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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씩이나 이 거지 같은 섬에 떨어지다니-51화 (51/150)
  • 51화

    <알오매치 서바이벌 in 아일랜드 포털>

    알바하다가 애들 봤음.... 아시안게임 때문에 결방한대서 개우울타고 있었는데 알바하는데에 ㅈㅅ, ㄷㅅ, ㅁㅎ, ㅌㅇ, ㄷㅅ 왔음. 첨엔 내가 잘못본줄알고 눈 ㅈㄹ비볐다.

    ⤷진짜...? ㄷㅅ 단솔이야 대수야?

    ⤷둘다.

    ⤷헤에에에엑 미친

    ⤷어땠어?

    ⤷걍 다들 존잘 존예임 ㅌㅇ, ㄷㅅ은 운동하다가 온 애들처럼 개 편한 복장. 이제 생각해보니 약간 춤연습 영상 같은데서 많이 본 복장인데 뭐 가릴거 다가렸어도 존잘이고. 다른 사람들도 개존잘.

    ⤷실물 누가 제일 잘생김?

    ⤷몰라 그냥 다 잘생김. 실물 오져서 진짜 무슨 말도 안되는 판타지 꿈꾸고 온것같은 기분임 제일 의외였던건 ㅈㄱㅁㅎ 맨날 촌놈처럼 하고 나오길래 기대안하고 봤는데 걍 연예인 그 자체임 ㅋㅋㅋㅋㅋ 카메라에서 자연인처럼 찍은게 용할정도

    ⤷방송에서도 친하더니 밖에서도 친한가봄 ㅠㅠ ㄷㅅ 누구랑 제일 친해보임?

    ⤷정대수는 아무랑도 안친해보임. 걍 바윗덩이처럼 앉아서 먹는데 셰프님 손이 안보일 정도. 조용하게 먹는데 개많이 먹음.

    ⤷많이 먹는 바윗덩잌ㅋㅋㅋㅋㅋㅋㅋ아 근데 내가 물어본건 단솔이었음 미안 ㅠㅠㅠㅠ

    ⤷아ㅠㅠㅠ단솔이는 ㅈㅅ가 챙겨주면 넙죽넙죽 잘받아먹긴 하더라 ㅋㅋㅋㅋ 술 약간 들어가니까 ‘이런건 성공해야 먹을수 있겠죠?’ ‘형, 부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요?’ 이러면서 계속 물어봄 ㅋㅋㅋ 우리 가게가 가격대도 좀 있고 약간 프라이빗하게 하루에 몇 테이블 안받아서

    ⤷와...그럼 예약해야 갈 수 있겠네? 예약은 누가함? 매니저가 했나...

    ⤷맞아 예약도 기존 손님이거나 그래야 받아줌. 예약은 ㅎㅈㅅ가 직접함. 대박이지?

    ⤷ㅇㄷ 진짜 의외다....다른 사람은 몰라도 ㅎㅈㅅ는 예약 같은거 진짜 안하게 생겼는데 ㅋㅋㅋㅋㅋㅋㅋ

    ⤷전화 받고 나도 놀랬음. 아, 근데 나 너무 설레서 글썼는데 지워야할듯 이거 걸리면 알바 짤릴수도....

    ⤷맞네 ㅠㅠ 더 많이 보기 전에 지워!!! 고마웠어 덕분에 알오매치 없는 주말 망붕으로 보낼 수 있게 됐음 ㄱㅅㄱㅅ

    * * *

    지수는 괜히 대리 운전 기사를 불러서 말이 나오는 게 싫어 술을 한 잔도 먹지 않았다. 덕분에 건장한 남자 다섯 명이서 지수의 차에 옹기종기 타게 되었다.

    뒷좌석을 개조한 차를 끌고 왔다면 단솔과 단둘이 돌아갔겠지만, 아쉽게도 다섯 명 정도는 태울 수 있는 차를 끌고 온 지수는 괜히 분해서 이를 꾹 물었다.

    “너희는 택시 타고 가도 되잖아!”

    “형! 단솔 씨는 데려다준다면서요! 차별하지 마세요!”

    “……차별하지 마쉐여!”

    아까부터 연신 단솔과 차별하지 말아 달라고 염불을 외는 태오와 술에 취해 제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도 모르는 채 그 말을 따라 하는 단솔에 지수는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었다.

    “제갈민혁 너는 또 왜 탔어, 가게에서 5분 거리에 살면서!”

    “제가 언제 한지수 씨가 운전하는 차 뒷좌석에 타 보겠습니까. 역시 비싼 차라 편하고 튼튼하네요. 전 괜찮습니다.”

    “하…… 내가 안 괜찮아 내가. 대가리나 치워! 백미러 안 보여! 너도 몸 좀 접어! 사이드 미러 안 보이니까!”

    “미안하게 됐다. 이게 최대한 줄인 거야.”

    “이게 인간이야 곰이야…… 운동을 어떻게 하면 SUV 조수석이 모자라냐.”

    결국, 조수석에 앉은 대수의 몸집 때문에 오른쪽 사이드 미러가 잘 안 보이자, 지수는 끼익 하고 차를 세웠다. 이렇게 가다 사고라도 나면, 내일 하루 온종일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릴 게 뻔했다.

    “강남 사는 새끼들 다 내려, 죽여 버리기 전에.”

    “에? 강남! 저 강남이에요 형!”

    “제갈민혁, 너도 뭉그적대지 말고 내려! 넌 집 앞이잖아!”

    “네…….”

    “정대수, 넌 뭐해?”

    지수는 민혁과 태오가 내릴 때까지 계속 조수석에 바위처럼 앉아 있는 대수를 보며 턱짓을 했다. 대수는 마치 못 들을 걸 듣기라도 한 사람처럼 천연덕스럽게 주변을 한 번 둘러보다가 검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그래, 너. 너!”

    “취했어? 나 너랑 같은 데 살아.”

    “어, 알아. 빨리 내려 너 택시 타고 가. 너 때문에 사이드 미러 안보여서 가로수에 들이받고 싶으니까 빨리 내려.”

    대수는 모두가 내려 홀로 뒷좌석에서 연신 자기도 강남에 살고 싶다며 차별하지 말라고 중얼거리는 단솔을 걱정스레 쳐다보았다. 마음 같아서는 고집을 피우고 단솔과 조금이라도 더 붙어 있고 싶었지만, 내일도 일찍이 공연 연습을 하러 가야 하는 걸 알고 있어 대수는 못이기는 척 차에서 내렸다. 모두가 내리고 문을 닫자마자, 지수는 가속 페달을 힘껏 밟았다.

    * * *

    극구 집 앞까지 태워다 주겠다는 지수를 만류한 단솔이 동네 앞에서 내려 숙소로 향하는 골목길을 올라가고 있을 때였다. 속이 울렁거리는 와중에도 단솔은 멤버들이랑 먹으라며 지수가 나올 때 포장 주문해 준 소고기를 꼭 껴안고 있었다.

    그때 숙소 앞 가로등 아래 기다란 그림자가 보였다. 발아래에 담배꽁초를 수북이 쌓은 채 한숨만 푹푹 쉬고 있는 사람은 우현이었다.

    “어……? 왜 나와 있어?”

    술기운이 오른 단솔은 저와 우현이 싸웠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었다. 사실은 안무 연습을 하면서부터 화는 날아가고 미안함만 남은 후였다. 회귀 전 일로 아직 어린아이들을 너무 모질게 대한 건 아니었을까.

    지수의 회사에 마련된 좋은 연습실, 기본기부터 제대로 배운 태오의 실력, 좋은 음식, 비싼 차.

    어쩌면 회귀 전에도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제가 처신을 못 해서 기회를 잡지 못했던 건 아닐까. 그로써 다른 멤버들이 자연스레 누릴 기회까지 제가 빼앗은 건 아닐까. 단솔의 마음속엔 그런 의심이 피어났다.

    “시발, 야! 주단솔! 장난해⁈ 지금 시간이 몇 시야!”

    하지만, 이런 단솔의 마음을 모르는 우현은 대뜸 소리부터 질렀다. 갑작스레 치고 들어온 욕설에 단솔의 머릿속에는 방금 전까지도 멤버들을 생각했던 고민이 휘발되고 말았다.

    “뭐…… 뭐라고? 시발? 주단솔? 야! 너 깜깜해서 눈에 뵈는 게 없어? 나 너보다 형이야 인마!”

    “형이면 형답게 굴어야지! 그 지랄해 놓고 전화기는 꺼 놓고! 시발 그래 놓고 잘나가는 연예인들이랑 청담동으로 소고기나 먹으러 가고! 너 진짜 눈깔이 돌았어⁈”

    “뭐⁈ 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정신없이 노느라 인터넷에 글 올라오는 것도 몰랐나 보네……. 난 그것도 모르고…… 하 됐다. 이런 사람을 리더라고…….”

    “말 다 했어⁈.”

    “아니? 할 말 많은데 참는 거야. 형 봐서 참는 거 아니고, 다른 애들 봐서 참는 거라고. 처신 잘해. 춤 연습도 똑바로 하고, 괜히 실수해서 다른 멤버들까지 망신시키지 말고.”

    그 순간, 단솔의 한쪽 귀에서 이명이 들렸다. 갑작스러운 통증에 미간을 잔뜩 찌푸린 단솔의 머릿속에 회귀 전 한 장면이 떠올랐다.

    ‘개고생 다 해서 이제야 빛 좀 보나 싶었는데, 형이 다 망쳐 버렸어. 근데 무슨 염치로 여기 온 거야?’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뭐?”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냐고. 처음부터 난 분명히 가기 싫다고 했어. 등 떠민 건 너희잖아. 이제 와서 보니까 아쉬워? 그럼 네가 나갈래?”

    “야, 주단솔!”

    “이름 부르지 마 새끼야! 내가 형이야. 나이 조금 많다고 그 같잖은 리더…… 나도 안 하고 싶어.”

    과거의 기억을 마주한 단솔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차올랐다. 하지만, 더 이상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단솔은 눈에 힘을 줬다.

    “하나만 묻자. 너…… 내가 프로그램 나가서 다 망쳐 버렸으면 어떻게 하려고 했는데? 같이 욕먹어 줄 거야? 아니겠지, 그때 되면 나 몰라라 제일 먼저 튈 새끼가 입만 살아서는.”

    우현은 단솔의 화난 모습에 아무것도 못 한 채 멍하니 서 있었다.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한 건, 단솔을 향한 자신의 원망이 너무나도 옹졸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입으로는 그렇게 아니라고 했으면서 애초에 단솔의 인기에 기댄 것은 저였다.

    사실, 알오매치 서바이벌 출연 이후로 자꾸만 단솔이 멀어지는 것 같아 두려웠다. 형제처럼 의지하며 지낸 세월이 얼만데,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다른 연예인들과 부쩍 친해진 단솔을 볼 때면 우현은 저도 모르게 말이 삐딱하게 나가곤 했다.

    오늘도 단솔에게 화를 낸 뒤 후회가 되어 금방 쫓아 나갔지만, 단솔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전화기도 꺼 놓고 사라져 버려 잔뜩 걱정을 시켜 놓곤, 프로그램 출연자들이랑 식당에 앉아 있는 사진을 보자 우현은 온몸에 피가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시간이 지난 뒤 아르바이트생이 올린 원본은 지워졌지만, 이미 다섯 사람이 모여 술잔을 기울이는 사진이 일파만파 퍼진 이후였다.

    이번엔 꼭 제대로 사과해야지 다짐을 해 놓곤, 그새 화를 못 이기고 또 단솔에게 막말을 내뱉고 말았다.

    모두 단솔이 인기를 얻어 팀을 살리는 일만 기대했지, 반대로 단솔로 인해 욕을 먹는 상황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 날아오는 화살을 막아 주기에 다이노소울은 너무나도 힘이 없는 팀이었고, 그러니 그 화살을 다 맞아야 하는 것은 단솔 혼자였다.

    영광은 함께 얻지만, 상처는 혼자 받아야 하는 단솔의 부담을 미처 알지 못했다.

    우현은 마치 제 치부를 들킨 기분이었다. 단솔은 이미 쌩하니 숙소로 들어간 후였다. 한참이나 밖에 서 있다 들어온 우현의 눈에 식탁 위에 단솔이 놓아 둔 소고기 박스가 들어왔다.

    “이딴 거 주면 누가 고마워 한대…… 거지 새끼들도 아니고.”

    아까보다 더욱 심란해진 우현이 제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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