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5화> (135/136)

<135화>

“읍!”

상황을 파악할 틈도 없이, 도겸의 혀가 멋대로 입속으로 침입했다.

입속으로 들어온 도겸의 혀는 예리하게 서원의 여린 입천장을 긁어 댔다. 서

원이 평소 예민하게 느끼는 부위였다.

위고 아래고 약한 부위를 집중적으로 공략당하니, 머릿속이 빠른 속도로 새하

얗게 변해 갔다. 과다하게 몰려오는 감각에 서원이 버티지 못하고 도겸의 팔

을 움켜쥐었지만, 단단한 근육만 만져질 뿐 바뀌는 건 없었다.

아, 이러다가는…….

몸이 바들바들 떨릴 만큼 참아 봤지만, 한계였다.

“으, 흐윽!”

서원은 입술이 맞닿은 채, 눈을 질끈 감았다. 흥분이 최고조로 이르면서, 서

원의 성기 끝에서 정액이 팍 터져 나왔다.

서원은 평소 자위를 자주 하는 편이 아니었고, 최근에는 결혼을 준비하느라

서로 바빴고, 하와이에 와서는 늘 도하를 침대 가운데에 눕히고 안고 자느라

성관계가 뜸했다. 그 탓에 정액이 평소보다 많이 진했다.

절정 후 몰려오는 탈력감이 엄청났다. 서원은 몸을 부들부들 떨다가 물먹은

솜처럼 축 늘어트렸다. 뒤늦게 도겸이 뒤늦게 입술을 떼어 줬다.

“후…….”

그렇지만 애석하게도, 서원은 끝을 봤어도 도겸은 아니었다.

그는 성기를 빼지도 않고, 서원의 몸을 뒤집었다. 몸 안에서 성기가 돌아가는

느낌에 서원이 진저리를 쳤다.

“아으, 잠깐……! 가, 갔는데……! 앗!”

도겸은 서원을 엎드리게 해 놓고도 느릿하게 성기를 깊게 쑤셔 넣었다. 안 그

래도 방금 절정에 도달해서 모든 감각이 첨예하게 느껴지는데, 체위가 바뀌며

성기가 새로운 곳을 들쑤시니 금방 성기에 힘이 들어갔다.

눈앞에서 폭죽이 펑펑 터지는 것 같았다. 눈앞이 하얗게 질려서는 뵈는 게 하

나도 없었다. 깊게 들어오는 성기가 버거워서 서원이 침대 시트를 잡고 위로

올라가려고도 해 봤으나, 도겸에게 짓눌려 도망갈 수가 없었다. 결국엔 뒤에

서 쑤시고 들어오는 성기를 받는 수밖에 없었다.

머리를 두들겨 맞은 것처럼 혼몽한 와중이었다. 한참 안을 짓찧던 도겸이 서

원의 몸 위로 엎어지듯 체중을 실었다.

“크읏…….”

도겸은 성기를 가장 깊은 곳에 박아넣은 채 절정을 맞이했다.

“아흐으…….”

민감한 상태라 그런 것일까. 깊은 곳을 정액이 채우는 느낌이 선연하게 느껴졌다.

오싹함에 서원이 침대 시트에 얼굴을 푹 파묻으며 신음했다. 섞여 나오는 숨

이 바들바들 떨렸다.

그러는 사이, 도겸은 정액을 다 사출해 내고도 아쉬운 듯 깊은 곳에 박아넣은

채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이러다 내벽에 도겸의 성기 모양대로 길이 나겠다

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이 들 때쯤이 되어서야, 그가 천천히 허리를 뒤로 물렸다.

구멍을 완전히 틀어막고 있던 성기가 빠져나가자, 또 왈칵하고 구멍에서 액체

가 흘러내렸다. 이번에는 애액만이 아니라, 도겸이 사출한 정액까지 뒤섞여

점도 있고 하얀 액체였다.

내벽은 좁았고, 그런 곳에 정액을 넘치도록 싸 댔으니 넘치는 건 당연한 일이

었다. 그런데 도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건지, 손가락으로 흘러내린 정액

을 안으로 밀어 넣었다.

“잘 받아먹어야…… 허니문 베이비를 만들지.”

“으웃…….”

도겸이 아깝다는 듯이 말하며 허벅지까지 흐른 것까지 도로 담으려고 했다.

하지만 뒷구멍은 꾸역꾸역 받아들이다가도 버겁다는 듯 자꾸만 뱉어냈다. 안

이 꽉 찼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서원은 침대 시트에 한쪽 뺨을 기댄 채 멍하니 생각했다. 넘친 정액을 넣는다

고 임신 확률이 높아지나? 그럴 것 같진 않은데…….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저

보다는 도겸이 더 고학력자였고 더 똑똑했다. 서원도 둘째를 원하는지라, 그

런 그를 막아낼 수가 없었다.

정액을 밀어 넣는답시고 자꾸 구멍을 건드려서 민감한 것 빼고는 괜찮았다.

서원이 가만히 침대에 몸을 맡긴 채 슬라임처럼 널브러져 있는데, 문득 손이

아니라 다른 것이 구멍을 문지르는 것이 느껴졌다.

설마…… 제가 생각하는 그건 아니겠지?

서원이 불안한 낯빛으로 뒤를 돌아보자, 아니나 다를까 도겸이 금세 발기한

성기를 또 구멍에 문지르고 있었다. 얼굴이 상기된 것을 보아하니 하나도 진

정이 안 된 것처럼 보였다.

아니, 이거 진짜야? 서원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도겸을 바라보며 물었다.

“두, 두 번이나, 했잖아요?”

섹스는 한 번 하긴 했지만, 본 섹스에 들어가기 전에 입으로 한 발 빼지 않았

나. 두 번이나 해 놓고서는 또 한다고? 아니지? 서원이 그런 의미로 물었다.

하지만 도겸은 그게 무슨 문제냐는 듯이, 서원의 옆에 눕더니 다리 안쪽으로

손을 넣어 가위 모양처럼 벌리게 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근데 또 섰잖아.”

도겸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면서도 서원의 엉덩이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다리를 벌리게 하니 안쪽의 적나라한 상황이 도겸의 눈에 들어왔다. 작고 하

얀 엉덩이는 잦은 마찰로 벌겋게 물들었는데, 깊은 안쪽에 하얀 정액이 담긴

모습이…… 절경이었다.

그것도 모자라, 서원의 뒷구멍은 고른 박자로 벌름거리고 있었다. 숨을 쉴 때

마다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현상이었지만, 도겸의 눈에는 그게 꼭 정액을 더

먹여 달라고 입질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 모습을 보기만 했는데도 또 박고, 안에 씨물을 가득 쏟아 주고 싶어져서

아랫배에 힘이 들어갔다. 서원의 말대로 벌써 두 번이나 사정했건만, 처음처

럼 서 있는 성기가 꺼떡거리며 괴로움을 호소했다. 섹스밖에 모르는 사춘기

소년이 된 느낌이었다.

“한 번만 더 해.”

“아니…… 못, 한다니까, 아, 으읏…….”

“감당할 수 있다고 했잖아.”

서원은 내일 못 일어날지도 모른다며 우는소리를 하려 했지만, 도겸은 서원이

쾌감에 절어서 지키지도 못할 말을 했던 것을 빌미로 막아섰다.

그땐 그때고, 지금은 아닌데……. 아,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지?

서러운 기분이 몰려왔지만, 그 말을 내뱉은 건 저여서 할 말이 없었다. 게다

가 몸에 힘도 들어가질 않아서, 몸을 밀착해 오는 도겸을 밀어낼 재간이 없었다.

끝나지 않는 밤이 이어졌다.

* * *

“으으으…….”

삭신이 쑤셔서 신음이 절로 나왔다.

허리는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프고, 엉덩이는 멍이 든 것 같았다. 섹스 한 번

한 것으로 이 지경이 될 수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었다.

결국 도겸은 자신이 만족할 때까지 제 안에 배출하고 나서야 저를 놓아주었

다. 사실은 만족할 때까지 한 건지도 모르겠는 게, 제가 엉엉 울면서 더는 못

한다고 했을 때쯤 끝이 나긴 했다.

생사를 오갈 위기에 처해 가며 아이를 무리하게 낳고 난 후로 급격하게 몸이

안 좋아지긴 했었다. 그렇지만 도겸이 제게 PT 선생님을 소개해 줘서 완전히

회복했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체력이나 몸은 임신하기 전보다 더 좋아진 것

같았는데……. 운동이 부족한 걸까?

하긴, 열성 오메가가 우성 알파의 체력을 따라잡는다는 게 극악의 난이도인

데, 도겸은 저보다 운동을 배는 더 열심히 했다. 편차가 점점 벌어지는 것 같

아 의욕조차 나질 않았다.

섹스하는 거, 좋지. 좋은데……. 제가 수건 쥐어짜듯 말라 비틀어질 때까지 해

야만 그를 완전히 만족시킬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 아득했다.

작게 한숨을 내뱉으며 몸을 뒤척거리는데, 인기척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리

자, 먼저 일어나 있던 도겸이 침대 끄트머리에 앉았다. 매트리스가 한쪽으로

기우는 것이 느껴졌다.

“서원아, 못 일어나겠어?”

“…….”

도겸이 걱정스럽게 저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목소리며 표정에서 진심으로 걱

정하는 티가 철철 묻어났고, 손을 뻗어 제 머리칼을 정리해 주는 손길은 슈크

림처럼 부드럽기 짝이 없었다.

저 모습을 보면 다정하기 그지없는데, 어젯밤을 떠올리면 마냥 다정한 사람이

라고만은 생각할 수 없었다.

그걸 질문이라고 하는 거냐며 샐쭉하게 도겸을 올려다보자, 그가 멋쩍다는 눈

치를 보였다. 그는 잠시 입술을 달싹거리다, 손목시계를 힐끗 보더니 입을 열

었다.

“쉬고 싶으면 룸서비스 부를게. 배고프겠다.”

“아뇨……. 이제 슬슬 일어나긴 해야죠.”

호텔 룸서비스도 좋긴 했다. 워낙 좋은 호텔이라 시킬 수 있는 음식도 많고, 맛있어 보이는 것들도 많고…….

그렇지만 서원은 태어나서 하와이를 처음 와 봤기에, 최대한 많은 곳을 돌아

다니고 눈에 담고 싶었다.

앞으로 도겸과 살아가다 보면, 시간을 내는 게 어려워서 그렇지 하와이쯤은

마음만 먹으면 올 수 있을 것이었다. 그런데 서원은 좋은 곳을 재방문하기보

다는, 최대한 많은 나라를 가 보고 싶었다. 그러려면 한 번 왔을 때 최대한

많은 곳을 돌아다니면서 눈에 담아야지.

서원이 그런 생각을 하며 몸을 일으키려고 하자, 도겸이 자연스럽게 저를 부

축해 줬다.

도움을 받아 침대 위에 앉았지만, 여전히 정신이 몽롱했다. 피곤함을 떨치려

고 기지개를 쭉 켜는데, 그 순간 멀리서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형, 룸서비스 시키고 저한테 물어본 거였어요?”

“아닌데.”

서원이 묻자, 도겸이 고개를 저었다.

도겸은 서원에게 앉아 있으라고 말한 뒤, 침대에서 일어나 넓은 보폭으로 문

쪽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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