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화
“흐.”
단단한 손끝이 입구 주름을 문질렀다. 젤은 금방 녹아내렸다. 냉기가 빠르게 가셨다. 단단한 손끝이 틈을 가늠했다. 침입을 예감한 입구가 움찔거렸다.
“흐으.”
굵은 손가락이 입구를 벌리면서 들어왔다. 처음부터 두 개였다. 입구가 빠듯하게 벌어졌다.
아팠다. 하지만 아프단 얘기는 속으로 삼켰다. 안을 더듬는 손가락이 가져올 쾌락에 대한 기대감이 아픔을 상쇄해 버렸다.
질척거리는 마찰음이 났다. 참을성을 운운한 사람치고 손가락 움직임이 좀 급했다.
상대의 얼굴에도 초조함이 가득했다. 시선을 아래로 내리자 군복 바지를 뚫기 직전인 거대한 성기가 들어왔다. 질긴 군복이 아니었다면 바지를 뚫고도 남았다. 하여간 여러 가지 의미에서 트리플 S급이긴 하다.
“말을 바꿔서 미안한데…….”
“놀랐습니다.”
“뭐?”
“미안하다는 말부터 꺼내다니 말입니다.”
조롱이 아니었다. 순수한 감탄이었다. 그래도 상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지 미간을 살짝 일그러뜨렸다. 내내 성적 열기만 떠올랐던 얼굴에도 수치심이 살짝 걸렸다.
“미리 사과까지 하시니 별다른 도리가 없는데요.”
윤조는 두 팔을 내밀어 강수혁의 목을 감싸 끌어내렸다.
“바지에 구멍 나겠습니다. 바지는 재생이 안 되는데 저는 재생되잖아요. 지구의 안녕한 미래를 위해서 재생 가능한 쪽에 해소하시죠?”
말이 떨어지자마자 강수혁이 움직였다. 그는 거의 뜯어내듯 제 바지를 벗어 던졌다.
척 보기에도 어마어마한 흉기 같은 것이, 아니 흉기가 퉁 솟아올랐다.
‘미친!’
실체를 목도한 순간 윤조 역시 말을 바꿔서 미안하다는 말이 목구멍 끝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기대감에 부풀다 못해 이성을 놓으려고 하는 강수혁을 상대로 그 말이 차마 나오지 않았다.
두 다리가 상대의 팔에 잡혔다. 그러곤 덜 풀린 입구에 형용할 수 없는 열기와 부피를 자랑하는 기둥이 닿았다. 엄청난 것이 좁은 입구를 비틀어 열기 시작했다.
윤조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눈을 질끈 감았다.
서서히 진입한 성기는 마지막 뿌리를 남기고 한 박자 쉬더니 이내 끝까지 단숨에 들어왔다.
귀두가 입구를 통과할 때 벌써 사전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본격적인 충돌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
윤조의 목이 뒤로 꺾였다. 정수리가 베개에 닿았다. 턱이 벌어지면서 입도 열렸다. 혀가 공기 중에 노출되고 뒤이어 기도까지도 선뜩한 바람이 스쳤다.
허리 아래 굵은 팔뚝이 들어왔다. 상대는 윤조의 허리를 강하게 조이면서 결합 부위에 압박을 더했다.
“……아.”
연약한 탄성이 샜다. 일부러 내려던 건 아니었다. 극한까지 몰린 신체의 균열이 빚어내는 산발적인 파동이었다.
“큭.”
극한 상황에 도달한 건 윤조뿐만이 아니었다.
성급한 결합으로 인한 강렬한 충격은 강수혁에게도 만만찮은 여파를 미쳤다. 에스퍼라도 기본은 인간이었다. 일반인의 약점은 에스퍼의 약점이기도 했다. 초월적인 내구성과 재생력을 지녔다는 차이뿐이었다.
그러나 성기에 대한 자극에는 별다른 내성이 없는 모양이었다. 윤조만큼이나 일그러진 강수혁의 얼굴에 어느새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호흡도 거칠었다.
“후우.”
열받아서 숨을 고르는 일은 자주 있어도, 강수혁이 신체를 통제하기 위해 심호흡을 하는 일은 드물었다. 그만큼 결합의 충격이 강하단 반증이었다.
“긴장…… 풀어.”
넓은 손바닥이 윤조의 얼어붙은 엉덩이를 토닥토닥 두들겼다. 대둔근이 딱딱하게 굳은 탓에 속까지 전해지는 충격이 더 생생했다.
“흐으.”
윤조의 목구멍에서 숫제 우는 소리가 올라왔다.
“이러다가 끊어지겠어.”
엉덩이를 두들기는 손길이 점점 강해졌다.
강수혁은 윤조의 긴장을 풀려고 안간힘을 썼다. 들뜬 허리를 쓰다듬고 허벅지를 주물렀다. 너른 손바닥으로 식은땀이 맺힌 윤조의 이마를 훑기도 했다.
그래도 윤조는 좀처럼 근육을 풀지 못했다. 그러기엔 상대가 제 안에 꽂아 넣은 성기가 너무 컸다. 내장이 밀려 올라온 탓에 숨을 쉬기가 벅찼다.
“김윤조.”
저를 부르는 목소리는 한층 낮았다. 끝이 갈라지기도 했다.
귓가에 더운 입김이 닿는가 싶더니 강수혁이 이내 입술을 겹쳤다. 아래에서 치고 올라오는 부피에 이번에는 위에서 빨아당기는 힘까지. 망나니가 사람을 완전히 탈탈 털어먹을 기세였다.
혀가 얽히자 신기하게도 마비가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혹은 절절 끓는 상대의 체온이 꽝꽝 얼어붙은 근육을 드디어 녹인 걸 수도 있다.
“흐으……응.”
꿈쩍도 안 하던 하체가 옅은 비음을 신호로 함께 꿈틀거렸다. 작은 움직임이었는데 상대는 기민하게 그걸 알아챘다.
툭.
“으아…….”
미세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윤조는 거대한 압착기에 내장 전체가 짓눌리는 기분이었다.
극도로 긴장한 덕분에 시신경으로 향하는 혈관이 짓눌려 시야가 까맣게 죽어 갔다. 그때 뒤로 밀려난 기둥이 다시 깊은 속까지 푹 파고들었다.
철퍽.
“아으!”
딱딱한 허벅지가 엉덩이를 때린 건 덤이었다.
“후우.”
숨을 멈춘 윤조와 달리 두 번 움직임을 가늠한 상대는 조인 숨을 풀었다.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다.
“저…… 자…… 잠…….”
잠깐만 기다리라고 할 셈이었는데.
철퍽. 철퍽. 철퍽.
“아! 으! 헉!”
강수혁은 여유를 주지 않았다. 대신에 한 번 한 번 강하게 끊어서 쳐올렸다.
충격이 정수리까지 올라올 때마다 까맣게 꺼지던 윤조의 시야에 섬광이 번쩍 터졌다. 눈앞에 별이 튄다는 게 이런 건가 싶었다.
“김윤조. 안 죽었지?”
“조만간…… 죽을…… 것 같은데요.”
“아직은 안 죽었네.”
다 죽어 가는 신음을 듣고도 강수혁은 즐거운 듯 희미하게 웃었다.
심장이 철렁 떨어졌다.
일단 말려야 했다. 뭘 하려 들든, 그렇게는 안 된다. 윤조의 본능이 그렇게 외쳤다.
밀어내기 위해 상대의 어깨를 강하게 붙잡았다. 하지만 강수혁은 그걸 다른 신호로 인식했다.
“잘 붙잡아.”
윤조는 반사적으로 손에 힘을 주었다.
퍽! 퍽!
“아! 으! 허억!”
강렬한 충격이 미친 속도로 윤조를 뒤흔들었다. 살기 위해서 강수혁의 두꺼운 허리에 다리를 감고 밑으로 밀어냈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윤조의 허리를 붙잡아 내리는 힘이 더 세기 때문이었다.
퍽퍽.
내장을 짓뭉개졌다. 떡 공이로 매질을 당하는 게 이런 것인가 싶었다.
“자…… 자…… 윽!”
잠깐만이라고 외치려다가 덜그럭거리는 턱에 혀가 깨물었다. 혀 끝의 알싸한 아픔은 척추를 타고 달리는 진동 속에 묻혀 버렸다.
이러다가 언젠가 배가 뚫려서 내장을 질질 흘리는 날이 올 거다. 시작부터 인큐베이터 생각이 간절했다.
“흐윽.”
절로 앓는 소리가 났다. 눈가와 입술이 바들바들 떨렸다.
“하아. 김윤조. 좋아. 후우. 아주 좋아. 미칠 것 같아.”
시발. 누구는 황천행 익스프레스 일등석에 탔는데. 누구는 좋아서 미치겠단다.
이런 불공평한 관계가 다 있나. 울분이 울컥 치솟았다. 반쯤 날아간 정신이 회광반조처럼 번쩍 들었다. 그때 윤조는 젖먹던 힘까지 끌어모아 버럭 외쳤다.
“나…… 나도 기분 좀 좋고 싶습니다!”
“어?”
“좋아서 미치겠습니까? 나는 아파 죽겠다고요! 시발! 기왕 하는 섹스! 같이 좀 즐깁시다, 예?!”
얼마나 억울하고 분통이 터지는지, 윤조의 고함에 물기가 어렸다. 실제로 눈에 눈물이 맺혔다.
“항상 혼자만 달리고. 시발, 내가 무슨 통나무도 아닌데.”
질기기가 탄소 섬유나 다름없는 강수혁의 피부를 손끝으로 벅벅 긁었다. 하지만 윤조의 손톱만 흔들릴 뿐, 상대에게는 전혀 타격을 주지 못했다. 이번에는 주먹을 단단히 말아쥐고 강수혁의 어깨를 쾅쾅 내려졌다. 역시나 윤조의 손만 아플 뿐이었다. 억울함이 배가 되었다. 괜히 분루가 흘렀다.
“시……발.”
떨리는 손등으로 눈가를 거칠게 문질렀다. 숨을 몰아쉬는 사이 둔한 허리와 허벅지가 잘게 경련했다.
“많이 아파?”
“당연하죠! 시발, 매번 척추에 금이 가는데 안 아프겠어요?”
“아.”
“‘아’는 무슨.”
윤조는 눈물이 뚝뚝 흐르는 채로 상대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어느 에스퍼처럼 눈으로 레이저를 쏘는 능력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멋쩍은 듯이 어설픈 낯짝을 한 저 개새끼의 얼굴 가죽에 ‘망나니’라고 새겨 주게.
“재생되니까 괜찮을 줄 알았는데.”
“재생해도 아픈 건 아프다고요! 누구처럼 눈 깜짝할 사이에 복구되는 게 아니라서요. 매번 인큐베이터에 왜 누워 있다고 생각합니까?”
“아.”
아는 무슨 얼어 죽을 아. 멍청한 새끼의 면상에 핵미사일을 꽂고 싶었다.
상대의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아니 고려하지 않는 점에서 열불이 터졌다.
“이렇게 하시면서 제가 소령님을 너무 싫어한다고요? 할 말 있습니까?”
이어지는 연타에 강수혁의 낯빛이 흐려졌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했어.”
“무슨 초등학생도 아니고. 아니 유치원생도 이보다는 배려심이 깊을 겁니다. 생각이라는 걸 좀 하고 살아요, 제발.”
마지막으로 흐르는 눈물 한 방울까지, 윤조는 손등으로 벅벅 닦아냈다. 눈가가 쓰렸으나 요추 아래 사정에 비하면 간지럽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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