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폭주하는 쾌감을 처리하는 감각기가 경고음을 발신했다. 적절하게 처리 못 하고 역류한 자극이 윤조의 말단이 반응을 촉발했다. 뭉툭한 손톱이 강수혁의 어깨를 강하게 찍었다.
질긴 고무와 같은 피부에 깊은 손톱자국이 생겼다가 금방 없어졌다. 상상을 초월하는 재생력 탓이었다.
“시발.”
비틀린 욕설이 들렸다. 윤조의 미약한 반항은 상대를 저지하는 위력이 전혀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이미 성난 지배자의 성미만 더 건드리는 악수였다.
게이트를 맨몸으로 상대 가능한 최강의 에스퍼에게 인조 강화 인간의 힘 따위야 나비의 연약한 날갯짓에 불과한데. 그걸 따질 이성이 현재 윤조에겐 남지 않았다.
내장을 쑤셔 대는 기둥의 움직임이 한층 난폭해졌다. 동시에 뜨거워졌다. 착각이 아니었다. 흥분한 에스퍼는 열기를 발산하곤 했다.
“아으.”
아래서부터 강하게 치받는 힘을 척추가 고스란히 떠안았다. 일반인이었으면 벌써 사달이 나고도 남았다. 윤조도 그리 멀쩡하진 않을 거다. 호르몬 덕분에 고통을 못 느낄 뿐이었다.
반쯤 일어선 윤조의 음경은 절정을 맛보지도 못한 채로 질금질금 희멀건 액을 내뿜었다. 생리적인 배설이었다. 찢어진 구멍에선 피가 내도록 흘렀다. 덕분에 엉덩이 아래가 축축했다.
구멍을 들락이는 음경의 깊이 점점 얕아졌다. 대신에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끝이 온다는 의미였다. 입구를 간지럽히듯 잘게 박던 강수혁이 피날레를 장식하듯 강하게 찔렀다. 귀두가 전립선 언저리에 돌진했다.
“……!”
눈을 부릅뜬 채로 윤조는 사지를 떨었다. 벌어진 입에선 옅은 신음도 나오지 않았다.
구멍 안 깊은 곳에 강한 열기를 띠는 체액이 흩뿌려졌다. 강수혁의 정액이었다. 피 냄새와 정액 냄새, 그리고 살이 지져지는 매캐한 냄새가 진동했다.
후각을 자극하는 불쾌한 냄새가 그날 윤조가 감지한 마지막 감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