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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씩이나 이 거지 같은 섬에 떨어지다니-6화 (6/150)

6화

—여러분 식사 맛있게 하셨나요?

—이런! 설레는 마음으로 식사를 하신 분이 있는 반면 혼자서 외롭게 혼밥을 하신 분도 계시군요?

—하지만 실망하기는 이릅니다. 오늘은 첫날이잖아요? 서로를 알아 가기엔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 있답니다!

—한 시간 동안의 자유 시간이 지나면 첫 번째 데이트권을 두고 벌이는 커플 게임이 있을 예정입니다.

—혼자 눈물의 밥을 먹어야 했던 알파에게는 함께 짝을 이뤄 게임을 할 오메가 지명권이 주어진답니다.

—자, 그럼 방송이 다시 있을 때까지 충분한 휴식을 취하시길 바랍니다.

* * *

<속마음 인터뷰>

Q : 제갈민혁 씨, 혼자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기분이 어떠신가요?

제갈민혁 : 어…… 뭐 좋진 않았죠. 뭐, 내심 오길 바라는 분도 있었고……. 그래도 이게 운이 없었을 뿐이지 선택을 못 받은 건 아니니까 괜찮습니다. 오메가 지명권이 있으니까 기회를 만들면 됩니다.

Q : 이이연 씨, 유두현 씨랑 같이 식사를 한 기분이 어떠신가요?

이이연 :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딱 그 정도였던 거 같아요. 근데 오메가 지명권이 있는 줄 알았으면 그냥 혼자 먹는 게 나을 뻔했네요.

Q : 유두현 씨, 이이연 씨랑 같이 식사를 한 기분이 어떠신가요?

유두현 : 너무 설레서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더라구요.

Q : 데뷔 초부터 이이연 씨가 이상형이셨다고……?

유두현 : 네네, 제가 진짜 팬이거든요. 사실 문 열었을 때 진짜 기대 안 했는데 앉아 계셔서 이거 꿈인가? 묻는 말에 대답도 제대로 못 한 거 같고……. 사실 제가 무슨 이야기했는지 기억도 안 나요. 저 무슨 실수 안 했죠?

Q : 마태오 씨, 윤여민 씨랑 같이 식사를 한 기분이 어떠신가요?

마태오 : 어…… 사실 편하진 않죠. 저보다 훨씬 선배님이시고…… 좀 어려웠어요. 자꾸 막 잔소리하시고……. 여기가 예능인지, 예능 사관 학교 인지……. 뭐랄까, 조금 꼰대…… 같았어요.

Q : 윤여민 씨, 마태오 씨랑 같이 식사를 한 기분이 어떠신가요?

윤여민 : 어린애……? 뭐…… 조카랑 밥 먹는 느낌이던데요. 머리 색깔도 요란하고 좀…… 성적 끌림은 확실히 없었어요. 근데 그 친구가 저보다 한참 후배니까. 뭐 배우고 싶은 것도 많아 보이고 해서 조언 좀 해 줬어요. 되게 좋아하더라고요.

Q : 윤여민 씨는 어떤 타입을 좋아하시나요?

윤여민 : 상체는 다정하고, 하체는 폭군? 하하.

Q : 정대수 씨, 두 명의 오메가와 함께 식사를 하게 되셨네요. 축하드립니다. 두 분과의 식사가 어떠셨나요?

정대수 : 오붓하게 데이트할 수 있었는데, 이물질이 하나 껴서 몹시 불쾌했습니다.

Q : 이물질이 누구죠?

정대수 : 보면 모릅니까?

Q : 한지수 씨, 정대수 씨와 함께 식사를 하게 되셨는데 기분이 어떠셨어요?

한지수 : 노노, 전 우리 단솔이랑 먹었죠. 제 앞에 뭔가 커다란 바윗덩이 같은 게 있긴 했지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우리 단솔이처럼 예쁘고 귀여운 아이한테 그런 똥파리들이 꼬이는 거야 일도 아니니까요. 그런 병풍들? 제가 다 처치할 수 있습니다. 저 한지수예요. 아시잖아요?

Q : 주단솔 씨, 정대수 씨와 한지수 씨가 함께 식사를 하게 되셨는데 기분이 어떠셨어요?

주단솔 : 갈비찜이…… 맛있었습니다. 진짜루.(엄지 두 개 척!)

* * *

폭풍 같은 식사 시간이 지나간 뒤, 단솔은 혼자 자유 시간을 보내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춘몽각에서 자신이 숨어 있던 건물 뒤쪽으로 가기 위해서였다.

그런 단솔을 뒤따르는 발걸음이 있었지만, 한쪽 귀가 어두운 단솔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늘 앉던 자리에 쪼그려 앉았다.

“언제 이런 델 다 찾아 놨어?”

“아! 깜짝이야……!”

갑자기 제 등 뒤에서 튀어나온 이이연을 보고 깜짝 놀란 단솔은 그만 앉은 자리에서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괜찮아? 미안…… 뒤에서 불렀는데 못 들었어? 내가 쫓아오는 거 알고 있는 줄 알았는데.”

넘어진 단솔의 팔을 잡아 일으키는 그의 손을 일부러 못 본 척했다.

이이연과 엮이면 돌아온 보람 없이 또 그 지옥 같은 삶을 살아야 할지도 몰랐다.

“집중 좀 하느라요. 선배님 여기서 쉬세요. 전 가 볼게요.”

“아니, 잠깐만!”

이이연은 영문을 모르겠지만, 단솔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그를 피하는 게 최선이었다. 질투 많고 욕심 많은 유두현이 이 꼴을 보는 날엔……

“두 사람 여기서 뭐 해요?”

젠장! 단솔은 속으로 욕을 짓씹었다. 첫 회부터 제일 마주하기 싫은 상황에 부딪히고 말았다.

프로그램을 할 때는 꿈에도 몰랐지만, 사실 유두현은 이이연의 오랜 팬이었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된 계기 자체가 이이연이었고, 두 사람은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서도 공개적인 연인 관계를 꽤 오래 유지했었다.

유두현은 방송이 끝나고 나서도 한참 동안 이이연이 프로그램 초반 단솔에게 호감을 보인 얘기를 인터뷰할 때마다 꺼내곤 했었다.

웃으면서 글썽이는 유두현의 짤이 돌아다닐 때마다 사람들은 여우 같은 주단솔을 비난했고, 잊힐 만하면 수면 위로 올라와 지긋지긋하게 단솔을 물고 뜯었다.

‘저 두 사람이랑 엮일 바에는 지금 중도 하차를 하는 게 나아.’

“안 그래도 단솔 씨한테 할 말 있었는데. 우리 방 배정 이야기는 들었어요? 2인실 하나인데…… 아무래도 제일 후배인 우리 둘이 써야 할 것 같아서 말이에요…….”

‘왜 저 얘기를 안 꺼내나 했다.’

원래는 게임 순위대로 방을 선택하는 방식이었지만, 유두현은 선배들을 챙긴답시고 저와 한방을 썼었다. 덕분에 단솔은 춘몽각에서 지내는 동안 제대로 잠을 자지도, 먹지도 못해 살이 5kg이 빠졌다.

단솔이 방에만 들어가면 두현은 카메라를 끄고 혼잣말을 하듯 짜증을 냈고, 물건을 쾅쾅, 내려놓으며 눈치를 줬다.

단솔의 짐을 마음대로 뒤져 꺼내 쓰면서도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었고, 오히려 단솔이 쓰는 브랜드를 무시하곤 망가뜨려도 사과 한마디 없었다.

그런 와중에도 카메라만 돌면 천사표로 변하는 통에 오히려 마음먹고 따졌던 단솔만 나쁜 사람이 되기 일쑤였다.

심지어 프로그램 말미에는 자신의 물건을 일부러 숨기고 단솔을 도둑으로 몰기도 했다.

그때를 생각하자 단솔의 눈에서 눈물이 차올랐다. 기껏 회귀까지 해 놓고 이 사람들 앞에서 아무것도 못 하는 자신이 너무 바보같이 느껴졌다.

‘바보 같은 주단솔! 다시 만나면 한 대 때려 주기라도 해야 할 거 아니야!’

회귀를 했다고 달라지는 건 없었다. 오히려 지긋지긋한 괴롭힘을 당하느라 생긴 지독한 대인 기피와 자기 혐오는 단솔은 더 옴짝달싹 못 하게 만들었다.

이럴 줄 알았다면 그냥 죽어 버릴걸. 무슨 좋은 꼴을 보겠다고 이렇게 두 번씩이나 이곳에 온 걸까.

순식간에 단솔의 의식은 저 밑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알고 있다고 해서 꼭 그걸 되돌릴 수 있다는 건 아니었다. 몇 년을 헤매다 돌아온 단솔에게는 이유 없이 자신을 미워하는 세상과 싸울 용기도, 의지도 없는 상태였다.

“어어, 안 돼, 안 돼. 우리 단솔이는 형아랑 방 쓰기로 했지?”

그때였다. 바닥이 어딘지도 모르는 깊은 바닷속으로 점점 침잠하는 단솔의 손을 붙든 것은, 한지수였다.

어디서부터 듣고 있었던 건지, 지수가 제 품에 숨기기라도 하겠다는 듯 단솔의 어깨를 붙들어 자기 쪽으로 당겼다.

능글거리는 한지수 외에 단솔과 유두현, 이이연까지 모두 갑작스러운 그의 등장에 놀란 것 같았다.

—자유 시간을 마음껏 즐기셨나요? 이제 본격적으로 춘몽도에서의 일정이 시작됩니다. 편한 옷으로 환복을 마친 분들은 춘몽각 절벽 아래에 위치한 모래사장으로 모여 주세요!

때맞춰 나온 방송 덕분에 단솔은 이 어색한 상황을 벗어날 수 있었다.

“저…… 옷! 갈아입어야 할 것 같은데…….”

“아, 그러네. 솔아, 얼른 우리 방에 짐 풀고 옷 갈아입으러 갈까?”

“아…… 네에…….”

굳어진 이이연과 유두현의 표정이 보였지만, 단솔은 모르는 척 숙소 방향으로 걸어 들어갔다. 어느새 단솔을 쫓아가 어깨동무를 한 지수가 고개를 살짝 돌려 단솔 몰래 이이연과 유두현을 향해 서늘한 눈빛을 던졌다.

단솔을 향해 웃어 줄 때와는 사뭇 다른 표정에 유두현이 흠칫, 놀랐다.

“먼저 들어갈게.”

“아……! 네…….”

이연이 기분이 상한 듯 저를 스쳐 가는 와중에도 두현은 서늘한 감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 * *

숙소 안, 짐 가방을 들고 망설이던 단솔은 결국 유두현보다는 차라리 한지수라는 변수를 택했다.

다정한 관심이 귀찮기는 했지만, 유두현처럼 노골적으로 적의를 드러내는 사람보다야, 저보다 연차도 나이도 많은 한지수가 더 편할 성싶었다. 단솔은 서둘러 방에 딸린 욕실에 들어가 우현이 주었던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기 시작했다.

쓸데없는 감정에 치우쳐 잠시라도 표정 관리를 못 했다간 잡아 먹히기 십상인 곳인데……. 유두현에게 휘말려 제 표정이 어땠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카메라가 없는 드레스 룸을 지수에게 양보하고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기 위해 들어와서도, 아까 전 숙소에 들어올 때 제 표정이 어땠는지 세면대에 딸린 거울을 보며 곱씹었다.

‘이렇게 했었나……. 아니야, 좀 더 굳었던 거 같은데……. 한지수 선배도 옆에 있었는데…… 혹시 욕먹으면 어떡하지…… 게임 할 땐 좀 더 친하게 굴어야겠다.’

똑똑―.

“단솔아, 뭐 해? 옷 다 갈아입었어? 형이 도와줄까?”

“아…… 아니요⁈ 선배, 화장실 쓰시려고요?”

옷을 다 갈아입은 단솔이 문을 열자, 지수는 아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니 그건 아닌데……. 솔아 반바지 입었네?”

“아…… 네. 저도 긴바지인 줄 알았는데 반바지네요? 추울까요?”

“어…… 아니야……. 그건 아닌데…….”

우현이 준 까만 트레이닝복은 평범한 기본 아이템이었다. 상의는 오버핏 아노락이라 그런대로 입을 만했지만, 짧은 반바지는 제가 입으려고 샀는데 작아서 못 입었다는 우현의 말마따나 단솔에게 딱 맞을 정도로 작은 사이즈였다.

허벅지 위쪽까지 오는 반바지 아래로 새하얀 단솔의 다리와 핑크빛 무릎이 그대로 드러났다.

제 다리를 한 번 보고 애매한 표정을 짓는 지수를 보자, 단솔은 자신이 없어졌다. 키가 큰 지수 역시 까만 트레이닝복을 입었지만, 저와는 다르게 꼭 맞춘 듯한 느낌이 날렵한 재규어를 연상케 했다.

“아…… 별로예요?”

“후……. 아니야, 우리 솔이는 뭘 입어도 그렇게…….”

“네?”

“아니다. 나가자, 솔아. 형아 옆에 꼭 붙어 있어. 알았지?”

한지수의 표정은 마치 전쟁터에 나가는 전사처럼 비장함 마저 느껴졌다.

단솔과 지수가 절벽 아래 모래사장으로 내려가자, 다른 출연자들도 비슷하게 도착해 있었다. 정대수는 부지런하게 몸을 풀고 있었다.

운동복을 입으니 피지컬이 더 돋보였다. 지수가 재규어라면, 대수는 커다란 호랑이 같았다. 꼭 운동선수 같은 포스에 넋 놓고 바라보고 서 있던 단솔은 정대수와 눈이 마주쳤다. 가볍게 인사라도 하려고 했지만, 정대수는 단솔의 모습을 보고는 휙―, 하니 고개를 돌려 버렸다.

‘유두현 피하기에 급급해서 그 생각을 못 했네. 아무래도 내가 지수 선배랑 방을 같이 쓰는 게 못마땅하신 거겠지……?’

―자, 다들 편한 옷으로 잘 갈아입고 오셨네요! 역시 최고의 연예인들만 모신 만큼 운동복을 입은 비주얼도 눈이 부시네요. 하지만 게임이 끝날 때까지 여러분들의 그 빛나는 모습을 지킬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본격적으로 게임에 돌입하기에 앞서, 혹시나! 아직도! 알오매치 인 서바이벌의 룰을 잘 모르시는 분들이 계실까 봐 설명해 드립니다.

―저희 알오매치 인 서바이벌의 모든 게임은 알파와 오메가가 짝을 이뤄 펼쳐집니다. 알파와 알파, 오메가와 오메가는 절대 한 팀이 될 수 없습니다.

그 이야기에 정대수가 한지수를 보며 비웃음을 날렸다. 한지수는 그 모습에 일부러 허리를 쭈욱, 피며 제 몸으로 단솔을 대수의 시야에서 철저히 가렸다.

―게임 종목을 알려 드리기에 앞서, 지난 식사 시간에 외롭게 홀로 식사를 하셨던 제갈민혁 씨?

“네?”

―제갈민혁 씨에게는 먼저 파트너를 고를 우선권이 주어졌습니다. 함께 팀을 이루고 싶은 출연자가 있으신가요?”

“네, 있습니다.”

―그분의 손을 잡고 상자 앞에 서 주시겠습니까?

제갈민혁은 회귀 전에도 딱히 공식 커플이라 할 만한 파트너가 없었다. 그의 성향 자체도 연예인보다는 아티스트에 가까워서 그런지, 이런 예능 포맷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싶은 마음 자체가 없는 사람 같았다.

명품 브랜드 엠베서더를 할 정도로 잘생기긴 했지만, 단발에 가까운 파마머리에 졸린 듯한 눈빛이 한편으로는 삶에 의욕이 없는 사람 같기도 했다.

물은 물이고, 산은 산이고, 잘생긴 도인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였다.

그 역시 초반에 떨어졌기 때문에 한지수처럼 단솔과 접점이 거의 없었다. 회귀 전에 그와 나눈 대화라고는 ‘안녕하세요.’와 ‘네.’ 정도가 다였으니까.

늘 의욕 없이 미끄러지듯 걷던 그는 이미 마음속에 정해 둔 사람이 있는 듯 성큼성큼, 걸어갔다. 제갈민혁의 발걸음은 거침이 없었다. 그가 이 프로그램에 나와서 보인 모습 중 가장 눈이 반짝거리는 순간이었다.

그가 긴 다리로 저벅저벅, 모래사장을 걸어오는 것을 보면서도 단솔은 누구와 어떻게 게임 해야 편집이 될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불쑥, 제갈민혁의 타투가 가득한 손이 단솔 앞으로 뻗어져 나왔다.

“단솔 씨, 저랑 같이하실래요? 게임.”

“어…….”

―제갈민혁 씨, 주단솔 씨를 택하셨군요. 제갈민혁 씨는 우선권을 가지고 있으므로 주단솔 씨는 거부권이 없습니다. 두 분 앞에 있는 상자에서 게임 종목을 뽑아 주시겠습니까?

얼떨결에 제갈민혁의 손을 잡고 상자 앞으로 다가간 단솔의 뒤로, 알파들의 아쉬움 가득한 표정이 클로즈업됐다.

“미안해요, 내가 마음에 안 들 수도 있는데……. 대신 종목은 단솔 씨가 뽑아요.”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그런 사실을 꿈에도 모르는 단솔에게 민혁은 종목을 뽑을 기회를 양보했다.

단솔은 동그랗게 구멍이 뚫려 있는 상자 안으로 손을 넣었다. 동그란 원형의 캡슐이 만져졌다. 회귀 전에는 퀴즈 게임을 풀고, 이연과 한 번 더 데이트를 했었는데…….

몸 쓰는 게임은 자신 없지만, 통편집을 위해서라면 지금은 일찍이 탈락하는 게 나을지도 몰랐다. 마침 제갈민혁도 몸 쓰는 게임에 유리한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그때, 꼭 자석에 이끌리는 것처럼 캡슐 하나가 단솔의 손에 쥐어졌다. 누군가 제 손에 건네주듯이 딸려 온 느낌에 단솔이 깜짝 놀라 손을 꺼냈다. 캡슐은 단솔의 손에 쥐어진 채였다.

―주단솔 씨, 캡슐을 열어 종목을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제가 착각한 걸까, 엉겁결에 손에 쥔 캡슐을 살피던 단솔은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재촉에 캡슐을 열어 돌돌 말린 종이에 쓰여진 종목을 확인했다.

“짝…… 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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