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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씩이나 이 거지 같은 섬에 떨어지다니-71화 (71/150)

두 번씩이나 이 거지 같은 섬에 떨어지다니 71화

-여러분 잘 지내고 계셨나요? 벌써 3시 미션 시간입니다.

- 혹시, 식량이 부족해 서로를 욕하고 다투고 계시지는 않았나요?

-설마, 우리나라 최고의 연예인들이 모인 이곳, 알오매치 서바이벌 in 아일랜드에서 그런 일이 있었던 건 아니겠죠.

이미 모니터로 태오와 민성이 다투는 모습을 봤으면서, PD는 마치 모르는 척 스피커를 틀었다.

따지고 보면 라면 몇 봉지일 뿐인데, 무인도 생활에 너무 빨리 적응한 탓일까. 태오는 자신의 행동이 부끄러워졌다.

-그래서 여러분을 위해서 준비했습니다. 특별히 무인도에서의 첫 미션이니만큼, 국내산 최고급 한우와 바비큐 세트입니다.

PD는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는 출연진들을 향해, 분홍빛이 선명한 한우와 숯불 화로, 바비큐를 위한 소시지와 야채 세트를 보여 주었다. 단솔은 침을 꿀꺽 삼켰다.

“단솔 씨, 저거 먹고 싶어요?"

“네...... 당연하죠. 한우인데요."

태오가 그런 단솔의 모습을 보고 눈을 빛냈다.

“내가 저거 따서 꼭 단솔 씨 한우 먹게 해 줄게요. 다른 건 몰라도 몸 쓰는 게임은 자신 있어요."

단솔은 아까 전 자신의 허리를 감싸 안았던 태오의 단단한 팔을 생각해 내곤 고개를 끄덕였다. 대수보다는 아니겠지만, 오히려 빠른 속도를 요하는 게임이라면 태오가 유리할 법도 했다.

-무인도에서의 첫 게임인 만큼 이번 게임은 단체전입니다.

하지만, 단체전이라는 말에 금세 다들 표정이 굳어졌다. 방금까지 도 민성과 주먹다짐을 할 뻔했는데, 과연 서로 협조가 될지 의문이었다.

-게임은 간단합니다. 저희가 보여 드리는 사진을 보고 서로의 필모그래피를 맞히시면 됩니다. 서로 조금씩 더 알아 가는 시간이 될 수 있겠죠?

“아...... 망했다.”

해외 콘서트를 다니느라 다른 사람들의 영화나 드라마를 챙겨 볼 여유가 없었던 태오가 낭패의 표정을 지었다.

“괜찮아요 태오 씨. 모르면 내가 가르쳐 줄게요."

오히려 시간 여유가 많고, 회귀 전에 히키코모리 생활을 했던 단솔이 그런 태오를 위로했다.

단솔을 제외하고는 다들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는 사람들이라, 게임에 자신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본인을 제외하고 순서대로, 사진을 보여 주고 3초 안에 답을 맞히면 정답 인정입니다. 한 명이라도 실패할 경우 배는 떠나게 됩니다.

단솔은 그제야 아직까지 PD가 배에서 내리지도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순서는 이대로 하실 건가요?”

어쩌다 보니 태오와 단솔 대수, 민성, 이연, 두현, 민혁 순서로 서게 되었다. 단솔은 손을 번쩍 들었다.

“아니요! 제가 먼저 할게요!"

"아......."

게임에 자신 없어 하는 태오 대신 단솔이 나선 것이었다. 실패할 때 실패하더라도, 안 그래도 지수의 탈락으로 욕을 먹고 있는 태오보다는 제가 나을 것 같아서였다.

"아니, 내가 먼저 하지."

하지만 그런 단솔을 막아선 것은 대수였다. 이런 게임엔 영 소질이 없어 보이는데, 대수가 나서는 걸 모두가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아뇨. 제가 먼저 합니다."

태오가 마치 대수와 기 싸움이라도 하겠다는 듯 제일 앞에서 표정을 굳히고 서 있었다.

“태오 씨! 왜 그래요! 자신 없으면 뒤로 와요!”

“아뇨, 제가 할 거예요. 저 잘할 수 있어요. 단솔 씨 꼭 한우 먹게 해 줄게요"

아까 전엔 민성과 저 대신 싸우질 않나, 이번엔 자신 없는 게임에 먼저 나서질 않나.

태오가 자기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고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르는 단솔은 무인도에 들어온 뒤로 태오가 이상해진 것 같다고 느꼈다.

‘아무래도 이렇게 많은 악플은 처음 받아 봐서 그런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게 언제나 답은 아닌데.......'

제 생존 전략이라도 공유를 해 줘야 하나, 단솔이 멍하니 생각에 빠져 있는 사이 이미 제작진은 문제를 낼 준비를 마치고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 있어?"

“당연하죠! 선배님보다는 1살이라도 젊은 제가 더 잘 맞출걸요.”

"그래...... 그럼 앞에 서."

아이돌이니까 영화나 드라마는 몰라도, 민성의 아이돌 시절이나 민혁의 무대가 문제로 나올 가능성을 생각했을 때 저보다 나을 성싶기도 했다.

태오, 대수, 단솔, 민성, 이연, 두현, 민혁의 순서대로 선 사람들은 마지막 순서인 민혁을 제외하고 PD의 손에 들린 스케치북에 초집중한 상태였다. 민혁은 사실상 자신의 순서까지는 올 리가 없다는 생각에 그저 싱글벙글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자, 한 번이라도 틀리시면 저희는 그냥 출발합니다.”

"네!"

“시작합니다.”

“아! 빨리요!”

극도로 긴장한 탓인지 태오는 자꾸만 사진을 보여 주지 않고 애태우며 긴장감을 주는 PD에게 재촉했다.

“마태오 씨가 맞혀야 할 문제는 주단솔 씨 필모그래피입니다. 하나, 둘, 셋!"

"어.......그…..... 저.…...."

"땡!"

하지만 자신감을 보였던 태오는 빨간 닭 벼슬 머리에 스모키 화장, 보라색 반짝이가 들어간 립스틱을 바른 단솔을 보자마자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도대체 저게 뭘까. 외계인? 포도 먹은 닭인가.

"강원도 삼척시 어린이날 기념 뮤지컬 우주 요괴 꼬야꼬."

이미 기회는 물 건너갔지만, 대수의 입에서 정답이 나왔다.

“오, 정대수 씨 정답이지만 안타깝게도 이건 마태오 씨 문제라 땡입니다! 땡!"

"어...... 어떻게 그걸."

단솔조차도 잊고 있었던 행사였다. 실은 소속사도 몰래 일당 10만 원이라는 말에 홀려 어린이 뮤지컬 스태프로 지원했었는데, 악당 역할을 맡은 사람이 당일에 펑크를 내면서 일회성으로 출연한 행사였다.

덕분에 일당을 20만 원이나 더 받았고 몇 번 더 나와 달라는 부탁을 받기도 했지만, 대표에게 걸려 혼날까 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출연한 뮤지컬이었다.

“도대체 이걸 어디서 구하신 거예요?"

“안타깝네요. 한우는 저희가 맛있게 먹도록 하겠습니다."

사진의 출처가 궁금했던 단솔의 물음에는 답해 주지 않은 채 PD는 다시 배를 출발시켜 점점 멀리 사라지고 있었다.

"...... 괜히 긴장했네. 고맙다 마태오?"

민성이 다시 깐족거리며 태오의 어깨를 두드렸지만, 바락바락 대들 줄 알았던 태오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였다.

"저기...... 태오 씨......."

"아...... 미안해요 단솔 씨. 맞혔어야 했는데."

태오는 진심으로 괴로워하고 있었다. 가끔 인물 퀴즈 같은 걸 하다 보면 친분이 있는데도 이름이 생각나질 않아 서로 민망해지는 경우가 있었지만, 이번 문제만큼은 제작진이 틀리라고 낸 문제에 가까웠다.

무인도에서 한우를 걸고 게임을 할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었다. 단솔은 혹여나 제작진들이 들을까, 마이크를 막고 태오만 들리도록 귓속말을 건넸다.

“미안해할 거 없어요. 저도 아마 못 맞혔을걸요? 틀리라고 낸 문제를 어떻게 맞혀요. 저 진짜 괜찮아요."

“근데...... 맞힌 사람이 있잖아요."

“어...... 그러게요. 어떻게 맞히신 거지. 신기하네요, 하하."

단솔은 대수의 집에 있던 다이노소울의 굿즈방이 떠올랐다. 그 정도 덕후라면 충분히 알 수 있는 문제긴 했지만, 혹시나 대수가 다이노소울의 못 말리는 덕후라는 걸 들킬까 봐 단솔은 어색하게 미소만짓고 있었다.

다시 동굴로 돌아가는 길. 태오는 대수의 두꺼운 등판이 뚫어져라 노려보고 있었다.

<알파x오메가 속마음 인터뷰>

Q : 정대수 씨, 무인도에 도착해 첫 번째 게임을 진행해 보았는데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정대수 : 너무 빨리 틀려서 뭐가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더군요.

Q : 도대체 주단솔 씨가 ‘강원도 삼척시 어린이날 기념 뮤지컬 우주 요괴 꼬야꼬' 공연을 했다는 건 어떻게 아신 거죠?

정대수 : 정말 귀엽지 않나요. 닭도 아니고 외계인도 아닌데...... 이상한 날개 춤을 추더군요.

Q : 아니 그러니까 그걸 도대체 어떻게 아셨는지.......

정대수 : 노란색 병아리 옷을 입고 있는데, 그날 착장이.......

Q : 아니 저기요.

Q : 주단솔 씨, 무인도에 도착해 첫 번째 게임을 진행해 보았는데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주단솔 : 무인도...... 동굴이 되게 깨끗했어요. 너무 건조하지도 않고, 너무 습하지도 않고.

Q : 그...... 우주 요괴 꼬야꼬는...... 어쩌다가.......

주단솔 : 아! 동굴 앞에 개울이 있는데, 그게 가습기...... 역할을 하나 봐요. 물도 깨끗하고.

Q : 하하, 말 돌리지 마시고요...... 어쩌다가 하게 되신 건가요?

주단솔 :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려고.......

Q:.........

주단솔 : 돈이 필요했습니다. 그 연습생 때.

Q : 마태오 씨, 무인도에 도착해 첫 번째 게임을 진행해 보았는데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마태오 : 후...... 자꾸 지는 느낌이 들어서 마음이 안 좋아요.

Q : 누구한테 지는 거죠?

마태오 : 제 자신에게도 그렇고....... 아무래도 알파다운 모습을 보여 주고 싶은데, 그게 마음대로 안 되니까.......

Q : 누구한테 알파다운 모습을 보여 주고 싶으신 걸까요?

마태오 : 에이, 다 아시잖아요.

Q : 하민성 씨, 무인도에 도착해 첫 번째 게임을 진행해 보았는데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하민성 : 진짜 왔구나. 집에 가고 싶다.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Q : 다른 출연자들과 상의 없이 라면을 먼저 드셨잖아요. 그 때문에 갈등이 생겼는데 왜 그러셨나요?

하민성 : 유두현 씨가 먹자고 했습니다.

Q : 유두현 씨, 하민성 씨가 말하기로는 유두현 씨가 먼저 라면을 먹자고 했다던데.......

유두현 : 미친 거 아니에요? 먼저 먹자고! 아니...... 민성 선배가 자꾸 전 안 먹겠다는데. 한 젓가락만 먹어 보라고......! 카메라에 다 찍혀 있어요.

Q : 이이연 씨, 무인도에 도착해 첫 번째 게임을 진행해 보았는데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이이연 : 뭐...... 고생은 하겠지만 재밌을 것 같기도 하고요. 관심있는 사람이랑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Q : 관심 있는 분이 있긴 하신 거죠?

이이연 : 네, 그분이 저에게 별로 관심이 없어서 그렇지 저는 늘 있었습니다. 관심.

Q : 제갈민혁 씨, 무인도에 도착해 첫 번째 게임을 진행해 보았는데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제갈민혁 : 자연에 있으면 언제나 영감이 떠오르죠. 기타를 못 가져온 게 조금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그거 빼고는 다 좋아요.

Q: 무인도에 오니까, 알파분들 사이에 미묘한 신경전 같은 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어떠신지.

제갈민혁 : 글쎄요. 저는 모든 게 순리대로 이루어질 거라고 믿어요.

Q : 뭐...... 운명 같은 걸 믿으시는 건가요?

제갈민혁 : 아.....…! 그 말 좋네요, 운명. 굳이 신경전을 펼치지 않아도 운명의 짝이면 어떻게든 이어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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