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씩이나 이 거지 같은 섬에 떨어지다니 148화
“선배…… 혹시 한지수한테 뭐 잘못한 거 있어요?”
“아니 없는데? 혹시 너 무슨 밉보인 거 있냐?”
“잘 모르겠는데요…… 왜 이렇게 잘해 줘요, 갑자기. 저 진짜 무서워요.”
“……약했나?”
이튿날 아침, 두 사람의 촬영 일정이 여유로운 틈을 타 예능 카메라를 들이댄 제작진들은 뜻밖에 하이 텐션을 보이는 지수의 모습에 다들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처음 드라마 로그라인을 듣고, 촬영장에 내려왔을 때만 해도 다들 사이코 패스 살인마가 지수고, 정의로운 형사가 당연히 단솔일 거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지수는 예능 제작진들 사이에서 두려운 존재로 손꼽혔었다.
“PD님, 이제 뭐 하면 돼요?”
정작 하루 전까지만 해도 예능 카메라만 보면 역할에 몰입하고 있는 단솔을 귀찮게 하지 말라느니, 자는 애 깨우지 말라느니 잔소리를 늘어놓던 사람이 무슨 다른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싱글벙글하며 먼저 말을 걸어왔다.
“어…… 저희 기획 회의 중에 나온 건데…… 쉬는 시간에 여기 동네 주변에 초등학교도 있고 문구점…… 시장 이런 데도 있던데. 두 분이서 약간 데이트하듯이 가시면…… 추억이 되지 않을까요……? 편하게 데이트하듯 걸으시면 저희가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걸로…….”
제작진 중 눈치 빠른 PD가 먼저 치고 나왔다. 한지수에게 평범한 콘셉트의 데이트를 가라고 하는 건 모험이었다. 워낙 지수의 기분이 하이 텐션이다 보니, 기분 좋을 때 찔러 보고 아님 말고, 식이었다.
당장이라도 ‘내가 그런 데나 가서 떡볶이 먹고, 달고나 만들고 그럴 사람으로 보입니까 지금?’ 하면서 인상 팍팍 쓰며 욕이라도 하려고 들면 ‘하핫, 역시 그렇죠?’ 하면서 분위기 좋은 브런치카페로 모실 준비도 해 놓은 상태였다.
역시나 척하면 척인 다른 예능인들 촬영보다 훨씬 품이 많이 들었다. 억울하지만 어쩌겠는가. 조용한 카페에서 브런치만 먹어도 시청률이 대박을 터트리는데.
벌써 단솔과 지수 두 사람이 출연한다는 예고편의 조회 수가 방송국 전체 너튜브 채널에서 1위를 기록하는 바람에 윗선에서도 푸시가 들어오는 상황이었다.
“우와…… 재밌겠다!”
“시장 구경 가고 싶어?”
꿀 뚝뚝. PD는 지수의 눈빛에 꿀벌 CG를 그려 넣는 상상을 했다. 확실히 두 사람이 한 프레임에 있는 게 재밌긴 하네.
단솔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지수가 환하게 웃었다.
근데 형 괜찮아요? 제작진들 대신 걱정스레 묻는 단솔의 물음에도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그게 뭐 어려운 일이라고, 나도 좋아해 시장.
* * *
시장으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초등학교 앞 문구점에서 단솔은 이상한 음악이 나오는 솜사탕 기계 앞에 걸음을 멈추었다.
“형, 저 어릴 때 솜사탕 장인이었어요.”
“크큭, 너 어릴 때도 이런 게 있었어?”
“그럼요. 이 기계는 만국 공통이에요.”
“그래?”
“제가 얼마나 예쁘게 만드는지, 전교생이 다 저한테 다 솜사탕 만들어 달라고 하는 통에 연습실 늦을 뻔했다니깐요?”
만두나 송편을 잘 빚으면 예쁜 아기를 낳는다던데. 혼자 한 실없는 생각에 지수는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싱긋 올라갔다.
단솔은 그 표정을 보곤 지수가 자신의 이야기가 재미있어 그랬다고 생각했는지 귀여운 소리를 이어 나갔다.
“지금은 업그레이드 버전을 만들어야겠어요. 토끼 모양으로 도전.”
단솔이 동전을 넣자 설탕이 덕지덕지 붙은 기계에서 단내가 화악 풍기면서 설탕으로 만든 솜사탕 실이 뿜어져 나왔다.
도대체 이 기계는 청소를 하긴 한 걸까, 벌레며 미생물이며 걱정이 되긴 했지만, 일단은 단솔이 즐거워하니 지금은 즐기도록 내버려 두고 먹지는 못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지수는 팔짱을 끼고 지켜보고 서 있었다.
공기 중으로 풍기는 단내가 썩 나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지수는 그제야 왜 약쟁이 새끼들이 자신의 커리어를 다 무너뜨려 가면서 약을 못 끊는지 알 것도 같았다.
정수리를 다 태울 듯 내리쬐는 햇빛, 담장 너머 아이들의 소음, 지저분한 문구점 앞 노상. 전부 다 지수가 싫어하는 것투성이인데 도무지 싫다는 생각이 좀처럼 들지 않았다.
단솔이 솜사탕에 집중하고 있는 사이, 지수는 자연스레 어젯밤 일을 떠올렸다.
* * *
“우리 결혼할래요?”
“솔아…… 너…… 진심이야?”
“싫어요?”
“아니…… 그게 아니라…… 너무 갑자기…….”
“난 어차피 형이랑 할 거예요. 지금 당장 하자는 것도 아니고…… 그냥…… 불안해하기 싫어서 미리 도장 찍어 놓는 거라고 생각해요.”
단솔은 그 말을 끝으로 민망한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추워요. 숙소 들어갈래요.”
춥다면서, 얼굴은 새빨갛게 익은 채였다. 술도 한 잔 마시지 않아 놓고.
지수는 너무 신난 나머지 그 자리에서 단솔을 업고 숙소까지 뛰었다. 그 바람에 두 사람은 내리는 소나기를 쫄딱 맞아 비 맞은 생쥐 꼴이 되고 말았다.
술집 주인에게 빌린 우산도 언제 내팽개쳤는지 어느새 숙소에 도착했을 땐 두 사람 중 누구의 손에도 들려 있지 않았다.
“나 서울 가면 결혼 준비할 거야.”
쪼르륵 숙소로 들어가려는 단솔을 붙잡고 지수는 참 간절한 눈으로 물어봤었다.
“꼭 지금 하자는 건…… 아니었는데요?”
“그럼 언제 하자고? 응? 솔아 형 죽어.”
“몰라요. 형 좋을 대로 하세요. 저 먼저 씻어요.”
커다란 다이아 반지도, 화려한 음악도 없는 엉망진창의 프러포즈였지만, 지수는 그날 낡은 모텔 로비에서 만세를 불렀다.
* * *
“망했어.”
그때, 자다 일어나 찌그러진 비숑프리제 같은 모양의 솜사탕을 든 단솔이 심각한 표정으로 지수에게 다가왔다. 그걸 살려 보겠다고 손바닥으로 꾹꾹 누르고 다시 손을 쪽쪽 빨아 먹고 난리가 났다.
“기계가 이상한 거 같아요. 나 때는 안 이랬는데. 요즘 기계는 아무래도 설탕 양이 좀 적네.”
“그러셨어요 아저씨?”
“아 진짜라니까요?”
“알았으니까 그거 먹지 말고 버려. 자, 손 닦아.”
“이거 맛있는데…….”
한참을 꾹꾹 눌러서 땟국물이 줄줄 흐르고 이제는 주먹만 하게 쪼그라든 솜사탕을 아쉽게 바라보고 있자, 지수는 그걸 나무젓가락째로 쓰레기통에 던져 넣고는 제 주머니에서 물티슈를 꺼내 단솔의 찐득거리는 손을 쓱쓱 닦아 버렸다.
“원래 이렇게…… 다정한 스타일이신가 봐요?”
당연한 듯 지수의 수발을 받고 있던 단솔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원체 사람들 잘 챙기는 스타일이잖아요.
“누…… 누가요?”
“지수 형이요.”
단솔만 알고 있는 세계관에 제작진들의 동공이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리고 있었다. 눈치 빠른 PD 한 명이 어색하게 말을 덧붙였다.
“하하, 그러게요…… 한지수 씨가 의외의 면모가 있으시네요. 꼭 애기 엄마들처럼 물티슈도 챙겨 다니시고…… 결혼하시면 정말 일등 아빠 되시겠다.”
“그래 보여요?”
“네? 아니 저는…….”
“그래 보이냐고요.”
농담조로 덧붙인 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며 제가 무슨 말실수라도 했나 PD가 어리둥절해하는 찰나였다.
“저…… 저는…… 그래 보여서…… 그렇다고…… 말씀드린 것밖에는…….”
“잘 보셨네요.”
“……네?”
“결혼하면 정말 잘할 것 같죠, 저?”
도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추라는 건지. 진짜 마약 단속반이라도 불러야 하는 건가, 심각히 고민하던 그때, 지수가 폭탄 발언을 했다.
“그래서 하려고요. 결혼.”
“네?”
“형!”
“하…… 한지수 씨? 누…… 누구랑? 주단솔 씨랑 하시는 거죠? 당연히?”
“그럼요. 제가 누구랑 하겠어요.”
지수가 입을 떡 벌린 채 서 있는 단솔의 손에 깍지를 끼곤 들어 보였다. 물티슈로 쓱쓱 닦고 난 뒤라 아직 물기도 채 가시지 않은 손이 다시금 축축하게 젖어 들어가고 있었다.
“이…… 이거…… 저희 방송에 내보내도 돼요?”
“뭐…… 어차피 다들 알게 될 건데, 아무래도 들키는 것보다야 저희 쪽에서 먼저 공개를 하는 게 낫겠죠?”
“와…… 진짜 감사…… 아니 축하드립니다!”
<다이노소울 포털>
전지적주변인시점 예고편 본 사람?
미친거 아니냐 한지수 주단솔 결혼한 댄다.
⤷ㅋㅋㅋㅋ어그로아님?
⤷어그로 아닌거 같던데 한지수 개진지하던데
⤷내가 봤을 때 연기톤임 백퍼
⤷그거 드라마 장면 아님?
⤷드라마 내용 알고 씨부리냐 형사랑 싸패 살인마세요
⤷형사랑 싸패 살인마는 왜 결혼하면 안 되는데 사고방식 존나 편협하네
⤷윗댓쓸데없이 편견없음류 갑
한사장 미친놈 아니냐 진짜 주리더 돌려내 이자식아....
⤷연애까지는 그렇다고 쳐도 결혼은 좀...
⤷안될 건 없지 않나....?
⤷솔직히 개망해서 빛도 못볼뻔한 그룹 한사장 아니었으면 나오지도 못했을 텐데 이제 와서 결혼은 아니지 않나 이지랄
⤷그건 맞음 첨에 투자 할 때 정사장이 안 된다는 거 한사장이 울고불고 무릎도 꿇었다던데
⤷댓글가관이네 뭘 무릎을 꿇어 드라마 너무 많이 본 듯 ㅋㅋㅋㅋ딱봐도 그런캐릭터 아니구만
⤷그런 캐릭터 맞음 근데 무릎꿇어서 돈나온다고 하면 365일 무릎보호대 차고 무릎꿇고 있을 사람이긴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난 근데 둘이 어차피 결혼 할 거같기도 해서 사귀다가 헤어질바엔 일찍이 결혼하는 게 낫다고 생각ㅠㅠㅠ결혼하면 오히려 애들 앨범 꼬박꼬박 내주고 좋지뭐
와 근데 이 난리 쳐놓고 어그로면 전지적 주변인 시점 가만안도
근데 예능에서 결혼발표면 진짜 의외긴 하다. 한지수 진짜 예측할 수 없는 인간임.
⤷근데 따지고 보면 단솔이랑도 예능에서 만났음 ㅋㅋㅋㅋ
⤷아 그건 또 그러네 ㅋㅋㅋㅋ
⤷아니 어떻게 보면 마케팅 하나는 타고 난 듯 빨리 본방송 했으면 ㅠㅠㅠ예고편만 몇편째냐고 ㅅ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