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 번씩이나 이 거지 같은 섬에 떨어지다니-17화 (17/150)
  • 17화

    <알오매치 서바이벌 in 아일랜드 포털>

    현장 스태프임. 단솔이 맞고, 유두현 맞음. 5분간 질문 받고 펑한다.

    ⤷단솔이 맞음? ㅠㅠ 우리 애깅이 어떡해..단솔이 진짜 망돌이라고 무시당함?

    ⤷아님. 선배들한테 예쁨받음. 착하고 귀여워서 한지수나 정대수 같은 고참들이 좋아함. 촬감이랑 다른 스태프들도 다 ㅈㄴ귀여워하고 실제로 제일 인기 많음. 몇 명만 아니꼬워함. 유두현처럼 대놓고 무시하지는 않고. 솔직히 저 장면 되게 어그로 끌리긴 했는데 현장에선 저것보다 더 심한 일도 있었음. 말은 못한다만.

    ⤷제일 달성 가능성 높은 커플 있음?

    ⤷솔직히 지금으로선 없음. 다들 은은하게 호감 표시하긴 하는데 아직 뭔가 커플링처럼 묶인 사람은 없는 듯.

    ⤷헐 이이연 유두현도?

    ⤷거기는 유두현이 일방적으로 쫓아다님. 다음 주 방송스포같아서 여기까지.

    ⤷제갈민혁은 맨날 왜 카메라에 잘 안보여줌? 스태프들한테 미움샀나?

    ⤷그건 아니고 맨날 어디 바위나 소나무 밑에서 기타치고 있어서 잘 안나오는 거 자꾸 집밖에 나가 있어서 촬영할 때 되면 놀이터에 있는 애들 부르듯이 불러오긴 함.

    ⤷대수지수 주식 샀는데 가능성 있? 몇퍼 정도 될까.

    ⤷0퍼

    ⤷왜케 단호해? 장난이라고 해 줘 ㅠㅠㅠㅠㅠㅠㅠ

    ⤷0.000000001퍼...?

    ⤷방송이미지랑 제일 다른 출연자랑 방송에 나오는 거랑 제일 비슷한 출연자는 누구?

    ⤷정대수, 실제론 별로 안무섭고 말이 없어서 글치 사람들 잘챙겨줌. 인성 진짜 좋고 자기 관리 잘함. 제일 똑같은 건 단솔이. 진짜 졸귀탱이고 인사도 잘하고 개착함. 태오랑 동갑인데 태오는 잼민이 같고, 단솔이는 인생 2회차 같음.

    ⤷망돌 저거는 누가 먼저 잘못한 거임?

    ⤷솔직히 이거 때문에 글쓰긴 했는데, 방송에 다 안나올까 봐. 유두현이 잘못한 거 맞고 단솔이가 존나 보살임. 22연이 단솔이한테 호감 가져서 은근하게 유두현 혼자 견제하긴 했는데 단솔이도 참다가 터진듯? 5분 됐다. 이제 펑한다. 안녕.

    (요리천재 주단솔 모먼트 jpg.)

    ⤷다이노소울 평소에 도대체 뭘 먹고 다니길래…… 저걸 맛있다고 했을까.

    ⤷모양만 저렇고 맛은 있을 수도.....

    ⤷아니 근데 오늘 회차 전반적으로 존나 짠했던게 태오랑 단솔이 빈부격차 듣고 눈물날뻔 ㅠㅠㅠ

    ⤷이와중에 이모님이랑 같이 사냐고 묻는 거 졸귀.. 단솔이는 자기가 다해서 동생들 밥멕이는데 ㅠㅠ

    ⤷근데 태오도 원래 제우스 1집때 단솔이 롤이었음 ㅠㅠ 리더인데 그나마 인지도 있어서 예능나가서 물개랑 박수치기 대결 이런 거 하고 그랬음

    ⤷헐 그게 태오였음? 나 그거 본 거 기억나는데

    ⤷그래서 뭔가 단솔이한테 더 미안해 하는 듯 ㅠㅠㅠㅠ

    ⤷근데 단솔이 은근 웃김ㅋㅋㅋㅋㅋㅋ마라맛으로 공격함 ㅠㅠ 태오울겠다

    ⤷하 ㅠㅠ 근데 마이 페어리 반지하에 살아? 8명이서 방2개? 소속사 진심 미친거 아니냐 ㅠㅠ 듣기만 해도 숨막힌다 ㅠㅠ

    * * *

    “솔아, 형 들어가도 돼?”

    “네에…….”

    한참을 울던 단솔이 부은 눈을 숨기려 샤워를 하고 나왔을 때, 지수가 노크하고 방에 들어왔다. 자신의 방이기도 한데 조심스레 들어오는 지수를 보고, 단솔은 자신이 소란을 일으켜 괜히 그를 불편하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형…… 죄송해요.”

    “단솔이 코가 빨갛네. 루돌프 같아, 귀여워.”

    “제가 괜히 소란을 일으켜서…….”

    지수는 풀 죽은 단솔을 위로하듯 말했다. 지수의 말에 놀라 자리에서 튀어 올랐다.

    “지금 밖에 더 큰 소란 벌이는 놈 있어서 괜찮아.”

    “그…… 그게 무슨……?”

    “마태오랑 윤여민이랑 주먹다짐하는 중.”

    “네⁈”

    “정확히 말하자면, 마태오가 일방적으로 진 게임.”

    “아…… 아니……! 말려야죠!”

    “말릴 새도 없이 끝났어. 한 대 맞고 기절했거든.”

    “누가요⁈”

    “누구긴 누구야, 마태오지. 운동 신경이랑 파워는 좀 다른 건가 봐. 윤여민 운동하는 꼴을 못 봤는데. 몰래 산삼이라도 먹나…….”

    * * *

    단솔이 춘몽각 안으로 들어간 이후 태오는 저 때문에 단솔이 상처받았을까 전전긍긍했다. 그런 불안한 태오의마음을 윤여민의 말 한마디가 할퀴어,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무슨…… 틀린 말한 것도 아닌데 쥐뿔도 없는 게 자존심만 세 가지고.”

    퍽―.

    어느새 태오는 단솔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있었다. 사사건건 아이돌을 무시하는 여민을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던 태오는 여민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살면서 처음 해 본 주먹질이었다.

    “이게 미쳤나.”

    빡―.

    불시에 광대 쪽을 얻어맞은 여민은 태오의 눈앞이 번쩍거릴 주먹을 되돌려 주었다.

    분명, 태오가 칠 때는 퍽, 하는 소리가 났는데, 여민이 칠 때는 무언가 깨지는 듯한 강렬한 타격음이 들렸다. 사람에게 주먹질을 하는 게 처음이었던 태오와 달리 여민에게는 처음이 아닌 일이었다.

    * * *

    단솔이 주방으로 나온 것은 야심한 시각이었다. 일련의 폭력 사태로 인해 그날 촬영은 물 건너간 지 오래였다. 헤라의 서포트 트럭 덕분에 프로그램이 시작하고, 내내 강행군에 시달렸던 스태프들은 부어라 마셔라, 오랜만에 파티라도 벌인 모양이었다.

    앞마당의 화려한 소음이 유리창에 부딪혀 떠밀려 갔다.

    그에 반해 숙소 안은 얼음이라도 끼얹은 듯 조용했다. 아마 여민과 태오의 주먹다짐 때문이라고 단솔은 짐작했다.

    저녁도 못 먹은 단솔은 아까 제가 만든 볶음밥이라도 먹으려고 식탁으로 다가간 단솔은 날달걀을 문지르고 있는 태오를 발견했다.

    “태오 씨? 괜찮아요?”

    단솔의 부름에 흠칫, 놀란 태오는 멍든 콧잔등을 잘못 건드렸는지 저도 모르게 앓는 소리를 내더니 애써 단솔을 의식한 듯 괜찮은 척을 했다.

    “아야야…… 괜찮아요. 이 정도야 뭐…….”

    “기절했다면서요?”

    “누가 그래요! 그 선배가 하도 솜 주먹이라 베개인 줄 알고 잠깐 존 거예요!”

    “푸흡―. 저 태오 씨, 저한테는 센 척 안 해도 돼요.”

    “아잇! 센 척이 아니라 센 거라니까요? 선빵은 그래도 제가 때렸어요. 그래도 다행인 거 있죠? 쌍방 폭행이라 서로 문제 삼지 말고 넘어가기로 했대요. 하마터면 내일 아침 뉴스에 나오나 했는데…….”

    콧대가 벌에 쏘인 것처럼 부은 상태로도 능청 떠는 태오에, 단솔이 환하게 웃었다. 그에겐 미안하지만, 태오가 안타까우면서도 제대로 찍힌 처지가 저랑 다르지 않은 것 같아서 한편으론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아, 태오 씨. 내가 선물 줄까요?”

    “선물이요?”

    태오의 멍든 얼굴을 안쓰럽게 보던 단솔이 불쑥, 선물을 가져오겠다고 일어났다. 이 섬 안에서 구할 거라곤 한정적이었지만, 태오는 슬며시 기대감이 들었다.

    “네, 눈감아 봐요. 뜨면 안 돼요!”

    순순히 단솔의 지시에 따라 눈을 감고 있던 태오는 제 앞을 왔다 갔다, 하다가 다시 살금살금, 멀리 뛰어갔다 오며 단솔이 내는 소음을 잠자코 듣고 있었다.

    사뿐사뿐하고, 팔랑팔랑한, 온갖 간지러운 의태어를 갖다 붙여도 아깝지 않은 움직임 끝에 단솔이 말했다.

    “눈 떠 봐요.”

    “볶음밥⁈”

    태오의 눈앞에 놓인 것은 단솔이 만든 볶음밥과 반찬들이었다. 그 소란을 겪느라 밥을 못 먹은 것은 태오도 마찬가지였다.

    아까는 몰랐지만, 단솔의 볶음밥에서 나는 냄새를 맡으니 꽤 허기가 졌다.

    “하나 더 있어요. 손 펴 봐요.”

    단솔은 카메라를 등지고 태오에게 손을 내밀었다. 후식으로 사탕이라도 주려나 싶어서 잔뜩 웃음기를 머금고 손을 펼치는 태오의 손에 떨어진 것은 작은 종이 한 장이었다.

    “이건…….”

    탈락자를 뽑을 수 있는 투표권이었다.

    “필요할 것 같아서요…….”

    단솔이 희미하게 웃었다.

    “이건…… 단솔 씨도 필요한 거잖아요.”

    유두현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었다. 단솔은 고개를 저었다.

    “저는…… 아직 필요 없어요.”

    아직이었다. 두현과 이연이 거슬리긴 했지만, 단솔은 그들의 탈락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탈락을 더 바랐다.

    한편, 이런 단솔의 계획을 모르는 태오는 단솔이 투표권을 제 손에 쥐여 주는 순간부터 가슴이 방망이질하고, 귀에선 종소리가 들렸다. 저를 향해 옅게 웃는 미소와 사랑스러운 식탁마저, 두 사람을 위해 준비된 로맨틱한 공간이 된 것 같았다.

    “빌려주는 거니까 너무 부담스러워하지 마요. 나중에, 내가 필요한 때가 되면 태오 씨가 나 한번 도와주면 되잖아요.”

    “그래요…… 그럴게요. 단솔 씨가 도와 달라고 하면 그게 뭐든……! 제가 도울게요!”

    태오는 그날 밤, 지수와 단솔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또 잠을 설쳤다. 두 사람은 전혀 모르는 일이었다.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