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 번씩이나 이 거지 같은 섬에 떨어지다니-36화 (36/150)

36화

<알오매치 서바이벌 in 아일랜드 포털>

고소미먹은 거 퉁치려고 하민성 치트키쓰는 이번주 알오매치 서바이벌 감사합니다.

⤷ㅋㅋㅋㅋㅋ킹정이다 구남친을 데려올 줄이야 제작진 미친거 아님?

⤷(한지수 표정 실시간으로 굳는 거.jpg)

⤷노래 나올때부터 눈치 살짝 깐 듯?

⤷이와중에 태오랑 단솔이 ㅈㄴ눈치없이 춤추고 노래부르고 다함 ㅠㅠ졸귀

⤷태오 진짜 데뷔초부터 맨날 블룸팬이었다고 염불외더니 ㅠㅠㅠ성덕된거 보소

⤷단솔이는 오디션도 블룸노래로 봤대 미친…… 그영상 내놔요

⤷(죽지않는새.gif)

⤷아이거 나도 봄ㅋㅋㅋㅋㅋㅋ정답맞추자마자 둘이 칼군무 오짐 연말시상식 존버 ㅠㅠㅠㅠ

⤷2222연말시상식존버 둘이 콜라보 해 줘라

⤷미쳤다ㅠㅜㅠㅠㅠㅠ연말시상식존버3333하민성도 같이하면 진짜 ㄹㅈㄷ찍을 듯

⤷하민성 안할걸? 저번 시상식때 기억안남? 엠씨가 아이돌시절 언급하니까 바로 개정색때림

⤷ㅇㄷ 루머생성 ㄴㄴㄴㄴ이때 라방으로 해명함 너무 긴장해서 그랬다고

⤷그걸 믿음? 가수때부터 시상식 참가 짬이 얼만데 긴장해서 정색했겠냐고 ㅋㅋㅋㅋ하민성 배우병 말기인건 업계에선 모르는 사람 없음

⤷근데 배우로 전향한지 한참됐고, 헐리웃 영화도 나오는 인정받는 배우인데 아이돌 시절 언급한 게 잘못한 거 아님?

⤷ㅋㅋㅋㅋㅋㅋㅋ솔직히 하민성이 연기력으로 인정받는 배우는 아니잖아 현실직시해 걍 상업성이 좋은거지

⤷ㅁㅈ해외 영화제에서 상타보겠다고 헐리웃 오디션 보러 가느라 국내활동은 하지도 못하고 날렸는데 응 한지수한테 밀렸구요ㅋㅋㅋㅋ

⤷그때도 개정색 때리다가 카메라 오니까 웃는 거 다 찍힘. 표정관리 하나도 못하는데 뭔 인정받는 배우 뇌절 ㄴㄴ

솛직히 어렸을 때긴 한데 둘이 존나 잘어울린다

(지수민성.jpg)

⤷222왜 헤어졌지 ㅠㅠㅠㅠ재회해

⤷한지수가 싫어할 듯 솔직히 우리야 재밌지만 이건 한지수가 제작진 고소해도 할말엑스다

⤷두 사람 다 동의했으니까 나왔겠지 제작진이 말도 안하고 구남친을 내보냈겠음?

⤷한지수 표정보면 개놀란거 같은데?

⤷그럼 배우가 직업인데 알았던 척하겠음?

⤷근데 지수민성 주식은 시작도 전에 망한 듯 하민성도 유두현한테 관심있나 봐 계속 유두현 보고 있어...

⤷유두현도 얼굴은 존잘인데 난 좀 쎄함

⤷쎄데이터는 사이언스다 저번에 산행때도 그렇고 무해한 척하는데 쎄한느낌 뭔지앎

⤷ㅇㅇㅁㅈ단솔이 같은 애들이 그냥 무해한 거면 뭔가 유두현은 이미지생각해서 흉내 내는 느낌?

⤷궁예세요?ㅋㅋㅋㅋㅋ

⤷아니 진짜 쎄하다고 ㅠㅠㅠㅠㅠ

퀴즈왕 주단솔

⤷원래 이미지 이렇지 않았는데 ㅠㅠㅠ따흑

⤷존나 신비감 오졌는데 갑자기 가까워짐

⤷탕탕탕 뭐냐고 ㅋㅋㅋㅋ졸귀

⤷아 솔직히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나도 몰랐음ㅋㅋㅋㅋㅋㅋ

⤷나진짜 패딩족 보다가 너무 웃겨서 울었음 ㅠㅠㅠㅠ 우리엄마도 보다가 패딩조끼족 이러는 거 보고 꺼이꺼이움

⤷패딩조끼족ㄹㅇㅋㅋㅋㅋㅋ나 깡깡이 좋아하네..

⤷이와중에 팀구호 다들 자기 성격 나오고요 아이돌연합 주식 사요 ㅠㅠㅠㅠ

⤷하 제발 연말 시상식 합동무대 소취ㅠㅠㅠㅠ

* * *

식사 시간이 다 끝나지도 않았을 때, 민성이 카메라를 벗어나 춘몽각 밖으로 나왔다.

마당에 모여 삼삼오오 담배를 피우는 스태프들에게 다가간 그는 그 중심에 서 있는 연출부 제작진들을 보자마자 불만을 내뱉었다.

“아이돌 출신 연기자 꼬리표 떼려고 내가 얼마나 노력을 했는데, 첫 촬영부터 이러기 있어요, 최 PD?”

메인 PD에게 은근한 하대를 하며 그는 자신의 위치를 각인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최 PD 역시 이런 일이 하루 이틀이 아닌 듯 유연하게 맞받아쳤다.

“오랜만에 들으면 좋아하실 줄 알았는데요. 단솔 씨랑 태오 씨가 워낙 팬이었대요, 선배님.”

“하, 그 나이 또래 애들 중에 내 팬 아니었던 애 있나.”

“……네?”

“최 PD, 한지수 나왔다고 걔 런웨이에서 삼각팬티 한 장 입고 워킹하는 영상 틀어 줘? 아니잖아. 그건 상도덕에 어긋나는 거잖아. 나도 똑같아요. 나한테는 블룸인지 뭔지 하…… 그거 좆 같다고.”

“아…… 몰랐어요. 주의할게요.”

“안 그래도 잡음 많은 프로그램, 내가 최 PD 한 번 살려 주려고 나와 주는 건데. 잘 좀 합시다. 예?”

따지고 보면 오히려 민성의 소속사에서 사정사정해서 프로그램에 꽂아 넣은 거나 다름없었다.

할리우드 진출에 미쳐 민성이 해외 스케줄만 하려 하는 통에, 지난 몇 년간 국내에서의 입지는 한참 좁아진 상황이었다.

게다가 모델에서 배우로 잡음 없이 안착한 지수와 달리, 민성은 늘 하는 작품마다 온전히 배우로 인정받기엔 부족한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곤 했다.

결국, 아이돌 하민성은 육각형 올라운더 멤버의 정석이었을지 몰라도 그런 그를 그저 그런 배우로 남게 한 것은 그 강렬했던 아이돌 이미지가 한몫했다.

“저 빠돌이 새끼들도 좀 어떻게 하고. 어?”

민성이 손가락 가운데에 불붙인 담배를 꽂고 귀찮다는 듯 이리저리 휘저으며 말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최 PD는 부러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눈이 신경질적으로 다시 춘몽각으로 들어가는 하민성의 뒷모습을 보며 반짝거렸다.

* * *

—퀴즈를 통해 데이트권을 획득하신 정대수 씨, 이이연 씨.

식사 시간이 끝나자마자, 방송에서 두 사람을 불렀다. 아마 데이트 상대 지목을 위해서인 듯했다. 저와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한 단솔은 태오와 함께 접시를 치우고 뒷정리를 하고 있었다.

—데이트 상대를 지목해 주세요.

두 사람 다 단솔에게 호감을 내비치긴 했어도 대수는 지수와 이연은 두현과 더 접점이 많았다. 프로그램 초반에 동했던 마음이 바뀌는 일은 흔하디흔했다.

“주단솔.”

“단솔 씨요.”

—어…… 두 분 다 주단솔 씨와 데이트를 하시겠다는 말씀이시죠?

“네.”

“네.”

접시를 헹구던 단솔의 어깨를 태오가 두드렸다. 두 사람은 시원하게 쏟아져 나오던 물을 잠그고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면 두 분이 나눠서 하루씩 데이트를 진행할게요.

—주단솔 씨?

“……에? 네!”

단솔이 손에 거품 묻은 고무장갑을 끼고 거실로 나왔다. 대수는 몰라도 이연과의 데이트는 생각지도 못한 단솔은 벌써부터 숨이 콱 막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두 분과의 데이트 괜찮으신가요?

“어…… 네…… 뭐…….”

애초에 거절할 수도 없는 일을 굳이 물어보는 이유가 뭔지. 단솔은 떨떠름하게 대답을 했다. 그 와중에 이연과 대수, 두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회귀 전, 프로그램 중반까지는 이연과 꽤 좋은 사이를 유지했었다. 아직 초반이라 그런 것일까, 단솔은 이연의 호감이 금방 사그라들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럼 내일은 누가 먼저 데이트를 할지.

“제가 먼저 하죠. 괜찮지?”

이연이 아니라 제게 묻는 대수의 물음에 단솔은 무력하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첫 데이트를 민혁 덕분에 고구마밭에서 했던 단솔은 데이트에 실로 큰 기대감이 없었다.

* * *

이튿날 아침, 단솔을 태운 차가 도착한 곳은 경기도 어느 곳에 위치한 어린이 놀이공원이었다.

“한성 팜월드…….”

넓은 들판에 토끼들이 뛰어다니고, 무릎만 한 아이들이 토끼에게 밥을 주는 평화로운 풍경과 야트막한 놀이 기구들이 늘어서 있는 평범한 유원지의 모습이었다.

“선배님 취향이 이런 곳이었나…….”

언뜻언뜻 카메라와 단솔을 번갈아 보며 흥미를 보이는 학부모들의 눈빛에 단솔은 모자를 더 깊게 눌러썼다.

그때, 저 멀리서 새하얀 토끼 인형 탈을 쓴 사람이 저벅저벅 걸어왔다. 얼굴은 탈에 가려져 있었지만 제가 아는 사람 중 기골이 저렇게 장대한 사람은 한 사람뿐이었다.

“대수 선배님……?”

“어.”

대수는 다짜고짜 단솔에게 핑크색 토끼 탈을 내밀었다.

“쓰라고요?”

“어, 사람들 알아보잖아.”

그 말이 틀린 말은 아닌 듯, 희한한 광경에 점점 사람들이 몰리는 게 느껴졌다. 두 사람을 알아보고 몰리는 건지, 인형 탈을 보고 몰리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단솔이 인형 탈을 받아 쓰자, 대수가 자연스레 손을 내밀었다.

“가자, 놀러.”

다짜고짜 단솔의 손을 잡은 대수가 향한 곳은 어린아이들이 부모의 손을 잡고 타는 작은 기차였다. 단솔과 대수가 올라타자, 비좁은 기차는 옴짝달싹할 공간도 남아 있지 않았다.

해서 자연스럽게 단솔은 대수와 붙어 앉았다.

“엄마! 저거 봐요! 토끼예요!”

“토끼 안녕!”

단솔은 토끼를 보고 아는 체를 하는 아이들에게 선뜻 인사를 해 주었다. 아이들이 타는 기차가 대수와 저 때문에 무거워서 더 천천히 가는 게 아닐까 걱정스러웠다.

“선배님이 이런 취향이실 줄은 몰랐어요…….”

수다스럽게 떠드는 아이들 사이로, 단솔이 조심스레 대수에게 말을 건넸다.

“네가 좋아하잖아, 이런 거.”

대수는 단솔의 말을 듣고는 어딘가를 가리켰다. 표정을 알 수 없는 거대한 토끼에게서 수줍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면 제 착각일까.

그의 손끝이 가리킨 곳을 따라가자 끝을 알 수 없이 펼쳐진 거대한 꽃밭이 보였다.

그 만화 같은 풍경을 단솔은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플럼바고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가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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