에 생각지 않았다. 어디 김윤조가 그렇게 쉽게 움직일 위인인가. 역시나 성기는 더 아프기만 했다. 이러다가 정말로 귀두가 석둑 잘릴 수도 있다. 다시 말하지만 그건 여러 가지 의미로 사양이다.

하는 수 없이 능력을 사용했다. 아주 섬세하게. 집중해서 김윤조의 턱을 조금 벌렸다. 역시나 기둥에는 옅은 핏자국이 흘렀다. 미친 새끼. 어딜 물어뜯어?

저항하던 놈은 투명 재갈을 문 사람처럼 입을 벌린 채로 공중에 둥둥 떴다.

“아…… 우…… 어악.”

마음에 들지 않은 지 역정을 내는 놈을 침대 위에 얌전히 안착시켰다. 물론 사지에 투명 줄도 걸었다. 처음에는 거칠게 몸을 뒤틀더니 수혁이 사지로 기어서 다가가자 서서히 얌전해졌다.

활짝 벌어진 허벅지 앞에 자리를 잡은 수혁은 내내 입고 있던 군용 티셔츠를 위로 훌렁 벗어 냈다. 김윤조 덕분에 열이 오른 몸에선 옅은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우……으.”

바보처럼 입을 벌린 놈이 뭐라고 말하려 들었다. 까만 눈에 기대감과 함께 공포가 스쳤다.

“미친놈처럼 굴 때는 언제고 이젠 겁나?”

수혁의 질문에 김윤조는 시선을 내리깔았다. 덩달아 내려간 수혁의 눈길에 오똑 선 성기가 보였다. 하지만 거기에 신경을 쓸 때가 아니었다.

손을 내려 본론부터 확인했다.

입구를 문지르자 김윤조의 눈이 커졌다. 거기에 그런 것이 있었냐는 듯이, 눈을 홉뜬 그는 다시 몸을 뒤틀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아니 놀랍진 않나? 아까부터 하고 있었으니. 김윤조의 입구는 이미 젖어 있었다. 얼마나 문지른 건지 살짝 부풀어 있기도 했다. 성욕이 가져오는 열기만으로는 결코 이렇게 될 수 없다. 수십 번 몸을 겹친 경험이 그렇게 말했다. 이건 윤활제를 쓴 거다.

수혁은 침대 밑을 살폈다. 사용한 흔적이 있는 튜브가 눈에 보였다. 알아서 둥둥 떠오는 그것을 낚아챈 후 일말의 지체도 없이 제 성기 위로 쭉 짰다.

수혁은 이미 벌어진 김윤조의 다리를 제 허벅지 위에 올렸다. 상체를 숙이자 엉덩이가 말려 올라가면서 입구가 적나라하게 벌어졌다. 물어뜯겨서 잔뜩 성이 난 귀두를 입구에 대고 속삭였다.

“이거 네가 잘못한 거야.”

내내 벌어진 김윤조의 입 안에 자리 잡은 혀가 움찔거렸다. 아주 맛있어 보였다. 수혁은 똑같이 입을 벌린 채로 고개를 숙였다. 틀어진 고개가 알맞은 각도로 맞물리는 순간 움찔거리는 입구를 향해 거칠게 돌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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