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동설귀-1화 (1/124)
  • 서문

    공허를 품고 있는 흑청색 눈동자가 가만히 하늘을 응시했다.

    아름다운 만월의 겨울밤이었다. 하지만 해월은 달의 뒷면을 걷는 것처럼 쓸쓸했다.

    온몸이 돌덩이에 짓눌린 듯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살짝 벌어진 잇새에서 나온 숨은 한겨울의 공기와 맞닿아 희뿌연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예리한 칼날로 난도질당한 몸은 넝마가 되었고, 기력을 모두 소진한 탓에 몸에 힘이라곤 조금도 들어가지 않았다.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다 싶을 정도로 극악한 고통이었다. 상처에 찬 기운이 스며드는데도 몸을 움츠릴 힘조차 남지 않아 그저 가만히 누워 있을 뿐이었다.

    초점 없는 동공이 허공을 배회했다. 얼어붙은 얼굴 위로 흰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작은 눈송이들은 그의 뺨에 닿자마자 그 형태를 잃고 녹아내렸다.

    눈을 좋아하는 저를 위해 하늘이 선사하는 최후의 선물인가.

    “하, 하하….”

    해월은 이내 무언가 끈을 놓은 사람처럼 헛웃음을 터뜨렸다. 몇 번이고 자신의 최후를 상상했었지만 이런 곳에서, 이런 식으로, 이렇게 죽게 될 줄은 몰랐다.

    알았다 한들 무어가 달라졌을까. 해월은 모든 기억을 가지고 과거로 돌아간다 해도 그들을 이길 자신이 없었다.

    지금껏 강적을 만나 온 적은 많았으나, 이리 완벽하게 압도당한 적은 처음이었다. 승산 없는 싸움이었고, 예상대로의 결과에 이르렀다.

    미약한 힘으로 느릿하게 고개를 돌린 해월의 눈앞에 다시금 참혹한 광경이 펼쳐졌다.

    해월이 누워 있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시신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사내와 여인, 노인과 아이의 시신들이 무질서하게 널브러져 있다. 모두 해월과 같은 고향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몰살당한 것이다.

    아무 이유도, 죄도 없이…. 다들 영문도 모른 채 죽어 나갔겠지.

    눈도 감지 못한 얼굴, 고통에 몸부림치다 그대로 굳어 죽은 시신들은 그들이 얼마나 비참하게 살해당했는지 알 수 있게 해 주었다.

    평생 한 번을 풍족히 살아본 적 없는, 불쌍한 이들의 시신이었다.

    저들을 이리 비참히 죽게 만든 것은 어쩌면 ‘그들’이 아니라 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죽게 만든 거야.’

    지키지 못했으니 죽인 것과 다름없었다. 강력한 무력 앞에서 해월은 나약한 일인에 불과했다.

    “…개새끼들….”

    단곡 사람들을 몰살한 이들이 이 일을 도적 떼의 소행으로 마무리 지으면 된다고 하는 것을 들었다. 정말 웃기지도 않았다.

    이 척박한 땅에서 근근이 살아가는 이들로부터 훔쳐 갈 것이 무에 있다고…. 아, 이토록 많은 이들의 목숨을 훔쳤으니 틀린 말은 아닌가.

    “…….”

    시간이 더디게 가는 듯이 느껴졌다. 모든 슬픔, 아픔, 고통이 조금도 줄어들지 않고 전신을 잠식해 갔다. 차가운 땅과 닿은 몸은, 흙의 색을 붉은빛으로 물들이고 이내 피의 웅덩이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죽음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는 것을 알았다.

    마지막으로 사용한 금술(禁術)까지 실패했으니, 이제 제가 가야 할 길은 오직 명도(冥途)뿐이었다. 의식이 혼탁해져만 갔다.

    텅 빈 눈동자는 이내 무엇인가를 보고 미세하게 흔들렸다.

    죽는 것은 억울하지 않았다. 살아 있는 생명은 모두 언젠가 죽고, 저는 그때가 조금 이르게, 조금 더 불행하게 왔을 뿐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진아….”

    미력한 목소리로 그 이름을 부르자, 흐릿한 시야 속에서 환히 웃는 그 애의 얼굴이 보였다.

    모든 것이 흐려지는 와중에 왜 너만큼은 선명하게 보이는 걸까.

    오히려 너무 선명해서 그 모습이 환영임을 알 수 있었다. 그 애는 원체 차가운 인상인 데다 웃음이 그리 많은 편이 아니었으니까.

    그 녀석이 티끌 한 점 없이 밝게 웃는 모습을 몇 번이나 봤었더라. 서너 번은 봤던가….

    해월은 지금 제 곁에 존재하지 않는 이를 떠올리며 아릿해지는 심장을 느꼈다.

    핏자국으로 엉망이 된 눈가에 투명한 눈물이 차올랐다. 칼날이 꿰뚫고 난 자리보다 심장이 더 아파져 오기 시작했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그 애를 더 자세히 눈에 담고 올 것을. 한 번이라도 더 머리칼을 쓸어줄 것을….

    다 부질없는 생각이었다.

    지독한 후회를 끝으로 해월은 무거운 눈꺼풀을 감았다. 그리고 쏟아지는 수마에 몸을 맡겼다.

    숨이 끊긴 것은 그로부터 머지않아 벌어진 일이었다.

    엄혹한 추위가 도래한 어느 겨울날, 선해월은 그렇게 죽었다.

    1화

    모든 근심이 사라진 무념의 새벽이었다.

    “…….”

    머릿속이 몽롱했다. 한참 뒤에서야 손끝에서부터 감각이 뚜렷해졌다.

    어딘가에 갇힌 듯 온몸을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산소가 희박한지 숨쉬기도 힘들었다.

    해월은 어떻게든 몸을 움직이려 버둥댔다. 그러자 눈앞이 환해지고 숨구멍이 트였다. 폐부에 공기가 들어차기 무섭게 기침이 터져 나왔다.

    “콜록! 콜록!”

    어릴 적 폐병을 앓아 폐가 약한 편이었던 해월은 가슴께를 부여잡고 한참을 신음했다. 쉬이 멈추지 않는 해수에 고통스러워하길 잠시, 몸에 스미는 한기에 퍼뜩 고개를 들어 올렸다.

    주위를 살핀 해월은 이내 생각에 잠겼다.

    여긴 어디지? 이게 뭐야,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건데.

    어디서부터 생각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해월은 고개를 돌려 방금 전까지 자신이 있던 곳을 쳐다보았다.

    그곳은 무덤이었다. 그것도 선해월, 바로 자신의 묘.

    믿을 수 없지만, 자신이 초라한 제 흙무덤에서 빠져나온 모양이었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고 눈앞이 흐렸다. 그때, 마지막 숨이 끊기던 순간이 선명하게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이윽고 해월은 지난 기억을 모두 떠올렸다.

    자신은 십 년 전 죽음을 맞이했다.

    그 뒤로 육신을 떠난 혼백이 어째서인지 천도하지 못하고 줄곧 제 묘를 맴돌았다.

    혼백이었을 때는 육신을 떠난 탓인지 모든 것이 흐리고, 불분명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고, 무슨 일이 있는지도 모른 채 그저 고여 있는 듯했다.

    “내가 왜…?”

    그랬던 자신이 지금은 살아 숨 쉬고 있었다.

    해월은 붉은빛의 하늘을 등진 채 무작정 뛰고 또 뛰었다. 해월의 발끝은 어느새 냇물 가에 다다랐다.

    투명한 물 위에 비추어진 모습은 십 년 전과 다를 바 없었다. 단 하나 달라진 것이 있다면, 짙은 흑색의 머리칼이 새하얀 백발이 되었다는 것뿐이었다. 하나 그런 것 따윈 중요하지 않다.

    해월은 허망한 눈으로 물 위로 비추어진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떨리는 손으로 뺨도 꼬집어 보았지만, 이곳은 현실이 맞았다.

    “나… 되살아난 거야?”

    황당함에 헛웃음을 짓다가 이내 인상을 찌푸리며 주저앉았다. 한쪽 눈이 타는 듯이 뜨거운 탓이었다. 해월은 오른눈을 짓누르며 고통에 신음했다.

    “윽…!”

    한참 뒤, 통증이 가라앉고 냇물에 비친 자신을 다시금 마주한 해월은 기함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검푸른 눈동자가 온통 붉게 물들어 있는 까닭이었다.

    ‘붉은 동공이라니… 그래서 되살아 난 거야…? 금술의 저주 때문에?’

    오른눈에 선연한 홍색을 본 해월은 자신의 상태를 깨달았다.

    금술의 저주였다. 원념과 사념으로 뭉쳐진 반요의 몸으로 부활한 것은. 타인의 기(氣)와 혼백(魂魄)을 흡수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그렇지 않으면 육신과 정신이 망가져 살육의 본능에만 충실한 완전한 요괴가 되어 버리는 최악의 저주.

    ‘내가 요괴의 몸이 되었다고…?’

    웃지 못할 일이었다. 그런데 웃음이 난다.

    해월은 강한 영력을 가진 퇴마사였다. 악귀를 쫓고 음기를 정화하던 퇴마사가 금술의 저주로 인해 마물이 되다니. 누가 믿을 수 있을까, 그저 웃을 수밖에.

    해월은 초탈한 마음으로 제 몸을 내려보았다. 육신은 썩지 않은 상태 그대로였으나 수의는  색이 바래고 삭아 있었다.

    해월은 근처에 있는 목욕 터에서 옷을 훔쳐 갈아입었다.

    구멍 난 수의를 입고 돌아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옷 주인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되뇌며 옆에 있던 삿갓까지 훔쳐 왔다.

    해월은 소매 안에 있던 손수건을 대충 찢어 오른눈을 질끈 동여맸다.

    ‘이걸로 일단은 안심인데.’

    길이 난 모양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단백산인 것 같았다.

    떠돌이 생활을 오래 한 터라 낯선 상황에서도 침착할 수 있다는 건 다행이었다. 하지만 벌써 몸에 힘이 없고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이 조짐이 좋지 않았다. 이대로 가다간 완전한 마물의 모습이 되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원과 한으로 들어찬 몸은 이제 과거와 달랐다. 체념과 절망, 그리고 분노…. 죽기 전 마지막으로 느꼈던 감정이 고스란히 해월을 잠식해 가고 있었다.

    ***

    “주모, 여기 좀 묵을 수 있겠습니까?”

    “어이구, 이를 어쩐담. 엊그제 손님이 와서 방이 다 찼습니다.”

    “아, 그럼 식사 한 끼만 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공자님. 금방 내오겠습니다.”

    삿갓을 푹 눌러쓴 해월은 곁눈으로 주위를 살폈다.

    밖에 나와 있는 인원은 총 넷. 중년의 주모가 한 명, 식사 중인 장정이 셋이었다. 작은 주막인 만큼 머무는 자들의 숫자도 많지 않았다.

    그래도 이쯤이면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방 안쪽에서 기백이 남다른 기운이 흘러나왔다. 그곳에 주의를 기울이려는데 문득, 옆자리에서 식사하던 장정들의 이야기 소리가 들려왔다.

    “암만 장삿날에 맞춰 급히 가야 한다지만 어찌 이 길을 골라.”

    “에헤이 뭘 모르는구만. 이쪽 산길이 지름길이라니까.”

    “지름길인 걸 누가 모르나. 여긴 그 유명한 동설귀가 나온다는 곳이잖아!”

    “예끼 이 사람아. 민가에서 대충 지어낸 소문을 믿어?”

    “맞아요, 맞아. 내가 여기 터줏대감인데 동설귀는커녕 처녀 귀신 하나 못 봤습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주모가 말을 보탰다. 그들에게 잠시 시선을 두던 선해월은 몸을 돌리던 주모와 눈이 마주쳤다.

    “어머, 공자님. 너무 소란스러웠나요?”

    “아닙니다, 저는 그저….”

    “공자님께서도 동설귀니 뭐니 하는 저 상인들 말을 믿으십니까?”

    “…….”

    “걱정 마시어요. 이 근방에 자리잡고 수십 년 살았는데 동설귀는 한 번도 보질 못했습니다.”

    “…그랬겠죠.”

    왜냐면 해월은 지금껏 깊은 산중 밖으론 거의 나오질 않았으니까.

    아무리 반요가 되었다지만 무분별하게 혼을 흡수하고 싶지는 않았기에 해월은 나름의 철칙을 준수했다.

    첫째는 필요 이상으로 흡기하여 인간을 해치지 말아야 하고, 둘째는 인간의 눈에 띄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해월은 최근 그 두 번째 기준을 어겼다. 첫 번째 철칙을 지키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한 선택이었다.

    오랫동안 제대로 된 흡기를 하지 못하다 보니 가끔 마주하는 인간에게서 지나치게 많은 기를 빼앗게 되는 문제가 생겼다. 자칫하다가는 그 인간을 죽일 수도 있었다.

    무고한 이를 죽이는 일은 내키지 않았다. 단순히 제 허기를 해결하기 위해 죽이는 것이라면 더욱 꺼려졌다. 그런 생각 탓에 지난번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말았다.

    흡기를 많이 하지 않아 금방 정신이 돌아온 인간 하나가 해월의 모습을 고스란히 목도한 것이다.

    입막음을 위해 사술을 쓸 수도 있었지만, 영력이 없는 인간에게 함부로 사술을 썼다간 미치광이가 될 수도 있기에 하지 않았다.

    ‘…절대 이곳에서 있던 일을 발설하지 말거라. 그렇지 않으면 널 다시 찾아가마. 그날은 반드시 내 네놈을 없앨 것이다.’

    ‘살, 살려 주십시오! 살려만 주신다면 입도 뻥끗하지 않겠습니다.’

    해월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인간은 믿을 만한 존재가 못 되었다. 목숨을 구걸할 땐 그리도 간절하더니.

    그 일 이후로 그동안 뜬소문만 난무하던 단백산의 요괴는 ‘동설귀’란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이름까지 붙으니 산속으론 더더욱 사람이 들어오지 않았고 굶주림은 극심해져 갔다. 그 탓에 너무 오랜만에 마주한 인간을 죽일 뻔하는 일까지 일어났고, 덕분에 해월은 인간을 해치지 않기 위해 인간들 속으로 들어가는 모순적인 일을 택해야 했다.

    “…….”

    해월은 묘한 눈길로 강한 기운이 흘러나오는 방을 쳐다보았다.

    빈방이었으나 거기 묵었던 자의 기가 전혀 수그러들지 않고 있었다. 주인이 없음에도 저리 방 가득히 기운이 남아 있는 것은 대개 두 가지다.

    영력을 가진 자이거나 단순히 기가 강한 자이거나.

    “맛있게 드세요. 어린 공자님.”

    주모가 빈약하게 구색을 맞춘 상을 내려놓는다.

    “…….”

    ‘훗- 어린 공자라니.’

    ***

    일각(一刻, 약 15분) 정도가 지났을까.

    산골의 작은 주막에 순식간에 고요가 찾아왔다.

    시끌벅적하게 떠들던 상인 셋은 평상 위에서 저마다 기괴한 몰골로 엎어져 있었고, 주모 역시 주방의 문간 옆에 쓰러져 있었다.

    간만의 흡기인지라 조절이 잘 안 되었던 것 같다.

    해월은 그들의 목 위로 손가락을 얹어 맥박을 확인했다.

    “죽진 않겠군.”

    딱 죽지 않을 정도로만 흡기했다. 쓰러진 이의 혼백 역시 크게 혼탁해지지 않았다.

    볼일을 마친 해월은 몸을 일으키며 가볍게 옷자락을 털었다.

    이윽고 주막의 문턱을 넘으려던 순간, 맞은편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삿갓을 눌러쓰고 있어 얼굴은 보이지 않았으나 풍채가 좋은 사내였다. 사내의 시선에 주막의 내부는 보이지 않을 듯했다.

    이대로 지나가자는 결론에 도달한 해월은 걸음을 뗐다.

    그때, 사내가 입을 열었다.

    “소문의 동설귀가 바로 너로구나.”

    “……!”

    해월은 흠칫했다. 목소리가 너무 익숙한 까닭이었다.

    젠장, 주막에 묵고 있다는 객이 정말 퇴마사일 줄이야.

    상대해야 하나, 도망가야 하나.

    마음만 먹으면 사내를 제압할 수 있지만, 애써 섭취한 기를 소모하고 싶지 않았다.

    선해월은 곧장 소매 춤에 있던 부채를 꺼내 펼쳐 들었다. 넓게 펼쳐진 부채로 허공을 한 번 가르자, 매서운 바람이 불며 흙먼지가 일렁였다. 풍술(風術)은 주특기였다.

    “……!”

    시야가 온통 희뿌예진 틈을 타 도망가려던 해월은 우뚝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사내가 한순간 영력을 방출하여 흙먼지를 모두 날려 버린 것이다. 생각보다 영력을 다루는 능력이 뛰어난 듯했다.

    어느새 사내는 해월의 코앞에 서 있었다.

    ‘젠장.’

    해월은 본능적으로 뒷걸음을 디뎠다. 사내는 해월이 물러나는 만큼 다가섰다.

    “마물 주제에 풍술을 다루다니 대체 정체가 무어냐.”

    풍술은 다루기 까다롭기로 손꼽히는 술법이었다. 마물이 다룰만한 것이 아니었다.

    사내는 해월을 날카롭게 주시했다.

    “눈처럼 하얀 머리칼을 가진 소년 귀신이라….”

    사내의 말에 해월이 삿갓을 부여잡았으나 사내가 한 발 빨랐다.

    찰나, 사내의 손에 의해 해월의 삿갓이 벗겨지고. 해월은 한쪽 눈으로 사내를 마주했다.

    “…….”

    “…….”

    이윽고 맞닿은 두 사내의 시선 사이엔 묘한 정적이 흘렀다.

    알 수 없는 감정들이 그들 사이를 메우고 있었다. 놀라움, 경악 등이 아니었다.

    그들이 느끼고 있는 감정은 아마 당혹일 터.

    “…사부…?”

    “…….”

    스승 선해월과 제자 강연진의 해후는 그저 당혹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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