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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그랑주 포인트 (11)화 (11/256)

11화

“훗.”

바로 조소가 날아들었다. 못마땅한 듯이 비틀린 입매가 살짝 들썩였다. 어떤 욕설을 퍼부을까 했는데, 강수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단지 손으로 윤조의 음경 아래, 정확하게는 엉덩이골 사이 틈으로 마른 손끝을 쑤셔 넣었다.

“윽.”

유두보다 더 연약한 살점이 마찰에 금방 부풀었다. 화끈한 열감이 느껴졌다.

은밀한 부위에 가해진 약한 통증은 야릇한 자극으로 치환되었다. 도파민에 세로토닌, 아드레날린 등. 비롯한 각종 호르몬이 윤조의 감각기를 곤죽으로 만든 탓이었다.

“하으.”

금세 뜨거워진 숨이 입술을 비집고 새어 나갔다. 그러자 강수혁의 뇌파가 더욱 거칠게 변했다. 그렇지 않아도 냉랭한 눈빛에서 살기가 흘렀다. 뇌파를 통해 강렬한 살의가 전해졌다.

그러나 윤조의 목이 뜯기거나 두뇌가 박살이 나진 않았다. 대신 엉덩이골을 파고든 사나운 손길이 은밀한 입구를 두드렸다. 소름이 등골을 타고 쭉 내달렸다.

꼭 닫힌 주름 사이를 마른 손가락이 거칠게 파고들었다. 게다가 한 개도 아닌 두 개였다. 연약한 살점에는 물기가 없었다. 그 때문에 손가락이 움직일 때마다 심한 마찰이 일어났다.

“윽.”

호르몬이 퍼진 후 신체 감각이 뭉근해졌는데도, 은밀한 입구에서 번지는 쓰라림에 미간이 일그러졌다. 벌써 붉게 부푼 입구가 본능적으로 침입자를 밀어내려 들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티타늄 합금도 물에 젖은 휴지처럼 다루는 손가락을, 고작 말랑한 유기체 덩어리가 어쩌겠는가.

“아.”

겉보다 더 연약한 내장에 속으로 들어온 굵은 손가락 두 개는 입구를 마구잡이로 벌렸다. 입구가 쓰리고 뻐근했다.

“다리 벌려.”

냉랭한 명령이 떨어졌다.

윤조는 무릎을 가슴 쪽으로 접어 올렸다. 그리고 시키는 대로 다리를 양쪽으로 벌렸다. 허벅지 안쪽 힘줄이 뻐근하게 늘어났다.

구멍 속을 헤집던 손이 불쑥 나왔다. 들어올 때만큼이나 느닷없고 난폭했다. 입구 인근이 욱신거렸다. 하지만 호흡이 흔들리는 이유는 거기서 느끼는 통증 때문이 아니었다.

양 오금 아래 큰 손이 들어왔다. 강한 힘이 무릎을 누운 윤조의 양 귀 언저리까지 내리눌렸다. 둔근이 한계까지 늘어났다. 허벅지가 찢어질 것 같았다. 엉덩이가 벌어지면서 입구가 공중에 훤히 드러났다. 뒤이어 욕망에 물든 상스러운 눈길이 벌어진 입구를 훑었다.

윤조는 고개를 돌리고 어둠이 서린 벽을 응시했다. 광대가 저리고 뒷덜미가 뻣뻣해졌다. 수치감이 치밀어올랐다.

“훗.”

냉랭하던 남자의 얼굴에 비웃음이 걸렸다. 순간 윤조의 횡격막이 아래로 쑥 꺼졌다 올라왔다. 명치 부근이 묵직했다.

한쪽 다리를 누르는 손이 떨어졌다. 뒤이어 군용 허리띠를 푸는 기척이 났다. 동시에 윤조는 시선을 위로 들었다. 그리고 흐트러지는 숨을 의식적으로 골랐다.

손가락과는 비교할 수 없이 뜨거운 것이 입구에 닿았다. 굵고 뭉툭한 기둥은 물기 하나 없는 연약한 부위를 무지막지한 힘으로 눌렀다.

“큭.”

아찔한 통증이 밀려왔다. 윤조는 입을 앙다물었다. 위아래 어금니가 맞붙은 채로 갈렸다.

마른 주름은 침입하는 두꺼운 귀두를 받아들이지 못하겠다고 버텼다. 저항할수록 마찰은 심해졌고 통증 또한 급격히 커졌다. 쿡쿡 치받는 성기 때문에 살이 찢어질 것 같았다. 둥글게 말린 허리도 뻐근했다.

이러다간 넣기도 전에 지칠 것 같았다. 뭔가 다른 방도를 써야 했다. 윤조가 입으로 강수혁의 흉악한 성기를 빨아서 적신다든가 하는. 물론 강수혁은 질색하겠지만 안 들어가는 걸 집어넣겠다고 이러는 것보다야 낫다.

“그렇게 막무가내로 하시면 안 들어가…… 억……!”

말을 건네는 찰나 강수혁이 거센 힘으로 윤조를 치받았다. 말을 잃은 윤조는 두 눈을 부릅떴다.

투둑.

“으아…… 흐윽!”

기어이 살이 찢어졌다. 격렬한 통증이 가랑이 사이를 불태웠다.

윤조는 저도 모르게 목을 뒤로 꺾었다. 정수리가 침대에 닿았다. 허리를 띄운 채로 부들부들 떠는 사이 강수혁이 차갑게 이죽댔다.

“잘 들어가는군.”

“…….”

급소가 찢어지는 충격을 감내하던 윤조는 사소한 대꾸조차 하지 못했다. 시야가 꺼멓게 꺼졌다가 다시 하얗게 번졌다. 윤조의 상태를 민감하게 감지한 뇌 내 프로세서가 호르몬 분비를 더욱 촉진시켰다.

과도하게 분비된 호르몬은 이내 마약 같은 강력한 진통 효과를 발휘했다. 호흡이 깊고 느슨하게 바뀌었다. 신경이 둔해지면서 긴장이 풀렸다. 감각이 뭉근해지면서 지독한 고통이 급격히 줄기 시작했다.

끔찍한 고통이 사라졌다. 전신이 나른했다. 이성은 뭉그러져 사라지고 대신에 황홀함만이 윤조의 정신을 지배했다. 잔뜩 팽창했던 폐가 수축하면서 흉곽이 천천히 아래로 가라앉았다. 벌어진 이 사이로 한숨이 샜다.

“하아.”

딱딱하게 굳었던 광대가 풀어지면서 열기가 돌았다. 눈가도 마찬가지였다. 바싹 얼어붙은 채로 붕 떴던 허리가 서서히 가라앉았다.

강력한 호르몬 작용이 찢어진 입구의 통증을 야릇한 감각으로 바꾸었다. 하체에 퍼지는 기묘한 감각을 이기지 못한 윤조는 무의식적으로 힘을 주었다. 흰 엉덩이 양쪽에 얕은 보조개가 팼다.

“하.”

차가운 남자의 입에서 짧은 헛웃음이 터졌다.

“구멍이 찢어진 주제에 조여?”

강수혁이 윤조를 향해 비난을 던지는 이유가 불명확했다.

살을 찢으며 강제로 삽입할 만큼 강한 성적 충동을 느끼는 상황에선 조여서 성감을 올리는 편이 낫지 않나?

정신 나간 중에도 윤조는 의아함이 들었다. 그러나 딴 생각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당연히 강수혁 때문이었다.

퍽. 퍽.

“큭…… 어윽.”

늘 그렇듯 상대는 마음대로 움직였다. 마음의 준비를 위해 눈치를 주는 사소한 배려도 없었다.

갑자기 거센 힘에 치받힌 윤조는 벌어진 턱을 제때 갈무리하지 못했다. 송곳니가 입 안 여린 살을 찔렀다. 피가 입 안에 번졌다.

상대의 억센 허벅지가 윤조의 둔근을 세차게 두들겼다.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하는 음경이 내장을 깊은 곳까지 벌렸다.

“헉!”

귀두는 돌덩이처럼 딱딱했고 기둥은 쇠 파이프처럼 강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혀를 적시는 핏방울에서 느껴지는 비릿한 쇠 냄새 덕분에 정말로 산채로 쇠 파이프에 관통당하는 착각이 들었다.

퍽. 퍽. 퍽.

“아……으.”

상대는 신에 비견되는 완력과 능력, 그리고 재생력까지 골고루 갖춘 에스퍼였다. 그는 느슨함이 뭔지 모른다. 배려심이 결핍된 강한 몸짓은 인위적으로 강화한 육체를 빠르게 훼손했다.

마구잡이로 찢어진 살점은 버거운 부피의 음경에 심하게 마찰 당한 탓에 더욱 찢어졌다. 뭉그러진 통각은 여린 근육이 찢어진 고통이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 날카로운 아픔은 사라지고 대신에 애매한 가려움만 느껴졌다.

윤조로서는 다행인 일이면서도 동시에 불행이었다. 그쪽으로 느끼는 가려움은 성감과 통하기 때문이었다.

찢어진 상처로부터 새어 나온 피가 입구와 안쪽 내장을 적셨다. 살이 비벼지는 마찰음은 질척이는 물소리를 동반했다. 전신이 위아래로 세차게 흔들리면서 목구멍이 벌어졌다. 또 과도한 호르몬 덕분에 뇌도 완전히 마비되었다. 통각이 모조리 성감대로 바뀌었다.

“으……응……. 아으.”

윤조가 뱉는 성마른 신음도 점차 눅눅해졌다. 강하게 박히면 박힐수록 어금니를 깨문 마른 발음이 사라졌다. 대신 무르게 젖은 발음이 더 많아졌다.

시야도 흐려졌다. 이마에서 난 땀방울이 관자놀이를 타고 흘러 뒷덜미를 적셨다. 부지불식간에 침대 시트를 꽉 틀어잡았던 손바닥에도 습기가 찼다. 공중에서 흔들리는 발이 구부정하게 곱아들었다.

윤조 안에 심어진 가이드 프로그램이 작동했다. 감각기는 본인 신체에 가해지는 부담을 무시하고 에스퍼의 성감에 집중했다. 이 순간부터 윤조는 강수혁 전용 섹스토이였다.

“아읏…… 으응.”

콧소리가 높게 울려 퍼졌다.

우람한 음경이 속을 짓이길 때마다 윤조는 비음을 흘렸다. 좁은 내장을 뚫고 들어온 딱딱한 기둥에 내벽이 반사적으로 들러붙었다. 돌덩이 같은 귀두가 앞으로 뒤로 움직이면서 장 안을 긁어 댔다. 귀두 갓의 바깥쪽 선이 전립선이 위치한 부근을 문질렀다.

“아! 으앗! 아응!”

아주 살짝 건드렸을 뿐인데 사방에 불꽃이 번쩍 튀었다.

가이드 프로그램에 의해 분비된 각종 호르몬에 의해 성감대가 극대화된 윤조는 허리를 띄웠다. 미친 듯이 활성화된 성감대와 별개로, 인간으로서 기본적으로 갖춘 생존 욕구가 제 안을 찧어대는 음경의 속도를 조금이나마 늦추려고 했다.

“자…… 잠깐…… 아윽! 천…… 처응…… 아!”

띄엄띄엄 뱉은 말이 기어이 교성에 먹혀 버렸다.

윤조는 틀어쥐었던 침대 이불을 놓았다. 대신에 빠르게 다가왔다가 멀어지는 상대의 어깨에 손을 얻었다. 살기 위해 단단한 어깨를 내리눌렀으나 무용지물이었다.

퍽!

귀두가 전립선과 가장 가까운 지점을 때렸다. 어마어마한 쾌감이 전신을 휘감았다.

“아……으…….”

크게 벌어진 입가로 고인 침이 흘렀다. 감각의 세기가 수용 한계에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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