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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그랑주 포인트-42화 (119/256)

42화

윤조도 근본은 사람이었다. 뭐든 하다 보면 늘고 익숙해진다. 그러니까 다양한 의미로.

오늘 상황은 작전 후 통상적인 절차로 이루어지는 관계가 아니다. 잘 안 하던 키스도 했다.

뭔가 선을 넘는 듯한 긴장감이 들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기대감도 있었다. 뭘 기대한단 말인가. 장선욱 중장에게 직접 받은 명령을 수행하는 중인데도 불구하고 명령이 전부가 아니었다.

엄청나게 큰 실수 같았다. 하지만 물러나겠다는 말은 추호도 나오지 않았다.

윤조의 성기가 벌떡 선 채로 자극을 기다렸다. 늘 피를 보았던 곳까지 삽입을 향한 은은한 기대감에 들떴다. 미친 변태라고 상대를 욕했는데. 그럴 자격이 지금 자신에게 있을까? 윤조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살살하십시오.”

“알았어.”

누굴 힘 조절도 못 하는 멍청이로 아냐고 펄펄 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상대는 순순하게 나왔다. 윤조를 향해 내리는 굵은 몸통의 움직임마저 은근했다.

‘왜, 왜 이래? 갑자기. 왜 이렇게 부드럽게 나오는 건데? 그러니까 기분이 이상하잖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윤조를 응시하던 강수혁이 이내 고개를 내렸다. 살포시 감은 상대의 눈꺼풀 아래 달린 속눈썹이 인형처럼 길었다. 입술에 뜨거운 기운이 닿았다.

두근.

심장이 멋대로 튀었다.

“너, 심장 뛴다.”

강수혁이 혀로 윤조의 입술을 핥으면서 속삭였다.

“워…… 원래 뜁니다. 살아 있으니까요.”

꼭 이러면서 말을 해야 하나 싶지만. 윤조도 입술을 붙인 채로 대답했다. 촉촉한 피부가 마찰하면서 간질거렸다.

“긴장 풀어.”

“그게 뜻대로 되면 심장이 뛰겠습니까.”

대꾸하는 목소리에서 어쩐지 힘이 빠졌다. 이게 다 은근하게 다가오는 잘난 낯짝이 신경이 쓰인 탓이었다.

춥.

키스 두 번 정도 한 게 어지간히 마음에 들었는지 강수혁은 내내 윤조의 입술에 집착했다.

제 입을 모아 윤조의 아랫입술을 살짝 빨아당겼다가 놓더니 혀를 내어 살짝 벌어진 입 사이로 밀어 넣었다.

매끄러운 혀끝이 앞니를 더듬다가 이내 윗입술 아래로 들어갔다. 그쪽 잇몸은 윤조 본인도 칫솔질할 때 말고는 존재를 인식하는 일이 드물었다. 잇몸과 입술을 잇는 얇은 피부막을 꼼꼼하게 더듬은 후에 강수혁은 윗입술을 살짝 깨물었다가 놓았다.

“재미있어요?”

“응.”

아무렇지 않은 대답에 윤조가 도리어 낯부끄러워졌다.

“별게 다 재미있네.”

“입술을 건드리면 네가 조용하거든.”

밉살스러운 대답에도 윤조는 반박하지 않았다. 조용한 게 좋다고 하니. 그저 입술을 대고 따뜻한 혀의 감촉을 느꼈다.

혀만큼이나 뜨거운 손이 윤조의 허리께를 쓸었다. 꼭 다리미 같았다. 숨이 한층 거칠어졌다. 그렇지 않아도 거센 맥박 때문에 흉곽 전체가 욱신댔다.

셔츠를 걷으면서 위로 올라온 상대의 손끝은 이내 윤조의 젖꼭지에 닿았다. 늘 그렇듯, 변태 기질이 다분한 상대는 남자 특유의 조그마한 돌기를 가만히 두지 못했다. 티셔츠가 늘어지도록 들쳐 올리더니, 내내 용접할 기세로 윤조의 입술을 빨아 대던 입이 아래로 내려갔다.

“흐으.”

혀로 느낄 때와는 다른 감촉이 젖꼭지에서 감지되었다. 이유도 없이 한결 더 뜨거워진 혀가 젖꼭지 끝을 꾹 누르는 동안, 탄력적인 입술이 유륜 전체를 감쌌다. 뒤이어 윤조의 젖꼭지 인근 전부가 강수혁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춥.

빨아당기는 힘이 셌다. 두꺼운 진피층까지 분리될 것 같았다. 짜릿한 고통이 우선했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자극에 약한 젖꼭지는 고통을 은근한 쾌락을 바꾸는 재주를 부렸다.

“아……흐…….”

손이 저절로 강수혁의 머리에 닿았다. 활짝 벌어진 손가락 사이사이로 빽빽한 모발이 들어찼다. 약간만 힘을 주어도 머리채를 잡고 고개를 떼 낼 수 있을 거다. 힘의 차이가 있다고 해도 상대가 제 유두에 정신이 팔린 틈을 타 기습한다면 가능했다.

어쩐 일인지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머리채를 잡으려고 했던 손가락에서 힘이 빠졌다. 잘생긴 안면만큼이나 완벽한 곡선을 가진 상대의 뒤통수를 감싼 채로 자잘한 움직임을 느끼기만 했다.

“흐응.”

젖은 콧소리에 상대의 움직임이 멈췄다. 이상하게도 아쉬움이 먼저 들었다.

축축하게 젖은 젖꼭지 위에 마른 손가락이 닿았다. 살짝 꼬집는 바람에 시야가 아찔했다. 젖꼭지로도 이만큼 느끼다니. 변태가 따로 없다. 이런 변화는 혼자만 간직하기로 했다. 굳이 떠벌려서 상대를 기쁘게 할 필요까진 없으니.

“여기, 발딱 섰어.”

“서게끔 빨아 놓고 무슨 소립니까.”

“이쪽만 빨갛고 말랑해. 다른 쪽도 빨까?”

미친놈이 또 미친 소리를 늘어놓았다.

그런 질문을 들으면 “예! 빨아서 균형을 맞춰 주십시오.”라고 할 것 같은가.

무슨 가당찮은 소리냐고 발로 안 까면 다행이지. 혐오 가득한 시선을 던졌다. 하지만 발을 움직이진 않았다.

발로 까서 밀쳐낼 가능성이 없는 건 둘째치고 거부감이 이 분위기를 결딴낼 만큼 크지 않았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염병할 질문에 대한 응징보다 그렇게 했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그냥 하면 되는 걸, 변태 놈이 또 빙글빙글 웃으면서 가만히 기다리고 있다. 시발.

“굳이 대답해야 합니까?”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면 대답할 필요 없지.”

“마음대로 하십시오.”

“나중에 딴말하지 마.”

미간이 저절로 일그러졌다. 하여간 쓸데없는 확답을 받는 덴 선수였다.

티셔츠가 턱 아래 걸렸다. 답답해서 벗고 싶은데 강수혁이 여유를 허락하지 않았다.

“하…… 흐.”

허락까지 굳이 받아낸 상대는 아까보다 훨씬 강렬한 행위를 이어 갔다. 이쪽의 젖꼭지를 뽑아 버릴 만큼 세게 빨아 대는 동시에 아까 건드렸던 쪽을 아프게 비틀었다.

“앗…… 으.”

아픈데…… 아픈 만큼 허리가 들떴다. 무참한 폭행으로 시작한 관계에 익숙해진 덕분인지 혹은 원래 그런 성향이 있었던 건지 알 수 없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간지럽고 부드러운 애무보다 짜릿한 통증을 동반한 쾌락이 윤조를 훨씬 자극한다는 점이었다.

그를 증명하듯 윤조의 성기가 벌떡 일어섰다. 딱딱한 귀두가 아랫배를 퉁퉁 쳤다. 위에서 아래에서. 이원화된 자극이 신경을 자글자글하게 했다.

“흐읏.”

역치를 넘지 않고 야릇한 수위로만 쾌감이 오는 덕분에 괜히 조급해졌다. 윤조는 가지런히 두었던 다리를 벌려 두꺼운 허리에 감았다. 그러곤 엉덩이를 띄웠다. 상대의 딱딱한 성기에 제 음경 기둥이 닿자 절로 앓는 소리가 나왔다.

“이제 좀…….”

“참을성이 없네.”

“…….”

아니 누가 누구더러 참을성을 운운하는 건지. 자존심이 살짝 상했다. 하지만 아까부터 그랬듯이 이 흐름을 깰 만큼 상한 건 아니었다. 기다리라고 하시면 얌전히 기다리게 된다. 커지는 성감과 더불어 기대감도 차곡차곡 쌓였다.

강수혁은 허리에 감긴 윤조의 다리를 풀어냈다. 시키지 않아도 무릎을 활짝 벌려 세웠다. 흥분한 남자의 얼굴에 미묘한 웃음이 걸렸다. 윤조의 뺨이 조금 더 붉어졌다.

유두를 꼬집던 손이 아래로 내려갔다. 벌떡 서서 관심을 요구하는 음경 기둥에 핏줄이 선 손등이 슬쩍 스쳤다.

“흐…….”

어금니에 힘이 들어갔다. 선액이 나오려 했다.

“여기는 항상 새것 같네.”

재생 인큐베이터 안에 들어가면 치료 부위의 세포 전체를 싹 갈아 버린다. 바로 직전에 하체를 집중적으로 재생했으니, 결과적으로 음경은 새것이 맞다.

하지만 강수혁의 발화 의도는 객관적 사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순수하고 깨끗한 숫총각에 비유한 희롱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늘 재생하는 강수혁 본인도 별 차이는 없지 않나.

“소령님 것도 비슷하던데요.”

“뭐?”

“처음 하는 어린애처럼 항상 급하고 거칠지 않습니까.”

싸우자는 건 아니었다. 피장파장일 경우 가만히 당하고만 있는 성격이 못 되는 탓이었다.

강수혁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속에 든 안구가 음험하게 빛났다. 화가 난 건지 아닌지 가늠하기 힘들었다.

“이번엔 다를 거야.”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은 건 윤조만은 아닌 듯했다.

“믿어 보겠습니다.”

윤조가 대답한 직후 강수혁은 뻥 뚫린 벽 쪽을 향해 손을 뻗었다.

영화 속 번개의 신이 제 무기를 불러들일 때 하는 자세 같았다. 윤조의 시선이 저절로 그쪽으로 향했다.

역시나 뭔가 휙 날아와 강수혁의 손에 잡혔다. 언뜻 보기에는 치약 같았다.

“그건 왜?”

“살살하라면서.”

뚜껑을 툭 딴 강수혁은 한쪽 검지와 중지를 모으곤 그 위에 튜브를 짰다. 투명한 젤리형 내용물이 주르륵 나왔다.

그때 윤조는 그게 무엇인지 깨달았다. 상대를 차마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거창한 히어로 자세를 잡기에 뭔가 대단한 건 줄 알았더니. 윤활제라니. 부끄러워도 이렇게 부끄러울 수가 없다

“……그런 건 또 언제 준비하셨습니까?”

“아까 두유 가지러 마트에 갔을 때.”

“마트는 또 언제…… 아니, 그냥 입을 다물겠습니다.”

이 상황에서 그런 얘기를 꺼내야 하느냐고 무언으로 물어 오는 강수혁의 시선을 눈치챈 윤조는 입을 다물었다.

“좋은 생각이야.”

튜브를 던진 강수혁은 윤조의 엉덩이 한쪽을 잡아 들었다. 골반이 살짝 비틀렸다.

차가운 젤이 은밀한 부위에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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