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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씩이나 이 거지 같은 섬에 떨어지다니-5화 (5/150)

5화

“아…… 안녕하세요. 선배님.”

제갈민혁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문을 열었는데, 방 안쪽에는 정대수와 한지수가 앉아 있었다. 정대수가 한식을 고르는 바람에 회귀 전과 달리 변수가 생겼다는 걸 단솔은 모르고 있었다.

‘아이 씨, 잘못 골랐다.’

하필이면 제일 피하고 싶은 정대수를 고를 줄이야. 게다가 단솔보다 한참 선배인 한지수까지 있으니, 단솔은 방송이고 뭐고 문을 뛰쳐나가고 싶었다.

“왔어? 앉아요.”

오히려 단솔을 반색하며 반긴 것은 한지수가 먼저였다.

단솔이 쭈뼛거리며 지수의 옆에 앉자, 정대수는 또 인상을 찌푸렸다. 병풍 앞에 앉아 저러고 있으니, 딱 영락없는 잘생긴 조폭 같았다. 안 그래도 뚝딱거리는 몸뚱어리가 더 삐꺽거리는 기분이었다.

“내가 선배니까 말 편하게 할게요?”

“아! 네……! 편하게 해 주세요.”

아예 한지수는 단솔을 향해 몸을 틀어 앉아, 테이블에 턱을 괴고 있었다.

사실 한지수는 드라마 촬영 스케줄을 핑계로 춘몽도를 가장 먼저 떠났었다. 회귀했다는 게 우스울 정도로 지수에 대한 정보값이 없었다.

게다가 지수가 앉아 있는 쪽은 단솔의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왼쪽이라 저도 모르게 더 긴장됐다.

“불편하면 자리 바꿔.”

단솔을 한참이나 관찰하던 정대수가 말했다.

“뭐래. 단솔아, 형이 불편해?”

“아뇨⁈ 저 되게 편한데?”

단솔은 기계적으로 대답을 해 놓고 눈치 보며 덧붙였다.

“아니…… 막! 편한 건…… 아니라요…….”

잠시간 정적이 이어지고, 한지수가 푸하하, 웃음을 터트렸다.

“아! 너무 귀여워! 야, 정대수 우리 단솔이가 불편해하는 건 내가 아니라 너 같은데? 솔아, 눈치 볼 거 없어. 내가 쟤 이겨.”

“네?”

“허.”

유치한 지수의 말에 정대수는 대꾸도 않고 그저 콧방귀만 뀔 뿐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그의 손은 쉬지 않고, 단솔 앞으로 맛있는 반찬들을 밀었다.

“어…… 저기…… 너무 많아요……. 왜 안 드세요?”

종래에는 지수의 앞에 물컵과 밥 한 공기밖에 남지 않자, 단솔이 대수를 만류하며 물었다.

“어차피 한지수 씨는 다이어트 하느라 이런 거 안 먹어.”

대수가 단솔의 앞접시에 갈비찜으로 탑을 쌓았다.

“형아는 괜찮아 단솔아. 우리 솔이 많이 먹고, 형아는 솔이가 남긴 뼈다귀나 핥으면 돼요.”

“미쳤어?”

“선배님! 그걸 왜 핥아요! 이거 드세요!”

지수의 말에 정대수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평소에 봤다면 톰포드 화보의 한 장면 같다고 감탄하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좋은 상황 같지 않았다.

단솔은 서둘러 대수가 올려 준 탑을 허물고, 지수의 앞접시에 갈비를 옮겨 담았다.

회귀하면 방송이고 뭐고 다 제 세상일 줄 알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지금 제 모습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마치…….

‘일진 형들 사이에 낀 모범생 같잖아…….’

“우리 솔이는 어느 방 쓸지 정했어?”

“어…… 그건…….”

오메가 숙소는 1인실 2개, 2인실 1개로 구성되어 있었다. 회귀 전에는 물어볼 것도 없이 선배들이 1인실을 차지하고, 유두현과 함께 방을 썼었다.

덕분에 촬영이 중반부를 넘어서고, 유두현이랑 사이가 완전히 틀어지고 나서부터는 단솔은 방에서 제일 먼저 나와 제일 늦게 들어가는 출연진이 됐다.

“저는 아마 2인실 쓰지 않을까요…….”

“잘됐네, 나도 2인실 쓰고 싶었어. 그럼 나랑 쓰면 되겠다!”

“뭐? 그건 안 되지.”

“왜 안 돼? 같은 오메가끼리?”

지수의 말에 대수가 머리가 아픈 듯 이마를 짚었다. 둘 사이의 묘한 분위기에 단솔도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애를 썼다. 하지만 단솔이 간과한 것이 있었다.

단솔은 원래 눈치가 없는 타입이었다. 게다가 회귀 전 국민 욕받이가 되면서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있는 상태라, 자기 객관화도 안 되는 상태였다.

‘정대수 선배님이 한지수 선배님 좋아하나 봐……! ‘

예상치 못한 난관을 벗어나려 단솔이 집중하는 동안에도 지수의 폭격 같은 질문은 계속 이어졌다.

“우리 단솔이는 술 좋아해? 어떤 술 좋아해?”

“어…….”

“초면에 그런 질문은 무례하지 않나.”

“밥은 무조건 한식파? 디저트는?”

“음…….”

“아이돌이니까 관리하겠지.”

“아까 보니까 노래도 엄청 잘 부르던데, 또 불러 줄 수 있어?”

“그……!”

“안 불러도 돼.”

“MBTI가 뭐야?”

“I…….”

“그딴 거 다 유사 과학이야. 믿을 게 못 된다고.”

“난 단솔이한테 물었어.”

“몰랐네, 미안. 알오매치 서바이벌이라 나한테 관심 있을 거라고 생각했네.”

은근히 자신을 긁는 대수에 지수가 일부러 빙글빙글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내가 너무 심했지? 우리 자세한 건 방에 들어가서 이야기하자.”

그 말에 정대수가 주먹을 꽉 쥐었다. 단솔은 그가 쥐고 있는 젓가락이 살짝 휜 것 같은 기분에 눈을 비볐다.

“식사 다했으면 이만 나가지.”

“그래 단솔아, 저런 형질 차별 주의자랑 놀지 말고 나가자.”

휜 젓가락을 던지듯 내려놓은 정대수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던 지수가 먼저 흥! 소리를 내며 방에서 나갔다. 겉옷을 챙기던 정대수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

순식간에 살벌해진 분위기에 단솔은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제가 원한 건 통편집이지, 첫 화부터 분위기를 엉망진창으로 만드는 트러블 메이커는 아니었다.

‘아무래도 정대수 선배님이 질투가 심하시네……. 아이 씨! 여우 피하려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게 생겼네.’

단솔은 문 앞에 서 있다가 대수가 다가오자 그의 옷소매를 살포시 잡았다. 다행히 그곳은 카메라가 잡지 못하는 사각지대였다.

얼마나 조심스러운 손길이었는지, 대수는 하마터면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냥 나갈 뻔했다.

단솔은 의문이 가득한 표정으로 내려다보는 얼굴이 무섭게 느껴져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선배님! 저 근데 오메가 안 좋아해요……. 걱정 안 하셔도 된다고…….”

단솔의 말에 대수의 귀가 붉어졌다. 하지만 단솔은 대수의 얼굴도 쳐다보지 못하고 후다닥 도망치듯이, 밖으로 나왔다.

대수는 당황한 듯 멈춰 있다가 단솔이 아래층으로 사라지자, 2층 복도를 이리저리 서성거렸다. 더운 듯 셔츠를 펄럭이다가, 입을 가렸다가, 머리를 쓸어 올렸다.

오해를 풀려고 한 말이 거대한 오해를 불러오고 있었다.

* * *

<예고편>

“선배님…… 우세요?”

“아…… 내가 원래 안고 자는 애착 인형이 있는데 그걸 두고 와서 말이야.”

“애착 인형이요……?”

“불면증이 심해서 그거 없이는 잠을 못 자거든.”

“아…… 그러시구나.”

“그래서 말인데, 네가 애착 인형 대신 내 침대에서 같이 자 주면 안 될까?”

“네⁈”

.

.

.

“우리 단솔이는 어때? 형질에 얽매이는 스타일이니?”

“아…… 그건 아니에요. 절대…….”

“역시…… 그럴 줄 알았어. 저 더러운 알파들이랑 놀기에 우리 솔이는 너무 작고 소중해. 형이 지켜 줄 테니까 솔이는 이 형만 믿어요, 알았죠?”

“네……. 근데 형…… 팔 좀 풀어 주시면 안 돼요? 저 너무 갑갑한데…….”

* * *

<알오매치 서바이벌 in 아일랜드 포털>

정대수 방에서 나올때 뭐임? 중간에 뭐 끊긴 거 같은데 왜 저렇게 쑥쓰러운 멍뭉이처럼 돌아다니는 거임?

⤷밥먹어서 기분 좋은가보지

⤷아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뻘하게 웃김

⤷아니 단솔이랑 뭔 얘기 하고 나온거 아님? 안보여 ㅅㅂ 제작진들 뭐하냐!! 이런거 안잡고

⤷둘이 덩치차이봐 개잘어울리네 고목X매미 응원한다

⤷삼촌조카아니고? 단솔이는 이이연이랑 잘어울리던데

⤷이이연이랑 붙는 장면도 없는데 뭔 개소리 ㅎ

⤷이이연씨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미쳤다 단솔이한테 관심있던 오메가 한지수였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예고편 미친 거 아니야?ㅋㅋㅋㅋㅋ둘이 같이 누워있는 거임? 심지어 껴안고? ㅋㅋㅋㅋㅋ뛰는 알파 위에 나는 한지수 있다...

⤷솔아 돔황챠!!!

⤷아 근데 한지수면 오메가여도 ㅇㅈ...

⤷ㅁㅈ 말라서 그렇지 정대수랑 키도 비슷함. 그래 차라리 알파들한테 휘둘리지말고 너네끼리 만나....

⤷나도 형질주의자는 아닌데 애초에 오메가가 오메가 취향이면 알오매치는 왜 나온거임?

⤷소속사에서 시키니까 나왔겠지

⤷한지수가 소속사에서 시키는거 할 짬바냐

⤷그건 맞는듯? 근데 지수단솔 맛집이라 난 노상관

⤷그건 단솔이말도 들어봐야지.....선배라 뭐라 말도 못하는 거 같은데 내가 봐도 좀 너무 들이대던데 예고편 진짜면 좀 에바 아님? 단솔이 신인이라 뭐 싫다고 말도 못할 거 같은데

아니 근데 주단솔 스타성 넘 오지지 않냐 날고 기는 애들 다 나오는데 유두현이나 윤여민은 보이지도 않네 오메가까지 다 감아버림 단솔매치 서바이벌 in 아일랜드

⤷단솔매치 개공감 재밌어서 보긴 할 건데 계속 편집 이렇게 되면 개빡칠 듯

⤷아직 2화밖에 안나왔다 진정좀;;

⤷주단솔 좀 여우같음. 표정도 좀 너무 카메라 의식하는 거 같고.... 제일 짬밥 높은 애들 잡아서 신분상승 노리는 듯?

⤷노리긴 뭘 노려 문열자마자 놀란 표정 안보임?

⤷신분상승ㅋㅋㅋㅋㅋㅋ정대수랑 한지수가 귀족이라도 되나....

⤷(눈깜빡거리는 단솔.jpg)

⤷이렇게 순진해빠진 애긔한테 말넘심;;;;

⤷주단솔이 투시력 있는 것도 아니고 문닫힌 방에 정대수랑 한지수 있을 줄 알고 들어간 줄 아나 ㅋㅋㅋ 근데 나같으면 나보다 10년 넘게 차이나는 선배 둘이 티키타카하는 방에 알고서는 절대 안들어감

⤷ㅁㅈ그것도 정대수랑 한지수? 둘다 기 존나쎔...둘이 핑퐁하는데 불꽃튀던데 그와중에 단솔이 갈비 야무지게 뜯더라

⤷애기 너무 말라서 걱정했는데 그냥 체질인가봐 정대수랑 한지수랑 서로서로 반찬 다 밀어주는데 또 주는대로 잘먹어서 넘 귀엽

⤷(기쎈형아들 사이에 눈칫밥먹는 단솔이 근데 안먹는다고는 안했다.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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