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씩이나 이 거지 같은 섬에 떨어지다니 81화
<알오매치 서바이벌 in 아일랜드 포털>
나 응급실 근무하는데 ㅈㄷㅅ이랑 ㅈㄱㅁㅎ왔음. 둘다 완전 거지꼴하고, ㅈㄷㅅ은 좀 크게 다침. ㅈㄱㅁㅎ은 막 작가인지 피디인지 스태프한테 혼나는데 바나나우유 왜 훔쳤냐고 뭐라하던데. 얘네 무슨 거지체험하나? 꼴이 말이 아니던데.
⤷꿈꿨음? 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진짜라고ㅋㅋㅋㅋ나도 안믿김
⤷별에별 어그로가 다 있네 ㅋㅋㅋㅋ
나 아까 응급실 글썼던 쓰니인데, 예고편 뜬거 봐봐 ㅈㄷㅅ맞짢아 그날 응급실에서 입은 옷이랑 똑같음ㅠㅠㅠ 내가 찍은 사진인데 흔들려서 제대로 안나왔는데 인증함.
⤷어...?진짜네?
⤷어그로라고 다 무시했는데 진짜였엌ㅋㅋㅋㅋ
⤷ㅈㄷㅅ이라길래 정대수인줄, 정대수 ㄹㅇ칼에 찔려도 안다칠 것 같아서 안 믿었는데 미안 단솔이었네 ㅠㅠ 발에 깁스한거임? 많이 다쳤음?
⤷피나고 인대늘어나서 반깁스함 아무리 무인도 회차라도 다 조작하고 이럴 줄 알았는데, 진짜 밥도 안먹이는지 애가 엄청 말랐음. 얼굴 개작고 진짜 예쁘장하게 생김.
⤷ㅈㄱㅁㅎ은 어때
⤷스태프 중에서도 짬 제일 낮아보이는 사람한테 탈탈 털릴 때는 개 하찮아보였는데, 가까이 가니까 등치 산만하고 포스 오짐. 근데 도넛들고 존나 맛있게 먹더라 3일은 굶은 사람 같앴음.
⤷ㅎㅈㅅ복귀후에 좀 싸늘했는데 저 사진 보니까 흔들렸는데도 단솔이 살 많이 빠진게 보일 정도라 좀 짠하게 느껴지네 ㅠㅠㅠ
* * *
“방 탈출 게임 같은 건가…….”
“방 탈출이요? 그게 뭔데요……?”
“아, 나도 많이 해 보진 않았어요. 애들이 가자 그래서.”
태오는 제우스 멤버들과 방 탈출 게임을 해 본 적이 있는 듯 능숙하게 설명했다.
“힌트 얻어서 수수께끼 같은 거 푸는 거예요. 문제 다 풀 때까지 방에서 못 나가고. 지금 우리 상황이랑 비슷하죠.”
애초에 나갈 건데 왜 방에 갇히는 거지. 그걸 푸는 게 재미인 건가. 게다가 이 넓은 섬에서 해도와 열쇠, 그리고 선장님까지 찾으라니.
그 흔한 방 탈출 게임을 한 번도 해 보지 못한 단솔은 이 거대한 섬 탈출 미션이 당황스럽기만 했다.
―갑작스러운 미션에 다들 당황하셨죠? 그래서 저희가 준비한 선물이 있습니다.
―바로, 바로! 첫 번째 복불복 게임인데요. 앞에 놓인 ‘YES or NO’ 중에서 하나를 고르시면, 여정을 함께할 멤버를 고를 수 있습니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YES, NO만 가지고 어떻게 팀원을 나눈다는 거지. 단솔의 머리로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단솔은 긍정의 힘을 믿고 아무 생각 없이 YES를 집어 들었다.
한편, 다른 알파들은 단솔의 선택을 기다리느라 아무것도 고르지 않고 있다가 YES를 집었고, 두현 역시 이연의 선택을 기다리느라 가만히 있다가 YES를 골랐다.
출연자 중에서는 민성만 NO를 집어 들었다.
―와우, 하민성 씨를 제외한 나머지 분들 모두 YES를 고르셨는데요. 첫 번째 복불복의 명제는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같은 형질의 출연자와 동행하시겠습니까?]
―YES를 고른 주단솔 씨와 유두현 씨는 섬의 남쪽에서 출발, 또 YES를 고르신 정대수, 한지수, 이이연, 제갈민혁, 마태오 씨는 섬의 북쪽에서 출발. 유일하게 NO를 고르신 하민성 씨는 섬의 동쪽에서 출발하시면 되겠습니다.
“자…… 잠깐만요! 따로 출발한다고요?”
지수가 되묻자, 제작진이 채 대답도 하기 전에 해안가로 줄줄이 사륜구동 오토바이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네! 그렇습니다! 같은 형질의 출연자분들끼리 동행하는 데 모두 동의하셨으니까요.
단솔과 함께 가려고 YES를 고른 알파들 모두 솜사탕을 빼앗긴 너구리 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중에서도 두현이 단솔에게 악의를 품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이연은 적극적으로 항의를 하기도 했다.
“무슨 사고라도 나면 어떡합니까.”
―제작진이 따라가니까 괜찮습니다.
“아니……! 다리도 다친 사람이 있는데 이런 미션은 좀 너무한 거 아니에요?”
―다친 다리로도 계속 녹화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한 건 주단솔 씨입니다. 그렇죠?
“어…… 네! 선배님, 저 괜찮아요…….”
당사자가 괜찮다고 하니 뭐라 할 말이 없어진 이연이 한숨만 푹푹 내쉬고 있을 때였다.
“그럼 난 왜 혼자 가요? 오메가들이랑 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유일하게 NO를 고른 민성이 한참 만에야 입을 열었다. 아마도 룰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듯했다.
―NO를 고른 오메가 출연자가 없기 때문에 혼자 가셔야 합니다. 자, 시간이 없어요. 다들 움직여 주세요!
단솔은 YES를 고른 제 손목을 내리치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하필이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유두현이라니. 최대한 그를 피하려고 방송 초반부터 애를 썼건만. 지수도 없이 오메가 멤버가 단둘만 남을 줄이야.
천근만근 모래주머니를 단 듯 무거운 발을 옮기고 있는 사이, 다른 출연진들도 몇 개 안 되는 짐을 챙기느라 분주한 모양새였다.
단솔도 침낭이나 어젯밤 식사에서 몰래 빼 둔 간식거리를 챙기려고 발걸음을 옮기려던 때, 저쪽에서 지수가 뛰어와 단솔에게 무언갈 쥐여 주었다.
“솔아, 이거 가져가.”
“네? 이게 뭐예요……?”
지수가 건넨 건 자그마한 손전등과 라이터 하나였다.
“이거 어디서 났어요 형……?”
혹시나 또 절도 방조로 감점을 당할까 봐 단솔은 스태프 쪽 눈치를 살폈다.
“걱정 마. 훔친 거 아니고, 섬에 들어올 때 생존 물품이라고 받은 거니까.”
하긴, 단솔 역시 무인도에 들어올 때 라면을 받긴 했었다. 지금은 부스러기 하나조차 남아 있지 않았지만.
“이것도 가져가.”
지수는 주머니를 뒤지더니 또 무언가를 내밀었다.
“……이거 칼 아니에요?”
처음 무인도에 들어올 때 지급됐던 주머니칼 중 하나였다.
“혹시 모르니까, 정대수가 너 챙겨 주라고.”
단솔이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대수가 있는 쪽을 쳐다보았다.
어색해서 말도 안 하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도 단솔이 걱정은 됐던 모양이었다. 뒤돌아선 대수의 귓불이 붉게 물든 모습이 보였다. 예전에는 그저 무뚝뚝한 사람이라고 여겼는데, 가까이서 알아보니 그는 의외로 부끄러움이 많은 사람이었다.
마지막 회차도 아니었고, 길어 봤자 3일 뒤면 만날 텐데 단솔은 왠지 그들과 영원히 이별하는 기분이 들었다. 스스로가 생각해도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해명 도사의 말을 자꾸만 곱씹어서 그런가.
지수는 단솔의 표정이 어두워지는 게 섬 탈출에 대한 걱정 때문이라고 생각했는지 말을 덧붙였다.
“무리하지는 마. 힘들면 못 하겠다고 하고 쉬고. 어차피 섬이 작아서 금방 만날 거야. 저기 말고 다른 데 있겠어?”
지수가 가리킨 곳은 무인도 가운데 있는 산이었다. 춘몽도의 축소판 같은 이곳에 무언갈 숨길 데라곤 분화구처럼 생긴 정상 절벽밖엔 없어 보였다.
“……형 고마워요.”
원망하는 말을 내뱉곤 그 뒤로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던 두 사람이었다. 단솔은 사람들에게 욕을 먹을까 두려워 지수와 거리를 두려고 했던 게 생각나 얼굴이 빨개졌다.
지수는 단솔이 일방적으로 화를 낸 건 생각도 나지 않는지 그저 부스스한 단솔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가 찾을게, 천천히 와.”
물건을 찾아서 탈출하겠다는 말인지, 단솔을 찾아오겠다는 말인지. 다정하게 맞춰 오는 시선에 순간 사고가 정지되고 말았다.
“얘기는…… 다녀와서 하자.”
“네…….”
지수의 눈빛에서 단솔은 그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알 것도 같았다.
두 사람이 대화하는 모습을 카메라가 찍고 있다는 걸 의식한 순간부터 인터넷에서 본 댓글이 잊히지 않았으니까. 지수가 단솔의 스폰서이며, 방송 전부터 두 사람 사이에 모종의 관계가 있었다는…….
하지만, 마냥 처음 댓글을 봤을 때처럼 막막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단솔의 걱정이 무엇인지 다 안다는 듯한 지수의 눈빛이 어느 순간부터 단솔을 안심시키고 있었다.
“나중에 봐요! 조심하세요!”
“단솔 씨! 조심해요!”
사람들의 배웅을 받은 단솔은 스태프가 운전하는 사륜 오토바이 뒷좌석에 타 해변을 가로질러 섬의 남쪽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모래바람을 맞으며 실눈을 뜬 단솔의 시야에 자신과 같은 방향으로 향하는 두현이 보였다. 하필이면 다리도 성치 않은데 두현과의 동행이라니.
내키지 않는 것은 두현도 마찬가지였던 듯, 단솔과 눈이 마주치자, 그는 아예 왼쪽으로 고개를 틀어 버렸다.
‘아이 씨…… 내가 먼저 고개 돌릴걸.’
두현의 행동에 단솔 역시 유치한 생각이 들던 찰나였다. 하지만 단솔이 고개를 돌리기도 전에 오토바이는 섬의 남쪽에 이미 도착해 있었다.
왠지 모를 패배감을 느낀 단솔의 눈에 들어온 것은 울창한 숲이었다. 나무들이 너무도 빼곡하게 차 있어 길이 어딘지 제대로 보이지도 않을 정도라 숲은 꼭 정글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게 뭐야…….”
“우리 보고 여길 올라가라고요?”
―네, 그래도 주단솔 씨가 다리 부상이 있다는 걸 감안해서 완만한 쪽으로 배정해 드렸습니다.
여기가 완만하면 도대체 알파들이 향한 북쪽은 어떻다는 거지.
“정말 여기가 완만한 거 맞아요……?”
의심을 감추지 못한 단솔이 묻자, PD는 태블릿 PC를 열어 알파들이 떠난 북쪽 섬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기암괴석이 즐비하게 늘어선 돌산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여길 오르려면 암벽 등반을 해야 오를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치 단솔이 서 있는 곳과 다른 지역으로 보이는 모습에 그제야 단솔도, 두현도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중요한 건 산을 오르는 게 아니라 아이템을 찾는 겁니다. 꼭 아이템이 정상에 없을 수도 있으니까요. 두 분이 힘을 합쳐 작전을 짜셔도 되고, 데이트권에 미련이 없으시다면 이곳에서 3일을 편안히 보내다 그냥 섬으로 나가셔도 상관없습니다.
단솔은 그 말에 살짝 고민했다. 다친 다리를 끌고 산을 올라가 아이템을 찾는 게 그리 쉬운 일 같지 않았다.
하지만…….
“끝까지 못 올라갈 것 같으면 그냥 여기 있어요. 혹시 알아요? 아이템 세 개 다 내가 찾아내면 단솔 씨 내가 끼워 줄지?”
다리가 부러져도 두현의 성공에 제 운명을 걸고 싶지는 않았다. 더더군다나 두현에게 구걸하고 싶지도 않았다.
“아녜요, 저 올라갈 수 있어요. 인대 좀 늘어난 건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