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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씩이나 이 거지 같은 섬에 떨어지다니-53화 (53/150)
  • 53화

    주단솔 먹방 모음.

    제일 상단에 베스트 글을 보자 단솔은 호흡이 가빠졌다.

    ‘먹는 것도 얄밉게 처먹네.’

    ‘진짜 밉상이긴 하다.’

    ‘파전에 오징어만 골라먹는 주단솔 인성.’

    ‘갑자기 삔또 상해서 밥 안먹겠다고 하는 것도 ㄹㅇ 관종같음.’

    그냥 남들처럼 밥을 먹어도 무턱대고 욕을 하는 통에 단솔은 섭식 장애까지 겪었었다.

    프로그램 촬영 후 음식 냄새만 맡아도 체하는 통에 안 먹어도 욕을 하고, 오기가 생겨 일부러 잘 먹는 척을 하면 게걸스럽다고 욕을 먹었다.

    과연 이걸 보는 게 맞는 걸까. 열면 상처받을 걸 알면서도 단솔은 상처 위에 앉은 딱지를 일부러 떼어 내는 사람처럼 게시글을 클릭하곤 한참이나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

    <알오매치 서바이벌 in 아일랜드 포털>

    주단솔 먹방 모음.

    (주단솔 먹방 모음.gif)

    ⤷오물오물 너무 귀여워 햄깅이 그 자체 ㅠㅠㅠ

    ⤷식단조절 할 거 같이 생겨서 음식 안가리고 잘먹는 거 넘 예쁘다

    ⤷주단솔 먹방만 1시간 내보내 줘요 ㅠㅠ

    ⤷주단솔 브이로그 하면 맨날 어디 맛집만 돌아다니는 거 아니야? 완전 귀엽다 ㅠㅠㅠ

    ⤷요잘알인척 하면서 똥손인 것도 웃김 ㅋㅋㅋㅋ

    ⤷멤버들은 맛있다고 했다던데 도대체 다이노소울 멤버들은 뭘 먹고 살았던 거지?

    “하…….”

    회귀 전과 똑같이 밥을 먹었을 뿐인데 칭찬 일색인 댓글에 단솔은 놀라서 숨을 깊이 내쉬었다. 그 뒤로도 혹시나 자신을 까는 글들이 있을까 봐 단솔은 열 페이지가 넘는 게시글을 정독했다.

    과거와는 달라도 너무 다른 반응이었다. 혹시 욕을 하는 다른 커뮤니티가 있지 않을까, 단솔은 눈이 빠져라 회귀 전 알아낸 서치 방지 용어와 새로운 용어까지 총동원해 몇 시간째 온갖 사이트란 사이트는 다 뒤지고 다녔다.

    난 주단솔 별로............

    그럼 그렇지. 그러던 중 드디어 단솔을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이 쓴 듯한 게시글 제목을 발견했다. 이제 시작된 걸까. 혹시나 말도 안 되는 억측을 하는 글일까 봐 곧장 게시글을 확인하려고 했지만, 이 사이트는 회원제로 운영하는 게시판이 따로 있어 정회원만 열람이 가능하다는 알림이 떴다.

    “아잇…… 왜 또 정회원 신청을 하래…… 등업 그거 어떻게 하는 거였더라…….”

    가물가물한 등업 방법에 결국 공지 사항까지 확인한 단솔은 게시글 10개와 댓글 30개를 채우기 위해 커뮤니티를 열심히 누비느라 눈알이 빠질 것 같았다.

    가입 인사와 출석 체크로 좀 채운다고 해도 나머지 8개는 뭘 써야 할지 몰라서, 민혁이 가르쳐 준 아재 개그를 자유 게시판에 하나씩 올려 댔더니 욕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역시 꽤 살벌한 커뮤니티인 듯했다.

    [정회원으로 등업되셨습니다.]

    “후…… 됐어! 상처받지 말자 주단솔. 익숙하잖아. 어?”

    단솔은 심호흡을 하다 눈을 질끈 감고 게시글 제목을 클릭했다. 얼굴이 별로라느니, 음색이 별로라느니, 그냥 눈빛이 싸한 게 별로라느니 하는 말은 회귀자인 단솔의 입장에선 악플 축에도 안 드는 말이었다. 하지만 균열은 늘 작은 구멍에서 시작하는 법이었다.

    칭찬 일색인 포털의 분위기를 봤음에도 단솔은 많은 사람이 자신을 좋아하는 이 상황이 믿기질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대중과 팬의 관심이 있어야만 목을 축이고 살 수 있는 직업인지라 그들의 관심과 의미 없는 용서를 간절히 바랐던 회귀 전의 제가 떠오르기도 했다.

    회귀 전, 그저 잘해 보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임했던 마음이 과해서 독이 되었던 건가. 이번 생에서는 그저 조용히 살아남고 싶었을 뿐인데 제가 생각한 것보다 더 큰 것이 돌아왔다.

    그러나 안심할 수는 없었다. 그들의 애정은 영원하지 않으니까, 매정하리만큼 일시적이니까.

    <알오매치 서바이벌 in 아일랜드 포털>

    난 주단솔 별로............

    내 마음의 ★로……

    ⤷이거일 줄 알았닼ㅋㅋㅋㅋㅋ

    ⤷ㄴㄷㅋㅋㅋㅋㅋㅋ

    “뭐, 뭐야 이게…… 별로라는 건가…… 아니라는 건가…….”

    긴장이란 긴장은 다 하고서 용기 내어 열어 본 건데 생각보다 싱거운 댓글을 확인하고 나니, 단솔은 온몸에 힘이 쭉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오늘 먹은 것도 없이 몇 시간씩 연습을 했더니 배가 고팠다. 주변 사람들이 먹는 라면 냄새에 단솔이 입을 쩝 다셨다.

    가진 돈은 단돈 만 원뿐. 내일 아침까지 피시방에서 버티다 지하철을 타고 공연장까지 이동하기에도 부족한 돈이었다. 지금이라도 굽히고 숙소에 들어가야 하나.

    아까부터 꺼 놓은 핸드폰을 노려보다가 머리가 지끈거려 눈을 감은 단솔은, 어느새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맞네!”

    “야! 조용히 좀 해!”

    찰칵찰칵.

    “와…… 레알 주단솔…… 밀착 취재!”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단솔이 눈을 떴을 때, 단솔의 눈앞에 보인 것은 핸드폰 두 대와 단솔이 깬깬 줄도 모르고 그걸 들고서 계속 사진을 찍고 있던 고등학생 두 명이었다.

    “뭐…… 뭐야.”

    “와…… 눈 뜨니까 더 잘생겼네! 저기요! 주단솔 맞죠?”

    “에?”

    “주단솔 맞잖아요! 야! 너는 왜 당연한 걸 묻고 그러냐! 마태오 만나러 왔어요? 형! 여기 왜 있어요? 사진 하나만 찍어 주면 안 돼요?”

    데시벨 조절을 잊은 건지, 애초에 할 생각도 없었는지. 조심스레 묻는 여학생에게 타박을 한 남학생이 단솔의 이름을 불렀다. 그 소음에 게임을 하던 사람들까지 고개를 쭉 빼곤 단솔이 앉은 이쪽을 기웃거리는 게 느껴졌다.

    “아…… 아인데?”

    “엥?”

    “내 주단솔 아이라고!”

    “……에?”

    평생을 서울에서만 살아 본 단솔은 어설프게 배운 경상도 사투리로 대답을 하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학생들이 믿을지 안 믿을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일단은 이 자리를 벗어나야만 했다.

    하지만 그들은 집요했다. 빠른 걸음으로 피시방을 나서는 단솔을 지독하게 쫓아왔다.

    “형! 왜 아니라고 해요! 주단솔 맞구만!”

    “야! 너는 너보다 나이도 많은 오빠한테 왜 함부로 이름 부르냐⁈ 그렇죠 오빠!”

    “아잇! 내 아이라니까!”

    “형! 발뺌해도 소용없어요! 사투리 완전 어색해요!”

    단솔은 결국 달리기 시작했다. 정말 피곤해서 죽을 것 같았는데, 저를 향해 승냥이처럼 쫓아오는 고딩들을 보니 발이 저절로 뜀박질을 시작했다.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는 단솔은 무작정 편의점 뒷골목으로 들어갔다.

    “어⁈ 사라졌다! 야, 나는 이쪽으로 갈 테니까! 너는 저쪽으로 가!”

    “알았어!”

    하지만 탈옥수라도 쫓는 형사들처럼 움직이는 두 명에게 잡히는 건 시간문제였다.

    “아니…… 근데 왜 내가 도망치고 있지?”

    사람이 없는 골목 한편에 쪼그려 앉아 있던 단솔은 근본적인 궁금증이 생겼다. 그래 봤자 고등학생 두 명이 저를 납치할 것도 아니고, 사진 좀 찍어 주고, 사인 좀 해 주면 될 것을. 역시 배가 고프니 판단력이 흐려지는 모양이었다.

    단솔이 빠른 걸음으로 학생들이 있는지 없는지 살피면서 골목을 나오고 있을 때였다.

    쿠당탕.

    측면만 살피느라 정면을 보지 못한 단솔이 편의점 앞에 정차 중인 차에 부딪혔다. 새까맣고 커다란 차에 이마를 제대로 박았지만, 단솔은 비싸 보이는 차가 찌그러졌을까 먼저 살폈다.

    “단솔 씨! 여기서 뭐 해요!”

    조금 스크래치가 난 것 같은데 원래 있던 흠집인지, 단솔이 부딪혀서 생긴 건지 알 길이 없었다. 다행히 본 사람이 없는 것 같아서 몰래 빠져나가려던 그때,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던 차의 창문이 열리며 태오가 튀어나왔다.

    “태오 씨?”

    “단솔 씨? 왜…… 그러고 있어요?”

    “어…… 그게…….”

    연습이 끝난 제우스의 차였나 보다. 단솔은 그제야 아차 싶었다. 주변이 깜깜해서 인지하지 못했지만, 단솔이 부딪힌 차는 연예인들이 많이 타고 다니는 밴이었다. 태오의 시선이 옷소매를 끌어당겨 차를 문지르고 있는 단솔의 손으로 향했다.

    “누…… 누구?”

    편의점에서 먹을 걸 잔뜩 사 가지고 나오는 제우스의 매니저도 의문이 가득한 눈으로 단솔을 바라보았다.

    단솔은 부끄러워 눈을 질끈 감았다.

    “태오 씨…… 집에 가는 거예요?”

    “네, 그렇죠. 단솔 씨는 지금 어디 가는 거예요? 이 늦은 시간에.”

    “저…… 태오 씨. 그게…… 저…….”

    단솔은 쉽사리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다시 피시방으로 돌아가야 하나, 숙소로 돌아갈까. 짧은 사이에 많은 생각이 오갔다.

    “단솔 씨, 뭐…… 어려운 이야기예요? 괜찮으니까 말해 봐요.”

    꼭 큰돈이라도 빌리는 사람처럼 말을 꺼내기 어려워하는 단솔의 모양새에 답답했던 태오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저…… 혹시 남는 방이 있다면, 아니…… 거실이나 신발장도 괜찮은데…… 혹시 오늘 하루만 재워 주시면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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