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화
최정을 상대로 성질을 부린 장선욱은 도로 함상으로 올라갔다. 원래부터 빠르게 귀환하기로 얘기가 되어 있던 건지, 수송기는 벌써 보급을 끝내고 이륙 준비 중이었다.
수직 이착륙용 프로펠러가 돌아가면서 거센 바람이 몰아쳤다. 수송기에 다가가기 전 장선욱은 최정을 돌아봤다.
“귀환용 수송기를 보내려고 했는데 말이야. 이 함장 꼴을 보니 안 되겠어. 그냥 이 배를 타고 와. 우리가 먼저 돌아가면 당연히 사건 청취를 먼저 시작할 텐데 그러면 이 함장이 너무 곤란해지니까. 입항 전에 저쪽도 나름대로 변명을 만들 시간을 줘야지. 여기에 우리 측 장비도 있고 말이야. 나이도 많은 양반을 저 지경으로 쯧. 해군 전체가 난리칠 테니 최대한 늦게 들어와. 이 함장이 지랄하더라도 어느 정도 받아 주고.”
“예, 알겠습니다.”
“돌아올 때만큼은 얌전하게 있자고.”
“알겠습니다.”
최정이 대답했으나 장선욱은 별로 믿지 못하는 기색이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그는 바로 수송기에 올랐다. 이륙한 수송기가 멀리 사라진 후에야 최정은 이마에 댔던 손을 내렸다.
함 내로 들어온 최정은 심나연의 선실로 향했다. 가는 중에 누가 뒤에서 말을 걸었다.
“왜 혼자야? 꼰대 벌써 갔어?”
심나연이었다. 아직도 알로하 셔츠를 입고 있는 꼴을 보고 최정은 낮게 한숨 쉬었다.
“어.”
“뭐래?”
“수송기 없으니 배 타고 돌아오래.”
“우리 쟤들이랑 전투했거든. 지금 사방에서 날아오는 살벌한 시선 안 느껴져?”
그 말에 최정은 사방을 돌아봤다. 수십 명은 되는 수병들이 이쪽을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별 탈이 없을 거지만 괜히 찔끔했다.
“우리 장비 있잖아. 챙겨야지.”
“그거 개망나니 시키면 바로 실을 수 있는데 왜 수송기를 안 보낸대?”
심나연은 정말로 궁금한 기색이었다.
“몰라.”
길게 설명할 수 있음에도 최정은 대충 대답했다.
“꼰대 빡쳤네. 완전히 빡쳤어.”
“너 같으면 화 안 나겠냐? 제주도가 이 꼴이라 합동 훈련도 다 파투 난 상황에. 이건 사건을 빌미로 해군에서 작정하고 특작부 해체 시키려 들 텐데. 에스퍼-가이드 무용론을 내세우겠지.”
드물게 최정이 역정을 냈다. 심나연이 입을 다물었다.
각 군은 예산을 놓고 치열하게 싸워 왔다. 10년 전만 해도 특작부는 그저 형태만 유지한 특수군이었으나, 서울 사건 이후로 급격하게 몸집을 불렸다.
국가의 지원이 무한정한 건 아니다 보니, 필연적으로 타 군의 예산을 삭감하고 특작부에 몰아주는 경우가 잦아졌다. 그 과정에서 갖은 알력 싸움과 정치적 공방이 이어졌으나, 에스퍼에 대한 국민적 믿음과 지지 덕분에 결과적으로 특작부에게 유리하게 돌아갔다.
하지만, 특작부라고 마냥 지지를 받는 건 아니었다.
군용 자산은 언제든 100퍼센트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터질 때 안 터지고 터지지 말아야 할 때 터지는 위험한 무기는 적군보다 더 치명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신뢰도가 떨어지는 에스퍼의 소용에 관해서 군 내에선 많은 이견이 존재했다.
뜨거운 감자는 단연 강수혁이었다.
굉장한 능력을 보유했다고는 하나, 마땅한 실전 활약이 없었기에 주변국들에 의해 ‘한국군의 뻥카’로만 여겨지던 그가 어마어마한 화력을 과시하며 G형 게이트 타파의 주역이 되었다. 구세주의 출현에 국민은 감격했다.
무수한 인명 피해를 낳은 G형 게이트 이후로도 강수혁이라는 존재가 주는 안정감에 힘입어 국민은 사건의 슬픔을 흡수하고 다시 일어섰다. G형 게이트에게 수도를 직격당하고도 국력을 회복한 유일한 나라로서 국가의 세계적인 입지도 상당해졌다.
하지만 정작 강수혁이 변했다.
원래도 반골 기질은 있었어도 고향과도 같은 군에 상당히 협조적인, 그저 평범한 전투 장교였던 그가 G형 게이트 발발 이후로 협조성이 아예 떨어지고 오히려 테러리스트에 가까운 행보를 보였다. 갑자기 변한 이유를 아무도 몰랐다. 어쨌거나 장선욱은 필사적으로 커버했다.
그러나 모든 이의 눈과 귀를 막을 수는 없는 법이었다.
원래부터 특작부를 곱게 보지 않던 타 군에서 강수혁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면서 여러 방면으로 압박을 시작했다. 8년간 비약적으로 발달한 대(對) 게이트 무기와 각 군에서도 개별 운용하기 시작한 에스퍼 부대를 빌미로 강수혁 대체론도 심심찮게 거론되었다. 그러는 중에도 강수혁은 계속 사고를 쳤고 장선욱 선에서도 커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가이드 프로젝트를 밀어붙인 거였다.
처음에는 반대했던 최정과 심나연도 결국 설득에 넘어갔다. 서울 사건 당시 직급의 한계로 알지 못했던 정보를 장선욱을 통해 들은 탓이었다.
“그래도 이번엔 인명 피해가 안 났잖아. 김윤조 명령도 고분고분 따랐고. 명백하게 가이드 효과야.”
“그걸 알아도 공개적으로 밝힐 순 없잖아. ‘수십만 명을 증발시킨 놈이 이제는 사람을 안 죽입니다. 등짝에 핵폭탄 달고서도 명령을 개똥으로 알았던 놈인데 이제는 말도 좀 들어주고 합니다. 그러니 가이드 프로젝트는 완벽한 성공이에요.’라고 어떻게 얘기해?”
답답한 마음에 최정은 절대로 발설해서는 안 되는 특작부 최대 기밀 사안을 입에 올렸다. 심나연은 즉시 그의 무릎을 찼다. 다행히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미쳤어? 입조심 안 해? 너까지 정신 조작 당하고 싶어?”
심나연이 나직한 목소리로 최정에게 경고했다. 최정은 잘못을 깨닫고 입에 지퍼를 채우는 시늉까지 했다.
“돌아가는 동안이라도 개망나니가 가만히 있기나 바라.”
심나연의 말에 최정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물었다.
“강 소령은 뭐 하고 있어?”
“머리 아프다고 징징대더니 꼰대 도착하자마자 자기 선실로 튀어갔어.”
최정의 물음에 심나연이 대답했다.
“김 준위랑 같이?”
“당연하지.”
“당분간 그쪽으론 얼씬도 하지 말아야겠네.”
“물론.”
간단하게 상황 청취를 끝낸 최정은 제 장비를 챙기기 위해 심나연의 선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막상 목적한 선실의 주인이 다른 방향으로 향했다.
“지금 네 선실로 가는 중인데 너는 어디 가는데?”
“이동형 인큐베이터 점검하려고. 조만간 쓸 거잖아.”
강수혁이 김윤조를 데리고 선실로 돌아갔으니 쓸 일이 있을 거다.
“내 선실 문은 열려 있어. 함대 측에서 닫지 못하게 하거든.”
두 대령은 조용히 고개만 끄덕이고 각자 갈 방향으로 사라졌다.
* * *
“읍…… 욱!”
밑에서 치받은 거대한 힘에 떠밀린 신음은 윤조의 입 밖으로 터지지 못한 채 목 안에서만 굴렀다. 꾹 말아 다문 입술은 내내 상대의 어깨에 붙어 있었다.
윤조의 가랑이 사이 급소를 파고든 남자의 말뚝은 성난 황소와 같은 기세로 중력을 세차게 거슬렀다.
퉁!
“읍!”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힘을 받을 때마다 등에 부딪힌 벽이 울렸다. 덩달아 상대의 양팔에 걸쳐진 다리가 덜렁였다.
성인이 된 이후로, 아니 의무 교육을 받기 시작한 이래로 누군가에게 이런 식으로 안긴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꼭 어미에게 매달린 새끼 원숭이 같았다.
두 팔과 다리만으로 상대의 몸통에 매달리는 자세는 생각보다 훨씬 불안정했다. 엉덩이를 받쳐야 하는 상대의 팔이 두 오금에 걸려 윤조의 다리를 벌리기에만 급급한 탓일지도 모른다. 허술한 지지에도 불구하고 떨어지지 않은 건 윤조의 중심에 꽂힌 거대한 음경 때문이었다.
퉁! 퉁!
아기처럼 안긴 자세로 삽입당하는 내내 상대의 어깨에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땀이 삐질삐질 흘렀다. 평소라면 붙은 살이 미끄러져 버티기가 훨씬 버거웠을 텐데 마침 상대는 내피를 아직 입고 있었고 윤조도 마찬가지였다.
상, 하의가 분리되는 상대의 내피와 달리 홀인원인 윤조의 내피는 민망하게도 가랑이 사이만 넓게 찢어진 상태였다. 다 변태 새끼의 급한 성격 탓이었다.
“아…… 흡.”
아래에서 거대한 힘이 치받고 올라올 때마다 내장이 목구멍으로 솟구칠 것 같았다. 흉통에 압박이 상당했다. 폐는 물론이거니와 심장에도 무리가 가려고 했다.
소리를 죽이기 위해 상대의 어깨를 잘근잘근 깨물던 윤조는 결국 고개를 들었다.
“조…… 조금만 천천히.”
“후. 말하면 안 된다며.”
고개를 든 김에 윤조는 온 함선에 섹스 중임을 광고하는 뻔뻔한 변태 새끼를 노려봤다.
밖에 기척이 날까 봐서 우려해서 한 말이었다. 멀쩡한 침대를 두고 일부러 윤조를 안아 들고 박으면서 굳이 벽을 텅텅 쳐 대는 인간이 곱씹을 대사는 아니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잘 아는 강수혁은 얄밉게도 실실 쪼갰다. 그러면서도 윤조의 불평을 무시하지 않고 속도를 조금 늦추었다.
그렇지 않아도 거대한 양감 덕분에 숨이 턱턱 막혔다. 삽입이 느려지는 이제 숨을 좀 돌리려는 찰나였다.
“하…… 웁.”
거대한 기둥이 갑자기 내장을 휘젓기 시작했다. 원래는 무식한 변태 새끼는 직진밖에 모르는 타입이었다. 투수로 따지자면 강속구로 승부를 보는 타입. 변화구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단순 무식해도 워낙 피지컬이 우월해서 윤조를 초죽음으로 몰아가기 일쑤였다.
그런 미친 변태 새끼가 느닷없이 제구(制球)를 시도해? 그것도 완급 조절과 각도가 미친 수준인 변화구를 이렇게 갑자기 선보인다고? 전혀 예상 밖이었다.
“하……으…….”
감각의 폭풍이 아랫배에서부터 휘몰아쳤다. 성감의 파도가 윤조의 전신을 집어삼켰다. 오버 로드 되는 쾌락을 감당하지 못한 신경이 요동치면서 전신에 힘이 들어갔다. 말단 끝이 저릿저릿했다.
“김윤조…… 기분 좋아?”
벽에 뭉그러진 윤조의 귓가에 허스키한 목소리가 울렸다. 이미 감각의 한계를 경험하는 중인 윤조에겐 부드러운 속삭임마저 버거웠다.
“으……아.”
내장을 상냥하게 휘젓는 움직임 속에서 윤조는 혼자 절정을 맞았다. 뒷덜미가 뻣뻣해지고 정수리가 홧홧했다. 까맣게 꺼지는 눈앞에 형광색 불똥이 튀었다.
“대답 안 해도 알겠네.”
희멀건 액으로 복부를 더럽혔는데도 강수혁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분이 무척 좋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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