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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그랑주 포인트 (76)화 (76/256)

70화

간 건 역시나 윤조뿐이었다.

절정이 가져온 조임에도 내부의 기둥은 전혀 폭발할 조짐이 없었다. 장기전이란 얘기였다. 뭐 그럴 거라 처음부터 예상했다.

“너, 평소보다 더 조여.”

윤조를 안아 든 채로 벽에 강하게 밀어붙이던 강수혁이 속삭였다. 낮고 긁히는 음성이라 귀가 간지러웠다.

거기만 둥그렇게 뚫는 상대의 출중한 변태력 덕분에 윤조의 다른 피부는 아직 탄탄한 내피 아래에 있었다. 내피는 탄성이 있는 소재인 만큼 몸을 조이는 힘이 강했다. 자연히 삽입 부위에도 압박이 가해진다.

“내피 때문에 그렇겠죠…… 읏!”

“하마터면 갈 뻔했지 뭐야.”

안에서 꿈틀거리는 거대한 기둥의 존재를 어떻게든 감내하려던 윤조는 그 말에 저도 모르게 정색했다.

“일부러 참았습니까?”

“어.”

강수혁이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왜요?”

“오래 하고 싶어서?”

그러면서 강수혁은 숨겨진 뉘앙스 없이 덧붙였다.

“세 번밖에 못 하잖아. 한 번, 한 번이 아까워.”

상대는 한 치 거짓 없는 진심이었다. 섹스 상대를 어떻게 부끄럽게 하겠다든가, 혹은 음흉한 계획이 있는 게 아니었다. 정말로 횟수가 아까운 눈치였다.

윤조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런 개또라이 변태 새끼를 봤나. 세 번 하는 게 아까워서 처음부터 참는다고? 욕을 안 하려 해도 안 할 수가 없다.

“시발.”

진심이 듬뿍 담긴 한마디가 튀어나왔다. 강수혁은 짐짓 안색을 바꾸더니 갑자기 윤조를 꾸짖었다.

“넌 진짜 입 좀 어떻게 해야 해.”

“그러는 소령님은 시발, 좆 좀 어떻게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세 번 빨리 끝내도 힘들어 죽을 판에 처음부터 왜 참고 지랄이세요?”

윤조의 대꾸에는 저절로 짜증이 실렸다.

“오늘은 한 다섯 번은 할 수 있는데. 네가 세 번밖에 못 하게 하니까 그런 거 아냐.”

돌아오는 대답에는 억울함이 가득했다. 이 변태 새끼를 상대하는 자체가 어리석었다. 그냥 다 포기했다.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그러니까 참지 말고.”

오늘 강수혁 또한 나름대로 고생했으니 푸짐한 포상을 주는 것도 괜찮다.

특작부 연구실에 있는 인큐베이터 성능에는 한참 못 미쳐도 어쨌거나 이동형 인큐베이터가 있으니 어떻게든 되겠지 싶었다.

“정말?”

“속고만 살았나.”

“나중에 말 바꾸지 마.”

“안 바꿀 겁니다.”

이런 쪽으로 의심이 많은 에스퍼 새끼는 그래도 믿는 눈치가 아니었다.

내내 새끼 원숭이처럼 안긴 채로 가랑이에 대형 방망이를 끼고 있는 자체가 버거워 죽겠는데 쓸데없이 말씨름으로 시간을 잡아먹고 있었다.

“이제 침대로 갑시다. 이 자세 너무 불편하고 힘들어요.”

“침대 스프링 소리가 밖에 들리면 안 된다며?”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소리였다. 윤조는 실제로 콧방귀를 팽 내쉬었다.

“제 등으로 벽을 쾅쾅 칠 때는 언제고요? 온 함선에 떡 친다고 광고 때려 놓고 이제 와서 침대 스프링이요?”

윤조의 반박에 강수혁은 모르쇠가 아닌, 뻔뻔한 미소로 답했다.

윤조는 다시 한번 할 말을 잊었다. 얄밉기 짝이 없는 낯짝을 면밀하게 살피면서 탄식했다.

“일부러 그랬습니까.”

“아닌데.”

“거짓말하지 마십시오. 작전 중에는 속이기 없기로 약속했잖아요.”

신경질을 내자 망할 변태 새끼가 실실 쪼갰다.

“안 속네.”

미친 변태 놈이 윤조를 고쳐 안았다. 자연히 굵은 음경이 윤조의 내부를 휘저었다.

이미 한바탕 난리를 치른 내부는 미약한 자극에도 요동쳤다. 저릿저릿한 쾌감에 윤조는 망할 개새끼에게 매달리고 말았다.

“후……흐.”

“우리 가이드님, 너무 야해졌어. 조금만 움직여도 막 조이고 말이야.”

이번에는 윤조의 귓가가 약간 뜨거워졌다.

“저라고 조이고 싶어서 조이겠습니까.”

“조이기 싫으면 왜 조이는데?”

그걸 또 캐묻는다. 빌어먹을 변태 새끼.

눈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코앞의 상대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힘들다고 했잖습니까. 침대요.”

재차 요구하자 강수혁은 그제야 윤조를 데리고 침대로 갔다.

군함 특유의 철제 침대 프레임이 두 사람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삐그덕 댔다.

망할 해군 놈들. 대가리 꽃밭인 에스퍼 새끼들에게 레이저 함포 펑펑 쏘아댈 정성과 자원으로 침대 프레임에 기름칠이라도 하지.

협소한 공간에 갖춰진 최소한의 침상이라 1인용 치고도 엄청나게 좁았다. 두 사람이 나란히 눕기에는 턱없이 좁았다. 자연스럽게 포개졌고, 윤조는 에스퍼의 거대한 체구 아래 완벽하게 깔렸다.

망할 변태 새끼의 체중이 무거워도, 불편하게 들린 자세보다는 이쪽이 허리와 고관절에 가해지던 부담을 한결 덜어내 주었다.

차가운 철벽에 내내 부딪히는 바람에 딱딱하게 굳었던 허리 연골이 두둑 쪼개지며 풀렸다. 편안한 자세를 잡는 동안 내부의 성기가 주르륵 미끄러지며 빠졌다.

“힉……흐.”

느낌이 기묘했다. 미끄덩한 느낌이 진저리나면서도 한편으로 허전하고 아쉬운 양가감정이 들었다. 한 번쯤 더 해도 될 것 같았다.

빠진 성기를 곧장 쑤셔 박는 대신에 강수혁은 윤조의 목과 턱 아래를 물고 빨기에 열중했다. 로만 칼라처럼 목 뿌리를 감싸는 내피 목을 끌어 내리고 기어이 목젖을 입에 물었다.

송곳니를 세우는 대신에 반듯하고 예쁜 앞니로 살살 갉아 대는 동안 예민한 목 피부에 뜨겁고 축축한 날숨이 닿았다. 맹수에게 목을 내놓은 착각이 일었다. 윤조의 등줄기에 옅은 소름이 돋았다.

“또 조이네. 안 넣어도 알겠어.”

기분이 좋은 듯 강수혁의 목소리가 들떴다. 아까부터 조이게 만들어 놓고 무슨 소린지.

“그냥 자극받으면 그렇게 됩니다. 일종의 조건 반사 같은 겁니다.”

“말을 해도 꼭. 기분 좋아서 그렇다고 해도 되잖아.”

상대의 볼멘소리에 윤조는 헛웃음이 터지려고 했다.

이 망할 변태 새끼는 하는 짓거리와 달리 은근히 로맨티스트다. 뭐 딱 잘라 아니라고 할 것도 아니라 윤조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고 칩시다.”

“그렇다고 치는 건 뭐야? 그래서 기분 안 좋다고?”

내내 사람을 목을 물고 뜯고 맛보던 미친놈이 별안간 고개를 번쩍 들었다. 윤조를 응시하는 눈초리에 불만이 떠올랐다.

“아니요. 기분 좋습니다. 아주 좋아요. 그래서 조였습니다.”

“처음부터 그렇게 말하면 되는걸…….”

기분 안 좋았으면 조였겠냐고, 이 멍청아.

윤조는 계속 구시렁대는 상대의 목에 팔을 걸어 끌어당겼다. 혀를 내어 상대의 입술을 핥고 이내 틈을 파고들어 가지런한 앞니를 두드렸다. 삐진 척 상대는 키스에 응하지 않고 저항했다.

윤조는 아랑곳하지 않고 윗니와 잇몸 경계를 핥다가 이내 송곳니를 세웠다. 제 타액으로 젖은 상대의 입술을 살짝 당겨 위아래 송곳니만으로 찍었다.

“아야.”

별로 아프지도 않을 거면서 트리플 S급이나 되는 에스퍼는 짐짓 엄살을 떨었다.

구겨지는 미간을 보면서 윤조는 혀끝을 내어 제 송곳니 끝을 살짝 문질렀다. 맛있는 고기를 뜯은 기분이었다.

“에스퍼도 입 안 살은 연하네요.”

“당연하지.”

“감촉이 좋습니다.”

윤조는 다시 강수혁의 입술을 물었다. 급하게 해치운 첫 번의 정사 동안 내내 겹치고 깨무는 바람에 입술이 통통하게 불었다. 덕분에 씹는 맛이 있었다.

다시 송곳니를 세우는 데도 강수혁은 말리지 않았다. 대신에 윤조의 몸통을 더듬던 그의 손이 가슴 앞으로 올라왔다.

찌직.

살짝 당긴 것 같은데, 특수 소재로 만들어진 가이드 전용 내피가 손쉽게 찢어졌다.

평소라면 화를 냈겠지만, 가랑이에 큰 구멍이 생겼을 때부터 수선을 빠르게 포기하고 폐기하기로 마음먹었었다. 차마 거기가 뚫린 걸 다른 사람에게 보일 자신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흉부에 구멍이 하나쯤 더 나도 상관없다.

춥. 쪽.

윤조가 입술을 맛보는 동안, 강수혁은 유두에 집착했다.

계속해서 입술을 윤조에게 내어주고, 손가락만으로 까만 구멍 사이로 올라온 작은 돌기를 문질렀다.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워 비비다가 검지 끝으로 작은 틈을 긁기도 했다.

“흐음.”

입술의 감촉과 유두에 가해지는 자극이 상반되어 기분 좋았다. 끈끈한 체액이 가득한 입구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안을 채우는 거대한 기둥의 부재가 아쉬웠다.

‘이젠 나도 변태네. 박히고 싶다니.’

윤조는 낮게 웃었다.

끔찍한 고통에 기절을 거듭하던 정액받이 신세에서 벗어나 기분 좋은 섹스를 할 수 있게 된 후로 언젠가는 이럴 줄 알았다.

고통을 경감시키는 가이드 호르몬 프로그램을 가동하지 않은 지 오래되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좀 기분 좋게 하자고 따진 이후로 거의 쓰지 않았다. 강수혁 또한 힘 조절을 더욱 섬세하게 할 수 있게 되어, 윤조의 부담을 최대한 줄이면서 즐기는 법을 터득했다.

정신과 신체는 긴밀하게 상호 작용한다. 정신이 괴로우면 신체도 시들고, 신체가 건강하면 정신도 회복이 빠르다. 의무감에 하는 섹스가 아닌, 기꺼이 몸을 겹치게 되면서 충분한 쾌락과 만족을 맛보았다. 긍정적 경험은 은근한 기대감을 쌓아갔다.

“왜 웃어?”

“기분 좋아서요.”

미소를 머금은 채 상대의 물음에 순순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상대는 약간 당황한 듯 멈칫했다.

“그렇게 웃지 마.”

“왜요?”

“내 정서 안정에 안 좋아.”

“그런가요?”

상대의 두근거림이 뇌파를 타고 윤조에게 전해졌다.

페어링된 가이드의 긍정적 피드백이 에스퍼에게 충분한 만족감을 선사한 듯했다. 좋은 징조다. 에스퍼-가이드의 이상적인 관계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피가 흐르고 살이 터지던 처절한 시작이 이렇게 안정적인 결말로 흐를 줄이야. 감히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고생 끝에 낙이 온다더니. 가이드로서 완벽한 성취가 가시권에 들어오자 윤조의 기분도 고조되었다.

“에스퍼의 정서가 불안할 땐 가이드가 도와드려야죠.”

윤조는 손을 내려 아직도 흉흉하게 일어선 상대의 성기를 이끌었다. 아까부터 허전함을 토로하는 붉은 주름 사이로.

“김윤조.”

“예?”

“너…… 시발…… 아니…… 됐다.”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던 강수혁이 이내 어금니를 깨물었다. 상대의 턱 근육이 불끈 솟아올랐다.

트리플 S급에 어울리는 거대한 성기가 기대감에 뻐끔거리는 입구에 닿았다. 어린아이 주먹 크기의 귀두가 말랑말랑하게 부푼 입구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하…….”

윤조는 낮은 한숨을 터트리며 엉덩이를 들었다. 더 빠르게, 더 깊게 들어오길 바라면서 상대의 우람한 허리에 다리를 감을 때였다.

삐이이이잉! 삐이이이이잉!

요란한 비상 알람이 터졌다.

-게이트 발생! 게이트 발생! 모든 병사는 전투 위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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